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37)

개미남 | 2019.06.15 10:42:23 댓글: 0 조회: 349 추천: 0
분류추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3937439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2 - 12.
아뇨. 라고 가시와바라는 자신의 얼굴 앞에서 손을 저었다.
"말이 적절하지를 못했군요. 정확히 말하자면 금시계를 넣어둔 비닐봉투에 찍힌 지문과 시계의 지문이 일치했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비닐봉투의 지문이라고요?" 도가미의 얼굴은 역시 긴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꼿꼿하게 등을 세운 자세는 흔들림이 없었다.
"지난번에 금시계를 보셨을 때, 비닐봉투에 들어 있었던 것이 기억나십니까? 증거품을 직접 손으로 만지면 안 되기 때문에 증거품은 모두 그렇게 비닐봉투에 넣어두지요. 댁에 찾아갔을 때, 이쪽의 하기무라 형사는 장갑을 끼고 있었습니다. 그때의 비닐봉투는 새것이어서 어느 누구의 지문도 찍혀 있지 않았고요. 당신이 손으로 집는 것을 우리가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비닐봉투에 찍힌 지문은 당신의 것일 가능성이 높았죠. 물론 뭔가 착오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확인 절차는 필요합니다. 잠시 뒤에 정식으로 지문 채취를 하게 될 텐데, 괜찮겠습니까?" 단숨에 늘어놓은 뒤 가시와바라는 상대의 반응을 확인하듯이 도가미의 얼굴을 지그시 응시했다.
도가미는 입을 꾹 다문 채, 시선을 사탕 통으로 향하고 있었다. 눈을 두어 번 깜빡거린 것이 그가 보인 반응의 전부였다.
그 입이 움직였다.
"지문 채취의 거부는 안 되겠지요. 당연히?"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아뇨, 아니에요." 도가미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물어본 겁니다. 그나저나 이것 참, 난감하군.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는 건지."
"시계에 도가미 씨의 지문이 찍혀 있다는 건 우리 경찰로서는 그저 넘어갈 수 없는 일입니다." 가시와바라가 말했다. "지난번의 말씀과 모순되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그래도 나는 똑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어요. 이 사탕 통도, 그 시계도 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면 지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그러니까 그게, 나는 설명 같은 건 못해요. 그 시계에 내 지문이 찍혀 있다는 건 내가 어디선가 만졌다는 뜻이겠지만, 언제 어디서 만졌느냐고 물어보셔도 나는 대답할 도리가 없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지도 모르겠군요." 도가미의 말투는 약간 빨라진 정도일 뿐, 내심의 동요를 내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이게 연기라면 그야말로 최강이다. 하고 하기무라는 옆에서 지켜보며 생각했다.
"하지만 도가미 씨, 발견된 장소가 천장 위가 아닙니까? 그런 특별한 장소에 놓여 있던 것을 잊어버린다는 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는데요."가시와바라는 턱을 당기며 슬쩍 눈을 치떴다.
"그러니까요. 그걸 거기에 놓은 건 내가 아니에요." 도가미는 딱 잘라 말했다. "아니면, 이 사탕 통에서도 내 지문이 발견되었습니까?"
"아뇨, 그건 아니고‥‥‥."
"그렇지요?" 도가미는 깡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시계에 관해서는 내가 어딘가에서 만졌는지도 모르지만 깡통을 천장 위에 감춘 것은 또 다른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 아니겠습니까?"
이 사람은 몹시 침착하구나. 하고 하기무라는 생각했다. 아닌게 아니라 깡통에서 지문이 검출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그들도 명확한 추리를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가시와바라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한 장의 사진을 꺼내 도가미 앞에 놓았다. 거기에는 두 사람이 찍혀 있었다. 살해된 아리아케 부부였다. 누군가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의 사진인 듯, 유키히로는 예복 차림이고 도코는 도메소데(여성용 예복으로 소매 길이는 보통이며 무늬와 문장이 달려 있음ㅡ역주)를 입고 있었다. 사건 발생 당시, 하기무라도 그 사진의 복사본을 들고 여기저기 탐문을 위해 어지간히 돌아다녔었다.
