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4권 3~4

나단비 | 2024.03.31 14:06:07 댓글: 0 조회: 72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57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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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는 그로부터 3주가 지나서야 사진을 인화할 시간을 냈고, 처음으로 일요일 저녁 식사에 초대된 날 그 사진을 ‘윈디 포플러’로 가져왔다. 집도 꼬맹이 사진도 모두 너무 멋지게 나왔다. 사진 속의 아이는 활짝 웃고 있었다.
“너무 예뻐 보여!”
그 모습을 보고 레베카 듀는 말했다.
“어머나! 이 아이는 꼭 루이스 같아!”
앤이 외쳤다.
“정말 그래. 나도 이 사진을 보자마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를 닮았다 싶었어요.”
레베카 듀도 눈을 가늘게 뜨고 살핀 다음 그렇다고 했다.
“이 눈, 이마, 그리고 얼굴 등 전체적인 인상이 꼭 너야, 루이스.”
앤이 말했다.
“이거 믿기 어려운 일이네요.”
루이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이렇게 잘생긴 아이랑 닮았다니. 제가 일곱 살 때 찍은 사진이 어딘가 있을 거예요. 반드시 찾아내서 비교해봐야겠어요. 그걸 보면 아마 웃으실걸요. 눈이 무척이나 진지해 보이고, 긴 고수머리에 목깃에 레이스가 달린 옷을 입고 막대기처럼 아주 뻣뻣하게 서 있거든요. 그때 유행하던 삼각접이 모자 같은 걸 머리에 쓰고요. 이 사진이 저랑 닮았다면 우연히 그렇게 나온 것뿐일 거예요. 그 꼬맹이가 저랑 무슨 관련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이제 전 이 섬엔 아는 친척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넌 어디서 태어났니?”
케이트 아주머니가 물었다.
“뉴브런즈윅에서요. 제가 열 살 때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돌아가셨기 때문에 어머니 사촌언니가 사는 이 섬으로 왔어요. 전 그분을 아이다 이모라고 불렀죠. 이모도 아시다시피 3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제임스 암스트롱도 뉴브런즈윅에서 왔지요. 그 사람은 이 섬사람이 아니에요. 만일 섬사람이었다면 그렇게 괴짜로 살지 않겠지요. 우리도 특이한 점이야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교양이 있잖아요.”
레베카 듀가 말했다.
“그 온화한 암스트롱 씨와 친척지간이 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는데요. 그래도 이 사진을 들고 제가 직접 글렌코브 거리로 가서 알아봐야겠어요. 그 사람이 제 먼 친척쯤 될지도 모르니까요. 어머니 쪽 친척은 저도 잘 모르니까 그쪽으로 무슨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어머니 친척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아버지 쪽으로는 확실하게 없고요.”
채티 아주머니의 시나몬27)토스트를 먹으며 루이스가 싱긋 웃었다.

“네가 직접 사진을 가져가면 그 꼬맹이가 좀 실망하지 않을까? 우체국에서 배달되어 오는 걸 받는 즐거움이 없어지잖아.”
앤이 말했다.
“뭔가 다른 것을 우편으로 보내주면 되죠, 뭐.”
다음 토요일 오후 루이스는 뒤에 매단 아주 골동품으로 보이는 마차보다 더 골동품으로 보이는 늙은 암말을 끌고 ‘도깨비 길’로 왔다.
“테디 암스트롱에게 사진을 갖다 주러 글렌코브에 가는 길이에요. 선생님이 위풍당당한 제 마차와 말을 보고도 심장마비를 일으킬 것 같지 않으시다면 저와 함께 가시겠어요? 마차 바퀴가 빠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런 골동품을 대체 어디서 찾아냈지, 루이스?”
레베카 듀가 물었다.
“제 용감한 말을 놀리지 마세요, 미스 듀. 나이 든 생명체는 존중해주어야지요. 돌리시 길에 다녀와야 할 심부름을 해드린다는 조건으로 벤더 씨에게 빌렸어요. 제가 오늘 글렌코브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올 시간이 없거든요.”
“시간 때문이라고? 나라면 그 말보다 더 빨리 갔다 오겠다.”
레베카 듀가 말했다.
“그리고 돌아올 때 벤더 씨에게 감자 한 자루도 져다 주실 수 있나요? 굉장하군요!”
