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10)

개미남 | 2019.05.29 22:45:26 댓글: 0 조회: 1019 추천: 1
분류추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3927367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1 - 10.

다이스케가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시즈나가 들어왔다.
"나 왔어." 그녀는 코를 킁킁거리며 다이스케를 보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또 카레야? 좀 더 다양하게 변화를 주실 수 없을까?"
"변화를 줬지. 오늘 저녁은 그냥 카레가 아니라 야채 카레야."
"뭐야, 그게? 냉장고에 남은 거 죄다 넣었구나? 큰오빠가 저녁식사 당번일 때는 여기 오는 것도 나름 기대가 되는데, 작은 오빠는 영 아니라니까." 시즈나는 침대에 앉아 가방과 종이봉투를 옆에 내던졌다. "아우, 피곤해."
여전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고이치가 몸을 돌려 그녀 쪽을 향해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 선생, 기분은 좀 어떠셔?"
"나쁠 리가 있어? 갑작스런 호출에 내가 응해줬는데."
"여행가는 거 상의하자는 얘기였어?"
시즈나는 시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풍 구경은 빨리 가는 게 좋다고 팸플릿을 잔뜩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더라고. 방마다 노천탕이 딸린 여관이 있으니까 거기로 결정하재."
"언제?"
"다음 달 둘째 토요일에 갔으면 좋겠다는데?"
고이치는 벽에 붙은 달력으로 눈길을 돌렸다. "앞으로 2주일밖에 안 남았군."
"얼른 마무리해버리자." 다이스케는 냄비 안을 천천히 휘저으며 말했다. "그 중학교 선생, 예상했던 것보다 모아둔 돈도 별로 없잖아? 대충 50만 엔쯤만 빼내고 일찌감치 떼버리는 게 좋겠어. 생명보험 팔아먹는 그 방법이면 될 거야."
고이치는 팔짱을 끼고 시즈나를 바라보았다.
"현 시점에서의 감은 어때?"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약간 미묘한 시기랄까? 큰오빠가 말했던 대로 지독히 쩨쩨하고 경계심도 강해. 보험에 가입하게 하려고 자기한테 상냥하게 해주는 거 아닌가. 은근히 의심하는 눈치야."
"뭐, 그게 사실이기는 하지." 고이치는 빰을 풀며 히죽 웃었다.
세 사람은 다카야마 히사노부와 병행하여 어느 독신 교사를 노리고 있었다. 고이시가와의 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서른다섯 살의 남자였다. 9월에 한 중매회사 파티에서 시즈나가 물어온 타깃이었다. 고이치가 상세히 조사한 끝에 'C틀래스"라고 판단했다. 100만 엔 이상은 기대할 수 없지만 작업을 걸어볼 가치는 있음. 이라는 뜻이었다. 100만 엔 이상도 기대할 수 있는 경우는 'B클래스', 다카야마 히사노부는 거기에 해당되었다. 상한선을 짐작할 수 없는 경우는 'A클래스'. 하지만 그런 타깃을 잡는 데 성공한 적은 지금까지 딱 두 번뿐이었다.
"온천 여행에 함께 가주면 돈을 엄청 내줄 것 같기는 한데."
시즈나의 말을 듣고 "어이, 시즈나!"라며 다이스케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런 수법은 쓰지 않는다는 게 우리 규칙이잖아!"
"아이, 나도 알아. 그냥 한번 해본 소리야."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는 하지 마.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ㅡ."
"나한테 매춘 같은 짓은 안 시키겠다. 그거지? 빤한 소리. 이제 그만해. 듣기도 지겨워."
자신이 하려던 말을 시즈나에게 빼앗긴 채 다이스케는 입을 일자로 꾹 다물었다. 어쩔 수 없이 고이치 쪽을 돌아보자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여왔다. 규칙 변경은 없으니 걱정마ㅡ.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 다이스케는 다시 카레 요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돈은 돌고 도는 것. 그러므로 그 돈을 우리에게 돌아오도록 하자. 라는 것이 세 사람이 본격적으로 사기극을 시작했을 때의 캐치프레이즈였다. 하지만 그때 고이치는 몇 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그 첫 번째가 시즈나의 몸만은 절대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누이에게 매춘을 시키는 그런 남자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하기도 했다.
