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9)

개미남 | 2019.05.29 22:42:12 댓글: 0 조회: 545 추천: 1
분류추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3927365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1 - 9.

지하철 도자이센의 몬젠나카초 역에서 내려 가사이바시 거리를 따라 잠시 걸었다. 자동차 대리점 앞쪽에 있는 회색 맨션으로 들어갔다. 요즘 세상에 오토록도 없는 낡은 건물이었다.
3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 305호실 문 앞에서 멈춰 섰다. 현관문 윗부분에 쌀알만한 크기의 발광 다이오드가 달려 있었다. 그것이 깜빡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다이스케는 열쇠를 꺼냈다. 깜빡거릴 경우에는 즉각 그 자리에서 뛴다ㅡ. 그것이 다이오드를 붙였을 때 고이치가 정한 규칙이었다. 안에 누군가 숨어서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 있음. 이라는 신호인 것이다. 경찰만이 아니다. 그들을 쫓고 있는 사람은 그밖에도 많았다.
원룸 맨션이지만 넓이는 꽤 되었다. 싱글침대 두 개를 들여놓고도 고이치가 작업할 공간은 충분히 확보되었다. 애초에 식탁이나 테이블이나 소파 같은, 일반적인 가정에서라면 갖추고 있을 가구들이 이곳에는 하나도 없었다.
고이치는 컴퓨터 데스크를 마주하고 있었다. 더위를 타는 그는 실내에서는 대개 탱크톱 차림이었다.
"일이 잘된 거 같던데?"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는 자세 그대로 고이치가 말했다.
"시즈나한테 연락 왔었어?"
다이스케는 양복 상의를 벗고 넥타이를 풀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응, 고이시가와에 들렀다가 이쪽으로 온대."
"고이시가와?"
물어본 뒤에 다이스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선생?"
"여행에 대해 상의하고 싶다고 학교 근처까지 와달라고 했대. 완전 천하태평한 선생님이야. 수업 중에 여자한테 휴대전화를 걸고."
"여행이라니, 전에 시즈나가 말했던 그 온천 여행?"
"그런가 봐."
"형, 여행가게 놔둘 생각이야?"
"그럴 리가 있냐?"
고이치는 빙그르르 의자를 돌려 곁에 놓여 있던 봉투를 다이스케 옆으로 던졌다.
다이스케는 내용물을 확인했다. 미국 달러 계약채권의 증권이었다. 물론 위조한 것이다. 명의는 다카야마 히사노부로 되어있었다. 액면은 2백만 엔.
"잘 나왔지?"
고이치는 씨익 웃었다.
"항상 그렇지만, 형은 정말 대단해. 이걸 위조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거야."
"다음 주에, 항상 하던 순서대로 우송해줘."
"이걸로 2년 동안은 평안한 건가?"
"그러면 좋겠다만, 다카야마가 급하게 돈 쓸 일이 없기만을 빌어야지."
"그 친구 계좌에 아직 5백만 엔 넘게 남아 있어. 그거 말고도 또 예금이 있다니까 웬만한 일이 없는 한, 해약 같은 귀찮은 짓은 안 할 거야."
"아마도, 하긴 그런 사람이니까 우리가 점을 찍은 거지."
고이치는 두 팔을 쳐들고 의자에 앉은 채 기지개를 켰다. 드러난 어깨의 근육이 울룩불룩 튀어나왔다.
이번에 다카야마 히사노부에게 덫을 친 '달러 계약채권 작전'은 마음에 쏙 드는 작업 중의 하나였다. 돈을 토해내게 할 때 무리한 짓을 하지 않아도 되고 본인이 속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한참이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약점은, 그리 큰 금액을 뜯어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 은행에서 2백만 엔 이상의 돈을 인출하려면 반드시 본인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2백만 엔 이하라고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뭔가 증명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다카야마에게서 건강보험증을 받아갔던 것이다. 그래도 건강보험증만으로는 2백만 엔 이상의 금액을 인출하는 건 어려웠다. 사진이 붙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카야마가 자신이 전액을 다 내도 좋다고 했을 때 시즈나가 고집스럽게 거절한 것도 그런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인을 확인하는 법률이 없었던 시절이라면 2백만 엔은 물론이고 5백만 엔까지도 뜯어낼 수 있었는데. 라고 다이스케는 분하게 생각했다.
