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물 ---- [3편]

진달래8 | 2023.06.14 11:23:32 댓글: 4 조회: 3908 추천: 5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4479403
내가 집을 떠나던 해 ,
자식 둘을 어엿하게 키워 바깥 세상으로 내보내셨던 부모님은
집안에 흐르는 적적함을 못이겨 두분이서 결국 함께
방문 취업 비자로 한국행을 선택하셨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가 만들어 준 보금자리에서 벗어나
나는 홀로 자기만의 보금자리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고
생각보다 쉽지 않은 모든 것에 불안해하고 방황하고 치이면서
하루하루 사회경험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아버지, 어머니는 타향에 있는 딸이 걱정되어
전화 통화 하실 때마다 입버릇처럼 꼭꼭 당부하시는 말씀이 있으셨다.

[친구들 돈 꿔주지 말고, 친한 사람들과 돈거래 하지말고, 아무나 쉽게 믿지 말라]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어쩌면 나를 이렇게도 잘 아셨는지...

우리는 흔히 어른들이 해주시는 년륜이 묻은 충고에 공감할수가 없었다.
그것은 우리가 몸소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였기 때문에
어떤 상황인지 예측 할수도 없거니와 더구나 서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늘 몸소 시련을 겪어낸 후에야 뼈저린 후회와
그 조언들의 참뜻을 알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과 시련도 조금씩 조금씩 다가왔더라면
덜 힘들었을수 있겠지만 현실 생활은 정 반대로 한꺼번에
약속이나 한듯이 거세찬 파도처럼 몰려오곤 했다.



낮에는 출근하고
저녁이면 2~3시간씩 한국애들 중국어 과외를 해주면서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11시 넘게 집으로 돌아 오는게 나의 하루 일상이였다.
무더운 폭염때라 몸은 힘들었지만 열심히 뛰여 다닌 보람으로
사회생활 한달만에 월급과 과외비로 만원 가까이 벌었다.
처음으로 번 돈인만큼 나에겐 의미가 남달랐다.

부모님 두분다 한국 가시기 전이라 젤 먼저 소비돈부터 보내드렸다.
그리고 아버지는 매일과 같이 전화하여 확인하는 나의 끈질김에 못이겨
오래 묵여두셨던 애물단지 이발을 치료하셨다.

그리고 한달간 고생한 자신에게는 위로상이라도 줘야지 싶어
평소에 눈여겨 봤던 컴퓨터와 디지털 카메라를 살가 고민하던 와중에
생활비도 몇푼 남기지 않은채 통째로 사기 당하고 만다.
남의 고통을 보듬어 주려고 내민 손길이였지만 오히려
인간의 탈을 쓰고 가면뒤에 숨은 악령을 미처 보지도 못한채
쉽게 줘버린 믿음으로 악재를 자청한 것이였다.

세상이 무너질것만 같은 그 절망스러운 기분도
그때에야 비로서 처음 느껴보게 된다.
감히 집에서 걱정할 아버지, 어머니한테는 말도 못한채
며칠 혼자서 월세를 맡은 작은 방에서 통곡해야 했다.

<띠리링~ 띠리링~>

흑백 전화기 화면에 아버지 이름이 뜨신다
자주 전화를 하시지 않는 분이셨는데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쌍둥이들에게 흔히 존재한다는
텔레파시란것이 있었나 싶다.

더구나 갓 나온 도시에 마땅히 찾을 사람도 없어
혼자서만 끙끙 앓고 있었던 상황이라 아버지 이름을 보니
꾹 참았던 눈물이 또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아버지한테 울면서 하소연을 했지만 긴 한숨만 들릴뿐
아문 얘기도 하시지 않으셨다.

매일 짐싸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하시는 어머니와
비싼 수업을 받았다고 겪어봐야 안다고 하는 냉정한 아버지 사이에서
결국엔 혼자만의 싸움을 시작했다.

