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33)

개미남 | 2019.06.14 11:26:49 댓글: 0 조회: 551 추천: 0
분류추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3936819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2 - 8.

고이치의 대답을 듣고 솔직히 하기무라는 낙담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했다. 14년이나 지난 옛날 일인 것이다. 게다가 당시 그는 초등학생이었다. 아버지의 인간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면 그게 도리어 이상한 얘기일 것이다.
"다른 양식당에 대해 들은 이야기는 그것뿐인가? 그 식당이 어디에 있다든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어떻다든가, 뭔가 생각나는 게 있으면 이야기 좀 해줄래?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아."
하기무라의 말에 고이치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기는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이상하다는 듯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게 사건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요? 동업자가 범인이었어요?
"아냐, 아냐." 하기무라는 급하게 손을 저었다.
"아직 뭔가 단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야. 단지 동업자가 어떤 행태로든 관련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그래서 이렇게 물어보는 거야."
"뭔가 새로운 단서가 발견된 거군요?" 고이치는 하기무라와 가시와바라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얘기는 저한테 해주실 수 없나요?"
형사에게는 참으로 괴로운 질문이었다. 하기무라로서는 피해자의 유족에게 수사 진척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 유족이 절대로 제삼자에게 흘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그런 정보를 노리고 매스컴이 접근해오는 것도 경찰로서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용의자를 지레짐작한 유족이 자칫 난폭하게 나가는 경우도 방지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 그렇군요." 고이치는 말을 이었다.
"지난번에 금시계를 보여주셨지요? <아리아케> 신장개업 축하 시계. 그 시계에서 뭔가 알아낸 거예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하기무라가 생각에 잠겨 있으려니 "그래, 그거야."라고 가시와바라가 말했다.
"그 시계를 어떤 장소에서 훔쳐냈다는 것까지는 알아냈어. 문제는 왜 그 장소에 그 시계가 있었느냐 하는 점이야. 그 장소와 관련된 사람들을 조사하다보니까 양식당 한 군데가 떠오르게 됐어. 단지 아직 사건과의 관련성은 정확히 일치 못하는 정황이야. 실은 아무 관계가 없는지도 몰라. 단순히 똑같은 양식당이라는 것만으로 우리가 관심을 가진 것뿐이니까. 그러니 자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해줄 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거지."
가시와바라의 말을 듣고, 설명도 잘하시네. 하고 하기무라는 내심 감탄했다. 중요한 부분은 밝히지 않으면서도 시계에 관련된 수사의 흐름은 효과적으로 전달해주었다.
고이치는 미간에 주름을 잡고 말없이 생각해본 뒤에 그 주름을 지우며 하기무라 쪽을 향했다.
"아까 <도가미 정>이라고 하셨지요? 그런 식당 이름을 아버지에게서 들은 적이 없느냐고요. 그게 현재 형사님들이 조사하고 있는 양식당인 모양이지요?"
하기무라로서는 고개를 끄덕여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시와바라 씨 말대로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어. 이번 사건과는 관계가 없는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자네도 공연히 이상한 감정을 가져서는 안 돼. 우리를 믿고 사건이 해결되기를 기다려주면 되는 거야."
그러자 고이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제가 경찰보다 앞서가려는 건 아니예요. 질문의 의도를 알고 있어야 나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불 수 있는 거라서‥‥‥. 그냥 그것뿐이에요."
"그래." 하기무라는 말했다.
"아까 뭐라고 하셨죠? 아, 그렇지. 아버지가 다른 양식당에 대해 뭔가 말을 했었는가 하는 이야기였지요?" 고이치는 테이블에 팔꿈치를 괴고 입을 꾹 다물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뒤적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른 식당의 특징이라든가 그런 얘기를 하신 일은 없었을까?" 하기무라가 말했다.
"특징이라‥‥‥."
"이를테면 뭔가 남다른 서비스를 해준다든가 그런 거."
하기무라의 말에 고이치는 어깨를 흔들며 웃었다.
"양식당에서 무슨 남다른 서비스를 하겠어요?"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거지."
서비스라면 뭐가 있을까. 라고 말하며 고이치는 진지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배달을 해주는 양식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네요."
"배달?"
"우리 식당은 배달은 안 했었거든요. 일손이 모자랐으니까요. 아버지가 가끔 가는 곳에서 양식을 배달시켜 먹은 일이 있었던가 봐요. 진짜 맛없는 하야시라이스를 먹었다느니, 그런 말을 했었어요. 아버지가 원래 음식에 대해서는 험담을 자주 하는 편이였거든요."
그 말을 들으며, <도가미 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겠구나. 하고 하기무라는 생각했다. 하야시라이스가 큰 인기를 끌었던 가게인 것이다. 그만큼 잘나가는 식당이라면 따로 배달을 해줄 여유가 있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어디에 갔었는데?" 가시와바라가 물었다.
"뭐가요?"
"자네 아버지 말이야. 가끔 가는 곳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디였지? 식당 일 때문에 웬만해서는 외출이 어려웠을 텐데?"
