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2회)

죽으나사나 | 2024.01.10 07:02:48 댓글: 2 조회: 356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38975
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2회)  혜주의 몸

침착하자, 남주혁. 지금은 아마 꿈일 거야.

그래. 그래야 앞뒤가 맞지.

내가 교도소 그놈들한테 맞고 쓰러지기 전까지는 혜주는 이 세상에 없...

주혁은 여기까지 생각하다 거울 속의 자신을 다시 비춰 보았다.

혜주가... 살아 있다?

지금이 꿈이 아니라면, 경찰서에, 교도소에 갔다는 게  꿈이라는 건가...?

"혜주야, 빨리 바지 찾아 줘~  너답지 않게 혼자 멍 때리지 말고~"

아 저 자식은 진짜...

내가 좀 조용히 생각이란 걸 해보자고!

나의 몸을 쓰고 있는 저 자식, 남주혁.

내가 맞을 것이다. 아니, 맞다. 하는 말투나 행동이나 똑같다.

"뭐해~?"

한참을 녀석을 노려 보다가 방심을 한 사이 남주혁이 어느새 혜주의 코앞까지 다가와 코와 코를 맞대고 애교를 부리는 말투를 쓴다.

"저리 안 꺼져?"

"뭐?"

남주혁은 혜주의 거친 말투에 깜짝 놀라 뒤로 떨어져 나갔다.

"나 잘못 들은 거 아니지? 혜주야. 너 지금 나보고 꺼지라고 했어? 진짜로?"

와...

지금 내가 왜 혜주 몸에 들어와 있는지 이것보다 저 말도 안 되는 애교랑 몸을 배배 꼬면서 이상한 몸짓을 하며 토라지는  저 새끼가 역겨워서 죽을 거 같다.

내가 저 정도라고? 설마 쟤도 내가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이거 혹시 몰래카메라? 요즘 분장술이 그렇게 좋아졌다며? 나도 사실은 혜주로 분장을...

아니다, 아까 분명히 저 자식을 상대로 얼굴을 마구잡이로 잡아 뜯어봤었다.

아프다고 뒤로 자빠지면서 덕분에 여태 몰랐던, 아니,  알 리가 없던 나의 그  벌렁거리는 대왕 콧구멍을 발견했지.

많이 아팠나보다. 아직도 퉁퉁 부어 있는 남주혁의 얼굴을 보니 살짝 미안했다. 저 얼굴이 사실 내 얼굴인데...

근데 혜주의 얼굴을 꼬집기도 뭐 했으니...

아, 몰라.

일단 아직도 드레스 룸에서 지 바지를 찾는다고 집안을 초토화 시키는  저 자식부터 쫓아야겠다.

"어떤 바지 찾는 건데!"

"저번에 네가 산 핑크색 바지 있잖아."

"핑크색 바지?"

기억이 나려고 한다. 혜주가 얼굴색이 밝고 키 큰 나한테는 환한 색깔의 바지도 어울린다면서 사주었던 핑크색 바지.

근데...

그게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아냐, 남주혁이 너도 모르는데.
아니, 남주혁은 나지. 넌 지금 상황으로 봐선 아마도 과거의 나인 거 같고...

현재의 남주혁은 나라고!! 속으로 웨쳐대도 듣는 이 없고 믿을 사람 없을 거 같으니 일단 닥치고 바지를 찾아보자.

한참을 뒤져서 그래도 바지는 나왔다.

휘파람을 불며 옷을 다 입은 주혁이가 혜주를 마주 보며 포즈를 취한다.

"네 남친 멋있어? "

뭐라니... 쟤...

"김혜주~! 나 멋있냐고~"

주혁의 앙탈에 혜주는 안 내키지만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덤덤한 칭찬을 해주었다.

"어?... 어, 멋있네. 너 안 늦었니? 빨리 좀 나가줄래?"

"맞다, 민수가 9시까지 내려오라 했는데? 와, 10시가 다 돼가네!"

부랴부랴 물건을 챙겨서 현관 쪽으로 뛰어가던 주혁이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홱 돌아서더니 혜주한테로 뛰어갔다.

"쪽~~!!"

뭐라 방어할 새도 없이 혜주의 입술에 찐~한 뽀뽀를 한 주혁은 찡긋 윙크까지 날리며 현관 쪽으로 뛰어간다.  혜주의 귀에 꽂힐 만한 인사도 잊지 않고.

"저녁에 봐~ 김혜주. 사랑해~"

금방...

무슨 일이 일어난 거니??

"우웩~~~!!"

