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2권 29~30 (2권 끝)

나단비 | 2024.03.07 11:24:02 댓글: 0 조회: 446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52284
29

시와 산문





그다음 한 달 동안 앤의 생활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레드먼드 대학에 가려면 앤이 준비해야 할 일도 많았건만 자기 일은 다 뒤로 미루고 라벤더의 결혼 준비에만 바빴다. 물론 돌집은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다. 샬로타 4세는 기쁨에 들뜨고 이런저런 걱정거리에 휩싸여 종종걸음을 치고 다녔고 모두들 의견을 나누고 계획을 세우느라 떠들썩했다. 드레스를 만들려고 사람이 드나들면서부터는 옷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 상의하고 만들어진 옷을 입어보고 하느라 집 안 분위기가 더욱 들떴다. 앤과 다이애나는 거의 ‘메아리 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앤은 라벤더에게 여행용 옷으로 군청색보다는 갈색을 고르라고 조언한 것이 과연 잘한 일이었는지, 회색 실크 드레스를 너무 공주 옷처럼 만들지 않았는지 고민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도 있었다.
라벤더의 이야기에 관련된 사람들은 너나없이 모두 행복했다. 폴 어빙은 아빠에게 결혼 소식을 듣자마자‘초록 지붕 집’으로 달려왔다.
“난 아빠가 멋진 새엄마를 고를 거라고 믿었어요.”
폴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빠를 믿어도 된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에요. 선생님, 전 라벤더 아줌마가 좋아요. 할머니도 기뻐하세요. 할머니는 아빠가 새엄마도 미국 여자를 데려올까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너무 기쁘시대요. 첫 번째야 다행히 괜찮았지만 두 번째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면서요. 린드 아주머니도 이 결혼이 잘된 일이래요. 라벤더 아줌마도 이제 특이한 생각은 그만두고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갈 거라고 하면서요. 하지만 저는 아줌마가 특이한 생각을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 생각이 좋거든요. 그리고 아줌마가 다른 사람들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들은 이미 너무 많잖아요, 그렇죠, 선생님?”
샬로타 4세도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
“오, 앤 아가씨, 모든 일이 다 잘되었지요? 어빙 나리와 라벤더 마님이 여행에서 돌아오시면 저도 보스턴으로 데려간대요. 다른 언니들은 열여섯이 되어야 갔는데, 전 열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갈 수 있게 됐죠. 어빙 나리는 너무 멋진 분이에요. 라벤더 마님이 지난 길이라면 땅에라도 절을 할 것 같아요. 라벤더 마님을 바라보는 눈길을 보면 제 마음마저이상해지는걸요. 말로는 뭐라 표현할 수가 없어요. 앤 아가씨, 두 분이 서로 좋아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무엇보다도 그게 가장 좋은 일이죠. 어떤 사람들은 서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같이 살잖아요. 저희 고모는 결혼을 세 번이나 했는데요, 첫 번째 결혼은 사랑해서 했지만 나머지 두 번은 그저 비즈니스였대요. 그리고 장례식만 빼고는 세 번 다 행복했대요. 하지만 전 고모가 위험스러운 모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앤 아가씨.”
“오, 이건 너무나 낭만적인 일이에요. 만일 제가 그날킴벌씨 집에가다 길을 잘못 들지 않았다면 전 라벤더 아주머니를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폴을 그 집에 데려가지도 않았을 거고요. 폴이 아빠에게 라벤더 아주머니 얘기를 편지에 써 보내지 않았더라면 어빙 씨는 자기 계획대로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버리고 말았을 거라고요. 어빙 씨는 폴의 편지를 받고 샌프란시스코에는 동업자를 보내고 자기는 이곳으로 오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15년 동안이나 라벤더 아주머니 소식은 듣지 못했대요. 그 후 언젠가 라벤더 아주머니가 결혼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대요. 그래서 그렇게 믿었고 라벤더 아주머니 소식을 묻지 않았대요. 이제는 모든 일이 다 잘되었어요. 이 결혼에 제가 한몫했어요. 린드 아주머니 말대로 모든 일이 미리 정해진 대로 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정해진 운명의 심부름꾼으로라도 쓰였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뻐요. 정말로 낭만적인 일이기도 하고요.”