물론 다이스케도 동감이었다. 시즈나에게 그런 짓을 시키느니 차라리 자기가 노파와 섹스해서 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니, 그것도 안 돼. 그것 역시 매춘이잖아? 우리는 그런 시시한 짓은 하지 않아. 순수한 사기 테크닉만으로 승부할 거야." 고이치는 힘주어 말했다.
그때의 형의 말은 지금도 다이스케의 귀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시즈나가 그자와 온천 여행을 떠나도록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실은 시즈나 쪽이 걱정이었다. 그녀는 작전이 난항을 거듭하면 금세, 우선 자기를 써먹어도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그 말이 본심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다이스케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키스, 그리고 옷 위로 가슴을 더듬은 것 정도는 괜찮아!"라는 규칙을 멋대로 정해버린 것도 시즈나였던 것이다.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겨 있던 고이치가 입을 열었다.
"기한을 정하자. 이달 안으로 마무리한다. 50만 엔 보험, 그걸로 갈 거야. 보험 외판의 책임량을 채우지 못했다고 울면서 매달려봐.
"잘될지 모르겠네." 시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질투 작전을 써보자. 다이스케, 네가 나설 차례야."
"나야 오케이지."
"그걸로 안 먹히면 철수한다. 애초에 C클래스 타깃이었고, 지금 그런 일에 시간과 노력을 들일 때가 아니야. 그보다 좀 더 거대한 계획이 있거든."
"거대한 계획?" 갑자기 시즈나의 얼굴이 환해졌다. 새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마다 그녀가 반드시 내보이는 표정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저녁 먹은 뒤에 하자. 자칫 흥분해서 위가 움직이지 않으면 재미없잖아?" 그렇게 말하며 고이치는 의미심장하게 턱을 쓰다듬었다.
저녁식사 준비는 이 집에 사는 고이치와 다이스케가 맡았다. 당번제로 일주일마다 교대하기로 했다. 시즈나는 니혼바시 하마초에 맨션을 마련해서 평소에는 그쪽에서 잤다. 하지만 그쪽 맨션에는 그녀와 두 오빠를 이어주는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이 집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드나든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물건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현재, 고이치는 디자인 사무실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쪽 일을 전혀 하지 않는 건 아니고 하청 비슷한 일을 프리랜서로 계속하기는 했다. 디자인 관련 커넥션이 본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본업이란 물론 사기 업무.
시즈나가 자격증 교재 사기 판매에 걸려들자 그 손실을 다른 사람에게서 회수하자는 작전을 성공시켰을 때도 설마 이 일을 본업으로 삼자는 등의 이야기는 세 사람 중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다. 단지 세 사람이 힘을 합하면 잃은 돈을 거둬들이는 일쯤,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건 사실이었다. 적어도 다이스케는 새삼 자신들의 인연의 힘을 실감했다.
세 사람이 본격적으로 그 힘을 이용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한 가지 사건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고이치가 피해자 입장이 된 것이다.
긴 연휴가 끝난 날 아침. 고이치가 늘 하던 대로 디지인 사무실에 나가보니 사무실 안이 빈 둥지가 되어 있었다. 디지털카메라도 컴퓨터도, 복사기와 프린터도, 색 견본이며 잉크며 종이도, 심지어 연필과 볼펜, 화장지와 재떨이까지도 모두 다 사라지고 없었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니, 실은 딱 한 가지 남은 게 있었다. 사무실 열쇠였다. 블라인드까지 뜯겨져나간 창틀에 사무실 열쇠가 덜렁 놓여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알지 못했다고 고이치는 나중에 말했다.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 라고 이야기를 듣던 다이스케도 생각했다. 항상 다니던 직장이 갑작스럽게 깡그리 사라진다면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할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경영자는 행방을 감춰버렸다. 그리고 상투적인 얘기대로, 채권자들이 얼굴이 벌게져서 들이닥쳤다. 사무실이 엄청난 빚을 떠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때였다.
