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성팬초대석] 아리랑의 ‘혼’

합마하물결 | 2019.03.19 16:28:55 댓글: 0 조회: 484 추천: 0
https://life.moyiza.kr/sports/3872320

◆ 신군

일전에 김윤길 가수가 부른 노래를 찾아 듣다가 자동으로 재생이 되는 김윤길과 관련된 영상들을 보게 되였다. 그중에는 2003년에 중국 춘절야회에서 부른 그들의 <아리랑>이란 노래도 포함되여 있었다. 4명의 파릇파릇한 청년들이 그 큰 무대에서 우리 민족의 아리랑을 불렀다는 게 10여년이 지난 오늘 다시 되새겨보니 진짜 너무 대단하지 않은가?

많은 이들이 춘절야회 무대에 서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가? 그보다 우리 민족의 민요인 아리랑을 편곡하여 아이돌그룹인 그들이 중국에서는 최고라 할 수 있는 그 무대에서 불렀다는 게 그들 자신도 벅찼겠지만 방방곳곳에서 그 무대를 지켜보는 같은 우리 조선족의 가슴은 더더욱 벅찼을 것이다.

사람의 감정은 환경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례를 들어 <고향의 봄>이란 노래를 평소 무의식적으로 부르면서는 아무런 감흥이 없을 수 있다. 나는 아이가 어릴 때 자장가로 <고향의 봄>을 자주 불러줬다. 하지만 특정된 환경에선 그 느낌이 남다를 수가 있다. 10여년 전 타지에서 음력설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때 고향 사람들과 함께 몇번이나 반복해서 불렀던 <고향의 봄>이라는 노래는 잊혀지지가 않는다. 집에 돌아갈 수가 없는 그때 그 처지가 안타깝고 고향이 그리워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연변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에 <아리랑>이 울려퍼진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들을 때와 축구장에서 듣는 기분은 사뭇 다르다. 같이 그 노래를 부르면서 축구로 인해 우리가 하나가 되여간다는 감동의 쓰나미 때문에 더욱더 가슴이 울컥했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우리 팀이 이겼을 때는 그 노래가 응원가로 단합의 선률이 되는 것이고 졌을 때는 되려 선수들과 팬들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고무의 노래가 되기도 했다. 아리랑은 그야말로 선수들과 팬들의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우리의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리랑에 마음이 울컥했을가?

연변축구의 암담한 미래와 더불어 아리랑그룹의 아리랑을 다시 들으면서 나는 짠해지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리랑의 여러 버전을 모두 검색해서 들었고 들을 수록 가슴이 아려왔다.

정녕 아리랑의 ‘혼’이 사라져버렸단 말인가. 마음이 울컥하여 이리저리 애꿎은 폰만 터치한다. 고향이란 이름이 이리도 무거운 것을 아이가 잠든 옆에서 가슴으로 그 이름 불러본다.

마음이 무거워 잠이 오지를 않는다. 연변이란 이름이 이리도 아련한 것을, 불타는 심장으로 가만히 그 이름 불러본다. 우리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가… 고향인가, 연변인가, 축구인가.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는 게 우리 삶의 법칙이거늘 억겁의 시간 동안 몸부림치며 생존했어도 지금처럼 하염없지는 않았었다.

“연변축구가 없는 주말이라니, 웬지 허전하지 않아?” 하는 남편의 그 한마디에 가슴이 알싸해났다. “텔레비죤 보기조차 싫어지는구나.”라는 어머님의 말도 가슴을 송곳처럼 후빈다. 예전부터 축구 사랑이 남달랐던 아버지는 전화가 오셔서 축구 관람시간 편성표를 프린트 해달라고 한다. “아버지, 연변팀 없잖아요.” 그 말을 해놓고 괜히 혼자 울적하다. 우리 축구팀이 해산되였다는 걸 아시는 아버지가 요구하는 건 새로 세워진 팀의 편성표였지만 그런게 어디 있는가?

알고 보니 오랜 시간 우리는 주말이면 연변팀의 경기가 있다는 그 사실에 모두가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경기를 관람하러 직접 현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아, 오늘은 경기가 있는 날이구나 하면서 중계를 기다리던 그런 기대감이 없어졌다는 것, 잘 발휘하지 못할 때면 질타도 하면서도 안타깝게 지켜봤던 순간들이 더 이상 올 수가 없다는 것이 이렇게 큰 상실감으로 다가올 줄 몰랐다. 울분을 토할 수가 있던 그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였다는 걸 이제 와서야 비로소 느끼게 된다.

나 하나가 목소리를 낸들 뭐가 달라지겠냐만 안타깝고 허전한 마음에 자꾸만 주절거려본다. 정녕 우리에게 아리랑의 그 '혼'을 돌려줄 수는 없을가? 그게 그렇게도 큰 욕심이였던가?


/ 출처 : 길림신문-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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