"이 사진 속 사람들, 혹시 기억에 있으십니까?" 가시와바라가 물었다.
도가미는 품속에서 안경을 꺼내 쓰더니 사진에 손을 내밀었다. 눈부신 것을 바라보듯이 일순 눈이 가느스름해지는 것을 하기무라는 알아보았다.
"어느 쪽 사람을?"
"어느 쪽이든 좋습니다. 부부예요. 14,5년 전의 사진입니다."
도가미는 10여 초를 들여다본 뒤, 고개를 저으며 안경을 벗었다.
"미안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남자 쪽은 금시계의 주인인데요?" 가시와바라가 말했다. "시계는 만진 적이 있는데 그 주인은 알지 못한다는 건 무슨 말씀이지요?"
"그러니까요. 아까부터 말씀드리잖습니까? 시계를 만졌던 것조차 내 기억에는 없어요."
도가미의 표정에서는 불안 같은 건 한 조각도 감지해낼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동요하는 기미가 포착될 것이라는 하기무라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가시와바라가 한숨을 내쉬며 의견을 청하는 눈빛을 하기무라에게 던져왔다.
하기무라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사쿠라기초에서 가게를 하던 시절에 요코스카 방면에 가신 일은 없습니까?"
"요코스카라‥‥‥, 간 적은 있지만 기껏해야 두세 번입니다."
"무슨 볼일로 갔었는지요."
"용건이라고 할 것도 없었어요. 단순한 드라이브 정도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갔던 건 언제입니까?"
"글쎄, 언제였나." 도가미는 팔짱을 끼고 얼굴을 찌푸렸다. "아들이 초등학생 때였으니까 벌써 20년이 다 되는 옛날 일 아니겠습니까?"
"그쪽에 아는 사람도 없으십니까?"
"없어요." 도가미는 고개를 저었다.
하기무라는 가시와바라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로서는 더 이상 물어볼 게 없다. 라는 뜻이었다.
가시와바라는 도가미에게 웃음을 건넸다.
"고맙습니다. 그럼, 오늘 여쭤본 것에 대해 뭔가 따로 생각나는 게 있으면 즉시 연락을 해주시겠습니까?"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알았다는 말씀을 드려두지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도가미는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인 뒤, 다시금 형사들에게 시선을 던져왔다. "내 쪽에서 몇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무엇이지요?" 가시와바라가 물었다.
"그 가게‥‥‥, 사쿠라기초의 그 가게에 도둑이 들었다고 했지요? 그래서 이 깡통을 천장 위에서 훔쳐냈다고요." 도가미는 책상 위의 사탕 통을 보았다. "도둑질을 한 그 범인은 체포되었습니까?"
하기무라와 가시와바라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아직 체포되지 않았는데, 그게 왜요?" 가시와바라가 말했다.
도가미는 의외라는 듯한 얼굴로 턱을 내밀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체포가 안 되었다‥‥‥, 그러면 왜 이 사탕 통이 여기에 있지요?"
"아, 그건요." 가시와바라는 한쪽 팔을 쳐들었다. "이 깡통은 누군가 버리고 간 도난 차량에서 발견되었어요. 다른 도난품과 함께."
"그러면 다른 도난품도 천장 위에 있었습니까?"
"아뇨, 그건 아닙니다. 다른 장소예요."
"그런데 어째서 이 깡통만 천장 위에서 꺼내왔다고 하는 거지요?"
"그런 흔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지만요."
가시와바라의 대답에 도가미는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뭔가 마음에 걸리십니까?" 하기무라가 물어보았다.
"아뇨, 대체 언제 거기에 놓아두었나 싶어서‥‥‥."
"언제‥‥‥. 라는 게 마음에 걸리십니까?"
