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6)

개미남 | 2019.05.29 22:32:20 댓글: 0 조회: 549 추천: 1
분류추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3927355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1 - 6.

하기무라가 자동문을 넘어서자마자 편의점 점장은 잔뜩 김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을 보고 하기무라도 쓴웃음이 나와버렸다.
"몇 번을 찾아오셔도 똑같다니까요. 전에도 말했지요? 나한테 기대하시면 곤란하다고요."
점장은 눈썹 양끝을 축 늘어뜨렸다.
"그저 확인차 돌고 있는 것뿐이에요. 괜한 부담 느낄 거 없다니까요."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이렇게 몇 번씩 찾아오면 내가 미안해지잖습니까."
점장은 서랍을 열어 복사한 종이 한 장을 꺼내왔다. 몽타주가 그려져 있었다. 지난번에 하기무라가 놓고 간 것이었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그날 밤 우산을 사간 손님은 역시 이런 얼굴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좀 더 젊은 사람인 듯한 느낌인데? 하지만 자세한 건 역시 기억이 안 나요. 어쨌거나 벌써 열흘씩이나 지난 일이고."
"꼭 우산을 사간 손님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이 초상화하고 조금이라도 닮은 사람이 있으면 알려달라. 그런 얘기지."
"나도 잘 알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짚이는 사람이 없어요. 생각나면 연락하겠습니다. 하기무라 형사님이시죠? 내가 다 안다니까."
커플 손님이 가게에 막 들어서는 참이었다. 점장은 지금 형사하고 이러니저러니 하고 있을 여유 따위는 없다는 태도였다.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하기무라는 편의점을 나왔다.
시계를 보니 오후 10시를 넘어선 시각이었다.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야 할 모양이라고 마음을 접고,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 탔다. 좌석에 앉아 장딴지를 주물렀다. 요 며칠 사이에 이 장딴지로 걸어다닌 거리를 계산해보고 하기무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요코스카 경찰서에 돌아오자 동료 형사들이 귀가하려고 하는 참이었다. 하지만 가시와바라의 모습은 없었다. 하기무라는 선배 형사 야마베에게 물어보았다.
"가시와바라? 아, 그 친구라면 기누가사 쪽에 가본다고 했어.
야마베는 말했다.
"기누가사?"
"매주 <아리아케>에서 점심을 먹었다는 사람이 거기 산다나 봐. 그 사람 알아보러 갔을 거야. 기누가사에 지점 은행의 영업사원이라는 것밖에 이름도 모르는 모양이니까. 아예 처음부터 샅샅이 뒤지고 있을걸?"
"그 남자가 몽타주하고 비슷하대요?"
야마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사람은 통통하고 키가 작다니까 그 몽타주하고는 닮으려야 닮을 수가 없지. 하지만 몽타주의 남자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가시와바라는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기무라는 그제야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아리아케 다이스케가 범인인 듯한 남자를 목겼했다는 건 중요한 단서가 될 터였다. 만들어진 몽타주를 손에 들고 수많은 수사원이 여기저기 탐문을 하고 있었다. 특히 중점적으로 수사가 이루어진 것은 아리아케 부부의 교제 범위와 식당의 단골손님들이었다. 하지만 열흘이 넘도록 수사팀은 해당되는 인물을 찾아내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예상이 빗나갔는지도 모르겠어."
야마베가 말했다.
"몽타주가 범인하고 닮지 않았든지, 아니면 범인이 원래부터 아리아케 부부와 연결 고리가 없는 사람인지도 몰라. 수사1과 사람들도 변변한 정보를 찾지 못한 것 같고. 이 사건, 아무래도 장기전으로 들어가겠어."
아리아케 부부가 상당한 빚을 지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확실한 뒷받침을 얻어내지 못한 상태였다. 현경 수사1과는 그쪽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펼치는 눈치였지만, 최근 이삼일의 동향을 보면 다시 근처 탐문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 얘기 쪽은 어떻게 됐죠? 도서관 쪽 얘기요."
하기무라가 물었다.
"부인을 그쪽에서 목격했다는 이야기? 글쎄,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대. 나는 그건 관계없다고 생각하는데."
야마베는 마음없는 억지 대꾸를 하고 웃을 걸치기 시작했다. 퇴근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사건 전날 점심때, 아리아케 도코가 근처 도서관 앞에서 목격되었다. 목격자는 잘 아는 야채상. 소형 트럭으로 야채를 실어나르던 중에 그녀를 보았다고 했다. 도서관에 들어가는 참이였다고 증언하였다.
하지만 도서관 직원은 아리아케 부인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가 책을 빌렸다는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도서관에서는 주간지나 신문을 열람할 수 있다. 그녀의 목적도 그런 쪽이었던 게 아닌가. 하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자, 나 먼저."
야마베가 말을 남기고 사무실을 나간 직후, 가시와바라가 양복 상의를 어깨에 걸치고 돌아왔다. 셔츠의 겨드랑이 부분이 땀에 젖어 있었다.