앤이 그날 밤 마릴라에게 말했다.
“뭐가 그렇게 낭만적이라는지 모르겠구나.”
마릴라가 좀 퉁명스럽게 말했다. 마릴라는 앤이 대학에 갈 준비를 하려면 할 일이 산더미인데 사흘에 이틀은‘메아리 집’에서 살다시피하며라벤더 일에 너무 매달려 있다고못마땅해했다.
“바보 같은 두 젊은이가 싸우고는 서로 삐쳐서 틀어져 버렸다. 그래서 스티븐 어빙이 미국으로 가버렸고 얼마 후에 그곳에서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다가 아내가 죽고 얼마가 지난 후 첫 번째 꿈의 여자가 자기와 결혼해줄 것인지 알아보려고 돌아왔다. 한편 그 여자는 여전히 혼자 살고 있었다. 아마도 적당한 남자가 나타나지 않았겠지. 그래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나 결혼하기로 했다. 이 얘기 어디에 낭만이 있다는 거니?”
“어머나, 그렇게 산문적으로 말해버리면 낭만이 없죠.”
앤은 누가 자기에게 찬물을 끼얹기라도 한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야기는 그런 식으로 보면 안 된다고요, 시적으로 봐야죠. 그게 훨씬 더 멋져요.”

앤이 다시 정신을 차린 듯 눈을 반짝이며 볼을 붉혔다.
“시적으로 보면 다르다고요.”
마릴라의 입에서 또 비아냥거리는 말이 나오려 했지만 빛을 발하고 있는 앤의 얼굴을 보고 그만두기로 했다. 결국 앤처럼 남달리 사물을 보고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그런 재능은 누가 부여하거나 빼앗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앤에게는 이상화된 어떤 형태나 계시 같은 매개체를 통해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모든 것을 천상의 빛을 통해 영광의 옷을 입히고 멋지게 포장해보는 것이다. 마릴라나 샬로타 4세같이 사물을 산문적으로밖에 볼 수 없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결혼식은 언제니?”
잠시 잠자코 있다가 마릴라가 물었다.
“8월 마지막 수요일이에요. 둘은‘메아리 집’정원 인동덩굴 아래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어요. 어빙 씨가 25년 전에 청혼했던 바로 그 장소죠. 마릴라 아주머니, 이것만큼은 산문적으로 말해도 낭만적이지 않은가요?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은 어빙 부인과 폴, 길버트와 다이애나, 그리고 저, 라벤더 아주머니의 사촌뿐이에요. 결혼식이 끝나면 두 분은 6시 기차를 타고 태평양 연안으로 신혼여행을 떠나요. 두 분이 돌아오면 폴과 샬로타 4세도 같이 보스턴으로 떠날 거예요. 소랑 닭은 팔아야 하지만‘메아리 집’은 그대로 둘 거래요. 물론 창문은 판자로 막아야죠. 해마다 여름이면 거기로 와서 지낸다고 했어요. 전 너무 기뻐요. 올겨울 레드먼드에서 저 그리운 돌집을 생각할 때 집이 텅 빈 채로 버려져 있다거나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견딜 수 없이 괴로웠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그대로의 돌집을 생각해도 되고, 어서 여름이 와서 다시 행복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지기를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세상에는 돌집 중년 연인의 로맨스 외에 다른 로맨스도 많이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앤은 비탈길 과수원으로 가려고 숲 속으로 나 있는 지름길을 지나 배리 씨네 뜰 앞에 당도했다. 그런데 큰 버드나무 아래에 다이애나와 프레드 라이트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다이애나는 붉은 볼에 눈을 내리뜬 채 잿빛 버드나무에 기대서 있었고 프레드가 다이애나의 한 손을 잡은 채 다이애나 쪽으로 몸을 기울여 나직하고 열띤 목소리로 뭔가를 한창 속삭이는 중이었다. 그 마법과도 같은 순간, 세상에는 둘 외에 아무도 없는 듯 느껴졌다. 그리고 그 둘도 무슨 일인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앤을 보지 못했다. 앤은 곧 몸을 돌려 소리 없이 가문비나무 숲으로 다시 들어가 동쪽 방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도 못하고 뛰어왔다. 창가에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무슨 일인지 생각을 모아보려 했지만 생각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다이애나와 프레드가 서로 사랑에 빠졌어. 어머나, 너무나 절망적이게도 우리가 어른이 되어버렸어.”