레베카 듀의 빨간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어른을 놀리다니 못된 짓이야.”
레베카 듀가 나무랐다.
하지만 루이스는 거기에 한 술 더 떴다.
“떠나기 전에 도넛 몇 개를 먹고 떠나면 그만한 힘이야 너끈히 낼 수 있죠, 뭐.”
그러나 그 하얀 암말은 일단 탁 트인 길로 나서자 놀라울 정도로 힘을 냈다. 앤은 흔들흔들 길을 가며 혼자 쿡쿡 웃었다. 가드너 부인이나 제임시나 아주머니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뭐라고 하실까? 뭐 아무려면 어때. 오늘은 드라이브를 나서기에 딱 좋은 너무나 아름다운 가을 날씨고 루이스는 아주 좋은 동무인걸. 루이스 말고는 누구도 벤더 씨네 암말에 벤더 씨네 마차를 매어 내게 타라고 권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루이스에게는 이런 일이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었다. 가고자 하는 곳에 갈 수만 있으면 되지 어떻게 가는 게 뭐 그리 대수인가. 무얼 타고 가든지 고요한 고지대 언덕들은 파랗고, 길은 붉으며, 단풍나무들은 화려했다. 루이스는 현자처럼 모든 일에 달관했다. 하숙비를 내는 대신 하숙집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거들고 있다 하여 ‘계집애’라고 놀리는 아이도 있었지만 루이스는 그런 아이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언젠가는 웃게 될 사람이 바뀔 수도 있으리라 생각해버릴 줄 아는, 주머니 속은 비었지만 머릿속은 꽉 찬 아이였다. 여하튼 오늘 오후는 목가적인 경치를 즐기며 셜리 선생과 그 꼬맹이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벤더 씨의 동서가 마차 뒤에 감자자루를 실어주었을 때, 루이스는 오늘 여기 온 이유를 꺼내놓았다.
“네가 테디의 사진을 찍었단 말이냐?”
메릴 씨는 소리쳤다.
“네, 여기 사진이 있어요. 전문적인 사진사라도 이렇게 잘 찍지는 못했을걸요.”
루이스가 사진을 내놓았다.
메릴 씨는 소리가 나게 자기 다리를 찰싹 때렸다.
“그래, 이거면 됐다! 세상에, 가엾게도 테디는 하늘나라로 갔거든.”
“하늘나라로 가다니요? 오, 메릴 씨, 아니에요, 그런 끔찍한 말은 하지 마세요. 그 귀여운 아이를.”
앤이 끔찍한 소리라는 듯 소리쳤다.
“안됐지만 아가씨, 정말이에요. 테디의 아버지는 거의 미칠 지경이 되었어요. 더욱 안타까운 일은 테디의 사진이 한 장도 없다는 건데, 이렇게 좋은 사진을 가져왔으니 잘됐어, 잘됐어.”
“그런 일이, 그건 불가능해요.”
앤의 눈에 눈물이 넘쳐 나왔다. 돌담에서 가냘픈 손을 흔들던 조그만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안됐지만 정말이에요. 죽은 지 한 3주일쯤 되지요. 폐렴이었어요. 몹시 고통을 당하면서도 아이는 아주 용감하고 의젓했다고 하더구먼. 이제 짐 암스트롱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거의 미쳐가고 있다고 하던데. 온종일 방 안을 쓸면서 중얼중얼 혼잣말을 한다더군. ‘우리 꼬맹이 사진이라도 한 장 있었으면’ 그 말만 계속한대요.”
“그 사람이 참 안됐어요.”
메릴 부인이 불쑥 입을 열었다. 남편 곁에 서 있던 메릴 부인은 빼빼 마른 몸에 머리는 희끗희끗했으며 빛바랜 얼룩무늬 옷에 체크무늬 앞치마를 둘렀는데, 지금까지 잠자코 있었다.
“그 사람은 살림이 넉넉한 편이었고 우리는 가난해서 나는 늘 그 사람이 우리를 무시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들이 있어요. 사랑하는 우리 아들이 있는데 가난한 것쯤이야, 가난한 게 뭐 대수겠어요.”