가시와바라는 하기무라를 보고 잠깐 손을 쳐들더니 몸을 내던지듯 자기 의자에 앉았다. 와이셔츠의 가슴팍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깊숙이 빨아들여 연기를 토해냈지만 그리 달게 피우는 것 같지는 않았다. 며칠 사이에 뺨이 움푹 파인 것처럼 보였다. 안색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눈에 서린 빛만은 번쩍번쩍해서 전혀 시들지 않았다.
"기누가사에 갔었다면서요?"
하기무라는 말했다.
가시와바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떨이를 끌어당겼다.
"신용금고의 영업 담당자를 만났어. <아리아케>의 단골손님이라는 얘기를 듣고 갔는데, 그 사람 말로는 겨우 세 번쯤 갔을 정도래. 허참, 소문이라는 건 믿을 수가 없다니까."
"몽타주, 보여줬습니까?"
"일단 보여주기는 했는데, 기억에 없대."
가시와바라는 목을 돌렸다. 관절이 우드득거리는 소리가 하기무라의 자리까지 들려왔다.
"자네 쪽은 좀 어때?"
"나도 수확이 없어요. 늘 하던 대로 슈퍼며 편의점을 돌아봤습니다만."
"이 지역 사람이 아닌지도 모르겠어."
가시와바라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책상 위에 요코스카 시의 지도를 펼쳤다.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이라고 추정한다면, 사건이 일어났던 시간대로 봐서 범인은 자동차를 사용했다는 얘기가 돼. 그렇다면 차를 어디에 세워뒀을까‥‥‥."
"사건 현장 근처의 주차장이라면 수사1과 사람들이 감시 카메라의 녹화 내용을 체크한 모양이던데요? 유감스럽지만 몽타주의 남자인 듯한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대요."
"내가 범인이라면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세우지는 않을 거야. 그렇다고 노상 주차를 하는 건 더 안 좋을 거요. 언제 옆집 사람이 신고해버릴지 모르니까. 좀 멀더라도 더 안전한 주차장에 세워두겠지. 하루에 몇 천 대씩 드나들고 심야에 이용해도 의심받지 않을 그런 큼직한 주차장."
가시와바라는 지도를 둘러본 뒤, 한 지점에서 눈이 멎더니 손끝으로 가리켰다.
"이를테면 여기는 어떨까?"
하기무라는 곁에 다가가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가시와바라가 가리킨 곳은 시오이리 쪽의 대형 수퍼마켓이었다. 몇 개나 되는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고 영화관이며 게임 센터도 있었다. 물론 주차장도 거대했다.
"현장에서 상당히 멀잖아요? 여기까지 걸어가기는 상당히 힘들 텐데?"
"하지만 못 걸어갈 만한 거리는 아니야. 그리고 또 한 군데, 여기."
가시와바라는 슈퍼마켓과 도로를 끼고 맞은편에 있는 호텔을 가리켰다.
"여기, 이 호텔 주차장도 큼직하지 않았던가?"
"지하 3층까지 주차장이죠."
"주차요금 계산은 기계로 하는가?"
"예, 그렇긴 한데. 출구에 담당자가 있을 거예요."
"그거 잘됐군. 몽타주를 좀 보여줘야지."
가시와바라는 막 불을 붙인 두 번째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더니 양복 상의를 들고 일어섰다.
"지금 가려고요?"
"집에 가봤자 어차피 할 일도 없어."
가시와바라는 상의를 어깨에 걸치고 문으로 향했다.
"잠깐만요, 나도 갈게요."
하기무라는 뒤를 쫓았다.
경찰서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우선 호텔로 향했다. 가시와바라는 다리를 괴고 무릎을 툭툭 치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엇다. 뭔가 초조해하는 기색이었다.
"그 아이들 말인데‥‥‥."
가시와바라가 입을 연 것은 호텔 근처까지 갔을 때였다.
"육아원에 들어가게 될 모양이야."
"아동복지시설이란 거 말인가요?"
하기무라의 물음에 가시와바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친척이라는 사람, 별로 기댈 만한 형편이 못 되는가 봐. 직접적인 혈연관계가 없는 데다 평소에 왕래도 거의 없었다는군. 그런 집에서 받아준댔자 아이들이 아무래도 지내기가 힘들 거고."
"식당은 어떻게 되지요?"
"글쎄, 은행에 대출금이 있는 모양이니 적당히 처분되지 않겠어?"
"거참, 안타깝네‥‥‥."
그 하야시라이스는 이제 못 먹겠구나. 하고 하기무라는 생각했다.

다이스케가 종이상자에 전차 모형을 넣는 것을 보고 고이치가 옆에서 다시 꺼냈다.
"너, 아까 건담 미니어처 넣었지? 장난감은 한 가지만이라고 했던 말. 잊어버렸어?"
"그래도 이건 가장 마지막으로 사주신 건데‥‥‥."
"그럼 건담을 놓고 가. 짐은 되도록 줄이라고 했단 말이야."
"건담하고 이거만. 제발."
다이스케는 얼굴 앞에서 손을 맞댔다.
"안 돼. 그런 거 대신 팬티나 양말을 하나라도 더 넣어. 장난감은 없어도 괜찮지만, 입을 것이 없으면 고생하잖아? 이제는 아무도 사주지 않을 거라고."