앤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요즘 앤은 그렇지 않아도 다이애나가 어린 시절의 꿈이었던 낭만적이기 그지없는 ‘바이런적 영웅’23)을 포기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말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훨씬 더 위력적이라고, 의심만 하던 일을 실제로 확인하고 보니 놀라서 기절할 지경이었다. 놀라움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자 이상하게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다이애나가 자기만 뒤에 남겨두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리기라도 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일어나서 겁이 날 정도야. 이제부터 다이애나와 나 사이에는 얼마쯤 틈이 벌어지겠지. 앞으로는 내 비밀을 다이애나에게 모두 털어놓을 수도 없을 거야. 프레드에게 말해버릴지도 모르니까. 도대체 다이애나는 프레드의 어디가 마음에 들었을까? 프레드가 착하고 성격이 좋긴 하지만. 그냥 프레드 라이트일 뿐인데.’
앤이 슬픈 기분에 잠겨 생각했다.
이런 문제는 언제나 설명이 쉽지 않다. 어디가 좋아서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걸까? 하지만 사람마다 눈에 쓰인 콩깍지가 다 달라서 다행이긴 하다. 만약 사람마다 다 똑같은 생각을 한다면 인디언 노인들의 말마따나 ‘누구나 내 아내를 넘보게’ 될 테니까. 다이애나 역시 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프레드 라이트에게 어떤 매력을 느낀 게 분명했다. 다음 날 저녁 다이애나가‘초록 지붕 집’으로 찾아왔다. 어둑어둑해지는 동쪽 방으로 들어가 생각에 잠긴 듯, 부끄러운 듯 다이애나는 앤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전부 털어놓았다. 둘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울기도, 입을 맞추기도, 웃기도 했다.
“난 너무 행복해. 하지만 내가 약혼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 같아.”
다이애나가 말했다.
“약혼한 기분은 어떠니?”
앤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글쎄, 누구랑 약혼을 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프레드와 약혼한 건 아주 좋지만 다른 사람이랑 했다면 그냥 끔찍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이애나가 약혼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가질 수 있는 우월감을 갖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참 안됐구나, 프레드는 세상에 오직 한 사람뿐이니까.”

앤이 웃으며 말했다.
“오, 앤, 내 말은 그게 아니고. 이건 뭐라고 설명하기가 힘든데, 아니,관둬. 너도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올 거야.”
다이애나가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어머, 다이애나, 나도 이해할 수 있어. 꼭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만 인생을 알 수 있는 거라면 왜 상상력이 필요하겠니?”
“넌 내 들러리가 돼줘야 해, 앤. 나한테 약속해줘. 내가 언제 결혼을 하게 되건 말이야.”
“이 세상 끝에서라도 달려가겠어.”
앤이 엄숙하게 약속했다.
“아직은 먼 뒷날의 얘기야.”
다이애나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적어도 3년은 있어야 해. 아직 나는 열여덟 살밖에 되지 않았고, 우리 어머니는 스물한 살 전에는 결혼을 시키지 않으시겠대. 게다가 프레드의 아버지가에이브러햄플레처 씨네 농장을 프레드에게 사주려고 하는데, 농장 대금 3분의 2를 갚은 다음에야 농장을 프레드 이름으로 바꾸어주겠다고 하셔. 결혼 준비를 하는데 3년이면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야. 난 아직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거든. 내일부터 당장 장식용 깔개를 뜨기 시작할 거야. 미라 길리스는 결혼할 때 깔개를 37개나 만들어갔다는데 난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만들 거라고.”
“그래, 장식용 깔개 37장으로 어디 되겠니.”

앤이 아주 진지한 표정이었지만 눈동자를 굴리며 놀리듯 말했다.
다이애나가 기분이 상한 듯 보였다.
“네가 날 비웃을지 몰랐어, 앤.”
