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44)

개미남 | 2019.06.16 10:11:02 댓글: 0 조회: 678 추천: 0
분류추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3937889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2 - 19.

일순, 시즈나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버렸다.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대답할 말도 찾아지지 앉았다. 어째서 유키나리가 이 노트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뭐예요. 이게?" 가까스로 그렇게 물었다. 당황한 것을 감추는 연기에 실패하고 있다는 건 스스로도 잘 알았다.
"그건 내가 묻고 싶어요. 이건 대체 뭐지요?" 유키나리가 온화한 어조로 물었다. 분노나 의심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몸을 숙이고 고개를 가만히 옆으로 저었다. "나는 모르겠어요."
고함을 내지르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유키나리에게 그녀가 알지 못하는 면이 있다는 건 조금 전 다카야마와 나눈 대화로도 이미 알 수 있었다.
"부탁이에요. 사실대로 이야기해요." 하지만 유키나리의 태도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당신이 이 노트를 감춰뒀다는 건 이미 알고 있어요."
시즈나는 슬그머니 눈을 치켜뜨고 유키나리를 보았다. 어떤 표정으로 묻고 있는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의 입가에는 엷은 웃음이 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몹시 서글퍼보였다.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그는 화가 난 것이 아니다. 마음속 깊이 상처를 입은 것이었다. 그녀는 다시금 눈을 내리뜰 수밖에 없었다.
"그저께 밤에 우리 집 서고에 들어갔었습니다. 조사할 게 있어서요." 유키나리가 조용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세계의 가정요리>>라는 책을 뽑아내려다가 그 바로 옆에 이 노트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라서 꺼내봤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랐어요. 안에 양식 요리의 레시피가 빽빽이 적혀있었으니까요. 그건 아버지의 필체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내가 그보다 더 놀란 건 바로 이 노트의 냄새 때문이었습니다."
시즈나는 고개를 들었다. 냄새라니?
"당신도 잠깐 맡아봐요. 상당히 옅어지기는 했지만." 유키나리는 노트를 시즈나에게 내밀었다.
노트를 받아들고 시즈나는 표지를 코끝에 대보았다. 그 순간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알겠지요? 향수 냄새가 나더군요. 어머니가 당신에게 반 강제로 선물했던 그 샤넬 향수. 당신은 손목에 향수를 뿌리고 오른손으로 그걸 비볐지요? 그 뒤에 장갑을 끼기는 했지만 이 노트에 그 냄새가 배었던 모양이에요."
시즈나는 말없이 노트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반론을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향수를 선물 받던 때의 일은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손목에 발랐다는 건 까맣게 잊고 있었다.
"말해봐요. 왜 이 노트를 거기에 끼워두었지요?" 유키나리가 다시 물어왔다.
시즈나는 무릎 위에서 두 손을 꼭 움켜쥐었다. 손바닥에 흥건히 땀이 배어 있었다.
오빠, 어떻게 해ㅡ. 고이치와 다이스케의 얼굴이 떠올랐다. 수많은 고생을 하면서 지금까지 면밀한 계획을 진행시켜왔다. 그런 노력이 지금 한낱 물거품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다카미네 씨, 아니‥‥‥." 유키나리는 잠시 말을 끊었다. "아마 그건 가짜 이름이겠지요? 분명 조금 전의 그 남자는 시호라고 했어요. 시호라는 게 본명인가요?"
시즈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라고 한다면 다카야마에게 가짜 이름을 사용했던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생기게 된다.
"그러면 혹시 성씨가 아리아케인가요?"
유키나리의 물음에 시즈나는 저도 모르게 눈을 둥그렇게 뜨고 말았다.
그는 테이블 위에 노트를 펼쳤다.