그해 12월은 유난히도 힘들었다.
금전적 사기도 당해 앞이 캄캄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월세집까지 털려
가져갈것이 어찌도 없었으면 도둑이 선풍기며, 땐츠루며, 밥가마 가전제품에
내가 포석 조명희 문학제에서 대상 받아 선물 받은 pmp 까지 가져간것이다.
그안엔 메모리 카드처럼 나의 모든 작품과 추억과 자료들이 저장되어 있었다.
텅빈 집안을 보면서 눈물이 아닌 웃음만 나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같이 설던 언니가 깜짝 놀라
여러 충격에 내가 미쳤는줄 알았단다.

<언니...어째 슬프지 않음다. 세상이 나를 살지 말라고 못살게 굴면 굴수록
어째 더 악착같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듬다. 하하하하 >

<니 이래지 말라. 무섭다...울고 싶으면 울어라 제발 >

<아임다. 언니. 울지 않겠음다. 두고보쇼. 이러면 이럴수록 내 더 잘 살아 보겠음다>

집이 털린지도 일주일
집까지 털리고 나니 쓸데없는 걱정을 더 할것 같아 부모님께는 감히 말은 못한채 혼자 이겨내려고 했다.

연해도시에 나왔지만 그렇게도 좋아하던 바다를 본적이 없었다.
여러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들이 닥치면서 나는 조용히 혼자 바다를 찾았다.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자신을 자책하기 시작하고 막막하기만 한채 뛰여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다물에 발을 담그고 걸어 들어가는데
저 멀리에서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면서 모래사장으로 온다.
그러다가 다시 바다로 천천히 밀려 들어간다
나는 바다로 향했던 발걸음을 뒤로 돌려 모래장으로 왔다.
거기에 조용히 앉아 연필을 들고 일기장에 한마디를 적어 내려갔다.

"거세게 몰아치던 파도도 모래 사장을 전부 삼키진 못하고
다시 유유히 바다로 밀려 들어간다.
그래.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시련도 파도와 같은거야.
내가 견딜수 있을만큼. 내가 이겨낼수 있을 만큼일거야.
힘내자. 영 "


나는 원래보다 더 열심히 뛰여다녔다.
그리고 가장 넘기 힘들었던 벽은
나에게 다가오는 각가지 시련때문이 아닌 사람 때문이였다.

서로의 쓸데없는 자존심과 오해와 어리숙함으로 나는 10년지기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등을 돌렸다.
10년 가까이 극진히도 서로를 아꼈지만 금이 가기 시작한 도자기는
다시 붙혀봤자 붙힌 흔적들이 남는것처럼 우리는 극과 극에 치달았다.
내가 가장 힘들었을때 도움이 필요했을때는 친구는 냉정하게 외면했다.
B형 소유자인 털털하고 있는 그대로의 남의 상처를 받던 말던 상관하지 않고 말하던 그와
A형 소유자인 소심하고 참을성이 강하며 쉽게 내색내지 않는 나는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진정한 친구라면 싸움도 해봐야 한다지만
태권도 유단자였던 친구는 도를 넘어 쌍소리와 함께
나한테 손찌검에 돌려차기 발까지 휘두르고 있었다.
부모님한테도 받아보지 못했던 "대우"였다.
10년지기 친구를 잃은 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가장 오래 그리고 깊이 갔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용서해야 할지도 모른채 허우적 거리기만 했다.

돈으로 잃은 친구들도 많았다.
힘든 사정 얘기하기에 꿔줬지만
아예 나중엔 연락도 하지 않고 연락해도 받지도 않고
그리고 시간 지나면 없는 번호라고 뜬다.

