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탐내도 될까? (60회)

죽으나사나 | 2024.04.11 06:16:12 댓글: 0 조회: 183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60042
너를 탐내도 될까? (60회) 왜 울고 있는지 나한테 설명해 줄래요?​
당신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마음이 조급해진 기혁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금 알아낸 주소로 하정이네 집 앞으로 갔다.
거기에 있을 리가 없다는 걸 알지만 혹시나 김재중 그 새끼가 하정이 휴대폰을 훔치고 그런 쇼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상상도 했던 터라.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만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대도 집에는 아무도 없는지 조용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진짜 하정이가 납치를 당했다는 생각을 한 건,
집 아래 주차장에 대충 세워져 있는 하정의 차를 발견한 뒤였다.
그녀의 차 뒤 범퍼가 눈에 띄게 찌그러져 있었고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 대충 짐작을 했다.
김재중이 일부러 접촉사고를 냈을 수도 있겠구나.
별안간 이상한 상상들로 둔탁하고 뻐근해진 가슴과 함께 온몸에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는 고통이 동반되었다. 
또 저 자신 때문에 곤경에 빠지고 힘들어할 그녀를 생각하니 죽을 맛이었다.
어디를 가야 하지? 어디에 있을까?
위치 추적을 요청했지만 아직 찾았다는 소식이 없었고 지금 이 시점에서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은 기혁이가 괴로움에 자신의 가슴을 꽉 움켜잡았다.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제발...
제발 아무 일이 없어야 할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저 자신은 평생 제정신으로 못 살 거 같으니.
제발 아무 일 없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지이이이잉."
손에 웅켜 쥐었던 폰에서 진동이 울리자 급하게 화면을 확인할 새도 없이 전화를 받았다. 위치 추적을 했다는 전화라고만 생각했다.
"하아... 하아..."
그러나 휴대폰 너머 이한의 목소리는 없었고 누군가의 헐떡이는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기혁이가 폰 화면에 떠있는 그 이름을 확인했다.
<윤하정>
하정이 폰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 대표...님. 하아..."
"윤하정 씨???"
두 눈이 번쩍 뜨이면서 기혁이가 가쁜 숨을 돌리며 끊기 듯이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딥니까? 윤하정 씨!"
기혁이 급하게 다그쳤다.
"저... 그자가 잠깐 자리를 비운 틈에 뛰쳐나왔는데 여기가.... 하아, 어딘지 잘 모르겠어요. 한적한 곳인데 지금 뛰고 있어요. 하아... 걱정하실 까봐 지금 전화를 드리는 .... 하아... 거예요."
얼마나 정신없이 뛰고 있는지 말하면서 그냥 끊겼다.
"최대한 몸을 숨기고 있어요. 금방 찾아갈 거니까 폰을 꼭 갖고 있고요."
기혁의 다급했던 목소리가 조금 수그러들고 긴장하고 있을 그녀를 다독였다.
"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저 지금...."
하정의 목소리가 갑자기 끊겼고 그와 동시에 전화기 너머에는 귀가 째질 듯한 자동차 바퀴 마찰음이 들리며 삽시에 고요해졌다.
"윤... 하정 씨?"
조심스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하정은 답이 없었다.
"윤하정 씨!!!"
답이 없는 전화기에 대고 혼이 나가버린 기혁이가  울부짖었다.
살면서 한 번도 없었을 극도의 불안감이었다.
이대로 영영 그녀를 못 볼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B 대학 병원.>
탁, 탁, 탁.
기나긴 병원 복도로 둔탁한 구둣발 소리를 내며  기혁은 빠른 속도로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드르륵, 이라는 부드러운 문 열림이 아닌, 기혁에 의해 병실 미닫이문이 거의 떨어져 나가라 거칠게 벌컥 열어제쳤다.
간호사가 이제 막 수액이 들어간 환자를 확인하고 돌아섰다가 거친 숨을 들이쉬는 기혁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이 환자분 보호자 되십니까?"
맥없이 축 처져 누워있는 하정에게 동공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떨고 있는 기혁을 향해 간호사가 물어왔다.
"... 네."
답을 하면서 하정의 옆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다행히 차에 치인 게 아니라서 크게 다친 데는 없고 갑자기 앞에 나타난 차량 때문에 놀라서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한 듯싶어요. 좀 있으면 깰 거예요.”
큰 몸을 제대로 못 이기고 비틀 거리는 기혁을 힐끗 보던 간호사가 안심하라는 듯 몇 마디를 하고 병실을 빠져나갔다.