채권자들이 아무리 들이대도 고이치가 설명해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 역시 피해자였다. 직장을 잃은 것뿐만이 아니었다. 2달여 분의 월급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개인적인 업무 도구를 갖추는 게 좋다고 부추기는 바람에 얼마 전에 40만 엔이 넘는 디지털 비디오카메라를 자기 돈으로 구입했다. 물론 그 카메라도 사라졌다. 처음부터 들고 튈 생각으로 고이치에게 구입을 권유했다는 건 명백했다.
나아가 비용을 앞당겨 받았던 일거리가 몇 개나 남아 있었다. 그중에는 고이치가 직접 영수증에 사인해준 것도 있었다. 상대는 그것을 증거로 고이치에게 대금 환불을 청구해왔다.
고이치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하청받은 일은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친한 디자이너에게 부탁해 기재를 빌려 썼다. 물론 모든 경비는 자신의 지갑에서 내주어야 했다. 그 돈을 다이스케와 시즈나가 아르바이트로 벌어주었다.
그 일을 모두 끝냈을 때, 고이치는 몸무게가 4킬로그램이나 줄어 있었다.
"나는 이제 누구도 믿지 않는다." 홀쭉하게 여윈 얼굴로 고이치는 다이스케와 시즈나에게 말했다. "믿을 수 있는 건 너희뿐이야. 그런 것쯤. 진즉부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너희한테 부끄럽다. 이제 절대로 똑같은 실수는 안 할게."
형이 잘못한 게 아니야. 라고 다이스케는 말했다.
"그냥 사기를 당한 것뿐이잖아. 부끄러울 거 없어."
하지만 고이치의 번쩍이는 눈빛은 전혀 누그러들지 않았다. 한층 험악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 이 세상은 속느냐 속이느냐 둘 중의 하나야. 나는 그걸 다 알면서도 속았어. 바보 중의 바보야. 너희한테까지 피해를 주다니, 형으로서 부끄럽다. 정말 최악의 형이야."
고개를 숙이는 고이치의 어깨에 시즈나가 손을 얹었다.
"그렇다면 오빠, 우리도 속이는 쪽에 서면 돼."
고이치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다이스케도 누이를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건 뭔가 이상하잖아? 왜 우리만 이런 꼴을 당해야 해? 아버지와 엄마는 살해되고, 집에서는 쫓겨나고, 그 집을 처분한 돈도 어딘가의 친척에게 빠앗기고, 이제 겨우 셋이서 사이좋게 살려고 하는데, 줄줄이 우리에게서 돈을 빼앗아가잖아? 이런 건 이상하지. 정말 이상한 일이란 말이야. 큰오빠, 이 세상은 속느냐 속이느냐 둘 중의 하나라고 했지? 그렇다면 언제까지고 속는 쪽에 서 있는 건 너무 바보 같잖아? 우리도 속이는 쪽으로 돌아서자."
"속이는 쪽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다이스케가 물었다.
"내가 어리석게 당했던 만큼 오빠들이 다시 찾아줬지? 우리, 그때 정말 잘해냈어. 그걸 하면 돼. 본격적으로 사기를 쳐서 세상 사람들에게서 실컷 돈을 뜯어내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말이 안 되지. ㅡ 그렇지, 형?"
하지만 고이치는 그렇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고개를 깊숙이 숙인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뒤에도 내내 고이치는 침묵에 잠겨 있었다.
디자인 사무실의 경영자가 발견된 것은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였다. 아키타 현의 오가 반도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던 것이다. 투신자살을 했는지, 유서도 남아 있었다.
