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팬과 웬디 9

나단비 | 2024.02.07 16:35:01 댓글: 2 조회: 133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6028
제9장 네버 새


피터가 완전히 홀로 남기 전에 들은 마지막 소리는 바로 인어들이 하나둘씩 바다 밑의 자기네 침실로 들어가는 소리였다. 그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인어들이 사는 산호 동굴에 있는 문에서는 열거나 닫을 때마다 작은 종소리가 났고(이건 영국에 있는 멋진 집에서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 종소리는 그도 들을 수 있었다.

물은 꾸준히 불어나서 이제는 그의 두 발을 적시고 있었다. 물이 그를 마지막으로 꿀꺽 삼켜 버릴 때까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피터는 이 석호에 있는 다른 유일한 물건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 물건이 물에 떠다니는 종이라고, 어쩌면 연의 일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 물건이 바닷가로 떠밀려 갈 때까지 과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한가한 마음으로 궁금해하고 있었다.

곧이어 그는 한 가지 묘한 점을 깨달았으니, 그건 그 물건이 뭔가 정해진 목적을 위해서 석호를 떠다니는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었다. 왜냐하면 그 물건은 파도와 엎치락뒤치락하며, 때로는 그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이었다. 그 물건이 싸움에서 이겼을 때, 피터는 항상 더 약한 쪽에 공감하는 평소의 성격대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이지 용감한 종잇조각이 아닌가.

그런데 그 물건은 사실 종잇조각이 아니었다. 그건 바로 네버 새였으며, 자기 둥지를 타고 피터에게 다가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둥지가 물 위에 떨어진 이후로 터득한 방법에 따라 자기 날개를 움직임으로써, 네버 새는 어느 정도까지는 이 기묘한 배를 조종할 수 있었지만, 그 물건의 정체가 다름 아닌 네버 새라는 것을 피터가 깨달았을 즈음, 이 새는 무척이나 지쳐 있었다. 이 새는 그를 구하기 위해서, 즉 자기 둥지를 그에게 건네주기 위해서 온 것이었으며, 설령 자기 알이 그 안에 들어 있어도 개의치 않았다. 나는 이 새가 오히려 놀라운데, 왜냐하면 피터가 네버 새에게 대체로 잘해주기는 했지만, 때로는 괴롭히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나로선 달링 부인과 다른 여자들이 그러했듯이, 암컷인 이 새 역시 피터가 젖니를 모두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만 마음이 녹아내리지 않았나 하고 추측해 볼 뿐이다.

네버 새는 자기가 무엇 때문에 왔는지 그에게 말해 주었고, 피터는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새에게 물었다. 물론 양쪽 모두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환상의 이야기에서는 사람들이 새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나도 이 순간만큼은 이게 그런 이야기인 척하면서 피터가 네버 새에게 현명하게 대답을 내놓았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진실이 최선인지라 나는 오로지 실제로 일어난 일만을 이야기하련다. 음, 양쪽은 서로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예의범절을 잊어버리기까지 했다.

“네가─내─둥지에─올라타면─좋겠다는─거야.” 새는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렇게─하면─너는─바닷가까지─갈─수─있겠지만─나는─너무─지쳤기─때문에─더─가까이─갈─수─없으니까─대신─네가─여기까지─헤엄쳐─와야만─해.”

“도대체 뭐라고 꽥꽥거리는 거야?” 피터가 대답했다. “왜 평소처럼 둥지가 아무렇게나 떠다니게 내버려 두지 않는 거지?”

“네가─내─둥지에─” 새는 방금 했던 말을 반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피터가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말했다.

“도대체─뭐라고─꽥꽥거리는─거야?” 이런 식의 대화였다.

네버 새는 점점 짜증이 났다. 네버 새들은 모두 성격이 급한 편이었으니까.

“이 멍청한 바보 꼬맹이 같으니!” 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거야?”
피터는 새가 자기한테 뭔가 욕을 한다고 느끼고, 자기도 마찬가지로 화를 내며 쏘아붙였다.

“너도 마찬가지야!”

그러다가 기묘하게도 양쪽은 똑같은 말을 내뱉고 말았다.

“입 닥쳐!”

“입 닥쳐!”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버 새는 가능한 한 그를 구하기로 단단히 작정했으며, 마지막으로 있는 힘껏 노력한 끝에 둥지를 바위에 바짝 갖다 붙였다. 그런 다음에 새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자기 알을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의도를 분명하게 전한 것이었다.

