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34회)

죽으나사나 | 2024.01.27 18:44:02 댓글: 0 조회: 159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43551
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34회) 늦어서 미안해.

온 밤을 뒤척이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른다. 밤잠을 설치니 출근길이 너무 힘들다.

민서는 흔들거리는 지하철에서 졸려서 눈을 거의 못 뜨고 있었다. 그러다 눈꺼풀은 점점 내려와서 거의 정신 줄을 놓고 있었다.

뭐지... 이 안락함은...

처음엔 엄청 불편했던 머리가 엄청 편안한 곳에 안착을 해 잠깐이나마 눈을 붙인 민서가 정신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천천히 눈을 뜨고 머리를 들어서 옆을 쳐다보았다.

헐...

민수다.

어이를 상실한 민서가 옆자리에서 자신이랑 똑같이 졸고 있는 민수를 보았다.

여태 민서는 민수의 어깨에 기대어 잠든 거 같았다.

이게 뭔...

민서가 고개를 돌리고 몸을 민수의 반대쪽으로 움직이자 어느새 그의 팔이 민서의 어깨를 감싸 제 쪽으로 당겼다. 머리를 살포시 눌러서 자기 어깨에 기대게 하면서.

"조금 더 자. 내가 깨워줄게."

눈도 뜨지 않고서는 민서의 행동을 캐치라도 한 듯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민서는  지금 이 자세를 거부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기엔 너무 졸리고 이 자세가 편했다.

그렇게 민수의 말대로 조금 더 정신을 놓아버렸고 얼마 후에 그의 부름에 정신이 돌아와 지하철에서 급하게 내렸다.

"김민서. 같이 가."

민수의 존재는 까먹은 것처럼 앞에서 성큼성큼 가는 그녀를 쫓아 민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침 일찍 아직도 예전 그 집에 사는 민서의 집 앞에서 기다리기 잘했다고 생각되었다. 자신의 차는 안 탈 게 뻔하니 차는 안 갖고 왔다. 한참을 기다리니 졸음이 가득한 얼굴로 나와서 터벅터벅 지하철역으로 가는 그녀를 따라갔다.

역시나 지하철 안에서도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조는 민서.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뚫어져라 민서만 쳐다보는 민수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다른 자리로 옮겨가면서 민수가 그 자리에 앉게 되었다.

흔들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민서의 머리도 어찌나 그렇게 흔들리는지. 민수는 그녀의 머리를 자기 어깨에 당겨서 기대게 하였다. 그제야 안정감을 찾은 민서의 머리는 축 처져서는 더 깊은 잠을 자는 거 같았다.

민서야. 많이  혼란스럽지?

갑자기 널 찾아온 게 아니야. 성현이를 차로 치려고 결심한 그 순간, 난 그게 혜주에 대한 마지막 내 마음이라고 여겨지더라. 이제 혜주를 놔주어야 될 때가 된 걸 알았지.

18살 때의  나의 첫사랑은 그 날로 끝이 났어.

무조건 사랑인 줄 알았어. 그래서 애원하는 너를 버리고 간 거였고.

어릴 적 못 이루었던 욕심을 내 보고 싶었어.

너한테 크나큰 상처를 주 게 될 거란걸 알면서도 난 그랬어.

혜주를 다시 보게 되어서 진짜 기뻤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거 같았으니까.

그때의 내 마음이 다시 살아난 거 같았으니까.

근데 그걸 아니?  내가 벌을 받은 걸까?

왜 자꾸 네 얼굴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지는 이해가 안 되었어.

난 분명히 혜주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고 있는데 왜 내 머릿속에는 민서 네가 떠나지를 않는지 계속 의문이었어.

그러다 내가 술에 취했을 때만 너를 찾았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 더 혼란스러웠어.

내가 이렇게 쓰레기였나. 취했을 때만 너를 찾는 그런 미친놈이었나. 차마 너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못 하겠더라.

난 내 마음을 정확히 모르겠더라. 18살 그때부터 좋아했다고 확신했던 건 혜주였어.

그러다 학교를 졸업하고 연락이 뜸해지면서 마음도 식었었고 나만 바라보고 나만 좋아하는 너한테 마음이 가기 시작했지.

너하고 있으면 내 마음이 너무 여유로워. 너는 항상 내 옆에 있을 거 같고 항상 나만 좋아할 거 같았어.

그래서 네 마음을 더 들여다보려고 하지도 않았나봐.

네가 떠나서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둥둥 떠다녔던 건 아주 나중에야 체감을 했지.

이번에 경찰서를 오고 가면서 확실하게 느낀 게 있어.

나한테 혜주는 과거였고 너는 진행형이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해. 내가 너를 너무 간과했어.

내가 내 감정을 너무 몰랐어. 난 습관처럼 그냥 한 곳에 시선을 두었고  그래서  어느새 내 속 깊이 들어온 너를 몰라봤어.

경찰서에서 나오고 바로 너를 찾아가고 싶었어. 근데 그러면 안 될 거 같았어. 혼란스러워할 너한테 나만 좋다고 무작정 찾아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되었어.

