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10)

혜원1008 | 2018.12.07 17:11:41 댓글: 10 조회: 2264 추천: 7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787246


나 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혜원

2 장 절망의 꽃

(5)

하체가 피범벅인 맨발로 뛰어들어온 경숙이를 보자 당직을 서던 경찰두명은 엉거주춤한채로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곧 여경이 불려왔고 경숙이를 일단 가장 가까운 보건소로 데리고 가서 전신검사에 기본치료를 받았다. 나이 지긋한 여의사는 경숙이를 산부인과 검사대에 눕히고 이리저리 살펴보았고 경숙이 하체의 상처를 보고는 경악을 했다. 세상에 사람이 어찌 사람한테 이런 짓을 할수가 있냐고... 경숙이는 질내벽이 찢어졌고 다리 안쪽은 온통 멍에 계속 흐르던 피는 여러바늘 꾀매고 나서야 겨우 멈췄다. 팔다리 부터 몸전체에 여기저기 담배불로 지진 화상자국 천지였고 목에 여러번 졸린 흔적은 퍼렇게 자리잡았다. 어디 그 뿐인가 몸 구석구석 예전에 맞았던 멍자국들이 수두룩 했고 함께 보건소에 간 여경은 너무 처참한 모습에 그 상처들을 똑 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의사의 진단은 곧바로 나왔다. 폭행.. 성폭행..목을 졸린흔적 등등 살인미수라고 하면서 의사는 치를 떨었다. 여경은 일단 처치를 받은 경숙이를 병상에 눕히고 나서 기본 조서를 꾸미기 시작했다. <성함 말씀해주세요><박경숙> 경숙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주민등록번호는요?>주민등록번호라는 말에 경숙이는 중국 신분증번호를 떠올렸다. 그 번호를 물었을리가 없었다. <... 실은 제가 중국사람입니다.> 여경은 잠간 머뭇거리다가 이런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냐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대한민국에 어떻게 오셨나요?> 여경의 질문에 경숙이는 한참 뜸을 들이다가 그동안 어찌 결혼해서 언제 강원도에 왔으며 지난 2개월동안 어떤 식의 학대를 받았는지를 세세하게 진술했다. 여경은 일단 열심히 적고 있었다. 때론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고 때론 같은 여자로서 않됐다는듯이 경숙이 어깨를 다독여주기도 했다. (그래.. 발전된 나리인것만큼 법도 더 세다고 봐야지... 이제 난 이 지옥같은 상황에서 벗어날수 있겠구나.)경숙이는 안도했다. 그리고 낯설지만 친절한 여경한테서 따뜻함을 느꼈다. 남조선이라는 나라에 와서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였다. 경숙이는 자신의 여권번호를 정확히 기억했고 철민이 이름에 시어머니 이름까지 여경한테 자세하게 설명을 했다. 그러다가 경숙이는 잠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혹 철민이가 유리재털이에 머리를 맞고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그러면 경숙이는 살인자?? 아니지 이정도면 정당방위 하닌가? 경숙이는 예전에 드라마에서 보았던 단어를 떠올리며 애써 자기자신을 안심시켰다.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경숙이는 여경한테 어렵게 중국에 전화 하고 싶다고 부탁을 하자 여경은 의사사무실 전화를 쓰겠끔 해주었다. 경숙이는 떨리는 손으로 다이얼을 돌렸다. 일단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가 따로 없는 경숙이는 다짜고짜 아버지가 일하는 사무실에 전화를 했다. 신호음은 한참 뜸을들이다가 뚜 뚜 하면서 소리를 냈고 이윽고 어떤 아저씨가 전화를 받았다. 경숙이는 감격에 목이 메었고 애써 아버지 이름 석자를 또박또박 말했고 잠간 기다리라하고는 아저씨가 아버지 찾아온다고 했다. 몇만년같은 몇분이 지나고 수화기 넘어에서는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웨이~> 그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는 경숙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부지...>수화기 너머에서 잠깜 멈칫하다가 이윽고 울음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경숙아~ 니 왜 인제 전화하니? 니 연락을 얼매나 기다렸는지 아니?> 수화기 넘어로 경숙이는 들을수 있엇다. 아버지는 울고 계셨다. 경숙이랑 아버지는 그렇게 한창을 수화기를 든채 꺼이꺼이 울기만 했다. 이윽고 경숙이는 엄마 안부를 물었다. 엄마는 경숙이가 그렇게 떠나고 나서 몸이 더 않좋아졌단다. 이젠 일주일에 투석을 두번씩 받아야지 겨우 일상생활을 유지할 정도라고.. 그래도 경숙이 시집갈때 남자측에서 준 돈이 있어서 아직은 투석비를 대고 있다고 했고 그 뒤로 준다던 생활비는 않줘도 되니 경숙이 한테 시집눈치 받게 그 돈 얘기는 절때 꺼내지 말라고 아버지는 신신당부를 했다. 그 말을 듣고 경숙이는 또 한참을 울었다.그게 아니라고 지금 상황은 그 문제가 아니라고 경숙이는 그냥 마음속으로만 울부짖었지만 결국 소리내어 말을 할수는 없었다. 아버지 한테 지금 신랑한테 학대당하고 있다고 죽기 직전까지 맞았다고 말을 꺼낼수가 없었다. 그걸 알면 아버지 마음이 찢어질거라는걸 경숙이는 너무 잘 알았다. 경숙이는 앞으로 자주 전화할거라고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곧 기회되면 보러 간다고 하고 아쉽지만 전화를 끊었다. 그나마 전화통화로라도 가족 목소리를 듣고나니 경숙이는 한결 차분해 졌다. 앞으로 어떻게 하지? 여기저기 따끔거리고 아프고 머리도 계속 어지러운 상태였지만 경숙이는 한결 개운했다. 이제 그 악마 손에서 탈출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탈출’.. 그건 경숙이만의 착각이였다.