앤은 메릴 부인을 존경스러운 듯 다시 보았다. 미인은 아니었지만 부인의 깊은 잿빛 눈이 앤의 눈과 마주쳤을 때 두 사람 사이에는 뭔가 통하는 것이 있었다. 앤은 전에 메릴 부인을 만난 적이 없었고 두 번 다시 만날 일도 없겠지만 인생의 진리를 아는 사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가진 사람은 결코 가난하지 않다는 진리에 이른 사람으로서 늘 머리에 남게 될 것이다.
이 비보로 황금 같은 날은 그만 엉망이 되어버렸다. 잠깐 동안 만났을 뿐이지만 그 꼬맹이는 앤의 가슴에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앤도 루이스도 말없이 마차를 몰아 글렌코브 거리에서 풀이 무성한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그 파란 문 앞에 있는 돌 위에 카를로가 엎드려 있었다. 개가 일어나 둘 곁으로 다가왔다. 마차에서 내리자 개가 앤의 손을 핥으며 자기랑 같이 놀던 친구 소식이라도 가져왔느냐고 묻듯 그 커다란 눈으로 앤을 바라보았다. 문은 열려 있었고, 어둑한 방 저편에 한 남자가 탁자에 엎드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앤이 문을 두드리자 남자가 일어나 문가로 나왔다. 너무나도 변해버린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볼은 쏙 들어가고, 수염도 깎지 않은 얼굴은 몹시 수척해 보였으며, 쑥 들어간 눈만 광기를 뿜었다. 처음에 앤은 곧 쫓겨날 줄 알았지만 남자는 앤을 알아보는 듯 힘없이 말했다.
“그래, 또 왔어요? 우리 꼬맹이 말로는 댁이 말을 걸어주고 입도 맞추어주었다고 하던데. 그 애가 댁이 좋다고 했어요. 내가 상스럽게 굴어 미안하오. 그래, 뭘 원한다고 했소?”
“보여드릴 게 있어요.”
앤은 부드럽게 말했다.
“좀 들어와 앉아요.”
남자가 멍하니 말했다.
루이스가 말없이 꼬맹이의 사진을 꺼내 앞에 내려놓았다. 그가 놀란 듯 사진을 잡아채더니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이윽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와락 눈물을 터트렸다. 앤은 남자가 이처럼 우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앤과 루이스는 말없이 잠시 옆에 서서 남자가 다시 냉정을 되찾기를 기다렸다. 암스트롱이 더듬더듬 말을 시작했다.
“아, 너무 고마운 일이군요. 나에게는 그 애 사진이 한 장도 없소. 나는 다른 사람 같지가 않아서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해요. 다른 사람은 마음에 사람 얼굴을 떠올릴 수가 있다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해요. 꼬맹이가 죽은 뒤 정말 힘들었소. 그 애의 모습조차 떠올릴 수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사진을 가져와 주었군요. 내가 그렇게 무례하게 굴었는데도. 앉아요, 앉아. 내가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내게 이 사진을 가져다주지 않았더라면 난 미쳐버렸을지도 몰라요. 아니, 내 목숨을 구해준 셈이요. 오, 그런데 아가씨, 이 사진은 그 애와 똑같지 않소? 금방이라도 말을 할 것만 같구먼. 아, 우리 꼬맹이! 내가 어찌 그 아이 없이 지낼 수 있을지. 이젠 내가 살아야 할 이유도 없소. 처음에는 그 애 엄마가, 이번에는 그 애가 저세상으로 가버렸으니.”
“무척 귀여운 아이였죠?”

앤은 부드럽게 말했다.
“그랬소. 우리 테디.시어도어. 그 애 엄마가 신의 선물이라고 그렇게 이름을 지었지요. 그 아이는 참을성도 그렇게 많고, 불평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어요. 한 번은 우리 아이가 웃음 띤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아빠, 나는 아빠가 한 가지는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꼭 하나만요. 난 천국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아요, 아빠?’ 그래서 나도 천국이 있다고 말해주었소. 내가 그런 것은 없다고 그 애에게 가르쳐주었었거든. 오, 하느님, 용서하소서. 그 애는 내 말에 안심한 듯 다시 생긋 웃으며 말했죠. ‘그럼 아빠, 나도 거기 갈래요. 엄마도 하느님도 거기에 있으니까. 내가 거기 가면 나는 아주 재미있게 지낼 수 있지만 아빠가 걱정돼요. 내가 없으면 아빠는 굉장히 쓸쓸하겠죠. 하지만 용기를 내고, 남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그렇게 지내다가 또 우리와 함께 살면 돼요.’ 아이는 내게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까지 하게 했어요. 하지만 그 애가 없으니 이 세상이 텅 빈 것 같아 견딜 수 없소. 이 사진을 가져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미쳐버렸을 거요. 하지만 이제는 그토록 괴롭지는 않을 것 같소.”