"봐요, 여기 "아리아케 크로켓"이라고 적혀 있지요? 그밖에도 "아리아케 프라이'라든가 '아리아케 라이스' 같은 것도 있어요. 아마도 아리아케라는 건 이 식당의 이름이겠죠. 그리고 아리아케라고 하면 나는 마음에 짚이는 가게가 있어요. 전에 당신에게 내가 그 이름의 양식당에 대해 조사한다는 이야기를 했을 거예요. 왜 내가 이 식당에 대해 조사했는가 하면 얼마 전에 형사가 우리 집에 찾아왔었기 때문이에요. 그 형사들이 아버지에게 묘한 질문을 몇 가지 한 뒤에 돌아갔어요. 그 질문 중의 하나가 <아리아케>라는 양식당을 알지 못하느냐는 것이었죠. 그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오래된 신문기사를 조사해봤어요. <아리아케>는 14년 전에 강도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식당이더군요. 아마 형사들이 그 사건을 수사하던 중에 우리 집을 찾아온 모양입니다. 근거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 형사들이 아버지를 의심하는 것 같았어요."
단숨에 이야기한 뒤, 유키나리는 찻잔에 손을 내밀었다. 한모금 마시고 그가 중얼거렸다. "이 홍차는 우리 가게의 자랑거리인데 식어버리니 아무 소용이 없군요."
시즈나는 테이블에 시선을 떨어뜨린 채였다. 이 자리를 수습하는 일 따위 불가능했다. 노트를 발견한 뒤에 유키나리는 다양하게 사고를 펼쳤을 게 틀림없었다. 그런 다음에 시즈나에게 연락을 해온 것이다. 어째서 그가 그토록 끈질기게 전화를 했었는지 이제야 그녀는 이해했다. 프러포즈를 하려는 거라고만 생각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했다.
"고개를 들어봐요. 시호 씨." 유키나리가 말했다.
시즈나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아뇨, 내 이름은 시호가 아니라구요ㅡ.
"당신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어렸을 때 우리 식당과 똑같은 맛의 하야시라이스를 먹어본 적이 있다. 그 하야시라이스를 먹은 곳은 친구의 부모님이 경형하던 식당이고. 그분들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 식당도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친구는 이름이 야자키 시즈나였다‥‥‥. 그렇지요?"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시즈나는 움찔 몸으로 반응을 해버렸다.
"요코스카의 양식당이고 부모가 돌아가셨다는 공통점 때문에 나는 당신에게 그 식당이 혹시 <아리아케>라는 곳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아니라고 했지요? 나도 그때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리아케>라는 식당은 사장의 이름도 아리아케였으니까요. 그런데 당신이 이 노트를ㅡ." 그는 시즈나의 눈앞에서 노트를 가리켰다. "이 노트를 우리 집에 몰래 갖다 둔 것을 보면 그때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가 없군요. 조금더 말하자면, 이 노트에 적혀 있는 하야시라이스의 레시피는 <도가미 정>의 원조 하야시라이스와 완전히 똑같아요. 우리는 상당히 특별한 간장을 사용하는데 이 노트에는 그 제품명까지 기록되어 있거든요. 당신이 우리 집 하야시라이스를 먹고 눈물을 흘린 이유를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그 친구의 식당이라는 게 역시 <아리아케>였지요? 야자키 시즈나라는 건 당신이 생각해낸 가짜 이름이고?"
시즈나는 숨을 삼키고 얼굴을 들었다. 유키나리를 응시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가짜 이름 아니에요."
"그런가요?"
"정말이에요. 그것만은 믿어주세요."
"그것만은?"
유키나리가 빤히 쳐다보는 바람에 시즈나는 다시 시선을 떨구었다. 그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신기한 사람이에요. 이 노트에 대해 내가 이래저래 이야기하는 건 말없이 듣고 있더니, 친구 이름이 거짓말 아니냐는 질문에는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군요.흠, 왜 그러는 거죠? 정말 궁금하군요."