그러자 마침내 피터도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해서, 얼른 둥지를 붙잡고 머리 위에서 퍼덕이면서 날고 있는 새를 향해 고맙다며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새는 그의 감사 인사를 받기 위해서 하늘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었다. 그가 둥지에 제대로 올라타는지를 보기 위해서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자기 알을 그가 어떻게 하는지를 보기 위해서 있는 것이었다.

둥지에는 커다랗고 새하얀 알이 두 개 있었고, 피터는 이 알들을 꺼내 들고 생각에 잠겼다. 새는 자기 날개로 얼굴을 가렸으니, 그래야만 자기 알들의 최후를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새도 어쩔 수 없이 깃털사이로 슬며시 바라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내가 여러분에게 이야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 잊었는데, 그 바위에는 막대기가 하나 꽂혀 있었다. 이건 원래 보물이 파묻힌 장소를 표시하기 위해서 오래전에 어떤 해적들이 꽂아 놓은 물건이었다. 아이들은 이미 거기 있던 반짝이는 보물들을 발견한 다음, 개구쟁이답게 그 금화며 다이아몬드며 진주며 에스파냐 은화를 갈매기에게 집어 던졌으며, 갈매기들은 먹을 것으로 생각하고 달려들었다가 다시 날아가 버리면서, 자신들에게 가해진 야비한 계략에 격분해 마지않았다. 막대기는 여전히 그 자리에 꽂혀 있었고, 마침 스타키가 좀 전에 자기 모자를 벗어서 거기다 걸어 놓았는데, 그 모자로 말하자면 속이 깊은 방수 모자였고 테도 널찍했다. 피터는 알들을 이 모자에 집어넣고 석호에 띄웠다. 모자는 멋지게 물에 둥둥 떠올랐다.

네버 새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단박에 깨닫고, 그를 향한 존경심에서 큰 소리로 울었다. 그리고, 아아, 피터는 수탉 울음소리로 새에게 동감을 표했다. 이어서 그는 둥지에 올라탔고, 막대기를 돛대 삼아 꽂고, 자기 셔츠를 돛 삼아 걸었다. 이와 동시에 새는 모자를 향해 펄럭이며 내려와서, 다시 한 번 자기 알 위에 아늑하게 앉았다. 새는 이쪽 방향으로 떠내려갔고 피터는 저쪽 방향으로 떠내려갔으며, 양쪽 모두 환호성을 올렸다.

물론 피터는 바닷가에 닿자마자 자기가 탔던 배를 네버 새가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에 놓아두었다. 하지만 그 모자는 워낙 훌륭한 대용품이었기 때문에, 새는 결국 자기 둥지를 버리고 말았다. 모자는 산산조각이 날 때까지 계속해서 바다를 떠다녔으며, 스타키는 종종 석호의 바닷가에 올 때마다 자기 모자 위에 앉아 있는 새를 보며 매우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우리는 네버 새를 다시 만나지는 못할 것이므로, 여기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바로 그때 이후로 네버 새들은 모두 둥지를 그런 모양으로 만들었으며, 그 넓은 테 위에서 새끼들이 바람을 쐬게 되었다는 것이다.

피터가 땅속의 집으로 돌아오자 아이들의 기쁨은 대단했으며, 때마침 웬디도 연에 실려 이리저리로 쓸려 다니다가 막 들어온 참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 이야기할 모험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모험은 바로 그들이 침대에 누울 시간에 벌써 한참이나 늦어 버렸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이 사실에 워낙 우쭐한 나머지, 더 오랫동안 깨어 있으려고 붕대를 감아 달라는 둥 여러 가지로 꾀를 부렸다. 그런데 웬디는 아이들이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한편으로, 시간이 이렇게 늦어 버렸다는 데 분개하여 누구라도 순종하지 않을 수 없는 목소리로 “침대로 가, 침대로 가!” 하고 외쳤다. 그렇지만 다음 날에는 그녀도 무척이나 누그러져서 모두에게 붕대를 감아 주었으며, 그들은 절뚝거리고 팔을 붙들어 맨 상태로도 잠잘 시간까지 놀았다.


추천 (1) 선물 (0명)
IP: ♡.252.♡.103
뉘썬2뉘썬2 (♡.169.♡.51) - 2024/02/07 22:55:38

피터가 물에빠져 죽는줄 알앗는데 네버새땜에 살아낫군요.이런반전이.
하긴.주인공이 죽으면 안데죠.

나단비 (♡.252.♡.103) - 2024/02/07 23:06:06

피터는 네버랜드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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