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17회)

죽으나사나 | 2024.01.19 02:15:25 댓글: 0 조회: 128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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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가 살해 되었다 (17회)  잘못된 재회.

[와. 어떻게 너네는 졸업한 지 10년도 넘었는데 같이 있는 거네? 그럼 이참에 민수 번호도 줘봐. 걔하고도 연락하고 살게. ]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민수의 번호를 줬다. 그날은 그렇게 만나고 성현은 까맣게 잊고 살았었다.

어느 날, 민수가 다시 성현의 말을 꺼내기 전에는.

[저번에 박성현 만났다면서.]

[어, 우연히 자주 가던 바에서 만났었지. 네 번호 달라길래 줬는데 연락 갔구나?]

[응. 연락이 와서 만났었는데 너 걔한테 김기석 감독 얘기를 했어?]

내가 그랬나 하고 생각을 해보니 술이 좀 들어가고 나서 자연스레 말한 거 같았다.

[말한 거 같은데. 왜?]

[아니… 자기가 너 김기석 감독 작품에 들어가게 도와주겠다는데?]

민수도 말하면서 조금 떨떠름해 하는 말투였다.

연예계에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성현이가 무슨 생각에 그런 소리를 했는지 궁금하긴 했다.

[그래서 이제 셋이서 만나자는데?]

[…]

뭐에 홀린 듯 말도 안 되는 얘기라 생각하면서 그냥 오랜만에 민수랑 같이 배우와 매니저가 아닌 친구로 성현이도  함께 만나고 싶어서 며칠 후 자리를 함께 하였다.

예상과 같게 분위기는 좋았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때 이야기도 하고 그 추억에 빠져 한껏 기분이 들떠 있었다.

[근데 너 김기석 감독을 알아? 무슨 자신감으로 그 감독 작품에 들어가게 하겠다는 말을 했어?]

민수가 갑자기 생각난 듯 술을 한 모금 들이켜더니 성현을 향해 입을 떼었다.

[아, 그거~]

성현도 이제야 생각이 났는지 무릎을 탁 내리쳤다.

[너네 그 2학년 때 갑자기 전학 갔던 유지태 기억나?]

[유지태?]

주혁이와 민수가 이구동성으로 뱉은 이름이었다.

잊고 있었던 이름이 나오자 가지런하던 눈썹이 심하게 구겨지는 주혁을 보고는 눈치를 챈 민수가 성현을 질책했다.

[야. 박성현. 김기석 감독 얘기를 하는데 그 자식 이름은 왜 나오냐?]

[어? 그 감독이랑 친한 게 유지태인데?]

거기에서 딱 잘랐어야 했다. 유지태 이름을 듣자마자.

[뭐라고?]

주혁은 말이 없이 또 술 한 잔을 들이켰고 민수는 들었으면서도 한 번 더 확인을 했다.

[걔가 무슨 기획사를 몇 년 전에 차렸다고 그러던데? 사장이야 지금. 걔는 작년에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쭉 연락 중인데 저번에 주혁이가 꺼낸 감독 이름이 자꾸 어디에서 들은 거 같아서 생각을 좀 해보았단 말이야. ]

앞에 있는 술잔을 벌컥벌컥 비우고는 말을 이어가는 성현이.

[자기가 유명한 감독이랑 호형호제한다면서 그렇게 자랑질을 하더라고. 말로는 뭐 자기 아빠랑 잘 아는 사이였는데 기획사를 차리면서 몇 년 전부터 자기랑 친해졌다는데 사이가 장난 아니라고 그랬어. 자기가 추천하는 배우는 다 집어넣어 준다며 그리 자랑을 하더라. 그게 생각해 보니까 김기석 감독이었어. 글쎄 걔한테서 몇 번이나 들어서 어딘가 낯설지 않더라고. ]

술을 또 들이켜려다가 술맛이 떨어진 주혁은 잔을 쾅 내려놓으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유지태 말은 그만해.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이니까.]

