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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편지

구름우의세상 | 2019.08.22 16:08:05 댓글: 10 조회: 3312 추천: 6
분류가정잡담 https://life.moyiza.kr/family/3979369
와이프가 몇년전 고향에 갔었는데 장모님이 편지 한통을 꺼내 보이더란다.
그때 장모님이 73세.
그러면서 하시는 말.
(너네 날 우습게 보지 말라.너네 내이 나이에 이런 편지를 받을수 있니?)
그 편지를 읽고 와이프가 어지간히 놀랐는지 위쳇으로 내용을 찍어 보내왔다.
장모님한테 써보낸 80세 노인의 애틋한 사랑편지랄가?
후회와 야속함을 담아보낸 세월의 편지랄가?

*보기싶은 영실이.

지인의 지인을 통하여 어떻게 우연히 영실이 상황을 듣게 되였소.
가슴이 너무 벅차서 편지를 쓰는 지금도 손이 떨리는것 같구려.
난 당신을 20대부터 사모하였소.
그때 마을길을 지나다니던 당신의 20대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구만.
마을의 청년남녀들이 많아서 당신은 나의 존재를 잘 못느꼈겠지만 내 맘은 당신을 그리워했소.

우리가 인연이 못이루어지고,
야속한 세월도 이렇게 흘러,
나도 이젠 백발의 80세 노인이 되였구려.
풍전등화의 나이지만 당신이 저 어느쪽에 아직도 살고있다는 소식에 다시한번 그이전의 세월의 추억속으로 잠겨보곤 하오.

생전에 다시 만날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운명이 다시 이 늙은이에게 기회를 준다면 내가 찾아가서라도 얼굴 한번 보는게 소원이요.
........


.....................................


중점만 추스려서 내가 올린다.
A4용지의 편지지에 60년대의 순박한 말투로 휘날려쓴 80세 노인의 편지내용이였다.
읽는내내 가슴이 짠했다.
짠한 맘 다독이며 두번다시 읽었다.
읽는동안 또뭉클했다.

울 장모님이 짱즈이처럼 생긴데다가 여자임에도 앞에 나서기 좋아하고 문화대혁명때 홍위병에도 참가했다고 한다.
그때로 말하면 혁멱성이 투철한 여자임에는 틀림없다.
이 노인은 좀 조용한 성격인가본데 반대의 성격에 맘이 끌린다고 장모님이 맘에 들었나보다.
그치만 엄두는 못내고 먼발치에서 지켜보다 세월이 흐른가보다.

한 남자는 맘에담고 사무치게 좋아하고 한 여자는 생각도 없고 눈치도 못채고,
이 두 노인의 운명은 이렇게 스쳐지나며 두사람은 서산넘어 지는 해의 광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이 노인이 사랑하는 홍위병여자한테 눈길도 받지 못하고 분발하였는지 지방의과학원을 졸업하고
꾸준히 노력하여 요녕성 모도시 어느병원의 골과 주임으로 퇴직전까지 있었다.
의술과 경험이 괸찮아 80세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병원으로 문진다니는 경우도 꽤 있다 한다.

그래서 내가 장모님한테 노인이 노후도 빵빵하지.섬세하고 조용하고 성격 좋지.
더구나 장모님을 향한 불타는 가슴이 있는데 한번 황혼사랑 시도해보라고 꼬드겼다.
장모님은 싫단다.
젊었을때 맘에 없는건 늙어도 별로 맘이 안동하는가보다.
아님 내앞에선 싫다면서 혹시 둘이...
두사람이 몰래 만났는지, 아님 전화통화라도 하면서 목소리라도 들어보셨는진 알수가 없다.

후에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흘러.
올해 1월에 장모님이 돌아가셨다.

소식을 그의사노인님한테 전하려 하다가 그만두었다.
살아있다는 소식으로 그렇게 벅차하던 노인의 맘에 돌아갔다는 소식을 전하기가 네키지 않았고,
그보다도 얼마남지 않은 생애에 맘의 한구석에 사모했던 한 여인과 같은 하늘아래에서 아직도 숨쉬고있다는
행복감이그 분을 지탱하고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

행운과 사랑은 용기에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다음생에라도 인연의 끈이 있다면 두분이 잘해보시라고.

그분이 보낸 편지에 한구절이 또생각난다.
나비없는 꽃동산에 꽃이 피여 무엇하며
님이 없는 마을에 내가 살아 무엇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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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6) 선물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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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쪼가리 (♡.36.♡.131) - 2019/08/22 16:22:07

짝사랑은 그이상도 그이하도 안됩니다 .. 세월이 지난다 해도
님 장모님 잘 처리했다고 봅니다.

구름우의세상 (♡.86.♡.143) - 2019/08/23 13:15:05

댓글은 감사한데요.
본문취지가 짝사랑과는 관계없는것으로 썼습니다.

깨끗한빗자루 (♡.62.♡.149) - 2019/08/22 20:30:07

글잘적으시네

구름우의세상 (♡.86.♡.143) - 2019/08/23 13:18:30

꾸벅

봄봄란란 (♡.219.♡.41) - 2019/08/23 06:29:22

좀 짠~하네요.
음.....
那时候时间太慢,一辈子只够爱一个人。
갑자기 이 구절 생각나네요.

보라빛추억 (♡.137.♡.147) - 2019/08/23 09:34:27

저도 이 글을 보면서 그 구절을 생각했는데.
통했네요.

만약 70.80세에 이런 편지를 받으면 애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절할거 같아요.

봄봄란란 (♡.97.♡.87) - 2019/08/23 10:20:08

ㅎㅎ.도랏스...
음...그 나이에 이런 편지 받더라도 담담할꺼 같애요.
心中不会激起多大的风浪!

구름우의세상 (♡.86.♡.143) - 2019/08/23 13:30:11

당연히 담담하죠.
인생의 막바지에 와서 그 노인님들이 무엇을 더 바랐겠습니까
전 노인님이 편지 한장 전달로 자신의 인생에 저절로 답을 준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답은 뭘가요?.

하지만 나이를 떠나서 자신의 맘에 후회없는 답을 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계곡으로 (♡.87.♡.245) - 2019/08/23 17:30:08

이런 글들이 올라와서 정말로 모이자를 빛내주지않나싶네요 ^^

글을 보는동안, 수레바퀴처럼 느릿느릿 흘러가게하는 시간들과 마치도 소박한 들국화향기를 맡는듯한 이런 느낌들이 넘 좋았네요.

내 머리속에 펼쳐진 한폭의 그림~~
하얀머리 흣날리는 풍채좋은 80세노인이 분홍색꽃들이 소담하게 피어난 창가에 조용히 앉아서,깊은 사색에 잠깃듯한 그모습...

시간은 어느덧 거슬러서 20대청춘으로 돌아가, 마을길가에서 늘 만나던 양태머리 곱게 딴 어여쁜 처녀, 만날때마다 수줍어했던 자신모습들 ...

세월의 끝자락을 맞는 80세노인의 입가에 조용히 머무르는 담담한 웃음을 보는듯한 느낌입니다, 아마 그순간만은 노인도 참으로 행복했을꺼같아요.

언젠가는 모든걸 내려놓고 떠나야할 나이지만, 그노인의 용기와 당당한 자신감에 존경이 갑니다.
우리가 보기엔 짝사랑했던 그녀께 쓴 편지같지만, 사실 여태까지 열심히 당당하게 살아온 자신한테 쓴 편지라고 믿고싶습니다.

이후에도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구름우의세상 (♡.142.♡.148) - 2019/08/26 18:19:41

상상력도 풍부하시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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