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15회)

죽으나사나 | 2024.01.18 03:25:17 댓글: 0 조회: 189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41154
내 여자친구가 살해 되었다. (15회)  엄마.

*서현 경찰서

“그때 날 취조했던 그 경찰을 내 앞에 데리고 오라고! 그 경찰이 나한테 분명히  혜주는 목 졸림에 의한 타살이라고 그랬으니까!“

미치고 날뛸 일이다. 늦은 밤인데 강력반 팀원들이 다 서에 아직 남아있었다. 긴급회의를 금방 끝내고 나온듯 하다.

아무리 고함을 치고 난리를 쳐도 자신을 취조하던 그 경찰은 안 보이고 바늘로 꿰맨 듯 입을 꾹 닫아버린 경찰들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

”저기요. 남주혁 씨. 저희 반장님인데 그때 그런 말도 안 되는 실수 때문에 이미 여기선 잘려나갔어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요.“

최반장의 부하직원 영태가 참다못해 한마디를 했다.

실수라고? 그게 어떻게 실수야. 이유야 모르겠지만 당신들이 뭔가를 감추려고 갑자기 수사 종결을 결정한 거겠지.

주혁은 자신을 노려보는 경찰들을 한 명한 명 쳐다보고는 서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경찰들이 협조를 안 해주면 여기서 더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 저절로 찾는 수밖에.

”아, 남주혁 골 때리네. 찾아올 줄은 알았지만 뉴스가 나가자마자 바로 튀어올 줄은 몰랐네. “

휴가를 간 사이 쑤셔놓은 갈대밭처럼 어수선해진 경찰서를 둘러보며 혀를 끌어차는 서 팀장이다.

”근데 서장님 말대로 이렇게 종결해도 되는 겁니까? 확실히 부검 결과에서는 타살로…“

영태가 눈치 없이 입을 벌리자 서 팀장이 매서운 눈빛으로 영태를 흘겨보았다.  그 모습에 흠칫 한 영태는 입을 바로 다물어버렸다.

”입조심해. 그런 말은 밖에 새나가면 안 되는 거 알지? 어차피 시신도 유가족이 빨리 돌려달라고 해서 줬고 그 증거가 오늘 낮에 사라졌는데 어데 가서 따질 건데. 최반장이 남주혁을 잡으려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였었다고 하면 끝이야. 윗선에서도 그러길 바라니까.“

자기 자리 테이블에 걸터앉으면서 하는 서 팀장의 말이었다. 위압감이 느껴지는 포스에 아무 말을 못 하던 영태가 또 입을 열었다.

[반장님은 지금 근데 어디에 갔을까요? 연락을 안 받던데.]

[내가 아냐. 현재 정직이고  그게 끝나면 전근이라 하지만 그쪽 동네는 주민이 없어서 사실상 거의 문을 닫기 직전이라 옷을 벗어야 할 거야. 괜히 설치고 다녀서는 쯧.]

최반장을 생각하니 또 짜증이 치밀어 온 서팀장은 테이블에서 바닥에 발을 붙이며 일어났다.

[이만하고 다들 들어가. 이 사건은 이미 자살로 마무리 지었으니까 푹 쉬어.]

서 팀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는 작은 서류 가방과 차 키를 잡고는 고개도 안 돌린 채 뒤에 아직 서 있을 부하직원들한테 검지에 키를 건 팔을 흔들며 먼저 간다는 행동을 취했다. 나오면서 낮에 서장실에서 서장이 얘기했던 말이 떠올랐다.

[서 팀장이 휴가 떠나자마자 참 미꾸라지 한 마리가 서를 다 헤집어 놨네. 하. 그래서 윗선에서 연락이 왔는데 이 사건을 빨리 덮으라네.]

[그걸 어떻게요.]

[자살로 종결지으라네.]

서장의 말에 반박이 없던 서 팀장은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누구의 지시입니까?]

이런 일에 한 번도 더 나아가서 묻지 않았던 서 팀장이라 자신을 쳐다보며 답을 기다리는 서 팀장을 힐끗 보던 서장은 나지막이 한마디를 했다.

[차기 대선 후보 유성렬.]

서장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고는 더 이상 물어보면 안 될 거 같은 압박감을 느낀 서 팀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현직 시장이자 대선 후보인 유성렬이 왜 일반인 살인 사건에 관심이 생긴 거지?”

서 팀장은 낮에 있던 일을 머릿속에서 곱씹다가 혼자 중얼거리며 차 시동을 걸었다.


아무런 성과가 없이 경찰서에서 나온 주혁은 이미 블랙박스를 챙겨서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민서의 말에 근처에 있는 공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분명히 타살이라 했는데 자살로 바뀐 거 보면 뭔가 자신이 모르는 큰 인물이 걸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근데 중요한 건 혜주가 언제 그런 큰 인물이랑 연관될 일을 만들었을까. 그럴만한 낌새가 없었는데.