"그래요. 내가 시계를 만진 뒤라는 얘기니까요." 도가미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지만, 이윽고 미련을 털어버리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습니다. 그보다 지문을 채취한다고 했지요?"
"네. 담당자를 불러오지요." 하기무라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문 채취가 끝나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시와바라가 도가미를 가게까지 차에 태워 보내주었다. 하기무라는 수사1과에 돌아가 계장인 이소베에게 사정청취의 내용을 보고했다.
"역시 그렇게 나오는군. 기억이 안 난단 말이지?" 이소베는 씁쓸한 얼굴이면서도 반쯤은 예상했던 일이라는 말투였다.
"그 금시계가 어떤 경로를 더듬었는지, 그건 우리도 아직 파악을 못한 상태잖아요. 언제 어디서 만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버리면, 더 이상 추궁할 도리가 없어요."
"위쪽하고도 상의해봤는데, 그 시계 하나로 도가미 마사유키를 피의자 취급하는 건 위험하다는 판단이었어. 예전에 살던 주거지에서 피해자의 물건이 나왔고, 게다가 거기에 지문이 찍혀 있다는 것은 분명 수상한 일이야.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라고는 할 수 없어. 그럴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이유를 붙일 수 있거든."
"바로 그렇습니다. 그 이유라는 것을 도가미 씨의 입에서 들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버텨버리면 도무지 손 쓸 도리가 없지. 거기까지 계산하고서 그런 대답했는지 아니면 정말로 기억을 못하는 건지. 이것 참‥‥‥." 이소베는 책상 위에 얹힌 두 손을 깍지 꼈다.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 느낌이었어?"
"그게 좀 난해해요.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데, 그 사람. 아주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서 거기에 휘둘리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분명 몽타주가 있었지? 도가미는 어때? 그 몽타주하고 비슷해?"
"정확하게 단정할 수가 없어요. 비슷하다고 못할 것도 없다. 하는 정도거든요. 어찌됐건 14년이 지난 옛날 일이라서."
"그만큼 세월이 흘렀으니 가령 동일 인물이라 해도 인상이 변해버리겠지. 14년 전의 내 사진을 보고 금세 나라고 알아맞히는 사람이 몇 명 안 되더라고." 이소베는 한숨을 내쉬며 숱이 부쩍 줄어든 머리칼을 뒤로 쓸어 올렸다. "그 몽타주는 피해자 아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런 거지?"
"네. 둘째아들이 범인으로 보이는 인물을 목격했어요. 도가미하고 대질을 해볼까요?"
"글쎄‥‥‥. 일단 대질심문 수속만 해놓지. 하지만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어. 어렸을 때 얼핏 본 것뿐이잖아? 혹시 자신이 목격한 사람이라고 증언하더라도 증거 능력이 낮아. 거꾸로 비슷하지 않다고 증언해도 우리가 도가미에게서 간단히 손을 뗄 이유는 되지 못하고 말이지. 대질심문은 앞으로 수사해봐서 도가미의 혐의가 농후해졌을 경우에 하자고."
"보강 자료가 된다면 다행이라는 정도인가요?"
"그렇지. 이 단계에서 사건 수사에 유족을 관여시키면 쓸 만한 결과가 나오기 어려워. 유족이란 원래 경찰이 주목하는 사람을 범인이라고 단정해버리는 경항이 있어. 그것뿐이면 그나마 괜찮지만, 설익은 정보를 매스컴에 흘리기도 한다니까. 일이 그렇게 되면 정말 귀찮아져."
"요코스카 경찰서 쪽에도 그렇게 전해두겠습니다."
"응, 부탁해. 근데 도가미 마사유키의 지문은 채취했지?"
"했습니다. 내일부터 대조 작업에 들어가도록 지시하겠습니다."
사건 현장 <아리아케>의 가게 안이며 거주지에서는 무수한 지문이 채취되었고 그 자료는 지금도 남아 있었다. 그중에 도가미의 지문이 없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혹시 범행 시에 장갑을 끼고 있었다 해도 범인이 <아리아케>를 찾은 것이 그때가 처음은 아닐 거라는 게 당시부터 수사진의 생각이었다.
