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탐내도 될까? (15회)

죽으나사나 | 2024.02.24 06:44:09 댓글: 0 조회: 252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49364
너를 탐내도 될까? (15회)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감정. 

그날 매혹적인 기혁이 눈빛을 빨리 피했어야 했을까. 그러면 이런 이상한 감정도 안 들 텐데.

하정은 하루 종일 틈만 나면 기혁이 생각으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묻고 싶은 게 있어도 차마 묻지를 못하겠고 혼자 애간장만 탔다. 

이게 그냥 단순한 궁금증인지, 아니면 여태 몰랐던 요상한 감정에 휘말려봐서 그런지 자꾸 마음이 이상하게 안달 나고 불안했다. 

서울이와의 식사는 원래 거절을 했었다. 그러나 축 처진 어깨와 함께 불쌍한 표정을 지은 그가 한 그 말 때문에 차마 거절을 못 하고 이렇게 또 정찬 식당에서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고마워요. 친구도 없는 크루즈 선 안에서 나 홀로 생일을 보낼 뻔했는데 이렇게 같이 있어줘서.”

꽤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활짝 웃는 서울이 덕분에 뻐근하고 불안하던 가슴이 그나마 조금은 나아지는 듯했다. 

“생일 축하해요. 갑자기 알게 된 거라 선물도 없지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생일인데요 뭘.”

서울이 또 옅은 미소를 띠며 웃었다. 

“팀장님 생일은 언제예요?”

“저요?”

“네.”

갓 올라온 스테이크를 슥슥 자르며 묻는 서울의 말에 덩달아 올라갔던 입꼬리가 하정에 의해 스르륵 내려왔다. 

이제 곧 오긴 하지. 

[하정아, 생일이지? 축하한다. 엄마 아빠는 비록 네 옆에 없지만 여기서 진심으로 축하해 줄게. 사랑한다. 딸.]

꽤 오래전에 성인이 된 하정을 두고 해외로 이민을 간 그분들이 생일날이 오면 또 전화로 똑같은 멘트를 날리겠지. 온전히 부부의 삶만 선택을 하셨던 두 분. 원망할 거까진 없었다. 어디에서 나타난지 모르는 고아인 자신을 성인이 될 때까지 잘 키워주셨으니 원망 할 자격까진 없었다. 다만 꽤 오랜 기간 동안 쌓여 온 서운함이 가시지 않아서 그렇지. 

진짜 생일은 언제인지 알 수가 없었고, 
하정은 본 적이 없었지만 그분들 사이에는 태어나서 얼마 안 돼 요절한 남자아이가 있었었다. 그 아이를 내내 잊지 못하던 그분들은 아이가 죽은 날을 하정이 생일로 정했다. 

들키지나 말지, 

왜 자기 생일만 되면 그리 슬피 우는지 처음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다른 친구들처럼 맛있는 케이크와 선물들로 즐거운 날이 되어야 할 하정이 생일날은 그리 반갑지 않은 날이었다.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다. 죽은 아들을 못 잊어 평생을 힘들어하셨고 정이 고픈 어린 하정이 가슴에 작은 못을 박은 정도…

하정은 자신이 그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분들 아들의 대신이라는 걸 깨달은 후부터는 마음을 비웠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가 접하는 모든 인연들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 때문에 잘해줄까, 나는 또 누구의 대신일까.

나한테서 무얼 바라는 걸까.

피곤했다. 사는 게. 

그래서 친구도 어렵게 마음을 연 정연이 하나뿐이고. 

남자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일부러라도 더 멀리했다. 설레는 연애, 행복한 결혼은 자기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을 했다. 

잘 지켜왔다고 생각을 했는데,
고요한 자기 속을 그리 헤집으며  돌진한 사람이 어젯밤 생겨버렸으니…

자꾸 궁금하고 신경 쓰이는 게 여간 짜증 나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팀장님. 생일이 언제냐고 물었을 뿐인데 왜 그리 사연 있는 분위기로 바뀌는데요?”