주먹으로 머리를 아무리 쥐어 틀어박아도 생각이 안 나서 미치겠다. 혜주한테서 받을 줄만 알았지 그녀가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억 단위 한도의 신용카드와 적당히 매달 주는 용돈으로  혜주가 좋아하는 데에 쓰고 자기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삶이 무료했던 걸까. 혜주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했던 걸까.

근데 공원에는 아까부터 이 늦은 밤에 탁탁탁 소리를 내며 농구를 하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애들이 있었다. 그 소리에 생각이 끊긴 주혁은 자꾸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벤치에 앉아 아픈 머리를 무릎 가까이까지 떨어뜨렸다가  아까부터 온다던 민서와 민수가 소식이 없자 전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어? 아저씨 조심…!!”

놀라서 소리 지르는 학생의 소리에 고개를 돌려서 보았을 땐  이미  세차게 날아온 농구공이 주혁의 얼굴 정통을 박았을 때었다.

농구공은 데구르르르 굴러서 바닥에 떨어졌고 이것은 마치 공한테 맞은 게 아니라  쇳덩어리한테 가격을 당한 것같이 통증이 저려오는 안면. 콧속에서 또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이 느낌은…!

주혁은 자기 몸을 못 가누고 그 자리에서 털썩 쓰러졌다.

***

음… 이놈의 배는 왜 또 아프다냐…

저번 생리할 때 배랑 똑같은데… 똑같을 리가 있나?

근데 너무 똑같은데. 으… 응?!! 똑같다고?!!

눈이 번쩍 떠졌다. 익숙한 천장. 익숙한 공간. 혜주의 방이다.

언제 여기로 왔지 하면서 일어나려는데 침대 옆에 세워져있는 전신 거울 속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어어어어엇!!!”

한 번도 이렇게  고함을 지르는 걸 본 적이 없는  혜주의 입에서 이상한 비명 소리가 나왔다.

혜주다. 혜주의 몸에 들어왔다.

지금 몇 월이지?

과거로 왔다는 걸 자각하자마자 정신없이 휴대폰을 찾았다. 역시나 이번에도 베개 아래에 있었다.

7월 9일. 또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 난 혜주의 몸에 들어왔다.

블랙박스를 확인해야 하는데 왜 이 시점에 난 여기로 왔지? 오면 안 될 거 같은데. 해야 할일이 있는데. 민서랑 지금 나한테 오고 있을 텐데.

"윽..."

이것저것 생각하고 긴장을 하니 또 아랫배가 엄청나게 아파온다. 왠지 거기가 찝찝한 것이 또 그날인 거 같다.
생각이고 뭐고 일단 화장실로 뛰어가야 했다.

"와..."

이 정도면 사람이 죽는 거 아냐? 와아... 미쳤다.

변기 속 빨갛게 물든 물을 보면서 주혁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징그러운 거 같으면서도 신기해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람 몸에 이렇게 많은 양의 피가 나오면 죽는다고 알고 있었다.
여자의 몸은 진짜 신비로운 거 같아서 감탄을 하다가  바지에까지 묻은 혈을 보고는 침대에 가보니 침대 커버에도 흥건했다.

생리대를 안 한 건 아닌데 밤새 양이 너무 많아서 넘친 거 같았다.

세탁기에 바로 넣기에는 찝찝해서 욕조에 물을 잔뜩 받고는 침대 커버를 담갔다.

배가 아파도 몸이 찝찝하니 샤워를 끝내고 나온 주혁은 화장대 앞에 앉아 금방 씻어 더욱 하얗고 말끔한 혜주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김혜주. 반갑다. 잘 지냈니?

비록 혜주랑 직접 대화는 못하지만 이렇게라도 보니 그 착잡하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거 같다. 그러다 우연히 화장대 옆에 협탁에 쪽지랑 뭔가를 담은 컵을 보았다.

<이 비싼 몸의  서방님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생강차를 친히 끓이셨답니다. 쭉 들이키고 너무 아프면 약도 먹고. 사랑한다. 김혜주.>

생강차를 담은 컵 옆에는 알약 하나도 놓여있었다.

그걸 본 혜주는 잇새로 옅은 한숨이 나갔다.

분명히 남주혁은 혜주한테 좋은 남자친구인 건 맞다. 근데 혜주가 뭘 원하는지 뭘 하고 다니는지는 하나도 모르는 아주 멍청한 남자친구.

근데 이번에 세 번째로 혜주의 몸에 들어오는 건데 왜 두 번이나 꼭 생리 터질 때만 오냐고. 다른 날도 많을 텐데.

아픈 배를 또 문지르며 생강차를 원샷을 해버리는 혜주 몸속 주혁이었다.

"딩동 딩동! 딩동!"

누군가 초인종을  때리 치듯이 울려댔다.