다이애나가 화가 난 듯 말했다.
“이런, 널 비웃은 게 아니야, 다이애나. 조금 놀리긴 했지만. 너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주부가 될 거야. 더구나 지금부터 꿈속의 집을 계획한다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지.”
앤은 꿈속의 집이라는 말이 입에서 나온 순간 그 말의 매력에 사로잡혀 곧 자기의 꿈의 집을 짓기 시작했다. 물론 그곳에는 가무잡잡한 피부에 자긍심이 높고 우수에 찬 얼굴을 한 이상적인 남편이 살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길버트 블라이드가 그 자리에 자꾸 나타났다. 앤을 도와 액자를 걸기도 하고 정원도 가꾸면서 끈질기게 머뭇거렸다. 자존감이 높고 우수에 젖은 남편이라면 품위를 손상시킨다며 절대로 손대지 않을 것 같은 다른 자질구레한 일도 열심히 도와주면서. 앤은 꿈의 에스파냐 성에서 길버트를 물리치려 했지만 길버트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앤은 길버트를 그대로 두고 다이애나가 다시 말을 시작하기 전에 멋진 꿈의 집을 완성하고 가구까지 갖추었다.
“앤, 프레드가 내가 늘 이상적인 결혼 상대자로 꿈꾸던 키 크고 날씬한 사람이 아닌데도 그렇게 좋아하는 게 우습다고 생각하니? 하지만 난 프레드가 키가 크고 날씬한 사람이길 바라지 않아. 그렇다면 프레드가 아닐 테니까. 우린 굉장히 뚱뚱한 부부가 되겠지. 하지만 모건 슬론 씨네처럼 하나는 키가 작고 뚱뚱한데 하나는 키가 크고 마른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린드 아주머니는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걸 보면 항상 뚱뚱이와 홀쭉이를 떠올리게 된다고 하셔.”
그날 밤 앤은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빗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다이애나가 행복하고 만족해하니까 기뻐. 하지만 내 차례가 오면, 만일 정말로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난 좀 더 가슴이 떨렸으면 좋겠어. 다이애나도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지. 절대로 평범한 약혼은 하지 않겠다고 다이애나가 늘 말하곤 했으니까. 멋진 남자만이 자기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고 했잖아. 하지만 마음이 바뀌어버렸나 봐. 아마 나도 변하게 될 거야. 하지만 난 변하지 않을 거야. 난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야. 오, 단짝 친구가 약혼을 한다니까 정말이지 기분이 묘해.”
23)​낭만주의 대표 시인 중 한 사람인 바이런(Byron)이 시 창작을 통해 창출한 작중인물을 총칭하여 부르는 말로, 우울하면서도 정열적이고, 아프게 참회하면서도 후회 없이 죄를 저지르는 성품의 인물.​

30

돌집에서의 결혼식





8월의 마지막 주가 왔다. 그 주 라벤더가 결혼을 하고, 2주 후면 앤과 길버트가 레드먼드 대학으로 떠나며, 그다음 주에는 린드 부인이 ‘초록 지붕 집’으로 이사를 올 것이다. 마릴라는 린드 부인을 맞이하려고 손님용 방을 말끔히 치워두었다. 린드 부인도 경매를 통해 불필요한 가재도구를 처분하는 등 이사 준비를 마쳤고 지금은 자기 천성대로 앨런 목사 부부의 이사 준비를 돕느라 여념이 없었다. 앨런 목사는 이번 주 일요일에 마지막 작별 설교를 하기로 되어 있다. 마을을 오랫동안 유지해오고 있던 뭔가가 새롭게 바뀌어간다고 느끼면서 앤은 약간의 섭섭함과 동시에 흥분감과 행복감을 느꼈다.
“변화가 항상 반가운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이긴 해. 2년 동안이나 변화 없이 지냈다면 이젠 바뀔 때도 되었지. 더 이상 계속되면 이끼가 끼어버릴 테니까.”
해리슨 씨가 아주 철학적인 말을 했다.