제임스 암스트롱은 잠시 꼬맹이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안도감과 기쁨을 찾는 듯했다. 냉정함이나 무례함은 한 꺼풀 허물을 벗어낸 듯 사라지고 없었다. 루이스는 집을 나오기 전 빛바랜 자기 사진을 꺼내 암스트롱에게 보여주었다.
“이 아이를 본 적이 있나요, 암스트롱 씨?”
앤이 물었다.
암스트롱 씨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는 듯 가만히 사진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꼬맹이와 아주 닮았군. 이게 누구죠?”
“저예요. 제가 일곱 살 때죠. 이상스럽게도 테디와 닮았다고 셜리 선생님께서 아저씨에게 보여드리라고 해서 가져왔어요. 저와 아저씨가, 아니면 꼬맹이가 먼 친척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 이름은 루이스앨런이고 제 아버지 이름은 조지앨런이에요. 저는 뉴브런즈윅에서 태어났어요.”
루이스가 말하자 제임스 암스트롱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어머니 이름은 뭐지?”
“메리 가드너예요.”
암스트롱은 한순간 말없이 루이스를 바라보았다.
“메리는 내 동생이다. 아버지는 달랐지. 그래서 나도 그 애를 잘 몰라. 만난 적도 단 한 번밖에 없거든.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삼촌 집에서 컸고 어머니는 재혼을 해서 다른 데서 살았으니까. 어머니가 나를 만나러 오면서 작은딸을 데려왔었어. 그 뒤로 곧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그 여동생을 다시는 보지 못했다. 여기 섬으로 들어와 살면서 그쪽과는 모든 연락이 끊겨버렸고. 그렇다면 너는 내 조카가 되겠구나. 우리 꼬맹이와 너는 사촌지간이야.”
이 세상에 혈혈단신 홀로 남았다고 생각하던 소년에게 이것은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루이스와 앤은 그날 저녁때를 몽땅 암스트롱 씨와 보냈다. 알고 보니 이 사람은 책도 많이 읽었고 아는 것도 많았다. 둘 다 암스트롱 씨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전에 얼마나 불친절하게 대했는지는 다 잊어버리고 지금까지 이 남자를 덮고 있던 껍데기를 벗어던진 진정한 내면을 보았다.

‘이제 꼬맹이는 자기 아버지를 더 많이 사랑할 거야.’
석양 무렵 ‘윈디 포플러’로 돌아오는 길에 앤은 생각했다.
그다음 주말 루이스앨런이 삼촌을 만나러 가자 삼촌은 이렇게 말했다.
“얘야, 나와 함께 살자. 너는 내 조카야. 내가 널 잘 돌봐줄 수 있어. 우리 꼬맹이가 살아 있었다면 그 애에게 해주었을 것들을 너에게 해줄게. 너도 이 세상에 너 혼자뿐이고 나도 그렇지 않니. 난 너와 함께 지내고 싶다. 내가 여기 혼자 산다면, 사는 게 점점 더 힘들고 비통해질 거야. 내가 우리 꼬맹이에게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나를 도와다오.그 애 자리는 비어 있어. 네가 와서 채워다오.”
“감사합니다, 삼촌. 저도 노력해보겠어요.”
루이스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 네 선생님도 가끔씩 초대해라. 나도 그 여선생이 좋더라. 우리 꼬맹이도 좋다고 했고. 그 애가 내게 ‘아빠, 난 아빠가 아닌 사람이 나한테 뽀뽀를 하면 싫었는데 그 누나가 뽀뽀해주었을 때는 아주 기분이 좋았어요. 그 누나 눈에서는 뭔가가 느껴져요, 아빠.’ 하고 말했어.”


27. 향신료의 하나. 녹나뭇과에 속하는 나무의 껍질을 발효하여 말린 것으로 매우 자극적인 독특한 향기가 있다.