"아참, 오늘 거둔 돈을 내놔야지."
다이스케는 곁에 놓여 있던 가방을 끌어당겼다.
거기서 나온 은행 봉투를 고이치 앞에 던져주고, 후우 휘파람을 불었다. 이 순간에는 항상 약간 자랑스러운 기분이 되었다.
고이치는 봉투 안을 들여다보고 두세 번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50만 엔은 시즈나의 연기력에 달려 있겠군."
"어떻게든 뜯어내겠대. 아주 자신만만하더라고. 자기를 뭘로 보냐고 하던데?"
휴대전화로 시즈나와 나눴던 이야기를 다이스케는 떠올렸다.
"시즈나라면 괜찮아. 성공할 거야."
고이치는 웃었다.
현재로서는 다카야마에게서 뜯어낸 돈이 150만 엔이지만 다시 50만 엔을 더 건져올 가능성이 있었다.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시즈나가 다카야마에게 "갑자기 돈 쓸 데가 생겼으니 내가 투자했던 50만 엔을 좀 돌려줬으면 좋겠다"라고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다카야마로서는 자신이 낸 돈은 150만 엔뿐인데 2백만 엔짜리 채권을 손에 쥐고 있다는 실감 때문에 그녀에게 50만 엔을 내주는 데 아무런 저항감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시점까지 이 사기극이 발각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련의 작전을 고안해낸 건 고이치였지만, 정말 절묘한 방법이라고 다이스케는 절절히 생각했다.
"형은 뭐했어?"
옷을 갈아입으며 다이스케가 물었다.
"다음 타깃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지."
고이치가 다시 컴퓨터 쪽으로 돌아앉았다.
"결정했어?"
"일단은."
"다음은 누구야? 의사인가?"
"의사는 아니야. 아, 시즈나가 오면 알려줄게."
"아무튼 돈 많은 사람이겠지?"
"당연하지. 우리는 돈이 남아도는 자들이 아니면 노리지 않아."
"나는 뭐로 분장해야 하지? 또 은행원인가?"
"아니, 이번에는 그 수는 쓰지 않아. 너는 보석상 역할을 해주면 돼."
"우와, 보석상? 그건 처음 해보는 건데?"
"공부를 상당히 많이 해둬야 할 거다. 천만 엔짜리 다이아몬드를 팔아먹어야 하거든."
고이치의 말에 다이스케는 눈을 허옇게 떴다.
"제정신이야?"
"시나리오는 이제부터 만들 거지만, 아무튼 이번에는 큼직한 승부를 하고 싶어."
다이스케는 오른손 주먹으로 왼손을 타악 치며 일어섰다.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내 마개를 땄다.
"천만 엔이라‥‥‥, 한참 힘 좀 써야겠는데?"
그렇게 말하고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들이 사기행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3년쯤 전부터였다. 아동시설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즈나가 자격증 교재 사기 판매에 걸려들었던 게 계기였다.
그 무렵, 고이치는 작은 디자인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다녔던 전문학교의 선배가 소개해준 곳이었다. 한편, 다이스케는 여기저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었다. 프리터라고 하면 그럴싸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실상은 어떤 직장에도 길게 붙어 있지 못한 것이었다.
고이치와 다이스케는 함께 살고 있었다. 거기에 시즈나도 합류했다. 그녀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했지만, 아직 혼자서 방을 얻을 만한 여유는 없었던 것이다.