사람이 점점 무서워 지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사랑한다고 나와 같이 살겠다고 고백하면서 다가온 남자가 있었다.
이미 남자친구가 있다고 거절까지 했지만
내가 내리는 지하철에 숨어 집까지 몰래 따라와 집주소를 알았고
밤새 집부근에 숨어 출근시간에 맞춰 나온 나의 뒤를 밟아 회사까지 미행했다.
그렇게 얻은 집주소와 회사주소로 자기랑 같이 살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해온다.
전화번호를 바꾸면 메일로 협박하고, 메일을 차단하면 싸이월드에 들어와 협박한다.
나중엔 친구들 싸이까지 돌아다니면서 협박한다.
여자 몸으로 무섭지 않았다면 거짓말일것이고
내가 유일하게 할수 있는 방법은 무시였다.
나중엔 집가는 길 조심하라는 등 말도 안되는 온갖 협박을 다 해올떄도 어디서 나는 용기였던지
<그래 죽여버려. 내가 이 자리에 꼼짝않고 있겠으니 죽여바라> 라고 한마디 날렸다.
나중엔 그 남자도 지쳤는지 시작도 하지 않은 나를 이젠 놓아준단다.
하지만 그로 인한 후유증은 한동안 나 자신을 무척이도 괴롭혔다.
문소리만 나도 겁이 났고 지하철이나 집가는 길에
누군가 같은 방향으로 뒤를 따라와도 미행인가 싶어 정신이 곤두섰다.

상처받고 상처주는 세상에서 나는 점점 사람이 싫어졌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도 못한 채
사람에 대한 모든 맘을 꽁꽁 닫아버리고 말았다.
특히 사랑과 우정에 대해서도

그렇게 혼자 2년 넘게 회사와 집을 반복해 오다가
친구의 남친 소개 받는 자리에
글쎄 매일과 같이 나의 싸이월드에 방문하여 방명록 남기고 선물 남겼던
그분이 친구와 같은 회사 동기라는 것이였다.
우연인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지
그렇게 그는 나의 생활에 스며들기 시작했고
어느날 갑자기 친구를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면서 가장 우울함에 빠져 있을떄
타이밍처럼 아무도 받지 않았던 전화를 그 사람만 받으면서
내가 있는 도시로 달려와줬고 그 타이밍에 닫힌 ㅣ문이 다시 열리면서 우리는 사랑을 시작했다.

1년 교제를 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에
나는 과감히 3년 남짓 지켜온 도시를 떠나 그가 있는 도시로 가게 되었다.
사귄지 3개월 되던 날 그가 고백해온다.
본인에겐 장애를 가진 부모님이 계시다고 했다.
혹시나 그게 문제가 될것 같으면 떠나도 된다고 하는데 나는 그에게 답했다.

<부모는 니가 선택할수 있었던게 아니잖아
내가 선택한건 너네 부모님이 아니라 너니깐.
나도 감당할수 있을지 겪어보지 못해서 답은 못하겠지만
너와 함께 한다면 충분히 이겨낼수 있을거 같아. >

그때는 결혼이 둘만의 일이 아닌 두 가정의 일이란 걸 난 알리가 없었다.
나는 내가 감당하면 된다고 생각했지 나의 부모님까지 이 문제를 감당할건 없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던것 같았다. 그게 결국엔 화근이 되어 좁고 좁은 고향에서
결국엔 이 사실이 어머니 귀에까지 들어갔고 함께 한지 3년이란 시간이 지나
결혼 임박에 가까울 무렵이라 어머니는 혼수로 비단이불이며 한복까지 맞춰 놓은 상태였다.
그때까지도 나에게 직접 듣지 못한 그 집 사정에 어머니는 큰 배신감을 느끼셨다.

<넌 앞으로 내 딸이 아니다> 라는 말 한마디에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았지만
또 내가 선택한 사람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나는 엄마와도 등졌다.

그 힘든 시기 유일하게 온도 유지를 하고 계신건 아버지셨다.
어머니와 나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하면서 타향에 있는 나를 걱정 시키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쓰셨다. 그해 나는 엄마가 집에 다시 오지 말라고 하는 불호령에도
무거운 마음을 안고 사죄하러 갔고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말의 의미를 알았다.