하정의 사색은 끊겼다. 자신의 변해가는 표정을 일일이 다 캐치하며 다 썬 스테이크를  담은 접시를 하정이 앞으로 밀어놓는 서울과 시선이 부딪혔다. 하정은 어색하지만 최대로 크게 웃어 보였다. 

“맛있겠다.”

제 속을 들키는 건 전이나 지금이나 싫었다. 

아직 20대일 거 같은 이 어린 남자 앞에서 왜 그리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지난날을 떠올리며 슬퍼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대충 둘러대면 될 일을. 

“생일 지났어요.”

“언제였는데요?”

대충 둘러대면 그만할 줄 알았는데 서울이가 또 물어왔다. 

“4, 5월이요.”

“4월이에요 5월이에요?”

이상하리 만큼 짓궂었다. 

“5월이요.”

“며칠이에요?”

“6…”

월은 달라도 실제 날짜를 생각 없이 뱉으려던 하정이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지? 내가 왜 이 남자한테 내 생일 날짜까지 곧이곧대로 말하고 있는 거지?

“뭐, 굳이 알 필요는 없어요.“

한마디 툭 뱉으며 포크로 새우가 듬뿍 들어간 먹음직스러운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돌돌 말았다. 

그러자 서울은 하정이 생일에 대해서는 더 말이 없었다. 

그렇게 조금 어색한 식사가 끝나고 객실로 돌아가 쉬려는데 복도에서 어딘가로 향하는 장 실장과 이 팀장이랑 마주쳤다. 

“간단하게 마시러 가요. 팀장님.”

“저는 좀 피곤해서…”

“어떻게 탄 크루즈 선인데 이 시간에 벌써 쉬려고요? 잠깐만 마시면서 내일 일정 얘기해요. 대신 지금 마시면 내일 아침 일찍 보기로 한 거 취소할게요.”

장 실장이 하정을 마구 끌어당겼다. 

“박서울 씨도 같이 가죠?”

하정이 맞은 켠 객실이었던 서울이가 룸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그 역시 이들한테 발을 잡혔다. 

**

라운지 바. 

이들이 간 곳은 꽤 무드 있는 어두운 조명이 드리운 작은 가게로, 이국적인 인테리어에, 이색적인 풍경 그림들로 벽면을 가득 채워 손님들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그에 맞는 클래식한 음악이 잔잔하게 귓가에 스며드는 그런 분위기 있는 바였다. 

워낙 선내에 여러 액티비티가 많았던지라 바에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깐 미안했어요.“

하정이 옆에 앉은 서울이가 뜬금없는 사과를 했다. 화장실에 간다며, 앞에 앉았던 두 분은 자리에 마침 없었다. 

”네?“

무슨 뜻인지 몰라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까 팀장님 생일 얘기 한 거요.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걸 느꼈지만 일부러 더 물은 거거든요.“

눈치는 빠르네. 

”아니에요. 제가 괜히 분위기를 다운 시켜서 미안했어요. 어쨌든 오늘 서울 씨 생일인데.“

하정이 웃어넘겼다.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말 한 이방인이 하정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는 건 자신도 그리 잘한 게 없어 보였다. 

“잠깐 객실에 뭐 두고 나온 게 있는데 기다려요.”

“같이 가줘요?”

“아니요!”

하정이는 뒤를 따라 나오려는 서울을 자리에 꾹 눌러앉히고는 바에서 나왔다. 

“아까 봤었는데… 케이크를 파는 가게가,”

선물까지는 몰라도 생일이라는데 케이크 정도는 사줄 수 있었다. 

근처에서 본 기억이 있어서 유심히 훑어보며 걸었다. 

그러던 하정이 빠르게 움직이던, 가볍던 발걸음이 뚝 하고 멈추었다. 

낮에 뒷모습만 훔쳐보았던 그를 아주 정면에서 제대로 마주쳤다. 

권기혁. 

그리 넓지 않은 통로에서 정확히 서로를 마주했다. 

가슴이 덜컹했고 그다음은 크게 요동을 쳤다. 

몇 초 일까, 꽤 지났을까?

빠르게 요동치는 심장은 1초에 몇 번을 뛰는 걸까. 

