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여자가 감수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남자들을 보면 어떤 때엔 여자인 나보다 훨씬 소녀스러운 감성을 가진걸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섬세한 관찰력과 감성을 가져서 예술적인 측면도 드러나고 글을 써도 남자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정도로 여자여자한 느낌이 물씬 난다. 그렇다고 해서 평소 행동이 여성스럽다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마음속에 소녀가 있다.
그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감성이 묻어난다. 나는 책도 보고 음악도 좋아하다보니 감수성이 조금 발달한 편인데도 그들에 비하면 돌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시인들을 봐도 나는 처음에 시만 봤을 때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남자인 경우가 더러 있었다. 사실 이건 요즘 시대에 와서 생긴 현상이라기보단 오래전부터 그런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전통적인 남녀 이미지상이 있다보니 드러내지 않아서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지.
예를 들자하면 우리 아버지가 좀 과거에 문학소년이라서 소설책도 즐겨보고 글도 잘 쓰고 노래도 좋아하다보니 그런 감수성이 두드러지는 편이였다. 하지만 성격이 활달하고 이목구비가 남성스럽다보니 티가 많이 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감각이 예리하고 촉이 좋다보니 눈치도 빠른 편이었다. 보통 남자들은 눈물이 없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드라마 보거나 예전 일 생각하며 조금 눈물이 글썽하는걸 본 적이 있다. 촉촉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다. 그와 반대로 우리 어머니는 무뚝뚝하고 덤덤하며 눈물이 없는 편이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왜 결혼을 했는지 의문이다. 미스테리하다. 내가 그 두 분을 지켜보며 든 생각이 있다면, 너무 감성적인 사람은 좀 스스로를 피곤하게 할뿐더러 곁의 사람도 좀 힘들게 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이성적인 사람은 옆의 사람을 때때로 서운하게 할 수 있다는 점.
실제로 사회생활 하면서 여자감성을 가진 남자들을 보면 섬세해서 여자들의 호감을 잘 사긴 하지만, 그 예민한 감수성때문에 혼자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며 쓸데없는 상상력을 발동해서 혼자 앞서 나가는 경향이 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여자로 바꾸어 놓고 말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감성과 이성의 적절한 조화가 되는 사람이면 좋을테지만 세상에 그정도로 완벽한 인간은 드문 것같다.
극단으로 치닫거나 1퍼센트 부족한 사람들만 보인다, 그리고 묘하게도 그들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은 또 좋아하지 않는다. 묘한 일이다. 동병상련은 느끼지만 그게 이성(애)적인 호감으로 넘어가진 않는다. 나도 나와 비슷한 사람은 어쩐지 좀 꺼려지는 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 반대의 사람과 잘 맞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70%정도만 맞는다는 생각, 다만 서로 많이 양보를 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과는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어쩐지 그 이상의 감정은 생기지 않는다. 참 신기하다. 인간은 진화론적으로 비슷한 유전자를 거부하게 되어있다는 글을 본 적 있는데 이것과도 연관이 있을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