다이스케는 상처 입은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린 채 박스에서 건담 미니어처를 꺼냈다. 그것과 전차 모형을 번갈아 바라본 뒤에 건담 쪽을 다시 박스에 넣었다. 전차는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고이치는 그런 다이스케에게서 눈을 돌리며 자신의 짐 정리로 돌아갔다. 속옷, 겉옷, 문구류 등을 박스에 차례차례 넣었다. 시즈나의 짐도 함께 꾸리기 때문에 상당한 양이 되었다.
시즈나는 침대에 드러누워 있었다. 자고 있는 게 아니라 토라진 것이었다. 그녀에게는 소중한 것이 두 개가 있었다. 토끼 봉제인형과 코끼리 무늬가 들어간 베개였다. 그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고이치가 말했더니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사실은 고이치도 다이스케와 시즈나에게 좋아하는 것을 모두 가져가게 해주고 싶었다. 아동복지시설이라는 곳에서의 생활이 어떤 것일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지만, 어쨌든 밝고 즐거운 나날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아마도 여러 가지 것을 참고 견뎌야만 할 터였다. 그럴 때에 손때 묻은 장난감은 그들을 위로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에 기대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고이치는 자꾸만 드는 것이었다. 그것보다는 지금부터 참고 견디는 것을 얼른 배워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 정도 일에도 견디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훨씬 더 고통스럽게 된다 ㅡ. 그런 예감이 들었다.
그들이 아동시설에 들어간다는 건 어른들이 결정했다. 일단 고이치와 동생들에게 의견을 묻기는 했지만,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었다.
"그런 아이들, 아주 많아. 너희와 똑같은 경우는 아니더라도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아이들 말이야. 친척이 받아주는 경우는 괜찮지만, 친지가 없는 아이는 대개 그런 시설에 들어가게 돼. 결코 드문 일이 아니야. 그리고 그런 곳에서 자란 사람들도 훌륭하게 사회에 나가 활약하고 있어. 중요한 건 거기서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거야."
노구치 선생은 설득하듯이, 혹은 위로하듯이 고이치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고이치는 "그런 건 선생님보다 내가 더 잘 알아요"라고 생각했다.
가져갈 수 있는 종이상자는 한 사람당 하나씩이라고 했다. 너무 많은 짐을 가져와도 둘 데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아동시설 쪽에서 말한 이유라고 했다.
세 사람분의 의류와 문구용품으로 종이상자 세 개가 거의 가득 찼다. 고이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이스케와 시즈나를 내려다보았다.
"아래층에 가서 아버지와 엄마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가져오자. 한 사람에 두 개씩이야. 아버지 것 하나, 엄마 것 하나."
다이스케는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지만, 시즈나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고이치는 한숨을 내쉬었다.
"시즈나. 너, 그래도 돼? 나중에 울어도 오빠는 모른다? 오늘 딱 하루뿐이란 말이야. 이곳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그러자 시즈나는 안고 있던 인형을 내던지고 드디어 침대에서 내려왔다.
계단을 내려가 셋이서 부모님의 침실로 들어갔다. 사건 후, 찬찬히 둘러본 것은 고이치로서도 처음이었다. 형사의 부탁으로 이 방에 들어온 일은 있었지만 제대로 눈을 뜨고 있을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 방은 가족의 거실이기도 했다. 하루 세끼의 밥을 먹은 것도 이 방이었다. 다섯 명의 가족이 마주 보며 둘러앉았던 큼직한 식탁, 그리고 불단이 있고 텔레비전이 있었다. 붙박이장에는 석유스토브가 들어 있었다. 겨울이 되면 그것을 꺼내고 대신 그 자리에 선풍기를 넣어두곤 했다.
부모님이 살해된 흔적은 이제 남아 있지 않았다.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회 임원들이 경찰의 허가를 얻어 깨끗이 청소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이치는 아직 피 냄새가 감돌고 있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시즈나가 어머니의 경대로 다가가 그 앞에 앉았다. 시즈나가 집어든 것은 루주와 콤팩트였다. 어머니가 화장하는 것을 시즈나가 골똘히 지켜보던 광경이 고이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시즈나, 둘 다 가져가도 돼."
고이치는 말했다.
"진짜? 아, 그래도‥‥‥."
"하나는 내 몫이야. 시즈나 네가 갖고 있어."
시즈나는 꾸벅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스케는 아버지의 손목시케를 보고 있었다. 금빛의 오래된 시계지만 고급품이라고 아버지가 곧잘 자랑하던 것이었다.
"이거, 가져가도 돼?"
다이스케가 물어왔다.
"응, 괜찮아."
"형은 뭐 가져갈 거야?"
"나는 정해뒀어."
그렇게 말하더니 고이치는 불단의 서랍을 열었다.
그 노트가 그곳에 들어 있었다. 요리 레시피를 적어놓은 노트였다. 그것을 꺼내 훌훌 넘겨보았다. 누르스름해진 종이에 촘촘하게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이것만 있으면 돼."
고이치는 다이스케와 시즈나에게 말했다.
"이것만 있으면 언제라도 아버지의 요리를 만들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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