그렇게 우리를 이듬해 결혼을 하게 되였다.
결혼은 신부를 위한거라고 하는데 나의 결혼식은 좀 다르게 하고 싶었다.
호화로운 웨딩사진 대신 부모님께 웨딩사진을 찍게 해드렸고
다이야몬드가 아닌 천원미만 커플링으로 대체하고 그 대신
부모님 앞으로 금시계와 금목걸이를 준비했다.
신부만을 위한 결혼식이 아닌 20몇년간 키워주신
부모님께도 주인공이 될만한 결혼식을 선물 드리고 싶었다.

결혼식 날, 울지 않기로 절대 울면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신부 부모님이 인사 할 때... 아버지를 보면 울컥 눈물이 쏟아질것 같아
친구의 조언대로 아버지의 양말과 구두만 뚫어져라 봤다.
나중에 비디오가 나오고야 다시 봤는데 아버지가 글쎄 결혼식 내내 눈물을 훔치셨다.

<아버지 왜 내 결혼식에 저렇게 서글프게 우셨음가? 시집 간다고 좋아서 우셨음가?>

<내 딸의 선택은 존중해줬는데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면서
평생 고생할거 생각하니 불쌍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 >


내가 본 아버지의 3번째 눈물이셨다.
항상 인생의 멘토인 아버지는 딸의 앞날을 응원하면서도 지극히도 아끼시는 그 맘에
내 딸이 사랑을 더 받아야 할텐데 상처라도 더 받을가봐 걱정하면서 흘리셨던 눈물이셨다.
그렇게 아버지는 모든 사람이 나에게 등을 돌릴 때도 내 편이셨다.
어쩌면 내가 전 우주를 통 털어 믿는 유일한 남자였기도 했다.

================================================

3편 후기, 2014년을 계속하여 쓰다 만 글을 다시 이어가는 중입니다.
유일하게 아버지에 대한 기록이며 나의 인생사이기도 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로즈박님이 100포인트 선물하셨습니다.
추천 (5) 선물 (1명)
IP: ♡.121.♡.216
달나라가자 (♡.62.♡.171) - 2023/06/15 07:41:19

4편 기대합니다~

진달래8 (♡.121.♡.216) - 2023/06/15 13:50:55

다음편이 마지막편이 될것 같습니다.

로즈박 (♡.91.♡.116) - 2023/06/21 06:48:30

참 파란만장하시네요..
어쩜 이런 착한분한테 여러가지 시련을 겪게 만드는군요..
잘 이겨내셧으리라 믿어요..

진달래8 (♡.121.♡.216) - 2023/06/22 12:43:59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시엔 시련이였지만 지금은 좋은 경험이 되였네요.

22,943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3037
단차
2023-12-13
4
524
죽으나사나
2023-12-13
2
348
죽으나사나
2023-12-13
2
337
원모얼
2023-12-10
2
486
원모얼
2023-12-09
3
421
죽으나사나
2023-12-08
3
354
원모얼
2023-12-07
3
484
죽으나사나
2023-12-07
4
367
죽으나사나
2023-12-06
3
287
여삿갓
2023-12-06
5
651
죽으나사나
2023-12-05
4
403
죽으나사나
2023-12-05
4
542
원모얼
2023-12-05
4
473
여삿갓
2023-11-24
2
828
단차
2023-11-23
3
556
단차
2023-11-23
2
334
단차
2023-11-22
2
340
단차
2023-11-22
2
266
단차
2023-11-21
2
350
단차
2023-11-21
1
234
여삿갓
2023-11-20
0
585
단차
2023-11-20
1
275
단차
2023-11-20
1
358
봄날의토끼님
2023-11-19
3
726
여삿갓
2023-11-19
2
623
단차
2023-11-19
2
361
단차
2023-11-19
1
267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