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24회)

죽으나사나 | 2024.01.22 05:37:59 댓글: 0 조회: 160 추천: 3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42057
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24회)  불청객.

[야, 근데 우리 주혁이랑 만났던 그 룸바는 괜찮나 모르겠네.]

성현이의 말뜻을 모르겠다.

[무슨 뜻으로 말하는 거야?]

자기 본인 걱정을 하는 건가?

혜주가 언짢은 표정을 짓자 말실수를 했다는 걸 느낀 성현이가 어색하게 웃었다.

[야야. 미안. 그땐 룸 바에 우리밖에 없었는데 그건 괜찮겠네. 주혁이가 뭐 그럴 리도 없고. 그렇지? 지태야.]

괜히 지태한테 질문을 한다.

지태는 대답하고 싶지 않아 가만히 앉아있었다.


“너 언제 혜주랑 친했다고 동창 타령이냐?! 미친놈. 너 사실대로 말 안 하면 오늘 여기서 한 발짝도 못 움직여.“

주혁의 눈빛은 분노로 많이도 이글댔다. 오늘 지태한테서 진실을 듣지 못하면 진짜 꼼짝 못 하게 할 생각인 거 같았다.

지태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씨 X.



한편,
비린내가 진동하는  동쪽의 한 부둣가.

“형님. 이제 왔습니까?”

“어, 뭐 좀 갖다주느라.”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아랫사람으로  보이는 남자가 김상혁의 동생 정우를 발견하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배는 제시간에 도착한다던?”

“네. 곧 도착할 거랍니다.”

정우는  깜깜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바닷가를 향해 시선을 머물렀다.

“저 근데, 형님. 좀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

정우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남자는 주위를 의식하는 듯 정우의 귀에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으윽…!!!“

별로 호감이 안 가는 얼굴을 한 몇 명의 조직원한테 누군가 끌려 나왔다.

남자임에도 엄청 작은 키. 극도로 왜소한 몸. 고개를 들어보니 위로 살짝 째진 눈까지 겸한 이 사람은…

”이게 누구냐?“

삐딱하게 서있던 정우가 그 남자를 보고 피식 웃으며 다가갔다.

”이런, 그냥 조용히 따라오면 될 것이지. 반항을 하니까 그리 처 맞지.“

바닥을 긁는 쇠소리 나는 목소리다.
옆에서 그 남자의 팔을 꽉 잡고 있던 조직원 중 한 명이 그의 정강이를 차서 무릎까지 꿇려버렸다.

”최반장 아닌가? 여기서 이렇게 볼 줄을 몰랐네?“

최반장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정우를 치켜봤고 정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무릎을 꿇고 있는 최반장을  내리보았다.

“그냥 짭새 옷을 벗고 조용히 살면 목숨은 괜찮았을 텐데 말이지.“

“아까 남주혁이랑 커피숍에 있는 걸 보고 네가 바로 내가 놓쳤던 마* 거래하던 놈이라는 걸 알았는데 어찌 그냥 무시하겠냐.”

목숨을 거들먹거리자 최반장이 피식거렸다. 조금 있으면 경찰들이 대거 들이닥칠 거니 이런 협박 같은 말은 우스웠다.

“아, 믿는 구석이 있나 보네? 근데 어쩌지? 그 짭새들 안 올 건데.”

“…!!!”

정직을 당하고 나서 최반장은 사실 매일같이 주혁의 뒤를 밟았다. 쫓아다니면 뭔가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거 같았고 그래서 쫓다 보니 오늘 주혁이랑 만나고 있는 정우를 보았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얼굴. 머리를 굴리고 굴려 떠오른 게 자신이 몇 개월 전에 놓쳤던 마* 조직원의 한 놈이란 걸 알았다.

지체없이 주혁이보다 정우의 뒤를 밟았다. 여기에 도착하고나서 바로 영태한테 문자를 보내 사람들 데리고 오라고 했다. 이제 거의 올 시간인데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안 올 거라고? 분명히 알았다는 정태의 문자까지 받았는데.

“면상을 보니 아직도 못 믿는 거 같네?”

정우가 생쥐같이 작은 눈을 부라리는 최반장을 보며 피식 거렸다.

“강영태.“

정우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최반장의 이글거리던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내가 강 형사 이름을 어떻게 아나 싶지?“

”…“

”우리가 저번에 어떻게 미리 철수할 수 있었게?“

정우가 대놓고 비아냥거렸다.


뭔 소리지. 이게?

설마…

최반장은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도 없었다.

그러든 말든 정우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최반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는 입꼬리를 쓱 올리며 입을 다시 열었다.

“그때도 강 형사보고 서에 전화하라고 했다며? 왜 그때 강 형사가 서에 연락을 못했다고 했는지, 생각은 안 해봤어?”