혜주는 미친 듯이 화장실로 뛰어가 변기를 붙잡고 헛구역질을 해댔다. 깊은 속 어딘가에서 참을 수 없는 급류가 치밀어 올라오는 듯 했다.

"아아아아아~~~~!!! "

이 더러운 기분이 뭐냐고. 내가 왜 저 자식이랑 뽀뽀를 해!!!!

"우웩~~"

누가 자기 자신이랑 입맞춤을 하냐고!!! 작가 누구냐!!  나와!!!

한참을 헛구역질을 하고 나서 침대로 돌아온 혜주는 생각이 많아졌다.

일단 이런 건 다 패스하고 가만히 보자... 내가 쓰러지기 전까지는 정확히 혜주가 살해되고 나서 하루가 지난날  10월 9일이었다. 그럼 지금은 며칠이지?

혜주는 급히 휴대폰을 찾아댔지만 웬일인지 폰이 그리 쉽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다 시선이 TV에 꽂혔다.

그래. TV가 있지.

혜주는 더 지체할 새 없이 리모컨을 꾹 눌렀다.

첫 화면에 뜬 건 거의 끝나가는 뉴스였다.

<이제 슬슬 여름이 다가오는 거 같습니다. 5월인데도 벌써 기온이 30도를 훨씬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가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더위에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많이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예를 들면...>

"..."

자막에는 5월 10일...

그래. 나는 정확히 혜주가 죽기 5개월 전, 나와 혜주의 과거로 왔다.

그것도 내 몸도 아닌, 혜주의 몸으로!!!

나 돌아갈래!라고 웨치고 싶지만 거울 속에 비춘 혜주의 얼굴을 보니 들떴던 마음이 차분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이 상황이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진짜 돌아가게 된다면…
혜주는 없다.

혜주는 거울 속 얼굴을 따라 손으로 그림을 그렸다.

나의 혜주… 난 네가 없으면 안 되어서 이렇게 오게 된 걸까.

[남주혁. 너 또 무슨 사고를 쳤어? 뉴스 이게 뭐야.]

[아. 그거? 지동우 그 새끼가 내가 지 싫어하는 거 알면서 자꾸 앞에서 약 올리길래  어깨를 툭 건드렸을 뿐인데 그게 하필이면 기자들이 봤네?]

[뭐? 그래서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촬영 중  배우들의 불화 고조* 라고 뜬거야?]

[ 기자 그 새끼들 한 건 했네.]

주혁이  혜주 폰 화면에 기사를 힐끔 보고는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내가 너를 어쩌면 좋니. 이 화상아~]

[걱정 마셔~ 김혜주.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알아서 처리하긴. 뭐 어떻게 할 건데?]

세상 태평한 주혁이가 답답한 혜주가 그의 어깨를 꽉 잡고 빨리 대안을 내놓으라고 시선을 맞췄다.

주혁은 자신의 어깨를 잡은 혜주의 두 팔을 살포시 잡아서 자기 어깨 위에 얹게 하고는 혜주를 번쩍 들어 올려 자기 다리 위에 앉혔다.

혜주는 이럴 때마다 그 귀여운 얼굴이 미간이 좁혀지며 심각해지는데 주혁은 이런 모습의 혜주를  보면 저도 모르게 관심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혜주가 주혁을 걱정해 주는 게 당연한 건데 말이다. 입가에는 매달린 미소는 워낙에 잘 생긴 그를 더 빛나게 해주었다.

[그러는 우리 혜주는 무슨 대안이 있을까?]

[이럴 줄 알았어. 사고만 치고 수습할 줄 모르는 허당!]

살짝 화난 모습의 혜주가 코끝을 올리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주혁의 얼굴을  밀어냈다.

“아아!”

“왜왜?”

주혁은 아픈 듯 얼굴을 싸쥐고 소리 질렀고 그에 바로 놀란 반응을 보이는 혜주의 모습에, 손으로 가린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는 게 보였다.

[너! … 진짜 아픈 줄 알았잖아!]

혜주가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엄살 아니야~ 저번에 액션신 찍다가 다친 게 아직 백 프로 안 나았단 말이야. ]

[그래? 어디 봐봐.]

입술을 삐쭉거리면서 볼을 잡고 있는 주혁이가 걱정되는 혜주는 그의 손을 밀쳐 내면서 뭐라도 육안으로 보이는지 빤히 쳐다보았다.

화장 하나 안 한 얼굴 피부는 여느 여자 연예인 못지않게 투명하고 빛나는 혜주. 오뚝한 콧망울. 크지도 작지도 않은 까만 눈동자에 가늘고 길게 드리운 속눈썹은 이 모든 조화를 알맞게 이루는 데에 정점이었다.