어느 날, 시즈나가 쇼핑하는데 한 여자가 다가왔다. 차림새가 좋은, 서른 살 남짓한 여자였다. 그녀는 시즈나에게 "내 이상에 너무 딱 맞는 사람이라 나도 모르게 말을 붙이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단 30분이라도 좋으니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면서 시즈나를 커피숍으로 데려갔다.
그 여자는 자신이 에스테틱 어드바이저로 일하고 있으며, 전국 각지의 에스테틱 숍에 우수한 에스테티션을 소개하는 것도 업무 중의 하나여서 그 일을 위한 인재를 찾고 있노라고 설명했다.
우수한 인재란, 요컨대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란 게 그 여자의 설명이었다. 우선 에스테티션이 예쁘지 않고서는 손님이 그 에스테틱 숍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여자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시즈나는 그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에스테티션으로 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미모를 치켜세우는 바람에 우쭐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에스테틱 숍에서 일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전에 우선 에스테티션 자격을 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설명이었다. 비디오와 교재에 의한 강습을 받고 시험에 합격하기만 하면 일할 곳은 얼마든지 소개해줄 수 있다고 했다. 교재는 모두 합해 30만 엔 가까이나 들었다. 당시의 시즈나가 마련할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그래서 대출받기로 했다.
시즈나는 이 일을 고이치와 다이스케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혼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몰래 에스테티션 자격증을 따서 오빠들을 놀라게 해주자는 어린애다운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같은 집에 살면서 계속 교재를 감춰둔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다이스케는 그렇다 쳐도 눈치 빠른 고이치를 속일 수는 없어서 곧바로 들통났다. 게다가 고이치는 그런 교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너, 사기 당한 거야."
그는 담담하게 자격증 교재 사기 판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비싼 돈을 들여 교재를 사게 해놓고 그걸 제대로 보내주는 건 처음 한두 달뿐이고, 이윽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 취직 자리를 알선해준다는 것도 물론 거짓말이다.
처음에는 장난치다 들킨 아이 같은 얼굴로 실실 웃기만 하던 시즈나가 고이치의 설명을 듣고 있는 사이에 얼굴이 새파랗게 변해버렸다. 사기를 당했다는 걸 그제야 깨달은 모양이었다.
"나, 해약하고 올래. 돈을 다시 찾아야지."
시즈나의 말에 고이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용없어. 쿨링오프 기간도 진즉에 지나버렸어."
"그렇다면 경찰에 갈래, 사기 당했다고 말할 거야."
"경찰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 신고하려면 소비자센터겠지."
"그럼 거기로 갈래."
"관둬라. 시간 낭비야. 소비자센터도 그 업자에게 연락이 되지 않는 데야 별 도리가 없잖아?"
시즈나는 울먹거리는 얼굴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럼 어떻게 해야 돼? 이불 뒤집어쓰고 펑펑 울기만 할까?"
"그건 뭔가 이상하지!"
다이스케는 말했다.
"왜? 왜 포기해야 하는 거냐고! 형은 분하지도 않아?"
"너는 아무 말 말고 있어."
"말을 안 할 수가 있어? 30만 엔이야. 큰돈이란 말이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일 때문에 왜 시즈나가 다달이 대출금을 갚아야 하느냐고."
"조용히 해."
"나는 포기 못해. 도저히 이해가 안 돼."
그러자 고이치는 머리를 북북 긁으며 한숨을 내쉬더니 다이스케를 보았다.
"누가 포기한다고 했어?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어."
"그래도‥‥‥."
"요는 이런 거야. 그 30만 엔을 다시 찾으면 된다. 그렇지?"
"그야 그렇지만, 형이 그건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니까‥‥‥."
"그 업자에게서 되찾아오는 건 어렵겠지. 혹시 가능하다고 해도 그건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
"그럼 대체 어디서 되찾느냐고."