해리슨 씨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해리슨 부인이 희생정신을 발휘하여 열려 있는 창가에서라면 담배를 피워도 좋다고 허락해주었기 때문이다. 해리슨 씨는 이렇게한발 물러서 준 부인에게 보답하려고 날씨가 좋을 때만 문밖에서 담배를 피웠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 사이좋게 지냈다.
앤은 해리슨 부인에게 노란 달리아를 얻으러 왔다. 결혼식이 내일로 다가와서 라벤더와 샬로타 4세를 도와 마지막 준비를 하려고 저녁에는 다이애나와 함께‘메아리 집’으로 갈 것이다. 라벤더는 뜰에 노란 달리아를 심지 않았다. 좋아하는 꽃이아닐뿐더러라벤더의 고풍스러운 뜰에 어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해 여름에는 에이브 씨가 예언했던 폭풍으로 무슨 꽃이든 에이번리뿐만 아니라 그 근방 어디에서도 꽃구경을 하기가 힘들었다. 앤과 다이애나는 도넛을 담아두는 낡은 크림색 돌 항아리에 노란 달리아를 가득 꽂아 층계 옆 어두컴컴한 구석에 놓으면 거실의 빨간 벽지가 배경이 되어 멋진 분위기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
“2주 후에는 대학으로 떠나겠군. 에밀리랑 나는 앤이 몹시 보고 싶을 거야. 린드 부인이 앤을 대신해서‘초록 지붕 집’으로 간다면서. 그만한 대용품도 없겠지.”
해리슨 씨가 말했다.
해리슨 씨의 비꼬는 말투는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었다. 자기 부인이 린드 부인과 아주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는 새로운 체제 아래서도 해리슨 씨는 린드 부인과의 관계를 겨우 중립적인 관계로만 회복했을 뿐이다.
“그래요, 저는 떠나요. 머릿속으로는 아주 기쁜데, 마음은 슬퍼요.”
“레드먼드에 가서도 여기저기 널린 상을 모조리 휩쓸어 오겠지?”
“한두 가지 상은 받으려고 노력하겠지만, 2년 전만큼 그렇게 상에 집착하지는 않을 거예요. 대학에 다니면서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겠어요. 주변 사람들과 저 자신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길도 배워야지요.”
해리슨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그거지. 대학은 그래서 필요한 거야. 탁상공론과 허영으로 머릿속을 채운 학사를 만들어내려고 필요한 게 아니라고. 앤 말이 맞아. 그렇다면 대학에 간다 해도 그리 나쁠 게 없을 것 같군.”
차를 마신 후 앤과 다이애나는 자기 집과 이웃집 정원에서 거의 빼앗다시피 얻어온 꽃을 한 아름 안은 채 마차를 타고‘메아리 집’으로 향했다. 돌집은 그야말로 잔칫집으로야단법석이었다. 파란 리본을 단 샬로타 4세가 이리저리 기운차게 뛰어다녀 파란 리본이 온집 안을 점령해버린 것 같았다. 샬로타의 파란 리본이 마치 나바라 왕국24)의 투구처럼 여기저기서 펄럭였다.
“어이구, 오셨군요.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어요. 케이크에 바른 크림이 아직 덜 굳었고,은 식기도 아직 못 닦았고, 아직 짐도 싸지 못했어요. 거기다, 닭고기 샐러드에 쓸 수탉이 아직도 닭장 앞에서 꼬꼬댁거리고 있어요, 앤 아가씨. 라벤더 마님에겐 일을 맡길 수도 없어요. 방금 전에 어빙 나리가 오셔서 라벤더 마님을 데리고 숲 속으로 산책을 나가서 다행이에요. 결혼을 하는 건 괜찮지만요, 앤 아가씨. 요리랑 다른 일까지 하려 들다간 모든 일을 다 망치게 될걸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앤 아가씨.”
샬로타가 몹시 흥분해 말했다.
앤과 다이애나는 10시가 될 때까지 열심히 일해서 샬로타 4세도 만족했다. 일을 모두 끝낸 다음 샬로타는 머리를 여러 가닥으로 길게 땋아 늘어뜨리고 잘 준비를 했다.
