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인연 - 히가시노 게이고 (1)

개미남 | 2019.05.28 12:37:16 댓글: 0 조회: 1580 추천: 1
분류추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3926243
유성의 인연
- 히가시노 게이고



1 - 1.

소리가 나지 않게 살금살금 창문을 열었다. 목을 빼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때?" 고이치가 물었다.
"안 되겠어. 구름이 잔뜩 꼈어."
고이치가 한숨을 쉬며 혀를 찼다.
"일기예보가 딱 맞았네."
"어떻게 해?"
다이스케는 방 안에 있는 형을 돌아보았다.
고이치는 방 가운데서 책상다리를 하고 있다가 곁에 있는 륙색을 집어 들고 일어섰다.
"그래도 나는 갈 거야. 아까 아래층에 가봤더니 아버지랑 엄마, 가게 쪽에서 뭔가 얘기하는 중이였어. 지금이면 아마 눈치 못 채실 거야."
"별이 보일까?"
"안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야지. 내일 학교에서 다른 애들이 혹시라도 별을 봤다고 하면 진짜 신경질 나잖아. 너는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아냐, 나도 갈 거야."
다이스케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고이치가 책상 아래에서 비닐봉투를 끄집어냈다. 그 안에는 두 사람의 운동화가 들어 있었다. 저녁나절에 아버지 어머니 모르게 슬쩍 감춰둔 것이었다.
방 안에서 신을 신고 륙색을 짊어진 고이치가 창문으로 한쪽 다리를 내밀었다. 창틀을 단단히 붙잡고 다시 한쪽 다리를 밖으로 내밀었다. 그래도 턱걸이하듯 매달리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고이치의 얼굴은 사라지고 없었다.
다이스케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바로 밑에 있는 창고의 함석지붕 위에 내려선 고이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있었다. 꽤 오래전부터 이런 탈출 놀이를 해왔던 만큼 6학년이 된 지금은 완전히 선수가 되었다. 다이스케는 요즘에야 겨우 따라 해보는 거라서 형처럼 잘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절대로 소리 내면 안 돼."
다이스케는 아직 창틀에 다리만 걸친 상태인데 고이치는 그런 말을 남기고 거침없이 휘익 땅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아래쪽에서 빨리 오라는 듯 손을 까불었다.
다이스케는 형이 했던 것처럼 두 손으로 단단히 창틀을 붙잡고 천천히 다른 다리를 창밖으로 내렸다. 그러고는 온몸의 힘을 쥐어짜 턱걸이 자세를 만들었다. 그는 형보다 20센티미터쯤 키가 작았다. 당연히 함석지붕까지의 거리도 그만큼 멀었다.
살짝 내려서려고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소리가 털썩 울렸다. 다이스케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이치를 바라보았다. 형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이그, 바보, 라고 한다는 건 입 모양으로 알 수 있었다. 미안, 미안, 다이스케는 소리 나지 않게 손짓으로 사과했다.
이제 함석지붕에서 땅바닥으로 뛰어내리려고 다이스케는 허리를 숙였다. 창문에서 함석지붕에 내려서는 것보다 실은 이쪽이 더 무서웠다. 그리 대단한 높이는 아니지만, 막상 뛰어내리려고 하면 바닥이 지독히 멀게 느껴졌다. 형은 어떻게 그리 쉽게 뛰어내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뛰는 거야, 하고 결심한 순간이었다.
"작은 오빠‥‥‥"
다이스케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몸을 돌려 올려다보았다. 시즈나가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잠이 덜 깬 표정이었지만, 그 눈망울은 또렷하게 다이스케 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크, 왜 일어났어?"
다이스케는 어린 동생을 올려다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 됐으니까 시즈나는 더 자."
"뭐해? 어디 가?"
"아무것도 아냐. 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나도 갈래."
"안 된다니까."
"다이스케~."
아래에서 고이치의 잔뜩 숨죽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하고 있어?"
다이스케는 함석지붕 위에서 배를 대고 엎드려 아래를 빠끔히 내려다보았다.
"큰일 났어. 시즈나가 잠이 깨서 나왔어."
"뭐어?"
고이치가 입을 떡 벌렸다.
"네가 소리를 내니까 그렇잖아. 빨리 가서 자라고 해."
"근데 시즈나도 같이 가겠대."
"이런 바보, 어떻게 같이 가? 안 된다고 해."
다이스케는 몸을 일으켜 창문으로 머리를 내민 동생을 올려다보았다.
"큰형이 안 된대."
그러자 시즈나는 당장 울먹거리는 얼굴이 되었다.
나도 다 알아. 오빠들만 가려고 그러지? 치사해."
"뭐?"
"별똥별 보러 가는 거잖아? 진짜 치사해. 나도 보고 싶은데. 별똥별, 오빠들이랑 같이 보고 싶은데."
다이스케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별로 듣는 것 같지도 않더니 어느새 오빠들의 탐험 계획을 시즈나는 죄다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이스케는 다시 배를 대고 엎드렸다.