최반장과  영태가 오랫동안 같이 쫓던 마* 조직이 있었다. 그날도 오늘처럼 거래가 있는 날이었고 최반장은 놈들을 놓칠 세라 자리를 지키며 영태 보고 서에 연락을 하라고 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누구도 안 왔고 최반장 혼자서는 감당을 할 수가 없어서 깜빡하고 안 갖고 왔던 폰을 찾으러 주차장에 갔었다.

서에 연락을 하고 다시 그 자리로 오는 게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는데 돌아왔을 땐  놈들은 다 튀고 영태만 배를 끌어안고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영태말로는 서에 연락하려고 자리를 옮겼다가 놈들이랑 마주쳤고 경찰이라 의심한 그놈들이랑 싸우다가 갑자기 웬일인지 다 도망가 버렸다고 했다. 그때쯤에 마침 최반장의 연락을 받았던  경찰차들이 수두룩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미 사라진 놈들은 어디 가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근데, 지금 저놈이 어떻게 영태를 아는 것인가 그거다.

"하. 이제야 좀 믿나 본데? 이제 슬슬 불안해지겠네. 난 오늘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뭐 이런 생각?"

정우는 힘을 많이 준 것도 아닌, 그렇다고  안 준 것도 아닌 두꺼운 손바닥으로 말이 없는 최반장의 얼굴을 조롱하듯이 찰싹찰싹 내리쳤다.

"강형사가 우리를 많이 도와주고 있긴 하지. 아, 근데 너무 억울해 하지 말아. 당신네 위 서장도 뭐 그리 좋은 놈은 아니니까. 우리 형이 거기 교도소에 있는 동안은 안전을 책임져 주겠다더니 그렇게 허무한 사고가 터지니. 그 서장도 이제 버릴 패인 듯."

서장까지? 귀에 정확히 들려온다. 무슨 얘기인지. 근데 생각지도 못한 얘기라 차마 믿을 수가 없는 것뿐이었다.

"최반장이 뭘 잘 모르고 있는 거 같길래 이렇게 구절구절 알려주긴 했지만 이야기는 이제 이만하고, 오랜만에 내 소중이가 좀 일을 해야겠네."

자리에서 일어난 정우가 뒤에 서있던 조직원한테 눈치를 주자 바로 어딘가로 사라진다.

최반장을 잡았던 조직원은 그의 팔을 놓았고 최반장은 힘이 풀려 두 손을 바닥에 짚었다.

[반장님. 저는 돈 걱정 없이 살려고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근데 이 공무원이란 게 참 웃긴 게 내 배를 곯게만 안 하지 큰돈은 못 번다 이겁니다. 집에 아픈 어머니와 아직 어린 동생을 보면 이 경찰 짓도 할 게 못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전 언젠가 영태가 했던 말이 떠올랐고 마* 조직을  허탕 친 이유가 말은 그래도 경찰이란 직업에 대한 포부가 컸었던 영태 때문일 줄은 죽어도 몰랐다. 10년 넘게 갖다 바친 경찰이란 이 직업이 이렇게 하찮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돈이나 권력 앞에선 아무것도 아닌 이 자리. 허탈했다.

"최반장. 설치고 다닌 본인을 탓해."

머리를 푹 숙이고 있던 최반장이 섬뜩한 정우의 한마디를 듣고 고개를 들었을 땐 그의 손엔 이미 왠지 핏기가 서려있는 듯한 야구방망이를 보았다. 정우는 여전히 살벌하게 웃고 있었고 그걸 본 최반장의 얼굴이 파래져갔다.

"퍽!!"

둔기가 최반장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털썩."

최반장의 놀란 눈동자는 괴상망측하게 커지고 비명소리도 제대로 못 낸 채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그렇게 둔기는 쓰러진 최반장의 몸에 몇 번을 더 힘차게 두드려지고 아예 뻗어버린 그를 확인하고 나서야 빨갛게 물든 방망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이 짭새 어떻게 처리할까요?"

최반장의 생사를 확인한 조직원 중  한 명이 물어왔다. 정우는 최반장을 힐끔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마침 선착장에 들어오고 있는 배를 바라보았다.

"갈 때 데리고 가라고 해. 깊은 그곳에서 잠들어야지."

섬뜩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정우를 보며 조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

진짜 뭐라도 수확이 있어야 갈 자식이다. 지태의 집에서 정적이 흐른지  벌써 1시간이 지났다.

지태는 휴대폰에 시간을 확인하고는 아까부터 시선을 바깥에만 두고 있는 주혁을 힐끗 쳐다보았다. 혜주랑 했던 얘기들을 기억에 다시 담아보았다.