지금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인사를 먼저 드려야 하는 걸까? 아니면 수줍게 어젯 밤 얘기를 꺼내야 하는 건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정이 머리에 가득 채우던 이때,

말없이 하정을 내려다보던 기혁이가 발걸음을 움직였다. 

앞으로 성큼,

하정이 또 큰 숨을 들이켜고 내쉬는 걸 잊었다. 

참다못해 터져 나온 숨은 기혁이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하정이 옆을 지나간 한참 뒤였다. 

***

“윤 팀장님. 왜 이제야… 어? 손에 그건 케이크예요?”

장 실장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바에 들어오는 하정을 발견하고 일어서서 마중을 나왔다.

“누구 생일이에요?”

“아, 서울 씨 생일이래요. 다른 건 몰라도 생일초라도 켜려고요.”

“어머, 생일이셨구나.”

장 실장이 케이크를 받아 쥐고 포장박스를 풀었다. 

“예쁜 하트 케이크네~”

이 팀장이 하트가 다닥다닥 올려져 있는 케이크를 보며 감탄했다. 

“아, 케이크가 이것밖에 없어서요.“

하정이 급히 해명을 했다. 시선을 돌리다 아까부터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서울이와 눈이 마주쳤다. 

서울은 눈을 살짝 깜빡이는 걸로 고맙단 인사를 전했다. 

”그럼 초를 몇 개 꽂아야 하지?“

꽤 많은 양의 초를 꺼내 든 장 실장이 머리를 갸우뚱했다. 

”몇 살인지 몰라서 많이 챙겨왔어요.“

하정이 머쓱하게 웃었다. 

”스물여섯이요.“

”에??“

셋의 시선이 담담하게 답한 서울이에게로 향했다. 

”하핫…, 20대라는 건 누가 봐도 알겠지만 생각보다 많이 어리네!“

26살인 서울의 탄탄한 상체는  얇은 셔츠 위 그나마 곱게 잠근 단추에 의해  근육이 팽팽하게 솟아 올라와 있었고 헐렁하지 않은 바지는 꽤 두꺼워 보이는 서울이 허벅지를 서로 당기며 싸우 듯이 겨우 감싸고 있었다. 

최소 서른이 다 되어가는 청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외적으로 보이는 우월한 조건에 비해 나이는 훨씬 애송이었다. 

아까 객실 앞에서 마주친 서울이 온몸을 그 짧은 시간 내에 다 캐치한 장 실장이 홀로 얼굴을 붉혔다. 

에잇, 주책이야.

”실장님. 큰 초 2개랑 작은 초 6개 하면 되겠네요.“

장 실장이 머뭇거리자 보다 못한 이 팀장이 눈치를 주었다. 

”아.“

그제야 정신을 다 잡은 장 실장이 초를 급하게 꽂기 시작했다. 

8개의 초에 차례대로 불이 붙여졌다. 

”으흠, 노래를 안 할 수는 없죠? 우리 높게 하기엔 좀 그러니까 목소리는 최대한 낮춰서 부릅시다.“

장 실장의 말을 스타트로 목소리를 죽인 이들의 생일 축하 노래가 급하게 울렸다. 

초롱 한 눈으로 기대를 하고 있던 서울이 표정이 아까보다 더 밝아졌다. 하정이는 남의 눈이 의식이 되는지 이따금 여기저기 시선을 돌리고 있지만 어색한 미소와 함께 엇박자의 박수를 치며 저를 위해서 이렇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있으니…

잠깐 가볼 데가 있다고 했을 때 그게 자신을 위한 케이크를 사러 간 줄은 생각은 못 했다. 그냥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니 도망간 줄로만 알았다. 

다행이다. 다시 돌아와 줘서. 

서울의 꽤 그윽한 시선은 하정이한테 한참이나 머물러 있었다. 

“맞다! 나 아까 폰 때문에 객실 다녀오면서 요 앞에서 권대표 님이랑 마주쳤거든? 딱 마주쳐서 인사를 드렸는데 뭐에 정신이 팔렸는지 쌩하니 지나가더라고. 기분이 엄청 저기압이야.”