"시즈나가 우리 별똥별 보가 간다는 거 다 알고 있어."
"그래서 어쩌라고?"
고이치는 부루퉁하게 쏘아붙였다.
"저도 같이 가서 보겠대. 우리랑 함께 보고 싶대."
고이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린애는 안 된다고 말해."
다이스케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섰다.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시즈나는 잔뜩 토라져서 울먹거리고 있었다. 동그랗고 통통한 뺨에 벌써 눈물이 흐르는 것을 어둠 속에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눈은 애원하듯이 다이스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다이스케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허리를 숙여 다시 한 번 고이치에게 말을 건넸다.
"형."
"왜?"
"그냥 시즈나도 함께 데려가자. 혼자 놔두면 불쌍하잖아."
"그래도 못하는 걸 어떻게 해? 계단을 진짜 많이 올라가야 한단 말이야."
"나도 알아. 내가 업고 갈게. 그러면 되지?"
"네가 어떻게 시즈나를 업고 가? 혼자 올라가기도 힘든데."
"할 수 있어. 내가 꼭 할 테니까 시즈나도 데려가자."
고이치는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다이스케를 향해 손짓을 했다.
"아무튼 너는 빨리 내려와."
"응? 하지만 시즈나가‥‥‥."
"네가 거기 있으면 거치적거린단 말이야. 아니면, 네가 시즈나 내려줄래?"
"아, 그렇구나."
"빨리 해."
고이치의 재촉에 다이스케는 정신없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털썩 소리를 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엉덩이를 슬슬 문지르며 일어섰을 때, 고이치는 벌써 함석지붕 끝을 붙잡고 위로 기어오르는 중이었다.
지붕 위에 올라선 고이치는 창문을 향해 뭔가 말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파자마 차림의 시즈나가 다리를 밖으로 내밀고 창틀에 걸터앉았다.
"절대 떨어지지 않으니까 오빠를 믿어."
고이치가 작은 소리로 달랬다.
시즈나의 몸이 창문을 벗어났다. 그것을 고이치가 단단히 받아 안았다.
"거봐, 괜찮지?"
라고 어린 여동생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고이치는 시즈나를 지붕에 남겨두고 먼저 뛰어내려왔다. 그러더니 다이스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다이스케, 내 어깨에 올라 타."
"어?"
"목말 태워주기야. 빨리 타라니까."
다이스케가 어깨에 올라앉자 고이치는 창고 벽에 손을 짚어가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다시스케의 얼굴 위치가 함석지붕 끝보다 약간 높아졌다.
"이번에는 네가 시즈나를 목말 태워줘. 조심해. 너는 떨어져도 괜찮지만 시즈나를 다치게 하면 절대 안 돼."
"알았어. 시즈나, 여기 어깨에 올라앉아. 오빠 머리를 붙잡고 타면 돼."
"와아, 진짜 진짜 높다."
시즈나가 다이스케의 어깨에 올라탄 것을 확인하자 고이치는 천천히 허리를 낮춰갔다. 시즈나가 아무리 작다고 해도 두 사람의 몸무게를 어깨에 싣고 있는 것이라 허리에 상당한 부담이 갈 터였다. 형은 역시 대단하다고 다이스케는 내심 감탄했다.
시즈나를 무사히 내려주자 고이치는 륙색에서 윈드브레이커를 꺼내 걸쳐주었다.
"맨발이긴 하지만 업어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응."
시즈나는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대의 자전거에 셋이서 함께 탔다. 고이치가 페달을 밟는 역할, 다이스케는 짐칸에 앉았고 두 사람 사이에 다시 시즈나가 걸터앉았다. 고이치의 륙색은 다이스케가 메고 가기로 했다.
"꽉 잡아."
그렇게 말하고 고이치는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한참 달리자 왼편으로 나지막한 언덕이 다가왔다. 그 바로 앞에는 학교가 있었다. 세 사람이 다니는 초등학교였다. 그곳을 지나자 곧바로 길가에 절의 붉은 기둥 문이 서 있었다. 그 앞에서 세 사람은 자전거를 세웠다. 기둥 문 옆으로 폭 1미터 정도의 돌계단이 있었다.
"좋아, 가자."
고이치가 시즈나를 업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이스케도 그 뒤를 따랐다.
요코스카 시는 바다와 구릉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바닷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금세 비탈진 오르막길이었다. 그 경사가 결코 느슨한 편이 아니었지만, 일반 거리와 마찬가지로 민가가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세 사람이 올라가는 돌계단도 그런 민가의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우리 학교 애들, 와 있을까?"
다이스케가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안 왔겠지. 이런 한밤중에."
"그럼, 내일 학교 가서 자랑할 수 있겠다."
"별똥별을 하나라도 볼 수 있으면."