[혜주 네가 너무 좋아.]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주혁의 말에 혜주는 그런 주혁을 사랑스레 바라보다 그 아프다는 볼에 쪼옥 뽀뽀를 해준다. 그러고는 표정이 변하면서 본론으로 들어간다.

[지동우 라면 네가 NBC에서 주력하고 있는 서바이벌 예능을 하고 싶다고 부탁을 하던 애 아니야?]

[맞지. 그때 게스트라도 잠깐 넣어달라고 했는데 안 넣어줬지. 근데 그건 왜?]

주혁은 갑자기 지나간 일을 꺼내는 혜주가 이해가 안 갔다.

[지금 지동우 측에서 일부러 너 엿 먹으라고 조용한 거 봐. 싸웠는지 말았는지 입장 발표도 없잖아. 이대로 놔뒀다가는 너한테만 불리해질 뿐이야. 그 지동우, 이참에 서바이벌 예능에 다음 주 게스트로 넣자.]

[에이~ 싫은데…]

그건 별로 내키지 않는 주혁이가  입술을 삐쭉거리면서 거부하려고 하자 혜주는 그의 입술에 자기의 입술을 살포시 얹었다. 그러고는 속삭였다.

[같이 예능에 나가서 오해라고 해명만 하면 돼. 알았지?]

[…]

[알았냐고오~]

[알겠…]

알겠다는 주혁의 말이 끝나기 전에 혜주는 과감하게 그의 입술을 포갰다.

그의 표정만 봐도 이미 협상은 되었다는 걸 알고 있으니…

밤은 깊어지고 그와 그녀의 숨소리는 점차 거칠어져갔다.



지나간 나날들이 생각이 나 더욱 가슴이 아려지는 혜주는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전신거울에 비춘 자신한테 얼굴을 맞대고 끌어안았다.

나의 혜주… 너의 영혼은 그럼 지금 어디에 있는 거니.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딱딱한 거울에 얼굴이 따갑고 불편해지자 거울에서 떨어져 나간 혜주는 바로 현타가 왔다.

이게 뭐야…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과거로 가면 보통 상대방으로 가던지 다른 사람 몸으로 가더구만. 나는 왜 내가 보고 싶은 그 사람 몸에 빙의가 돼서 이러는 거냐고.

안고 싶어도 못 안게!

“하…”

또 깊은 한숨을 쉬면서 큰 침대에 털썩 누운 혜주. 짜증이 치밀어 올라 허공에 대고 헛발질을 정신없이 해댔다.

“짜증 나 짜증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지이이이잉~”

어찌해야 될지 몰라 미칠 지경일 이때 갑자기 어디선가 진동소리가 들려온다.

“어? 여기 있었네.“

한참 찾았었던 혜주의 휴대폰은 그녀의 베개 밑에 고스란히 있었었다.

왜 이것도 못 찾았지? 역시 나는… 뭘 못 찾는 데는 1등이지.

근데… 이거 누구지? 낯익은데?

휴대폰 화면 속엔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 떴다.

<심건희 여사>

심건희라면… 그 주변에 아는 사람이라곤 그 사람밖에 없는데? 근데 이 사람이 왜 혜주한테?!!

의문만 가득한 채 통화 버튼을 밀어버린 주혁이.

“야! 너 왜 이제야 받는 거야! 사람 속 터져 죽는 꼴 보려고 그러냐?!”

맞다. 내가 떠올랐던 그 사람.

귀청이 째지라 아우성치면서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드는 사람. 그 소리가 하도 거슬려서 주혁으로 하여금 속에서부터 쓰고 신물이 올라오게 만드는 이 사람!

엄마!

나랑 연락을 끊은 이 여자가 왜 혜주한테 연락을 하냐고!

“귀가 먹었냐? 김혜주!!”

전화기 속에선 상대방이 반응이 없자  더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댔다.

“당신이 왜 혜주한테 전화를 해?! 당신이 뭔데!!!”

“뭐, 뭐??”

“왜 나도 아닌 혜주한테 전화를 하냐고!!! 엄마!!!!”

당황해서 버벅거리는 심건희는 신경도 안 쓴 채 혜주는 전화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혜주야!

추천 (2) 선물 (0명)
IP: ♡.101.♡.215
Figaro (♡.136.♡.201) - 2024/01/11 23:10:15

감정이 급 고조 되면서....

모모커피 (♡.245.♡.209) - 2024/01/31 08:39:49

잘보구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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