“어쩐지 잠이 올 것 같지 않아요, 앤 아가씨. 마지막 순간에 뭔가 일이 잘못되면 어쩌죠? 크림의 거품이 일지 않는다거나, 어빙 나리가뇌졸중을 일으켜 오지 못하게 되면요.”
“어빙 씨가뇌졸중을 일으키는 버릇이 있는 건 아니겠지, 안 그래?”
다이애나가 입가의 보조개를 실룩이며 물었다. 다이애나는 샬로타 4세가 예쁘지는 않더라도 무척 재미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일은 버릇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에요. 그냥 일어나는 거라고요. 누구나 뇌졸중을 당할 수 있어요. 어떻게 일어나는 건지 배울 필요도 없다고요. 어빙 나리는 우리 삼촌이랑 많이 닮았는데요, 우리 삼촌이 어느 날 갑자기 식탁에 앉다가 뇌졸중을 일으켰다고요. 하지만 다 잘되겠지요, 뭐. 이 세상을 살자면 모든 일에 희망을 잃지 않고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저 하느님 뜻에 따르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샬로타 4세가 위엄 있게 말했다.
“내 걱정은 한 가지뿐이야. 내일 날씨가 나쁘면 어쩌나 하는 것이지. 에이브 아저씨가 이번 주 중간쯤에 비가 한 번 내린다고 했으니까. 지난번 폭풍 이후로는 에이브 아저씨가 한 말을 그냥 무시할 수가 없어.”
다이애나가 말했다.
에이브 씨가 그 폭풍우와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 다이애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앤은 그 말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날 저녁은 피곤해서 잘 잤지만, 아주 이른 시간에 샬로타 4세가 깨우는 바람에 잠을 깨야 했다.
“오, 앤 아가씨, 이렇게 일찍 깨워 죄송해요.”

샬로타 4세가열쇠 구멍으로 금방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 같은 목소리로 앤을 불렀다.
“아직 해야 할 일도 많고, 오, 앤 아가씨! 비가 올 것 같아 걱정돼 죽겠어요. 얼른 일어나서 밖을 좀 내다보고 비가 안 온다고 말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앤이 샬로타 4세가 자기를 깨우려고 괜한 소리를 하는 것이기를 바라면서 얼른 창가로 달려갔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창밖은 결코 화창한 날씨가 아니었다. 다른 때 같으면 창문 아래 정원으로 찬란한 아침 햇살이 쏟아졌건만 그날 아침은 하늘이 흐리고 바람도 없이 음산했다. 전나무 숲 위로 금방 비라도 쏟아질 듯 시꺼먼 구름이 덮여 있었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람!”
다이애나가 탄식을 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해가 쨍쨍 내리쬐어 더운 날보다는 오늘처럼 시원하고 진줏빛이 나는 날이 좋을지도 몰라.”
“하지만 비가 내릴 것 같아요.”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와 걱정을 하고 있는 샬로타 4세의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어젯밤에 여러 갈래로 땋아 머리끝을 흰 실로 묶은 머리 타래가 사방팔방으로뻗어 나가꼭 고슴도치 같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다가 딱 식을 올릴 때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버릴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모두들 흠뻑 젖어버릴 거고, 집 안은 온통 흙투성이가 되겠죠. 인동덩굴 아래서 식을 올리지도 못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신부에게 햇빛이 한 줄기도 내리지 않는다는 건 불길하다고요. 어쩐지 일이 너무 잘되어간다 했다니까요, 앤아가씨.”
샬로타 4세의 말이 꼭 엘리자 앤드루스의 말처럼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오전 내내 그렇게 꼭 비가 내릴 것처럼 흐리기만 했다. 정오쯤 되자 방 안 장식이 모두 끝났고 식탁도 멋지게 차려졌으며 신부는 2층에서 신랑 맞을 준비를 했다.
“정말 아름다워요!”
앤이 감탄의 말을 터트렸다.
“정말 예뻐요!”
다이애나도 감탄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어요, 앤 아가씨. 끔찍한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요.”