잠간이나마 경숙이는 병상에서 푹 잠이 들었다. 지난 두달여동안 경숙이는 제대로 된 잠을 잔적이 없었다. 원체 날씬하던 몸은 두달새 갈비뼈가 아른아른해졌다. 잠을 못자니 살이 빠질수 밖에.

얼마나 잤을까? 경숙이는 어슴프레 시어머니 목소리를 들었다. 악몽이라고 생각했다. 악몽이길 바랬다. 하늘에 신이 있다면 그건 악몽일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숙이 한테 신은 없었다. 천근만근 되는 눈까플을 애써 이겨내며 눈을 뜬 경숙이 앞엔 철민이랑 시어머니가 떡 하니 서있었다. 철민이는 머리를 붕대로 칭칭 감고 있었고 시어머니는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해서는 경숙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경숙이는 순간 놀라서 튕겨나듯 일어나 앉았고 뒤에 바로 경찰서에서 보았던 아저씨가 따라들어오면서 철민이 한테 말을 건넸다. <보아하니 부부싸움을 좀 과하게 한것 같은데 일단 저 수액 다 맞으면 집에 데려가도 좋습니다.> 경숙이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이 무슨 말도 않되는 소리인가? 데려가라고? <지금 저 사람이 나를 죽이려고 했다구요...저 집에 다시 들어가면 난 정말로 목졸려 죽습니다.> 경숙이는 소리를 질렀다.철민이는 바로 손을 들어 또다시 때릴려고 달려들었고 시어머니가 부랴부랴 제지했다. 아마 보건소에서 그것도 경찰앞에서 그런 행동은 도움이 않된다고 판단한듯 했다. 경찰소장이라는 아저씨는 잠간 난색을 하다가 철민이 한테 입을 열었다. <잠간 나가서 기다리세요. 제가 아내되는 분이랑 이야기를 좀 나눌게요> 시어머니는 얼굴에 가식적인 웃음을 건채 연신 인사를 하며 철민이 손목을 잡아 끌었다. 두사람이 나가고 나서 경찰소장은 경숙이 침대 옆 의자에 앉아서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이보세요. 박 머였지 아~ 박경숙씨. 지금 박경숙씨는 대한민국에 시집온지 두달밖에 않되었습니다. 결혼비자로 말이죠.> 경찰소장은 서류 같은걸 뒤져보며 말을 이어갔다. <대한민국이민법에 따르면 경숙씨가 지금 이철민씨와 이혼하거나 하면 바로 중국 돌아가셔야 합니다. 왜냐면 합법적인 비자가 더이상 없으니까 말이죠.. 만약 그걸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이혼하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하지만 경숙씨 시어머니 말로는 지금 결혼을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주었다는데 사실인가요? 이혼 할려면 돈을 돌려줘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경찰소장은 경숙이를 한창 뚤어져라 쳐다보았다. 경숙이는 억장이 무너졌다. 돈을 도로 토해내라고? 그럼 엄마는? “남자쪽에서 준 돈이 있어서 엄마 투석비는 해결이 된다고 했던 아버지 말이 떠올랐다. 그 돈을 도로 토해내면 엄마는 돌아가시게 냅둬라는 소리 밖에 않된다. 이윽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경숙이 한테 경찰소장은 목소리를 한결 부드럽게 깔고는 머 큰 해결책이라도 알려주는듯 말을 이어갔다. <제가 보니까 이철민씨가 좀 과격하게 폭력을 행사한 부분이 없잖아 있는것 같고...> 없잖아 있다는 말은 무슨 개소리인지? 지금 눈앞에 이 지경이 된 사람을 보면서 저런 말이 나오나 싶었다. <원래 젊은 부부들은 많이 싸우고 하지요. 우리 집사람이랑도 얼마나 많이 싸우면서 살았는데. 다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고 하니까..참고 견디면 지나갑니다...> 참고 견디란다....참고 견딜수 있는 상황이였던건가보다.. 경숙이는 다 포기한 얼굴로 경찰소장 말을 듣고만 있었다. <제가 이철민씨한테는 엄중하게 경고를 하겠습니다. 또다시 폭력을 행사하면 잡아갈거라고.. 그니까 남편이 화날때 대꾸하지 말고 ..남자들은 워낙에 욱하는 성격들이 있어서. 중국남자들도 그러지 않아요? 아닌가.. 아무튼 이왕 결혼까지 했는데 좀 참고 지내봐요. 머나먼 타국까지 와서 잘 살아야지 지금 상황으로 돌아가면 경숙씨 인생은 머가 돼요?> 그래. 마지막 말은 맞는 말이였다. 이 몰골로 돌아가서는 머 하겠는가. 어차피 가족들 볼 면목도 없고 이미 만신창이 된 이 몸뚱아리 차라리 돌아가는 길 인천 앞바다에 던지는게 맞을수도 있겠지... 만사 다 포기한 경숙이 얼굴을 보자 경찰소장은 임무완성 했다는 듯이 자리털고 일어날려고 했다. 경숙이는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물었다. <.. 시집와서 몇년이면 한국국적 딸수 있나요?> 김할매 한테 언뜻 들은적이 있었다. 한국 남자랑 결혼해서 어느정도 살면 한국 국적 딸수 있다고. 그리되면 한국이랑 중국을 마음대로 왔다갔다 할수 있다고.. 경찰소장은 갑작스런 질문에 잠간 생각해서 대답했다. <저 앞마을 베트남며느리 데려온 집 상황에 비춰봤을때 한 2년 정도 걸린다고 알고있습니다만...> 2... 경숙이는 또다시 절망했다. 지난 두달을 온갖 생명의 위험을 받으면서 겨우 버텼는데 2년을 버티라고?! 난 국적도 못 따고 죽겠구나... 경숙이는 눈을 감았다.