[유지태. 너 생각을 똑바로 해. 그 동영상을 갖고 주혁이한테 가면 주혁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려줘?]

[야, 김혜주. 그럼 나보고 어쩌란 소리야! 협박하는 새끼가 누군지 모르는 판에 내가 이걸 그냥 갖고 감상이나 하고 있으라고??]

[알아. 내가 좀 더 알아볼게. 내가 잘 알아볼게. 왜 거기에까지 영상이 찍혔는지. 너 이대로 주혁이를 찾아간다고 해결될 게 아니야. 내가 장담하는데 주혁은 절대 아니야.]

혜주가 죽기 3일 전쯤인가, 둘이서 만난 적이 있었다.

마지막 패를 기다리자 해서 기다렸는데 한동안 조용하던 지태한테 문자가 한통 왔다. 동영상과 함께 메시지도 같이.

<3일 뒤 전화한다. 돈은 준비하도록.>

동영상은 주혁이네를 만났던 룸바에서의 동영상이었다. 주혁이가 도착하기 전 먼저 흡입하고 있던 장면이 찍혀있었고 주혁이가 룸에 들어오는 장면은 끊었는지 없었다.

[난 솔직히 네가 시간 끄는 걸로 밖에 안 느껴져. 내가 널 믿을 수 있을까? 김혜주.]

서늘해진 지태의 표정에 혜주가 기나긴 속눈썹을 내리깔더니 지태를 다시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일단 나한테 맡겨.]

그렇게 말하던 혜주가 연락은 없었다. 그래서 브로커를  통해서 알게 되었던 그녀의 오피스텔로 무작정 찾아갔었다.

찾아갔는데...

"유지태. 이렇게 서로 대치할 상황이 아니야. 말해봐. 왜 혜주네 집으로 갔었는지."

그날 일을 생각하던 지태의 흐름이 끊긴 건 갑자기 입을 연 민수 때문이었다.

"네가 죽인 게 아니라면 말 못 할 게 뭐가 있는데."

민수는 답답해했다.

"USB 때문이었어."

겨우 그날 간 목적에 대해 입을 연 지태의 말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USB 라니?"

이때 갑자기 현관문이 벌컥 열리더니 몇 명의 검은 양복을 입은 자들이 신발을 신은 채로 들어왔다.

”유지태 씨. 시장님께서 찾으십니다. 가시죠.“

그중 한 명이 목소리를 깔고 한마디를 하자 뒤에 여러 명이 더 들어와 지태의 팔을 잡았다.

”뭐, 뭐 하시는 거예요!“

”당신들 뭐야!“

놀라서 뒷걸음치는 지태와 갑자기 들이닥친 불청객이 몹시 불쾌한 주혁이가 앞을 막아서며 소리를 질렀다.

“끌어내.”

이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 일당들은 대장으로 보이는 그놈 말이 떨어지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지태를 못 가게 막으려는 주혁과 민수의 앞에 두 명씩 들러붙었다.

바로 지태를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들의 난투극이 벌어졌다. 싸움을 전문으로 하던 이들과 상대가 안 되었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싶은 주혁이었다.

두 명씩 들러붙으니 서로 누구를 도울 새도 없이 방어하기에 바빴다.

시간을 끌다 어느새 두 놈에 의해 현관문으로 질질 끌려가는 지태를 발견한 주혁은 날아오는 주먹을 못 본 채 거기에 정신이 팔렸다.

"윽..."

정통으로 맞았다.

한번 흔들려 비틀거리니 여태  헛손발을 내밀던  두 놈이 그제야 미친 듯이 가격을 하기 시작했다.

정신이 몽롱해졌다.

아니야... 지금은 아니야...

버티려고 했던 몸은 속절없이 쓰러졌다. 민수의 부르짖음이 희미해졌다.

한편, 갑자기 들이닥친 놈들은 밖으로 끌려 나온 지태를 거의 물건을 쑤셔 넣다시피  고급 세단 뒷좌석에 밀어 넣었다.

"하..."

지태는 짜증이 가득 한 얼굴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갑자기."

언제부터인지 조수석에 앉아있는 비서실장 조규태를 발견한 지태가 쏘아붙였다.

"시장님의 지시였습니다. 저희는 남주혁의 뒤를 밟고 있던 중에 여기로 들어오는 걸 봤고, 지태 군을 끌어내오라는 시장님의 금방 내린 지시였습니다."

조규태의 감정이 하나도 안 느껴지는 덤덤한 대답에 화로 울긋불긋 해졌던 얼굴이 금방 어둑해지며 숨을 죽이는 지태였다.

젠장...

"지태 군한테 불리한 말은 안 했지요?"

조규태가 뒷좌석으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아, 안 했죠..."

지태는 온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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