혜주만 아니었으면 진짜 찢어버렸을 수도 있었다. 그 자식을.

[걔 지금은 사람이 많이 변했어. 옛날 그 싸가지가 아니야. 그땐 좀 애가 철이 없어서 그랬지. 지금도 그러면 내가 걔를 만나겠냐?]

자신을 믿으라는 듯 성현의 눈빛은 어두운 조명이 비치는데도  많이도 반짝였다.

살짝 입질은  좋았지만 그래도 유지태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날은.

[혜주야, 우리 이제 결혼할까?]

[안돼. 아직은. 너 김기석 감독님 작품에  못 들어갔잖아. 그 감독님 작품까지 들어가고 나서 생각해 보자. ]

차라리 그냥 혜주랑 결혼 발표를 하고 인기는 떨어지더라도 그 정도에서 만족하고 살고 싶었다. 이미 벌어놓은 돈도 적지 않겠다. 혜주 하나쯤은 거뜬히 먹여 살릴 수가 있었으니.

근데 혜주의 입에서도 김기석 감독의 이름은 떠나지를 못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유지태를 만나보기로 결정을 했다. 자기가 자주 가는 룸바에 좋고 비싸다는 건 풀로 세팅을 하고 그날을 통째로 빌렸다. 매니저답게 민수가 거의 나서서 일정을 잡았지만.

그게 오늘이었다. 잊고 있었다. 까맣게.

난 그래도 다행인 게 나한테 안 좋았던 거에 기억력이 안 좋은 거 같다. 이걸 까먹고 있었네.

[왔냐? 남주혁. ]

촬영이 생각보다 늦게 끝나서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유지태랑 성현이가 이미 룸에 앉아 있었다.
청하지도 않은 몇 명의 거의 홀딱 벗고 있는 수준의 옷을 입은 아가씨들도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처럼 소파의 중간석에 앉아 다리를 꼬고 비스듬히 소파에 기댄 유지태를 보았다. 양옆엔 아가씨들을 끼고서.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박성현. 이 개새 X. 저게 변한 모습이냐.

속으로 욕하고 눈으로 성현을 찌릿 째려보면서 소리 없는 욕을 했다. 성현은 뭔가 눈치를 챈 듯 마주친 시선을 돌리고 과장되게 웃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야. 너네 오랜만이지? 이렇게 다 모이니 너무 기분이 좋다야. 민수 너도 빨리 여기 와서 앉아.]

잇새로 한숨이 새어나갔다. 저 자식의 태도를 보니 김기석 감독일은 없던 걸로 하고 그냥 동창 모임이라 생각하자.

포기하고 그냥 자리에 털썩 앉았다.

[유리야. 너 쟤 알지? 직접 얼굴 보고 싶다고 했잖아. 오빠가 이렇게 인맥이 좋아요. 옆에 가서 앉아봐. 인사도 좀 하고. ]

지태는 의기양양해서 옆에 똑같이 다리를 꼬고 있던 아가씨, 아니. 보니까 아가씨는 아니고 지인인 거 같다. 옷이 너무 야해서 그쪽 업계 여자인줄로 알았던 거지. 암튼 그 여자가 일어나더니 주혁이의 옆에 바짝 붙어 앉으며 자연스레 주혁이의 허리까지 감쌌다. 다른 한 손은 어느새 그의 가슴팍에까지 손이 올라왔다.

[오빠. 안녕?]

애교를 살살 치며 인사는 그렇다 쳐도 왜 이렇게 들러붙는 거야. 진짜 그쪽 업계 여자 아닌가 싶은 행동이었다.

[이 오빠 가슴 근육 대박~ 어머머.]

어느새 운동으로 잘 다져진 주혁이의 탄탄한 가슴을 마구 찔러대는 여자다. 주혁이가 뭐 하는 여자나 싶어 생각하는 사이에 그 추잡한 손은 벌써 아래로 스쳐 빨래판 복근까지 향하고 있자 주혁은 그녀의 손목을 급히 잡아서 대차게 뿌리쳤다. 여자는 꽉 잡혔던 손목이 조금 아픈지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입을 삐쭉거렸다.