뭐야, 주혁은 아닐 테고 이 아침에,
하고 시간을 보니 벌써 점심때가 다 되어갔다.

터벅터벅 현관 쪽으로 걸어가 문부터 열었다.

"왜 이제야 열어!"

누군지 확인도 하기 전에 혜주를 밀치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코를 찌르는 짙은 향수. 그걸로 사람을 찌르면 단박에 숨통을 끊일 것 같은 높고 뾰족한 빨간 하이힐을 벗어던지며 여기가 처음이 아닌 듯 먼저 거실로 들어가는 사람.

심건희. 그 여자다.

혜주의 얼굴이 마구 구겨졌다. 왜 왔냐고 소리를 지르려다가  아프던 배가 더 아파지는 거 같아서 자기 집인 것 마냥 소파에 축 몸을 기댄 심건희의 앞으로 다가갔다.

"여긴 왜 왔어."

낮지만 짜증이 가득 섞인 혜주의 말이었다. 심건희는 그런 혜주의 말에 바로 답은 안 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왜 왔냐고 한 번 더 짜증을 내니 그제야 혜주한테 시선을 꽂은 채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사정했다.

"나 좀 살려줘. 김혜주."

이 여자가 왜 이래. 갑자기 와서 그것도 혜주한테 자신을 살려달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새끼가 내 돈을 갖고 튀었어. 그게 다 투자금인데 투자를 한 사람한테 내가 뭐라고 하냐고. 당장 사람도 없고 돈도 없고."

혼이 반쯤 나간 듯한 심건희가 혜주한테 얘기를 하는 건지 혼자 중얼거리는 모를 정도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그 새끼가 누군데. 투자금이라니. 알아듣게 얘기해."

알고 싶지 않지만 찾아까지 왔으니 대충 듣는 척은 해야겠다.

"내 남자친구. 걔가 그럴 애가 아닌데 글쎄 쪽지 한 장을 달랑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졌어. 돈도 다 빼고 그렇게 바람처럼."

심건희는 지금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지 사라졌다는 말만 자꾸 반복해댔다.

남자친구라면 그 나랑 몇 살 차이 안 나던 그놈 말하는 건가?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기생오라비처럼 생겼더라니...

혼자 속으로 옅은 한숨을 내쉰 혜주는 앞자리에 앉으며 다시 배를 끌어안았다.

"얼마 갖고 튀었는데."

"자그마치 100억."

"뭐???"

1억도, 10억도 아니고 100억???
그래. 뭐  지금의 남주혁한테는 100억이 없지는 않다.  아니, 그 이상으로도 갖고 있다. 근데 그래도 작은 액수가 아닌 100억을 어떻게 심건희가 갖고 있었으며 그걸 또 홀라당 뺏기냐 그거지.

"자세히 말해 봐. 뭔데."

그제야 심건희는 막힌 봇물이 터진 듯 줄줄 말하기 시작했다.

나한테 원래는 그 자식을 꽂으려고 했는데 실패를 하고 투자자를 모았단다. 내 이름을 걸고 나처럼 되게 하겠으니 곧 기획사도 차릴 거고 큰돈을 벌 거라고 했었단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투자를 많이 해줘서 짧은 시간 내에 100억은 그리 어렵지 않게 마련되었다고 한다.
이제 진짜 그 돈으로 기획사를 차리고 제대로 해볼까 했는데 그 자식이 하루아침에 잘 있으라는 쪽지와 함께 돈과 같이 사라졌단다.

어처구니 없다. 그렇게 콧대 높이며 그 자식을 안 도와준다며 소리 지르던  이 여자가 새파랗게 질려서는 여기로 와서 도움을 청하리라고는.
근데 가만 보자. 그걸 왜 혜주한테 와서 도움을 청하냐 이거야!!

"저기요. 아줌마. 내가 무슨 수로 그 많은 돈을 뺏긴 아줌마를 도울 수 있다는 거예요? 어이가 없네."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 같으니.

"남주혁."

뭐??  날 불렀어?

일어나려고 떼었던 엉덩이를 다시 소파에 붙였다. 그 때문에 물컹하던 그 위에 앉은 느낌이라 많이 찝찝해졌다.

아놔...

"남주혁이 혜주 네 말은 다 듣잖니."

아. 날 부른 게 아니구나. 이래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거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 살려줘. 주혁이한테 네가 말해줘. 내가 직접 찾아가면 걔는 비웃기만 할 거지 안 도울 게 뻔하거든. 나 이거 해결 못하면 그 자들이 나를 고소할 거란 말이야."

쩔쩔매는 심건희를 보며 혜주의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

잘 아네. 남주혁 나라면 절대 안 돕지. 미쳤다고 돕냐. 이 여자는 고소당하고 감옥에 좀 있어도 돼. 정신을 좀 차려야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설치는 대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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