돌계단이 완만한 각을 그리더니 이윽고 널찍한 공터가 세 사람 앞에 나타났다. 뉴타운 건설 예정지여서 한 달쯤 전부터 정지(整地) 작업에 들어간 터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불도저며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고이치가 손전등으로 발밑을 비추며 성큼성큼 나아갔다. 땅바닥 군데군데에 비닐 로프로 경계선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보일 거야. 다이스케. 돗자리."
고이치의 말에 다이스케는 륙색에서 두 장의 비닐 돗자리를 꺼냈다. 그것을 펼쳐 바닥에 깔았다.
돗자리 위에 세 사람은 하늘을 보며 반듯하게 누웠다. 시즈나를 가운데 두고 두 오빠가 양 옆에 누운 모양새였다. 고이치가 손전등을 끄자 손 밑도 보이지 않을 만큼 바로 암흑에 감싸였다.
"오빠, 깜깜해."
시즈나가 불안한 목소리를 냈다.
"괜찮아, 여기 내 손 있지?"
고이치가 대답했다.
다이스케는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의 하늘에는 빛이라는 게 전혀 없었다. 별똥별은커녕 보통 별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다이스케가 페르세우스 유성군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오늘 밤과 마찬가지로 집을 탈출한 고이치가 친구들과 함께 별똥별을 보러 갔다고 자랑을 했다. 그때 다이스케는 왜 나는 안 데려갔느냐고 따졌다. 그리고 내년에는 꼭 함께 데려가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한 시간만 지켜보면 열 개, 스무 개의 별똥별을 볼 수 있다. 형의 말에 따르면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상상하니 다이스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별똥별이라는 것을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다. 책을 통해서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별똥별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이스케는 점점 따분해졌다.
"형, 하나도 안 보이는데?"
"그렇네."
고이치도 한숨 섞인 대답을 했다.
"날씨가 이래서야, 역시 틀렸나 보다."
"에이, 힘들여 여기까지 왔는데‥‥‥, 시즈나도 심심하지?"
하지만 시즈나는 대답이 없었다.
"진즉에 잠들었어"
라고 고이치가 말했다.
그 뒤에도 조금 더 기다려보았지만 역시 별똥별은 보이지 않았다. 그뿐인가, 차가운 것이 얼굴에 두둑 떨어져 내렸다.
"앗, 비가 오네."
다이스케는 당황하여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만 집에 가자."
고이치가 손전등을 켰다.
왔을 때와는 반대로 돌계단을 내려갔다. 다행히 비는 본격적으로 쏟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돌계단이 젖어서 발밑을 한층 더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시즈나를 등에 업은 고이치도 올라올 때보다 더 신중하게 발을 내딛는 것 같았다.
절의 붉은 기둥 문 앞까지 돌아왔지만 자전거는 타지 않았다. 시즈나가 완전히 잠이 들어 셋이서 타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고이치는 시즈나를 등에 업은 채 걸음을 옮겼다. 다이스케도 자전거를 끌고 형의 뒤를 따랐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시즈나의 윈드브레이커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집 바로 뒤까지 왔지만 문제는 시즈나를 어떻게 이층 창문까지 올리느냐 하는 것이었다.
"앞쪽을 살펴보고 올 게. 아버지하고 엄마가 잠이 들었으면 그쪽으로 슬쩍 들어갈 거니까."
"열쇠는?"
"나한테 있어."
시즈나를 업은 채 고이치는 집 앞쪽으로 돌아갔다. 다이스케는 뒤쪽의 골목 옆에 자전거를 세우고 체인으로 거는 자물쇠를 채웠다.
그때, 골목 안쪽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여는 소리였다.
다이스케가 쳐다보자 뒷문으로 한 남자가 나오는 참이었다. 옆얼굴이 보였지만,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남자는 다이스케가 있는 곳과는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다이스케는 집 앞쪽으로 돌아갔다. 고이치의 모습은 없었다. <아리아케>라고 새겨진 가게 문을 잡아당기자 간단히 열렸다.
가게 안은 어두웠다. 하지만 카운터 뒤에 있는 문이 열려 있고, 거기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문 맞은편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방이 있고, 그 옆쪽이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었다.
다이스케가 그쪽을 행해 걸어가려고 하는데, 고이치가 나왔다. 아직도 시즈나를 등에 업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다이스케는 그렇게 감지했다. 역광 때문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형의 기색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형‥‥‥."
저도 모르게 형을 불렀다.
"이쪽에 오지 마."
고이치가 말했다.
"응?"
"죽었어‥‥‥."
형이 하는 말의 뜻을 다이스케는 알아듣지 못했다. 눈을 깜빡였다.
"죽었어."
고이치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목소리에 억양이 없었다.
"아버지도 엄마도, 누군가가 죽여버렸어."
이번에는 그 뜻을 이해했다. 하지만 상황을 파악한 것은 아니었다. 다이스케는 이유도 없이 히죽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형이 농담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건 느끼고 있었다.
고이치의 등 뒤에서 기분 좋게 잠들어 있는 시즈나의 얼굴이 보였다.
다이스케의 다리가 후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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