이번엔 실수하지 말고. 내 마음을 잘 파악하고 가자... 그 생각을 지금까지 한 거였어.

이제 와서 미안하지만 이제는 내가 너를 바라볼게. 그래도 되지?  민서야.

그 많았던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다 내리고 사무실이 고층에 있는지라 어느덧 민수랑 민서 둘만 남게 되었다.

민서는 덤덤한 표정으로 얼굴에 변화가 없었다.

"어제 못 잤어? 지하철에서 맨날 그렇게 조는 건 아니지?"

민수의 질문에  민서가 답이 없자 그는 혼자 픽 하고 웃었다.

왜 웃는 거야.

민서는 그런 민수한테 아니꼬운 시선을 보냈다.

"많이 단단해졌구나. 어렵겠는데."

혼자 중얼거리는 민수를 멀뚱히 쳐다보다가 마침 열린 엘리베이터 문을 급히 빠져나간 민서.

미리 도착한 직원들과 서로 아침 인사를 나누고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었다.

"민수 씨. 아까 부탁한 서류 정리 끝났어요?"

"아. 네. 여기에 있어요."

"벌써 했어요?"

유 대리가 민수가 챙겨주는 서류를 펼쳐보더니 깔끔하게 정리된 걸 발견하고 긍정의 머리를 끄덕였다.

"요점을 너무 잘 안 거 같은데요?  민수 씨가 우리 이쪽 분야에서 일해본 적이 있다고 했죠? 신입이라 간단한 걸 주기는 했지만 이것도 처음엔 사실 좀 어렵거든요."

대단하다는 듯 민수한테 엄지를 내밀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유 대리였다.

"근데 민수 씨."

서류를 들고 가려던 유 대리가 다음 작업을 하려던 민수를 불렀다.

"네."

"애인 있어요?"

"네?"

이때 지나가던 민서가 그들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되어서 잠깐 멈칫했다.

"아니, 그게 이렇게 잘 생겼는데 애인쯤은 당연히 있겠죠?"

어느 정도 사심이 들어간 유 대리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민수의 답을 기다렸다.

"애인..."

민수의 시선이 가다가 멈춘 민서한테로 고정되었다.

"곧 만들 겁니다."

뭐, 뭐야. 저리 뚫어져라 보면 어쩌자는 거야.

민서는 그제야 정신이 바짝 들어서 황급히 자리를 뜨고 탕비실로 들어왔다.

노골적으로 뜨거운 시선을 보내며 뭐 애인 곧 만들 겁니다?? 허, 어이가 없네.

확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려고 민서는 차가운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 켰다.

"팀장 님."

유 대리가 어느새 탕비실로 들어왔다.

"왜 그러시죠?"

"우리 곧 크리스마스도 오고 연말인데 송년회 하실 거죠?  솔직히 팀장 님이 오시고 나서 저희  회식도 안 했잖아요. 바깥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네?"

딱 놀기 좋은 때의 20대 후반의 솔로인 유 대리가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

"네. 그러죠. 뭐."

대답은 했지만 그 송년회가 오늘로 잡힐 줄은 몰랐다.

"민수 씨~. 어쩜 이렇게 잘 생겼어요? 비결이 뭐예요~?"

술에 잔뜩 취한 유 대리가 대놓고 민수의 옆에서 교태를 부렸다.

"음... 태어났을 때부터?"

민서의 입이 떠억 벌어졌다. 민수는 원래 저런 캐릭터가 아닌데...

거기에 무슨 답을 하냐. 그것도 뭐 태어났을 때부터? 드라마도 안 보게 생긴 네가 그런 소리를 한다고?

미쳤네.

민수의 옆에서 딱 달라붙어 있는 유 대리를 보며 민서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쓰디쓴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는 자신을 아까부터 예의주시하고 있는 민수의 시선은 아예 모른 채.

...

어느덧 노래방까지 2차를 달린 송년회는 마감을 할 시간이 다가왔다. 다들 각자 콜택시를 불렀고 민서도 부하 직원들이 하나둘씩 빠지자 그제야 콜을 부르려고 폰을 들었다.

"데려다줘?"

민수가 어느새 나긋한 목소리로 옆에 다가왔다.

민서는 그런 민수를 고개 돌려 빤히 쳐다보았다. 민수는 그런 민서가 이어서 어떤 반응을 할지 몰라 같이 쳐다보기만 했다.

고개만 돌렸던 민서가 민수 쪽으로 아예 몸까지 돌리고서 하는 말은 민수로 하여금 자기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나랑 잘래? 하민수."

"뭐?"

내가 잘못 들은 거지?

"나랑 자자고. 민수야."

이런 말을 하는 민서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그런 민서에 민수는 저도 모르게 픽 하고 웃음이 나갔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지?

내일 땅을 치고 후회할 텐데 괜찮겠어?

난 너처럼 자기 흔적을 지우고 그러지는 않을 거거든.

흐뭇한 미소를 짓던 민수는 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XX 호텔이요."

***

한편,

"누구라고?"

갑자기 걸려온 모르는 번호에 혹시나 혜주가 아닐까 생각되었던 주혁은 전화를 받고 금방 들은 이름이 맞는지 의심되어 다시 되물었다.