진짜 다행이다.
윤하정...
유심히 살펴본 그녀의 뺨에 작은 상처가 있었다. 
어디가 이상한 점은 없는지 조용히 누워있는 그녀를 더 자세히 살폈다.
얼굴엔 그 상처 말고는 더 없는 거 같았다. 
얼굴에 이어 천천히 아래로 시선이 닿은 곳은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지만 삐쭉 튀어나온 그녀의 팔이었다. 조심스레 그 팔을 잡았다.
팔뚝에서부터 그 끝으로 눈길이 더 내려갔고 그 가늘던 손목이 발갛게 부은 걸 보고는 한층 더 가슴에 둔탁한 통증을 느끼며 기혁이 이마가 좁혀졌다.
투둑,
기혁이 괴로운 그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와 그녀의 팔에 툭 하고 떨어졌다.
부은 손목을 피해 잡은 그가 감은 제 눈에 그녀의 팔을 갖다 대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큰일을 당할 뻔했던 하정이가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걸 이렇게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음에도 북받쳐오는 감정은 누를 수가 없었다. 자고 있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못 깰까 봐 두려웠다.
이대로 깨워야 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조급해졌다.
무거운 눈꺼풀이 한없이 파르르 떨렸다.
많이도 무서웠을 텐데 도망을 가면서도 내가 걱정을 할까 봐 그 와중에 전화를 했고 그런 그녀에 안심을 하려던 차에 전화기 너머는 조용했었다.
미쳐 돌아버릴 것 같아 전화기에 대고 고래 고래 소리를 질렀고 얼마 안 지나 그녀의 앞에 나타났던 차량 주인일 거 같은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차에 치인 건 아닌데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일단 병원에 데려갈 테니 그쪽으로 오라고 했다.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 모르겠다.
다른 차량의 클락션 소리를 수도 없이 들으면서 병원까지 미치게 돌진했다. 
"... 대표님?"
낮고 조금 쉰 목소리가 기혁이 귓속에 흘러들어왔다. 두 눈을 꼭 감고 흐느끼고 있던 기혁을 부른 건 인기척에 정신이 든 하정이었다.
누군가에 잡힌 손은 흠뻑 젖은 느낌이라 뭔가 싶어서 피곤한 두 눈꺼풀을 겨우 들어 올렸다.
뭐지...
잘못 본 건가.
권 대표가 왜 제 앞에서 저리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거지.
눈을 둬 어번 더 껌뻑이다 안 되겠다 싶어서 그를 불렀다.
고개를 든 그가 나를 바라본다. 깊고 짙은  눈동자가 무엇 때문에 많이도 슬픈지 축 처져있었다. 그는 말이 없었고 평소 그 단단하던 두 눈에서 눈물이 투둑 하고 연신 떨어져 내렸다.
하정은 의아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침에 일어나고 폰을 확인하니 오늘 태국으로 돌아간다는 엄마의 문자가 와 있었다. 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번호로 나왔고 엄마가 저한테 하던 태국 번호에도 했는데 연락이 안 되었다.
그래서 지체 없이 밖에 나섰다.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엄마를 찾으려면 일단 무작정 공항으로 가야 했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한테 심기가 뒤틀려서 몇 마디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고 바로 돌아가는 엄마에게 저 자신도 같이 가자고 할 참이었다. 아프다는 아빠를 만나보긴 해야 했으니.
이제 금방 차를 빼려고 하는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뒤 범퍼를 박았다.
올라오는 짜증이 누르며 차에서 내려서 확인하려고 하자 상대 차량에서 먼저 내린 남자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한숨을 쉬며 급하게 가볼 데 있으니 됐다고 전화번호만 받으려고 했다.
그러고...
뭔가의 향을 맡았고 머리가 어지러웠고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그때 쓰러진 거 같았다.
[뭐, 권 대표가 아끼는 여자를 나락으로 보내고 감방 가는 거라면 그것도 괜찮지.]
접촉사고를 냈던 남자의 기분 나쁜 음성이 점점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권 대표?
비스듬히 눈을 뜨고 멀지 않은 곳에서 제 폰으로 통화를 하는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음산한 기운이 도는 주변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통화에 정신이 팔린 남자는 내가 정신을 차렸다는 걸 눈치 못 채고 있었다.
[100억.]
100억? 
낄낄대는 그 입에서 돈 얘기가 나왔다. 
권 대표, 100억? 