만일 도가미의 지문이 한 개라도 발견된다면 <아리아케>에 대해 모른다고 진술한 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수 있다.
"그 무렵의 도가미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겠군. 그의 말대로 사설 도박장에서 잠깐 얼굴을 마주친 정도의 상대라면, 무슨 이유가 됐건 강도에 살해까지 한다는 건 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야. 어딘가에서 도가미와 피해자가 깊숙이 연결되어 있을 거라고."
"그 점에 대해서는 이미 착수했습니다."
"인원이 더 필요하지? 위쪽과 상의해서 몇 명 더 보내달라고 할게. 단, 탐문은 신중하게 해줘. <도가미 정>에서 영업 방해로 고소가 들어오면 귀찮아진다고."
"그런 쪽은 최대한 주의하고 있어요."
"부디 지나치게 나서지 않도록 조심해줘. 내가 이 직업 정말 오래 해왔지만, 시효 직전에 범인을 잡아낸 경험은 한 번도 없었어."
"명심하겠습니다." 하기무라는 대답했다.
현경 본부를 나온 뒤, 하기무라는 간나이 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목적지는 역이 아니라 그 곁에 있는 이자카야였다. 그곳에서 가시와바라와 만나기로 약속한 것이다.
가게에 들어서자 가시와바라는 등을 둥글게 구부리고 카운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우롱차 잔을 옆에 놓고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뒤에서 슬쩍 쳐다보니 사진이었다. 초등학생 정도의 소년이 찍혀 있었다. 그것이 그의 아들이라는 것을 하기무라는 알고 있었다.
"좀 기다리셨지요?"
말을 건네자 가시와바라는 흠칫 놀란 듯 등을 쭉 펴더니 들고 있던 사진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생각보다 늦었네?"
"계장님하고 이래저래 상의를 좀 했거든요."
하기무라는 이소베와의 대화를 들려주었다. 가시와바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흐음. 지나치게 나서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단 말이지?"
"기껏 양식당 사장을 상대로 너무 겁을 낸다고 하시겠지만, 검거율이 올라가면서 현경의 이미지도 한창 좋은 때인 만큼 오인 체포는 피하고 싶은 거겠죠. 그보다 도가미 마사유키는 어때요?"
"내내 그 상태야. 꿈쩍도 안 해. 상당히 배짱 좋고 다부진 사람이야. 차로 데려다줄 때, 나한테 뭐라고 한 줄 알아? 다음에 꼭 다른 형사들하고 함께 자기 식당의 자랑거리인 하야시라이스를 먹으러 오라고 하더라고."
"괜히 여유 있는 척하는 거 아니에요?"
"그건 아냐. 진짜 여유야. 이건 아무래도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 들어."
"잘못 짚었다니. 그러니까 도가미는 범인이 아니라는 얘기?"
우롱차 잔을 손에 들고 가시와바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시계를 사건 날 밤에 탈취해왔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어. 어쩌면 그 이전에 아리아케 유키히로가 처분해버렸는지도 모르지. 그게 돌고 돌아 도가미의 손에 건너갔다. 근데 그걸 누군가 깡통에 넣어 천장 위에 숨겼다. 게다가 감춰둔 사람조차 그걸 잊어버렸다ㅡ.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잖아?"
"그럼 누구예요. 그걸 감춰둔 사람은?"
"그런 짓을 할 만한 사람이라면 분명 한창 장난꾸러기이거나 그 친구들이겠지."
"아, 도가미 씨의 아들 말인가요?"
"10년 전이라면 그 아들은 초등학생 때쯤이야. 진상은 대충 그런 쪽 아니겠어?" 차가운 어조로 말한 뒤, 가시와바라는 고개를 들며 말을 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벌써 지나치게 나가버렸는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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