그 모습을 보던 지태는 여전히 성깔 더러운 주혁이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남주혁 여전하네. ]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거 같은데?

주혁이도 어이없다는 콧방귀를 뀌고는 자기 앞에 이미 가득 찬 술잔을 들어 들이켰다.

[야, 그거는…]

성현이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급히 일어나서 말리려는데 술은 이미 주혁이의 높은 목울대를 지나 꿀꺽 삼켜졌다.

[와우~ 브라보.]

잔을 말끔히 비운 주혁을 보고 지태는 어딘가 미친 건지 갑자기 박수를 치고 앉아있었다.

왜 그러는지는 알 수는 없었고 또 이 자리에 그냥 있을 이유가 없어진 주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가려고?]

뒤에서 지태의 비아냥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기석 형이 내 말엔 껌뻑 죽는 시늉도 하는 사람인데. 넌 또 그런 김기석한테 작품을 받고 싶고. 그래서 날 찾은 거 아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아서 더 짜증이 났다. 못 들은 척 나가려는데 민수가 주혁이의 팔을 잡았다. 친구가 아닌 매니저로써.

[차분히 얘기해 보자. 일단. ]

민수의 말에 주혁은 그래도 이렇게 성심성의껏 자리까지 만들었는데 어떤 태도로 나오는지 더 지켜보자는 마음에 못 이기는 척 자리에 다시 앉았다.

[학생 때 네가 배우를 한다고 했을 때 진짜 많이 비웃었는데
이렇게 성공할 줄이야 몰랐다. 남주혁. ]

웬일로 칭찬을 하냐. 송구스럽다.

지태의 칭찬에도 삐딱한 주혁이었다.

[듣자 하니 너 기석이 형한테 미움을 단단히 받았던데?]

도와주기는커녕 조롱하러 온 게 맞다. 이 자식.

[그러게 왜 미나를 상대로 사기를 치냐. 그 어린 게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입었겠어. 기석이 형한테 제일 큰 약점이 그 딸인데. ]

[내막을 잘 모르면 그 입 닥치고 있어.]

높지 않지만 바로 주위의 공기를 탁하게 만드는 살기가 느껴지는 주혁이의 목소리였다.

그 말에 비아냥거리던 지태의 한쪽 눈썹이 움직이며 얼굴살이 조금 떨리기 시작했다.  자기 회사에서 데리고 놀던 연습생들 앞에서 자기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주혁이가 너무 건방져서 열이 빡쳤다.

[야야. 너네 왜 그러냐.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러지 마 좀.]

성현이가 어색하게 일어서며 중재에 나섰다. 주혁이와 지태의 비워진 잔에 양주를 따르면서 실실 웃었다.

저 새끼. 뭐가 좋다고 저리 웃어. 박성현. 나중에 보자. 너는.

그러는 성현도 꼴 보기 싫었다.

[유리야, 아까 꺼 더 섞어줘? 너 아직 덜 들어간 거 같다야. 주혁이가 밀친다고 그렇게 기가 죽어서 되겠냐. 아직 부족해서 자신감이 없나 보구나. ]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지태였다.

[아. 그러게~ 대표 님  저 좀 더 주세요. ]

여자는 몸을 비틀어대며 잔을 지태 앞에 내밀었다. 그러더니 지태가 옷 안쪽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저. 저건…

하얀 가루가 들어있는 작은 비닐봉지였다. 스스름없이 여자가 내민 잔에 톡톡 털어서 주는 지태의 행동에 경악을 감출 수가 없었다.

[너 그게 뭐냐? 미쳤어??]

주혁이가 자리에서 벌컥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런 주혁이의 반응에 덤덤한 표정을 짓는 지태는 주혁으로 하여금 더 경악할 소리를 해댔다.