"그건 그렇죠. 하지만 일요일은 쉬는 날이였거든요." 그렇게 말하고 고이치는 뭔가 퍼뜩 생각난 듯이 아하, 하고 입을 살짝 벌렸다.
왜 그래. 하고 하기무라가 물었다.
고이치는 몸을 숙인 채 거북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왜 그래. 라고 하기무라가 다시 한 번 물어보려고 했을 때, 그가 얼굴을 들었다.
"그거예요. 경마. 그 경마 도박을 하러 갔을 거예요."
"아, 사설 도박장 말이구나?"
고이치는 턱을 당겼다.
"그런 불법적인 곳이라는 건 그때 당시에는 알지도 못했지만, 아버지가 한참 경마하러 나다닐 때 그 배달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흐음." 하기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사설 도박장에 얽힌 이야기라면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 사설 도박장 사건과 이 사건이 아무 관계도 없다는 건 벌써 4년 전에 판명된 것이다.
하지만 가시와바라 쪽을 흘끗 돌아본 하기무라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가 진지한 눈빛으로 마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전하려고 하는 기미가 전해져왔다.
"왜요?" 하기무라가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고이치 군도 바쁠 테니까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둘까 싶어서. 양식당 일은 천천히 생각을 좀 해보는 게 어떻겠어?"
"아, 예. 그건 그래도 좋을지 모르겠군요."
하기무라는 가시와바라의 의도를 눈치 챘다. 뭔가 중대한 것을 깨달았지만 그걸 고이치 앞에서는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자. 그럼 여기까지로 해두자고. 정말 미안했네." 하기무라는 고이치에게 말했다.
"이제 됐어요?" 갑작스럽게 이야기가 끊긴 탓인지 고이치는 당황하는 눈치였다.
"또 연락하게 될 것 같아. 그때도 잘 부탁해. 오늘 고마웠어."
"네." 고개를 끄덕이면서 고이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생하고 연락은 하나?" 가시와바라가 물었다. "자네 동생 이름. 분명 다이스케 군이었지? 지난번에 전혀 안 만난다고 했는데. 아직도 연락처를 모르는 건가?"
고이치는 아픈 곳을 찔린 듯한 표정을 지은 뒤, 머리를 긁적였다.
"연락하려고 하면 뭐, 안 될 건 없는데요‥‥‥."
"한 차례 연락 좀 해줄래? 수사에 협력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어."
"벌써 14년이나 지난 일인데요. 뭘, 다이스케 녀석. 벌써 범인의 얼굴이고 뭐고 다 잊어버렸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 점을 좀 확인해보려고 그래."
"예." 고이치는 망설이듯이 눈을 깜빡였지만,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요. 연락해볼게요. 아마 전화번호는 바뀌지 않았을 거예요."
"응, 그렇게 좀 해줘. 그리고 자네로서도 그러는 게 더 좋아."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가시와바라의 말에 고개를 약간 갸웃하더니 고이치는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어째서 동생하고 만나지 않는 걸까요?" 고이치가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 하기무라는 말했다.
"동생이 아동시설을 나온 직후에는 함께 살기도 했던 모양이야. 근데 동생이 착실하게 일을 하지 않으니까 형 쪽이 화가 나서 잔소리를 좀 했고. 아마 그런 일로 사이가 틀어졌나 봐. 자세한 건 나도 잘은 모르지만."
"여동생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네요."
"그쪽은 원래부터 호적상의 여동생이 아니야. 아동시설을 나온 뒤로는 소식도 모르는 모양이야."
"저런, 그렇군요‥‥‥."
하기무라의 뇌리에 어린 세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슨 일이 터졌는지도 알지 못하던 어린 소녀, 충격이 너무나 커서 말문이 닫혀버렸던 소년, 그 두 사람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열심히 눈물을 삼키던 큰아들ㅡ. 그들이 잃어버린 것이 얼마나 컸는가를 생각하면 이 사건을 풍화시킬 수는 없는 일이고, 시효 성립 따위의 말도 안 되는 결말만은 절대로 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그보다, 아까 그 이야기 듣고 뭔가 생각나는 거 없었어?" 가시와바라가 물었다.
"사설 도박장 건 말인가요? 아뇨, 나는 별로‥‥‥, 가시와바라 씨는 뭔가 알아낸 게 있어요?"
"그 사설 도박단이 장사했던 장소가 사쿠라기초 아니었어?"
"사쿠라기초‥‥‥, 그랬던가요? 분명 다방이었는데? 이름은 잊어버렸지만요. 근데 사쿠라기초라면 그 DVD 가게 옆이잖아요?"
"한 번 확인해보자고." 가시와바라는 기운차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이스케가 시즈나의 맨션에 갔을 때, 그녀는 스탠드 거울 앞에서 감색 원피스를 몸에 대보고 있는 참이었다.
"뭐하냐?"
"도가미의 집에 갈 때 입을 옷 고르는 중. 저기 정장하고 이 원피스, 어느 쪽이 더 좋을까?"