시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야자키 시즈나라는 이름만은 가짜가 아니다ㅡ.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저기, 시호 씨." 쐐기를 박듯이 유키나리가 그 이름으로 불러왔다.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봐요. 왜 이 노트를 우리 집 서고에 감춰뒀어요? 아니, 그보다 어째서 이 노트를 당신이 갖고 있었죠? 당신과 <아리아케>는 어떤 관계에요? 제발 솔직히 말해줘요. 부탁합니다. 시호 씨."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시즈나는 강하게 고개를 흔들며 부르짖고 있었다. "아니라니까요!"
흠칫 놀란 듯 몸을 뒤로 물리는 유키나리를 시즈나는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내 이름은 시호가 아니에요. 그런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요!"
젊은 점원이 뛰어왔다. 그것을 유키나리가 손으로 제지했다. "필요할 때는 내 쪽에서 부를 테니까 그때까지 우리 둘만 있게 해줘."
점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 쪽으로 사라졌다. 그것을 지켜본 뒤에 유키나리는 시즈나에게 얼굴을 향했다.
"하지만 아까 그 남자는 분명 시호라고‥‥‥."
"그 사람에게도 가짜 이름을 썼어요."
"음, 그랬군‥‥‥. 자, 그럼 진짜 이름은?"
시즈나의 가슴속에 망설임과 체념이 교차했다. 다카미네 사오리라고 주장하는 것도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런 거짓말은 금세 들키고 만다. 아니, 그것보다 이제 더 이상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야자키‥‥‥시즈나." 그녀는 대답하고 있었다.
"엇, 당신이?" 유키나리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래도 그건 친구 이름이라고‥‥‥."
시즈나는 가방을 끌어당겨 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곳에 들어 있던 건강보험증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정말이네?" 보험증을 보고 유키나리는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아, 그런 거였구나!"라고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이 되었다. "당신 이름이 야자키 시즈나. 그리고 그 친구가 아리아케군요?"
시즈나는 저도 모르게 눈을 깜빡였다. 이런 착각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키나리가 그렇게 착각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일이 그렇게 된 거군요." 유키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지금부터는 야자키 씨라고 부르지요. 그러면 되겠어요?"
시즈나가 가만히 턱을 끄덕였다.
유키나리가 후우 숨을 들이쉬었다.
"야자키 씨. 어째서 당신이 이 노트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알았어요. 아마도 친구인 아리아케 씨가 당신에게 맡긴 물건이겠지요. 다시 묻겠습니다. 그러면 왜 우리 집 서고에 그걸 몰래 넣어뒀는지, 그걸 설명해봐요."
시즈나는 침묵했다. 설명 따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야자키 씨." 약간 딱딱한 어조로 유키나리가 말했다. "당신이 말을 하지 않는다면 나로서는 최후의 수단을 쓰는 수밖에 없어요. 정말로 본의는 아니지만."
얼굴을 든 시즈나를 보며 그는 말을 이었다.
"이 노트를 경찰에 신고하겠어요. 내 대신 형사가 당신에게서 진실을 알아내겠지요.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군요. 어떤 이야기라도 나는 놀라지 않고 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 부디 이야기해줘요. 부탁입니다." 그는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마음의 벽이 각설탕 녹아내리듯 무너지는 것을 시즈나는 느꼈다. 자신이 그동안 감쪽같이 속아왔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이 사람은 흐트러지는 일 없이, 그리고 시즈나를 나무라는 일도 없이, 애써 신사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하고 있었다. 그 당당한 태도에 시즈나는 마음이 한없이 뒤흔들렸다.
시즈나는 입을 열고 말았다. "부탁을 받았어요‥‥‥."
유키나리가 얼굴을 들었다.
"부탁을 받았다? 누구에게?" 질문을 던진 직후에 그는 뭔가 깨달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아리아케 씨로군요. 하지만 그가 왜 그런 일을 당신에게?"
"자세한 건 모르겠어요. 그저 아리아케에 의하면 그 사건의 범인은 당신의 아버님, 즉 도가미 마사유키 씨라고 했어요."
"설마, 그럴 리가 없는데!"