경찰소장은 병실밖에 기다리던 철민이랑 경숙이 시어머니 앞에 마주섰다. 경숙이 처참한 모습을 보고 그냥 넘어가기엔 양심에 좀 찌렸던것이다. <철민아~> <, 삼촌..> 경찰소장이 철민이네 먼 친척 삼촌되었다. 경숙이는 이 읍내라는게 얼마나 작은 동네였는지 새삼 기억이 났다. <너 그러다 사람잡겠다. 살살해란 말이다 살살. 외국여자도 죽이면 살인죄야 임마.> <이놈 자식이 내가 그리 타일렀는데 말을 않들어서..> 시어머니의 변명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앞으로 좀 잘해줘봐. 불쌍하잖아. 어린 나이에 외국에 팔려와서는 ㅉㅉ. 암튼 내가 잘 구슬려놨으니까 집에 데려가서 좀 잘해줘봐. 그리고 쟤 주민등록증도 만들어줘야 돼 . 나중에 범칙금 나온다..> 경숙이는 그 말들을 전부 들어버렸다. 어쩌면 경찰소장은 경숙이 들어라고 했던 소리였을수도.. 차라리 잘된거였다. 어차피 말도 않되는 헛된 희망을 갖느니 철저하게 절망을 하는 편이 낫았다. 이제부터 죽은듯이 살리라. 아니 이미 죽었다. 경숙이는 그 병실에서 이미 죽어버렸다. 철민이 한테 이끌려 다시 시골집에 끌려온것은 영혼이 없는 썩어 문드러질 몸뚱아리일 뿐이였다. 니네 하고 싶은대로 어디 해봐라고 어차피 그래봤자 죽기밖에 더 하겠냐고 경숙이는 그냥 순순히 집에 따라 왔다. 시골집에 들어오자마자 철민이의 혹독한 구타가 시작됐다. 시어머니는 꼴보기 싫다는듯이 방에 들어가버렸고 방문을 열면서 딱 한마디 남겼다. <죽이지는 마.. 본전생각은 해야지...>