그러자 고이치는 흥, 코웃음을 치고는 다이스케와 시즈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너희들, 돈은 돌고 도는 것이라는 말. 알고 있어? 돈이라는 건 한 군데 머물지 않고 수많은 사람의 손으로 빙글빙글 도는 거야. 시즈나의 돈이 그 업자의 수중에 들어갔다면 우리는 또 다른 데서 거둬들이면 돼."
"그러니까 그게 어디냐니까?"
다이스케가 묻자 고이치는 입가를 치켜들더니 "글쎄, 어딜까?"라며 웃었다.
그러고서 고이치가 제안한 아이디어는 다이스케와 시즈나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즉 완전히 똑같은 방법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자격증 교재 사기 판매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 세상은 속느냐 속이느냐, 둘 중의 하나야. 정치가나 공무원을 좀 봐. 국민을 속이고 자기들의 잇속만 채우고 있어. 하지만 그런 걸 알았다고 국민이 폭동을 일으키기라도 했어? 그냥 포기해버리지? 요컨대 제대로 집어먹은 놈이 이기는 세상이야. 우리도 당하면 되갚는 거야. 우리에게 속은 놈은 자기만 손해보고 싶지 않다면 또 다른 누군가를 속이면 되는 거고."
"마지막에 상투 잡은 놈이 지는 것처럼?"
다이스케의 말에, "그렇지, 바로 그거야."라고 고이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이치는 시즈나에게 처음 교재 구매 권유를 받았을 때의 상황을 자세하게 재현시켰다. 그것을 다시 분석하여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시즈나와 다이스케에게 그것을 수없이 연습하게 했다. 그리고 시즈나가 속아서 사들인 교재는 디자인 사무실의 기재를 사용하여 신품처럼 다시 포장했다.
그다음은 거리로 나가 타깃을 찾아내는 것뿐이었다. 자신의 용모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고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여 장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을 품고 있는 듯한 젊은 여자ㅡ 한마디로 사기를 당하던 때의 시즈나 같은 아가씨였다.
다이스케는 멍한 타입의 여자가 좋을 거라고 했지만, 시즈나는 부정했다.
"자신을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타입이 더 나아. 그런 여자일수록 틀림없이 속이기가 더 쉬워."
"아, 우리 시즈나 같은 타입인가?"
"흥, 그래. 어쩔래?" 시즈나는 잔뜩 약이 오른 얼굴로 긍정했다.
두 사람이 선택한 건 유라쿠초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있던 젊은 아가씨였다. 화장품을 고르는 모습을 보아하니 에스테틱에 관심이 많은 여자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시즈나가 말을 걸어 커피숍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자신이 사기 당했던 경험을 살려 보기 좋게 상대가 혹하도록 만들었다. 그 참에 다이스케가 등장했다. 그는 새로 포장한 에스테틱 교재를 종이붕투에 넣어 들고 왔다.
"교재 재고가 달려서 일단 한 세트만 확보해왔어요. 오늘 신청해주시면 지금 이 자리에서 드릴 수 있습니다."
그 말이 마지막 쐐기가 되었다. 상대는 계약하겠다고 말했다. 다이스케와 시즈나는 여자를 소비자금융 영업소에 데려가 그 자리에서 30만 엔을 빌리도록 했다. 타깃의 여자는 전혀 아무 의심도 없이 다이스케에게서 건네받은 교재를 들고 싱글벙글 돌아갔다.
그 며칠 뒤, 시즈나에게 다시 그 수상쩍은 에스테틱 교재가 우편으로 도착했다. 첫 달에 받았던 것보다 내용이 한참 빈약한 물건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자신들이 속인 여자에게 전송했다. 그리고 고이치가 예언했던 대로 교재가 우송되어 온 것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따라서 그 여자에게 전송하는 것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하마터면 나만 당할 뻔했어. 역시 사기였잖아?" 시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큰오빠가 아니었으면 내내 이불 뒤집어쓰고 울기만 했을 거야."
그러자 고이치는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우리가 힘을 합하면, 뭐, 대충 이 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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