"아리아케는 범인의 얼굴을 봤어요. 자신이 목격한 범인은 도가미 마사유키 씨가 틀림없다고 했어요. 게다가 하야시라이스의 맛이 완전히 똑같아요. 나도 그런 일이 그저 단순한 우연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요."
"당신도 우리 아버지가 범인이라고?"
"전혀 관계가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미안해요."
"아뇨, 사과할 일은 아니지만‥‥‥." 유키나리는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노트를 갖다 둔 건 경찰의 수사가 진전되었을 때 결정적인 증거가 되도록 하려는 거예요. 아리아케에게 그렇게 설명을 들었어요."
"분명 경찰은 우리 아버지를 의심하고 있어요. 그런 때에 우리 집에서 이런 노트가 나온다면 정말 범인이라고 확신할지도 모르지요."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그렇게 말한 뒤, 유키나리는 뭔가 생각이 난 듯 입을 열었다. "형사가 우리 집에 찾아온 건 바로 최근이에요. 아리아케 씨가 그들에게 뭔가 정보를 흘렸던 건가요?"
시즈나는 고개를 저었다. "거기까지는 모르겠어요."
유키나리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는 듯 머리를 긁적이고는 옆에 있던 가방을 들어올렸다. 거기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뭔가 글씨가 인쇄되어 있었다. 시즈나는 몸이 바짝 긴장되었다. 14년 전의 '아리아케 부부 살해사건'을 보도한 신문기사였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 모양이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심야에 어린아이들이 외출한 사이에 부모님이 살해되었다고 하더군요. 이 아이들 중의 한 사람이 당신의 친구인 거지요?"
시즈나는 기사에 시선을 내달렸다. 그곳에는 아이들이라고만 나와 있을 뿐, 자세한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또한 부모가 내연 관계라는 것도 보도되지 않았다. 이 기사가 나온 시점에는 신문사도 아직 그런 사실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전혀 관계없는 소리지만, 어째서 한밤중에 아이들끼리만 외출했지?" 유키나리가 혼잣말처럼 의문을 입에 올렸다.
"유성이에요." 시즈나가 말했다. "모두 함께 유성을 보러 갔어요."
"유성?"
"페르세우스 유성군."
그녀의 말에 유키나리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곧바로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이 되었다.
"지난번 우리 집에 왔을 때, 친구와 함께 페르세우스를 보러 갔다고 했지요? 그 친구가 아리아케 씨였구나." 시즈나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그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된 거였군. 당신이 아리아케 씨를 위해 전력투구한 이유를 알았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당사자였군요."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요. 더 이상 아는 게 없습니다."
"잘 말해주었어요. 하긴 내가 위협하다시피해서 입을 열게 하긴 했지만."
"경찰에 연락을?"
"아뇨. 지금은 그럴 생각 없어요. 머릿속을 좀 정리하고 싶군요. 이 노트는 내가 갖고 있어도 되겠어요?"
"네."
유키나리는 가방에 노트를 챙겨넣었다. 그 가방을 무릎에 얹은 채 시즈나를 보았다.
"당신은 처음부터 이 일을 할 목적으로 내게 접근했군요. 그런 걸 나는 전혀 눈치도 못 챘네." 유키나리는 자조적인 웃음을 띠고 있었다. "유학 이야기도 거짓말이었고."
"미안해요." 시즈나는 머리를 숙였다.
"혹시 이 모든 게 내 잘못된 지레짐작이라면 이걸 당신에게 건네줄 생각이었는데, 이제 필요 없겠죠?" 그러면서 그는 가방에서 한 권의 파일을 꺼냈다.
그 제목을 보고 시즈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곳에는 '캐나다의 가정요리'라고 그가 직접 써 넣은 글씨가 있었다.
"이걸 만들기 위해 서고에 갔었어요. 그 결과가 이렇게 나오고 보니 참 우습군요." 그는 씁쓸한 얼굴로 파일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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