그는 새롭게 설립할 계획인 IT기업에 투자했었다. 회사가 정식으로 출범하면 디자인 부문을 담당하기로 했다. 모든 재산과 인생의 승부를 거기에 걸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가 설립될 전망도 없이, 그에게 참가를 권유했던 사람은 행방불명이 되어버렸다. 남은 것은 막대한 빚과 절망감뿐이었다. 앞뒤 생각할 것도 없이 도망쳐버렸지만, 더 이상 살아갈 자신도 없어 목숨을 끊기로 결심했다는 말들이 그 유서에 적혀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결정타가 된 모양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얼마뒤에 고이치가 선언하듯이 말했던 것이다.
"우리는 속이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제 절대로 슬픈 꼴은 안 당할 거야."
시즈나가 두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다이스케도 동의했다. 고이치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그것이 자신들에게 가장 좋은 길인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가진 최대의 무기는 시즈나의 미모. 이걸 이용하지 않을 도리는 없어. 이 세상에는 돈은 남아돌지만 여자만은 마음대로 안 된다는 남자들이 엄청나게 많아. 그런 자들을 노릴 거야. 가난한 사람의 돈은 손대지 않는다. 이것도 규칙 중의 하나야." 고이치는 말했다.
따로 상의한 것도 아닌데 어느새 역할 분담이 정해졌다. 사기 작전의 입안과 사전 조사는 고이치의 일이었다. 다이스케와 시즈나는 그것을 실행하는 역할이었다. 기본적으로는, 먼저 시즈나가 남자에게 접근하여 친숙한 관계를 만들고 돈을 우려낼 단계가 되면 다이스케가 등장한다는 수법이었다.
세 사람의 "새 사업"은 척척 풀려나갔다. 시즈나는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아둔한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다. 아주 잠깐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상대가 어떤 타입을 선호하는지, 거의 완벽하게 간파해내는 것이다.
한편 다이스케는, 고이치와 시즈나의 말을 빌리자면 "의태의 천재"라는 모양이었다. 보험 외판원, 은행원, 점술가, 야구선수, 호스트, 어떤 직업이든 변신이 가능했다. 그리고 일단 변신하면 어디서 어떻게 보건 다른 직업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척 어울렸다.
"배우가 되었다면 지금쯤 할리우드에 진출했을 거야." 시즈나는 그런 말을 한 적도 있었다.
다이스케 스스로는 잘 알지 못했다. 그저 형과 누이에게 방해나 되지 않도록 열심히 자신의 역할을 할 뿐이었다. 그래도 이 "변신"에서 삶의 즐거움과 보람을 발견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다음에는 어떤 사람으로 변신할 것인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렜다. 변신을 위해 연구하는 과정도 즐거웠다. 지금껏 다양한 직장을 전전해왔지만 이만큼 충실감을 맛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셋이서 카레로 저녁식사를 마친 뒤, 고이치가 서류를 꺼내왔다.
"흠, 슬슬 다음 작전에 들어가볼까?"
"아이, 괜히 폼 재지 말고 빨리 알려주기나 해." 시즈나가 입을 뾰로통하게 내밀었다.
"이번 타깃은 이 사람이야." 고이치가 서류를 유리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 서류에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서른 살쯤의, 턱이 가느다란 남자가 찍혀 있었다. 미남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품 있어 보이는 생김새였다.
"다른 타깃에 비해 꽤 괜찮게 생겼는데?" 시즈나도 말했다.
"이름은 도가미 유키나리. 레스토랑 체인점의 후계자 도련님이셔."
"이자에게 천만 엔짜리 다이아몬드를?" 다이스케가 물었다.
"그래." 고이치는 기분 좋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가미 유키나리에게 반드시 다이아몬드를 팔아야 해. 그리고 그 다이아몬드를 도가미 유키나리는 시즈나에게 선물하는 거야."
시즈나는 입술을 스으윽 핥은 뒤, 엄지손가락을 번쩍 쳐들었다. "좋아, 후끈 달아오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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