경찰소장의 부탁이 효과가 있었는지 아님 이마에 난 혹덩어리가 진짜 아팠는지 모르겠지만 철민이는 그 뒤론 목을 졸라오지는 않았고 경숙이가 몸이 않좋아서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할때면 간혹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를 받게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대신 혹독한 성고문은 이어졌다. 경숙이는 이를 앙다물고 참았다. 뼈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을 참아내면서 경숙이는 마음속으로 날자를 세어갔다. 정말 참기 힘든 날엔 머리속으로 엄마 생각만 했다. 엄마가 병이 다 낫아서 환한 얼굴로 경숙이 보면서 웃는 모습을 말이다. 그러면 좀 참을만 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만 갓고 철민이의 학대행각이 좀 약해졌는지 아니면 경숙이가 아예 적응을 해버렸는지 세월이 갈수록 경숙이는 슬프게도 그 학대를 꽤 참을만 해졌다.

아무리 고통스런 순간이라도 시간앞에선 당해내지 못했다. 경숙이는 남조선에서의 삶에 점점 익숙해져갔고 철민이의 학대가 서서히 줄어갈 즘엔 어느정도 활기도 되찾기 시작했다. 부쩍 협조적이고 착하게 네 네 만 하는 며느리 한테 시어머니 감시는 점점 줄어갔고 경숙이는 낮시간에 동네에 연배가 비슷한 베트남며느리네 집에 가끔 놀러갈수도 있었다. 베트남 며느리를 둔 집은 경숙이네 집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할수 있엇다. 이 동네가 워낙에 시골깡촌이라서 한국여자는 더이상 시집을 올려고 하지 않았고 동네 젊은이들은 다 화려한 서울생활을 상상하면서 상경해버리고 몇몇 않되는 남아있는 노총각들은 색시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베느남 색시는 이름이 꾸잉이라고 했다. 떠듬떠듬 하는 한국말로 인제 겨우 18살이라고 했다. 경숙이보다 훨씬 더 가난한 집에서 입에 풀칠도 못할정도로 가난한 가족들을 위하여 경숙이처럼 팔려온 색시였다. 그래도 꾸잉은 최소한 경숙이보다는 행운했다. 꾸잉의 남편 이경수는 농부산물을 취급하는 일을 하였고 수입이 꽤 괜찮았는지 그 동네에선 잘 사는 편에 속했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18살이나 어린 색시를 많이 이뻐했다. 가끔 경숙이 앞에서까지 과도한 애정행각으로 경숙이를 당황케 하기는 했지만 색시를 두들겨패지 않는것만 해도 어딘가... 경숙이는 그저 부러웠다. 나이에 처지도 비슷한 꾸잉과 경숙이는 자연히 절친이 되었고 경숙이는 꾸잉이 알아듣던 말던 남편에대한 하소연 시어머니에 대한 하소연을 마음껏 했다. 숨구멍을 찾은 느낌이였다. 다 알아들었을리 없겠지만 꾸잉은 그때마다 그랬어..웅 그랬어...’ 하면서 경숙이 몸에 난 상처를 쓰다듬어주곤 했다. 경숙이 숨구멍은 꾸잉말고 또 있었다. 바로 앞집에 사시는 임할매였다. 임할매는 입만 열면 경숙이가 알아들을수 없는 방언을 반 이상 쏟아냈지만 경숙이 고충을 다 알고 있었다. 가끔 임할매는 경숙이를 일 좀 시키자며 시어머니 한테서 빌려갔다’. 시골동네는 이집저집 할것없이 서로 돕고 하는 그런 분위기였나보다. 암튼빌려온경숙이를 임할매가 굳이 일을 시키지는 않다. 경숙이 나이되는 딸을 사고로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하나 남은 아들은 서울에서 변호사를 한다고 바빳고 임할매는 많이 슬프고 외로웠으며 불쌍한 경숙이가 당신 딸처럼 느껴졌다. 신은 9개의 문을 닫는 대신 한개의 문은 열어둔다고 했나? 언제 책에서 본 글인것 같은데 경숙이 한테는 임할매가 그 나머지 한개의 문이였다. 임할매는 맛있는거(그래봤자 감자옹심이였지만) 경숙이를 불러다가 실컷먹이고 또 한숨 푹자게 했다. <에구 불쌍한것이... 몇시간이라도 좀 쉬어라 ...> 거기가 경숙이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임할매네 집엔 책이 참 많았다. 변호사 하는 아들이 사법고시 준비 할때 본 책이라고 하는데 벽 한면이 다 법에 관련된 책들이였다. 아들이 시험에 다 통과해서 지금은 어였한 변호사가 되어 있지만 임할매는 그 책들을 버릴수가 없었다고 한다. 손때 묻은 아들네미의 노력의 흔적이자 아들의 체취를 느낄수 있는 마지막 보물이기도 했다. <나를 서울로 오라고...모신다고 모신다고 하는데 내가 않갔어...> 임할매는 고향이 좋아서 않갔다고 했지만 실은 서울며느리가 시골 시어머니는 죽어도 못 모신다고 해서 혼자 외로이 시골에서 살고 계신다는걸 경숙이는 아주아주 나중에 전해 들었다. 불쌍하고 외로운 사람끼리는 서로 알아보는 법인가 보다...아무튼 그 지옥같은 삶에도 살수있는 숨구멍은 있었고 경숙이는 그 숨구멍에 코를 틀어박고 열심히 숨을 쉬면서 삶을 연명해갔다. 경숙이한테 또한가지 의지가 되는것 바로 그 법관련 책들도 읽들이였다. 이 지옥에서 벗어날려면 법으로 해결해야 되겠다는걸 경숙이는 어슴프레 느꼈다. 하지만 사법고시 책들이 쉬울리가 없었다. 내용은 무슨 백과서적 시작하는것처럼 밑도끝도 없이 시작해서는 말은 어렵기만 해서 이해가 않되는 말들이 수두룩이였다. 그래도 경숙이는 읽고 또 읽었다. 그게 어쩌면 이 지옥을 떠날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였으니....