"저 미나요. 김기석 감독 딸이요."

상대방은 조금 들뜬 목소리로 또박또박 주혁이의 귀에 박히게 말을 전했다.

"아.."

미나. 김기석 감독님  딸. 알지. 네 덕분에 내가 많이 돌아서 여기까지 왔지.

근데 왜 갑자기 전화를...

혼자 생각했을 뿐인데 의문이  생길  주혁이한테 답이라도 하는 듯 미나가 전화를 한 이유를 밝혔다.

"갑자기 전화해서 놀랐죠? 저 이제 외국 생활을 접고 한국에 들어왔어요. 오니까 오빠가 그렇게 보고 싶네. 새 폰을 개통하자마자 전화를 하는 건데 지금 보자고 하는 건 좀 그렇고 내일 저 만나줄 수 있어요?"

5년 전 어리숙한 여자아이가 많이도 당돌해진 말투였다.

무작정 거절을 하기엔 5년 전 자신 마음은 그게 아니라도 오해의 여지를 준 미나한테 무조건 안된다고 하기에는 마은 한구석이 그리 가볍지는 않았다.

그래서 촬영이 끝나면 연락을 준다 하고 통화를 끝냈다.

오늘도 여전히 소식이 없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주혁은 잠자리에 들었다.

***

다음날,

이건 꿈일 거야. 절대 진짜일 리가 없어.

지금 내가 안겨 있는 품이 민수의 품이라는 걸 인정할 수가 없어.

미쳤어. 내가 단단히 미쳤지.

민서는 한참 전에 정신이 돌아왔다.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 깬 건 맞는데 누군가의 따뜻한 품에서 자고 있었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 너무 두려웠다. 제발 아니길.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 더 낫다는 생각으로...

역시나 그녀의 생각은 어긋난 적이 없었다. 민수가 자신을 껴 안은 건 그렇다 쳐도 자신도 민수 못지않게 그의 허리를 놓칠세라 엄청 꽉 잡고 있었다는걸...

그리고 그녀의 흐릿한 기억 속에는 어젯밤의 그 대담했던 자신의 행동들...

미쳤다. 미쳤다. 김민서. 이게 아니잖아. 넌 민수를 멀리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왜, 술이 조금 들어갔다고 이렇게 정신줄을 놓는 거냐고. 미쳤어... 진짜 미쳤어.

민서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자신의 몸을 대충 훑어보고는 아주 조심히 자신을 껴안은 민수의 팔을 들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꺄악."

순식간에 민수의 손에 팔이 잡혀 다시 원 위치로 돌아갔다.

"조금 더 자자. 주말이잖아."

잠이 덜 깬 거 같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민수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미쳤지...

민서는 어젯밤 일이 다시금 생각나 지금 이 상황이 꿈이길 바라면서 자신의 볼을 꽉 꼬집었다.

아야... 아프다...

[여기 어디에서 많이 보던 곳인데?]

호텔 방에 도착한 민서가 휘청거리면서도 정신이 조금 있는지 취한 민수를 매번 끌고 왔던 호텔이란 걸 아는 거 같았다.

[근데! 여긴 왜 온 거야?]

먼저 침대 방향으로 들어갔던 민서가 홱 돌아서며 민수한테 따지려고 고개를 쳐들었다.

가까워도 너무 가깝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민수의 그 짙은 눈동자를 보는 순간, 참을 수 없는 욕망이 생겼다.

민수의 입술을 빤히 쳐다보던 민서가 발꿈치를 살짝 쳐들고 그한테로 다가가려고 하자 뭔가 딱딱한 것이 그녀의 입을 막았다.

풀렸던 동공이 또렷해지면서 민서가 본 것은 민수의 커다란 손바닥이 그녀의 입을 가렸던 거였다.

민수의 그런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까만 눈동자를 흔들리고 있는 민서에 그는 나지막한 한마디를 꺼냈다.

"아침에  일어나서 땅 치고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철벽을 그렇게 치는 거 같더니 술 마시고 이래도 되냐고.

난 그냥 너를 데려다주고 옆에 있기만 하려고 했단 말이지. 분명.

나라고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술을 마신 사람한테 일방적으로 그러는 건 아니란 걸 알아서 말이야.

생각은 그래도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점점 뜨거워졌다. 민서는 그의 손을 천천히 치우더니 여전히 발꿈치를 쳐들고는 고개를 기울면서  민수한테 다가갔다.

그렇게 입술이 포개지고...

와아...

다 기억이 나네... 난 술을 많이 마셔도 다 기억이 나는데 민수 얘는 여태껏 그 다음날 기억을 못 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나는 왜 다 기억이 나냐고.

민서는 생생하게 기억나는 어젯밤 일에 자신의 머리를 잡아뜯었다.

"하지 마..."

자신의 품 안에서 어딘가 부산한 민서를 느꼈는지 그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이제는 도저히 잠이 안 오자  천천히 눈을 떴다.

"잘 잤어? 김민서."

혼자 어제 생각에 정신이 없던 민서의 귓등에 민수의 따뜻한 숨소리가 간지럽혀왔다.

너무 가깝다.

민수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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