샬로타가 다행이라는 듯 말을 던지고는 옷을 갈아입으려고 얼른 부엌 뒷방으로 사라졌다. 이어 샬로타는 여러 가닥으로 땋았던 머리를 풀어 곱슬곱슬해진 머리카락을 다시 두 가닥으로 빗어 땋아 늘어뜨리고 밝은 파란색 새 나비 리본을 두 개가 아니라 네 개나 달고 나타났다. 위에 묶은 리본 두 개는 라파엘 그림에 등장하는 천사의 날개처럼 샬로타의 목 뒤에서 날개가솟아올라온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샬로타 4세는 이 리본이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풀을 너무 많이 먹여 저 혼자도 서 있을 것 같은 빳빳한 드레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서서 아주 만족스러운 듯 자기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만족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복도로 나가손님방문틈으로 방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는 그만 낙담에 빠져버렸다. 부드러운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물결치는 빨간 머리에 별 같은 꽃을 단 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오, 난 절대로 앤 아가씨처럼 보일 수 없을 거야. 난 그렇게 태어난걸 뭐. 아무리 연습해도 저런 분위기는 절대로 낼 수 없어.”
1시경이 되자 앨런 목사를 비롯한 손님들이 모두 도착했다. 그래프턴의 목사가 휴가를 떠나서 앨런 목사가 대신 주례를 맡게 되었다. 이 결혼식에는 형식적인 절차 같은 건 무시되었다. 라벤더가 2층에서 내려와 신랑을 맞이했다. 그리고 신랑이 손을 잡았을 때 신랑의 눈을 올려다보던 라벤더의 커다란 갈색 눈을 본 샬로타 4세는 그만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모두들 앨런 목사가 기다리고 있는 인동덩굴 나무 아래로 나갔다. 손님들은 각자 원하는 대로 모여 섰다. 앤과 다이애나는 샬로타 4세의 차갑고 떨리는 손을 하나씩 잡고 돌 벤치 옆에 섰다.
앨런 목사가 표지가 파란 혼인 서약서를 펼치고 식을 거행했다. 라벤더와 스티븐 어빙이 남편과 아내로 선언되자 하늘도 이 결혼을 축복해주었다. 갑자기 회색 하늘을 뚫고 나타난 해가 행복한 신부에게 찬란한 빛줄기를 흩뿌린 것이다. 그러자 정원은 반짝거리는 빛과 춤추는 그림자로 살아 꿈틀거렸다.
“어머나, 이 얼마나 멋진 징조란 말인가!”
앤이 신부에게 입을 맞추려고 달려가며 생각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손님들이 신혼부부를 둘러싸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동안 피로연 준비를 하려고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천만다행으로 무사히 끝났어요, 앤 아가씨. 무사히 결혼식을 마쳤으니 이젠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상관없어요. 쌀자루는 부엌에 있고, 헌 신은 문 뒤에 뒀고, 휘핑크림은 지하실 계단에 있어요.”
샬로타 4세가 안도의 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2시 30분이 되자 어빙 부부가 신혼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려고 모두 브라이트 리버 역으로 배웅을 나갔다. 라벤더, 아니, 어빙 부인이 집 바깥으로 한 발짝 내딛자 길버트, 앤, 다이애나가 쌀을 뿌렸고 샬로타 4세는 헌 신을 던졌다. 한데 얼마나 겨냥을 잘했는지 그만 앨런 목사의 머리에 가 맞고 말았다. 하지만 가장 멋진 작별 인사를 한 사람은 폴이었다. 폴이 식당 벽난로 선반에 장식용으로 둔 식사 시간을 알릴 때 쓰는 커다란 놋쇠 종을 요란스럽게 흔들면서달려 나온것이다. 폴은 유쾌한 소리를 내면서 분위기를 돋우고자 한 것뿐이었지만 그 소리가 사라지자마자 동시에 강 건너 언덕이며 숲 속 골짜기마다에서 맑은 요정의 결혼식 종소리가 아름답고도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소리는 곧 라벤더가 사랑해 마지않던 메아리가 축하와 작별 인사라도 고하듯 서서히 희미하게 사라져 갔다. 이 아름다운 축복의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라벤더는 꿈속의 옛 생활을 뒤로하고 저 멀리 현실의 세계로 떠나갔다.