경숙이가 열심히 책을 읽는것을 보면서 임할매는 한가지 약속을 하마 했다. <나중에 우리 아들이 내를 보려고 내려옵지비.. 그러면 색시헌테 야기를 이래이래 해보라고 함지.> 경숙이는 그 말에 감격했다. 설날엔 반드시 온다는 임할매네 아들을 경숙이는 눈이 빠질세라 기다리기 시작했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을 말이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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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리 (♡.104.♡.197) - 2018/12/07 17:20:11

어제밤에 글을 읽고 너무 끔찍해서 악몽을 꾸었네요
이제는 꽃이 되여서 잘 살고 계시겠죠?

이쁜아짐 (♡.131.♡.162) - 2018/12/07 18:16:49

어떻게 이럴수가 ?

아무리 엄마때문에라도 이건 아니죠 ㅠㅠ

그걸 참아낸 님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실화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네요

해브꿋타임 (♡.227.♡.130) - 2018/12/07 20:55:33

실화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네요!ㅠㅠㅠ 너무 절망적이네요

천리지척 (♡.59.♡.13) - 2018/12/07 21:36:27

글을 읽으면서 너무 격분스럽고 마음 아프네요.
주인공이 어떡하나 난관을 잘 헤쳐나가길 바래요.

기계사람 (♡.126.♡.94) - 2018/12/07 22:27:44

휴 한숨만

해피아이디어 (♡.239.♡.136) - 2018/12/08 09:53:25

새벽까지 1집부터 쭉 다 읽었습니다.
자고 있는 딸애손을 꼭 잡고 먹먹한 가슴에 가끔 눈물도 훔치면서...
그땐 그랬었죠. 먼저 한국 갔다온 사람들은 큰 벼슬을 한듯 자랑자랑하고 모두들 부러워하고...
(100자 생략)
제가 어릴때 이해를 못했던 가족간의 얽히고얽힌 사연들을, 이 글을 읽고 다시 되새겨보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고 나의 19살은 어땠는가 다시 뒤돌아보게 되였습니다.
아픈 과거이지만 이렇게 글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공님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kim제니하루 (♡.34.♡.209) - 2018/12/08 10:38:04

요즘 이글을 읽음녀서 자다가도 생각이 나고 너무 어이 없어 참지 못햐겟어요 .마지막엔 저놈 새끼 살고 잇다면 가만 나둘수 없어요.

잘살아보세839 (♡.67.♡.141) - 2018/12/08 10:40:47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고 겨우 읽었습니다.글 읽는 심정도 이러한데 실제로 겪은 주인공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다행히 힘든 고비를 이겨내고 정면으로 부딪치고 박차고 나온데 대해 힘찬 박수와 응원을보냅니다.

신짱 (♡.174.♡.156) - 2018/12/08 13:27:35

매회마다 눈물흘리게 하네요,너무 가슴아픈 사연이 언제면 끝날지~

한자연 (♡.241.♡.100) - 2018/12/15 00:10:10

지옥같은 생활이 빨리 끝나고 경숙이 제2 의인생 빨리 열렷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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