“어머. 그래? 그럼 오늘 적당히 마시고 들어가야겠다. 이 실장님이 오늘 낮에 그러더라고. 대표님 우리 무대 준비할 때 와보신다고 했거든.”

장 실장의 말에 깜짝 놀란 이 팀장이 빨리 들어가야 된다는 생각에 갓 나온 호프를 허겁지겁 들이켰다. 

***

한편, 

“그래 우희 이모는 이제 퇴원한 거야?“

전화기 너머 차분한 기혁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혁이한테서 카 X으로 음성통화가 왔다. 

“네. 병원에 있으면서 더 지켜보면 좋을 텐데  죽어도 싫다네요.”

은서의 옅은 한숨이 기혁이한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너무 걱정하지 마. 든든한 분이 옆에 계시니까.”

“그렇죠. 이모부가 아니었으면 저 혼자 어떻게 했을 지도 모르겠어요.”

“많이 놀랐겠다.”

소파에 살포시 앉던 은서는 걱정 어린 기혁이 한마디에 정신이 없었던 요 이틀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은 듯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지금쯤 남해에 이미 도착해 있는 거죠? 내일 밤까지 자고 모레 돌아오는 거고요?“

얼마 전에 해외 출장 중인 기혁이가 직접은 아니지만 은서의 생일날을 맞춰 보낸 꽃송이들을 조심스레 만지며 은서가 물었다. 예쁜 꽃병에 꽂으니 더더욱 은서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렇지.”

“재밌을 거 같아.”

아쉬움이 가득 묻어난 은서의 한마디였다. 

“다음에 정식으로 오픈하면 같이 오자.”

“알겠어요.”

보이지는 않지만 은서는 아마도 무척이나 예쁜 반달을 그리며 소리 없이 웃고 있을 거 같았다. 

“은지는요? 만났죠?”

미소를 지을 은서를 머리에 그리며 덩달아 입꼬리가 올라갔던 기혁이 표정이 무거워졌다. 

“… 아저씨?”

몇 초가 흘러도 조용하자 신호가 끊겼나 싶은 이때, 기혁이 잔잔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봤지. 행사 직원인데.”

기혁이 목소리가 갑자기 어딘가 모르게 다운되었다는 건 그 정도쯤은 은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은서야.”

기혁이가 그녀를 나지막이 불렀다. 

“네.”

“많이 놀랐을 텐데 오늘은 일찍 자. 이제 돌아가면 얼굴 보자.”

“네. 알겠어요. 아저씨도 일찍 ….”

뚝 하는 종료음과 함께 은서는 말을 더 하려다 그 작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은서의 말이 끝난 줄로 안 기혁이가 종료 버튼을 눌렀나 보다.  

“말이 안 끝났는데…. 잘 자라, 보고 싶다는 인사도 없고.“

은서가 끊긴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은서와 기혁은 잘 모르는 남들 눈에는 어찌 보일지는 몰라도 그 둘을 잘 아는 사람들은 딱 한마디로 정의해서 말할 수가 있었다. 

남매 같은 사이…

모르는 사람은 또 그러겠지. 피를 나눈 남매들은 이런 분위기가 오갈 수가 없다고. 

그러나 이들은 서로를 많이 생각하고 아껴주지만 딱 거기까지인 가족 같은 사이.

잘 모르는 사람은 권력과 재력을 다 겸비한 기혁이가 이깟 룸살롱 마담을 품에 안은 적이 없다고 하면 많이도 비웃을 것이다. 

혹시 남들 다 하는 거기가 문제 있는 건 아니냐고 말이다. 

일반적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여자와 확연히 다른 직종을 가진 은서한테 그가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란 아마 많이도 조심스러웠을 것이란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을 보물처럼 아끼고 또 아껴주고 있다고 은서는 그리 깊이 믿고 있었다. 

그러던 은서의 마음이 살짝 불안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자신이 없으면 안 되게 끔 온갖 자상과 관심을 퍼부어주며 은서를 길들여놓은 기혁이가 오늘만큼은 전화기 너머에서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이러다 저한테서 멀어지는 게 아닌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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