두 시간 뒤에 앤과 샬로타 4세는 다시 오솔길로 들어섰다. 길버트는 볼일이 있어 웨스트 그래프턴에 갔고 다이애나는 약속이 있어 집에 돌아가야 했다. 앤과 샬로타는 뒷정리를 마친 다음 작은 돌집 문을 잠그려고 돌아왔다. 뜰에는 늦은 오후의 황금빛 햇빛으로 가득했고 나비가 춤추고 꿀벌이 윙윙거렸다. 하지만 언제나 축제 뒤에는 견딜 수 없는 정적이 따르는 법이듯 이 작은 돌집에는 이미 쓸쓸한 기운이 감돌았다.
“너무 쓸쓸해 보이지 않아요? 결혼식이라고 해서 장례식보다 더 유쾌한 것은 아니에요, 식이 모두 끝나버렸을 때는요. 그렇죠, 앤 아가씨?”
역에서 집으로 오는 내내 울었던 샬로타 4세가 아직도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
둘은 내내 바쁘게 움직였다. 장식물도 모두 치워야 했고 그릇도 닦아야 했다. 남은 맛있는 음식들은 모두 싸서 바구니에 담아 샬로타 4세의 어린 동생들에게 선물로 가져다주기로 했다. 앤은 모든 일이 다 정리가 될 때까지 조금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샬로타 4세도 선물을 들고 집으로 가버리고 나자 앤은 정적에 휩싸인 방을 돌아보고는 블라인드를 내렸다. 그런 다음 문을 잠그고 은빛 미루나무 아래 앉아 길버트를 기다렸다. 무척 피곤했지만 긴 생각에 잠겼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니, 앤?”
길버트가 말과 마차를 길에 세워두고 걸어 들어오며 물었다.
“라벤더 아주머니와 어빙 씨 생각.”
앤이 몽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말이지 일이 모두 멋지게 되지 않았니? 두 사람이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서로를 오해한 채로 헤어져 있었지만 말이야.”
“그래, 아름다운 이야기야. 하지만 앤, 오해도 없었고 헤어져 있지도 않았더라면 더욱 아름다운 얘기가 되지 않았겠니? 두 사람이 평생 손에 손을마주 잡고 살아왔더라면 말이야. 추억이 아니라 서로를 직접 쳐다보면서.”
길버트가 앤의 쳐든 얼굴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한순간 길버트의 시선을 느끼자 앤의 심장이 이상하게방망이질 쳤고 얼굴은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앤의 의식을 가리고 있던 베일이 벗겨지면서 뜻하지 않았던 감정과 현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로맨스란 멋진 기사가 요란하게 팡파르를 울리며 자기 인생으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 옛 친구가 조용히 다가와 곁에 앉듯이 말없이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산문인 줄 알았던 것이 그 페이지에 갑작스러운 한 줄기 빛이 내리비치자 시와 음악으로 바뀌어버린 것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 아마도 사랑이란 것이황금 꽃술을 단 장미꽃이 초록색 잎사귀 사이에서 피어나듯 아름다운 우정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베일은 곧 다시 드리워졌지만 땅거미가 내려앉은 오솔길을 걸어가는 앤은 전날 저녁 유쾌하게 마차를 달리던 앤이 아니었다. 소녀 시절의 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손가락 끝으로 넘겨졌으며 이제 여인의 장이 신비스러운 매력과 수수께끼와 고통과 기쁨을 담고 펼쳐졌다.
길버트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명하게 침묵을 지키긴 했지만 아까 앤이 볼을 붉게 물들이던 모습을 생각하며 앞으로 4년 동안의 생활을 내다보았다. 행복하고 진지하게 공부할 것이고 지식을 쌓을 것이며 달콤한 사랑을 얻을 것이다.
두 사람 뒤로 작은 돌집이 어둑해진 뜰에 생각에 잠긴 듯 서 있었다. 쓸쓸해 보이긴 했지만 버림받아 보이지 않았고 처량한 모습도 아니었다. 삶의 꿈이나 웃음과 기쁨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며, 작은 돌집에는 여름이 약속되어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메아리도 강 건너저쪽자줏빛 세상에서 자기를 불러줄 때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24) 프랑스 남서부와 에스파냐 북부에 걸쳐 있던 옛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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