"어느 쪽이건 무슨 상관이야? 그보다, 날짜는 정해졌어?"
"그에게서 연락 오기를 기다리는 중. 이르면 다음 주말이 될 거라고 했거든."
그. 라는 말투에 다이스케는 가벼운 이질감을 느꼈다. 하지만 무엇이 마음에 걸리는 것인지는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형이 되도록 빨리 하라던데? 아까 가시와바라 형사한테 전화가 와서 형이 만나러 나갔어. 아마도 경찰에서 드디어 <도가미 정>을 주목하게 된 거 같대."
"그래? 그럼 서둘러야겠네." 시즈나는 들고 있던 원피스를 침대에 내던졌다. 그러고는 먼저 골라두었던 정장과 견주어본 뒤 바닥에 털썩 앉았다. "도가미의 집에 가서 레시피 작전을 성공시키면 내 역할은 끝나는 거지?"
"그래. 그다음 일은 경찰에 맡겨두면 된다고 형이 말했어. 모두 다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거든. 역시 형은 대단해."
하지만 거기에 대해 시즈나는 별다른 대답 없이 침대에 늘어놓은 옷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윽고 한숨을 내쉬더니 어깨를 으쓱 쳐들었다.
"나, 정말 웃긴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번에 만나고 나면 다카미네 사오리라는 여자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거야. 그러면 뭘 입고 가건 상관도 없는데, 우습다. 이제는 유키나리의 눈에 들 필요도 없는데 말이야."
"너무 센스 없는 옷을 입고 가면 쫓겨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냥 평범한 옷이면 되는 거 아냐?"
"그렇지?" 시즈나는 침대의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자료 좀 가져왔어." 다이스케는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내려놓았다.
"자료라니, 무슨?"
"유학에 관한 사항이라든가 캐나다에 대한 거. 다카미네 사오리는 캐나다로 유학을 가는 거잖아? 이래저래 잘 알아둬야지. 안 그러면 진땀나실걸?" 그렇게 말하고 다이스케는 빙글빙글 웃어보였다.
"흥, 괜찮아."
"뭐가 괜찮아?"
"그딴 거, 필요 없다는 얘기야. 멋지게 해낼 거니까 걱정 마셔."
"어이, 시즈나. 오빠가 애써 들고 왔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게다가 그쪽 집에서 유학에 대해 시시콜콜 물어볼 거라고. 중언부언하거나 잘못된 대답하면 수상하게 생각할 거 아냐. 레시피 작전을 성공시키려면 절대로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조건이란 말이야."
"나도 알아. 그딴 거." 시즈나가 짧게 내뱉었다. "내가 잘한다잖아? 유키나리를 만나는 건 앞으로 딱 한 번이야. 그 뒤로는 만나지도 않을 거니까 의심 받고 말고 할 것도 없어."
너무 사납게 쏘아붙이는 바람에 다이스케는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자 시즈나가 "아, 미안." 하면서 중얼거렸다.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되겠지? 미안해. 나중에 찬찬히 볼 테니까 놔두고 가. 그리고 그쪽 집에 가는 날짜가 정해지면 연락할게."
"알았어." 다이스케는 발길을 돌려 현관으로 향했다.
몬젠나카초의 맨션에 돌아오자 고이치가 벌써 돌아와 있었다. 다이스케 쪽을 돌아보며 손 끝으로 오케이 사인을 그려보였다.
"내 짐작이 적중했어. 경찰이 마침내 <도가미 정> 쪽을 주목하게 됐다고." 형의 목소리는 신이 나 있었다. "지금 당장 도가미 마사유키를 용의자로 취급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럴 만한 자료가 갖춰졌으니까 틀림없이 본격 작업에 들어갈 거야. 잘하면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 증거도 찾아내줄지 몰라."
"흐음, 거 잘됐네‥‥‥."
어중간한 말투로 다이스케가 대꾸하자, 짐작했던 대로 고이치는 불만스러운 듯 입 끝이 처졌다.
"뭐야, 아직도 내 방식에 뭔가 불만이 있어?"
"아니, 그런 게 아냐. 방금 시즈나한테 다녀왔어. 형의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으니까 레시피 작전을 서두르라고 말했어."
"그래서, 시즈나는 뭐래?"
다이스케는 고개를 저었다.
"시즈나, 아무 말도 안 해. 잘할 테니까 걱정 말래."
"근데 왜 그렇게 시무룩한 얼굴이야?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다이스케는 망설이고 있었다. 바로 조금 전에 생각난 것을 고이치에게 말해야 할지 어떨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야. 다이스케." 고이치가 답답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시즈나가 말이야‥‥‥." 다이스케는 형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빠졌어."
"뭐?" 고이치가 얼굴을 찌푸렸다. "뭔 소리야?"
"시즈나. 빠졌다고. 도가미 유키나리한테 푹 빠졌어. 작전상 연극을 하는 게 아니야. 진심으로 사랑에 빠져버렸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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