저 자신은 말을 할 수가 없게 입에 청테이프가 붙여져 있었고 다리에도 테이프가 칭칭 감겨있었다. 의자에 포박 당한 채로 등받이 뒤로 묶인 손에도 아마 청테이프가 감겨있겠지.
납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는 나를 미끼로 권 대표한테서 돈을 뜯고 있다는 건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떡하지?
살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생각하며 통화가 끝난 건지 제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그의 움직임에 저도 모르게 바로 두 눈을 감아버렸다.
정신을 못 차린 것처럼 숨을 죽이고 조용히 있었다. 남자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저를 살피던 남자는 입으로 쯧 하는 소리를 내더니 바닥에 침을 뱉는 거 같았다. 바닥에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금세 기분이 좋은지 킥킥거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거 이거 원, 이렇게 쉽게 100억을 손에 넣는다고? 여태 난 뭐 하고 살았나 싶네.]
연신 낄낄대던 그가 신음 소리 한번 내더니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하정은 한쪽 눈만 빼꼼 치켜들었다.
시야에 사라지려는 마지막 순간에 배를 끌어안고 나가는 남자를 보니 화장실이 급해 보였다.
큰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하정이가 주위를 더 살폈다.
폐건물인지 여기저기에 정체 모를 빈 약품 통들이 뒹굴고 있었고 박스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아까 눈을 감았을 때 들렸던  그 소리는 하정이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였나 보다.
하정이랑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녀의 폰이 바닥에 버려져 있었다.
그러나 의자에 묶여있는 지금은 그 가까운 거리에 있는 폰을 만질 수가 없었다.
어떡하지?
잘 생각해 보자.
옛말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납치범이 자리를 비운 지금이 도망을 치기엔 적기인 거 같았다.
어떻게 하지?
뒤로 묶인 손목에 있는 힘껏 힘을 주어보았다. 힘으로 뜯길 수 있게 최대한 있는 힘껏 줘보았다. 손목만 아팠지 테이프는 별 반응이 없었다.
정신없이 움직이다 순간 팔이 뭔가에 찔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싶어서 겨우 손가락만 움직여 그걸 감각으로 확인했다.
꽤 낡은 이 의자는 등받이 뒤쪽에 못이 살짝 튀어나와 있었다.
뾰족한 못으로 마구 짓이기면 왠지 테이프가 뜯겨져 나갈 거 같았다.
더 생각할 게 없었다. 묶여 있던 손목이 못이 튀어나온 곳까지 잘 안 닿아 엄청 애를 먹었고 금세 땀으로 온몸이 범벅이 되었지만 한 시도 그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몇 분을 그랬을까.
뾰족한 못 끝을 제대로 잘 찔러댔는지 단단하게 감겨있던 청테이프가 맥없이 뜯겨졌다. 바로 발목에 감겨있던 테이프와, 입을 막고 있던 테이프를 제거했다.
끈끈이가 너무 세서 뗄 때 꽤 큰 통증이 있었지만 그걸 일일이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바닥에 버려져 있던 폰을 쥐어 들고 그 폐건물을 미친 듯이 뛰쳐나왔다.
뒤에서 쫓아오기라도 할까 봐 돌아보고 싶은데 또 무서워서 눈을 찔 끈 감으면서 뛰었다.
그러면서 손은 이미 그 남자에 의해 꺼져버린 폰을 켰다. 금방 돈까지 요구하며 저를 납치한 줄로 알고 있을 권기혁한테 도망을 치고 있다는 전화는 해주어야 했다.
아니면 너무 걱정할 거 같아서.
너무 무서웠지만 다급한 그 목소리가 들리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지만 참았다.
일단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 그때 가서 울든지 말든지 하자고.
한적한 이곳은 하정이가 뛰쳐나온 폐건물을 제외​하고 다른 건물이나, 사람 자체가 안 보였다.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다는 거다.
몸을 숨기라며, 곧 찾아온다는 권기혁의 말을 들으며 모퉁이에서 도로변으로 뛰쳐나갔다.
그러고....
갑자기 나타난 차량에 깜짝 놀란 것까지 기억이 나는데...
난 기절을 한 거 같았고 그 운전자에 의해 병원에 실려왔나 보다.
통화 중이었던 권기혁에게 제일 빠르게 연락이 갔을 거고.
그래서 권기혁이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이상할 일이 아니다.
납치를 당했으니 걱정되어 뛰어온 건 당연할 거다.
근데...
다 이해는 가는데,
왜 이렇게 슬프게 울고 있는지 나한테 설명해 줄래요?
권기혁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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