[뭘 그리 놀라냐. 너도 아까 마시고선. ]

뭐라고??

시선은 자연히 아까 기분이 더러워져서 벌컥벌컥 들이켰던 잔에 멈추었다.

저 새끼가 설마 여기에…

[내가 그래서 아까 말리려고 했는데 네가 말릴 틈도 안 주고 마셔버려서…]

[유지태. 어디서 미쳤다고 약을 하냐. 박성현. 넌 미리 얘기를 했어야지.]

민수도 더 이상 못 참겠는지 여전히 무법자인 지태와 안절부절못하며 해명을 하려는 성현을 질책했다.

주혁은 그제야 지태와 그 여자들을 살펴보니 동공이 살짝 풀려 있는 걸 발견할 수가 있었다. 아까부터 조금 이상하긴 했는데 그냥 술을 마셔서 그런 거라 생각했다.

근데 자신이 마신 잔에도 이미 들어갔다니…

[너 이 개자식…]

지태한테 다가가 멱살을 잡으려는데 다리가 그 큰 몸을 제대로 지탱을 못하고 휘청하였다.

[이제 약효가 올라오나 보네. 사실 이렇게 좋은 걸 왜 이 나라에서 막는지 몰라. 많이 말고 조금씩 나눠서 하면 이만한 쾌락도 없는데. ]

주혁은 지태의 비아냥 거리는 소리와  하얀 가루를 섞은 술잔을 비우는 그의 모습을 끝으로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와 털썩 소파에 정신을 잃었다.

[주혁아!]

민수가 놀라서 주혁이한테 다가갔다.

[뭐야. 그거 하나에 쓰러진 거야? 그 큰 몸뚱아리에? ]

별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태가 쓰러진 주혁을 힐끔 쳐다보았다.

[넣지 말라고 했잖아. 너 아까 주혁이 잔에는 꽤 많이 넣던데. ]

성현이가 이제 와서 궁시렁댔다.

[덩치가 크니까 많이 넣어도 되는 줄 알았지.]

그러면서 주혁을 깨우려고 뺨을 살짝씩 내리치는 민수를 향해 한마디를 했다.

[야. 하민수. 넌 반장도 하던 애가 지조 없이 주혁이 매니저나 하고 있냐? 너 그러지 말고 나한테 와라. 번듯한 사무직 하나 줄게. ]

꽤나 선심 쓰는 듯 말했지만 그딴 거에 혹할 몸이 아닌 민수는 매서운 한마디를 뱉었다.

[필요 없으니까 신고하기 전에 여기서 다들 꺼져.]

민수가 화내는 모습은 누구도 본 적이 없었다. 짙은 눈썹 아래  나온 살기 어린 눈빛은 그야말로 섬뜩했다.

그 모습을 코앞에서 보게 된 지태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다가 오늘 재미를 느낄 놈이 이미 쓰러졌으니 흥미를 잃었던 차라 자리에서 슬슬 일어나서 가버렸다.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성현까지 보내고 나서 정신을 못 차리는 주혁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일어나. 남주혁. 일어나라고!!]

몽롱하고 이상했다.

마치 엄청 말랑한 구름 위를 달리는 거 같았다. 몸이 너무 가벼워서 구름 위를 걷다가 발끝은 어느새 구름 위를 벗어나 하늘을 훨훨 날기까지 하였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대로 쭉 있었으면 좋겠다.

“퍽. 퍽!!”

엄청난 충격이 얼굴로 향했다. 주혁이의 눈이 번쩍 떠졌다.
혼이 나갔다 온 사람처럼 눈만 크게 뜬 채 미동이 없는 주혁을 본 민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있는 힘껏 주혁이의 얼굴을 가격한 보람이 있다.

적어도 눈을 떴으니.
계속 눈도 못 뜨고 정신을 못 차리면   구급차라도 불러야 하나 했다. 그럴 수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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