4





어느 추운 12월 밤 앤이 말했다.
“베란다에 있는 낡은 온도계는 영하 18도를 가리키고 곁문에 붙어 있는 새 온도계는 영하 12도를 가리키는데 내 머프를 가져가야 할까요, 말까요?”
“옛날 온도계를 따르는 게 좋을걸요. 그게 더 우리 날씨에 익숙할 테니까.”
레베카 듀가 신중하게 조언해주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추운 날 밤에 어딜 가려는 거예요?”
“템플 가요. 캐서린 브룩에게 나와 함께 ‘초록 지붕 집’으로 가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함께 보내자고 권해보려고요”
“그런 짓을 했다가는 휴가가 엉망이 돼요. 그 사람은 천사에게도 비아냥거릴 사람이라고요. 천국에 들어갔을 경우에나 말이지만. 그 사람의 나쁜 점 중 가장 심각한 게 뭔 줄 알아요? 그런 무례한 태도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거예요. 자기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행동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니까요.”
레베카 듀는 무서운 얼굴로 반대했다.

“내 머리로는 레베카의 말 하나하나가 다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해요. 캐서린과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있긴 했지만 캐서린 브룩도 그 불쾌한 껍데기를 벗고 보면 자기 틀에 갇힌 불행한 한 여자에 지나지 않을 거라는 마음이 들거든요. 서머사이드에서는 친하게 지내지 못했지만, ‘초록 지붕 집’으로 데려가면 그 사람의 속마음을 끌어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앤이 말했다.
“그 사람은 데려갈 수 없을 거예요. 갈 리가 없어요. 오히려 그런 말을 하면 자기를 모욕했다고 덤빌걸요. 자선을 베푸는 거냐고 하면서. 우리도 한번 크리스마스에 저녁 초대를 해봤지만 그 선생이 한 말이란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어요. 전 크리스마스가 아주 진절머리 나게 싫어요.’였어요. 미스 셜리가 여기 오기 한 해 전이었지요. 맥콤버 부인이 칠면조를 두 마리나 내놓아서 그것을 다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몰랐던 해였어요.”
레베카 듀가 말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끔찍한 것으로 여기고 싫어하다니, 뭐든 해야 해요, 레베카 듀. 내가 가서 권해보겠어요. 내 청에 응하리라는 예감이 들어요.”
“어쨌든 미스 셜리가 그런 예감이 든다고 하면 믿지 않을 수 없네요.”
레베카 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설마 앞날을 내다보는 예지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니죠? 맥콤버 선장 어머니는 그런 능력을 갖고 있었다던데. 그런 생각을 하면 섬뜩해요.”
“저한테는 레베카를 섬뜩하게 할 게 없어요. 다만 내 생각에 지금이 심리적 효과를 내기 가장 적기라는 거죠. 알고 보면 캐서린 브룩도 인정머리 없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외로움을 타는 사람일 테니 쓸쓸하고 심심해 미쳐버릴 것만 같은 지금 초대하면 그렇다는 거죠.”
“나는 학사가 아니에요. 하지만 미스 셜리에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쓸 권리가 있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어요. 또 미스 셜리에게 남을 교묘히 설득하는 재간이 있다는 것도 부정하지 않지요. 프링글 집안사람들을 어떻게 요리했는지 봐서 익히 알고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 빙산과육두구28)를 섞어놓은 성질머리 좋지 않은 사람을 크리스마스 휴가 때 ‘초록 지붕 집’으로 데려간다면 나는 미스 셜리를 가엾게 여길 거예요.”
레베카 듀는 무척이나 겸손하게 말했다.
템플 거리를 걸어가며 앤은 아주 자신감이 넘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 요즘 캐서린 브룩의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다. 앤은 허구한 날 형편없이 당하기만 하면서 속으로 포의 시 <갈가마귀>에서처럼 ‘이젠 끝이야, 이젠 끝이야.’를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바로 어제만 해도 캐서린은 직원회의에서 앤에게 더없이 모욕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무심히 있을 때 보면 캐서린의 눈빛은 우리 속에서 뛰쳐나가고 싶어 날뛰는 반미치광이 동물의 눈빛이었다. 앤은 전날 밤 캐서린을 ‘초록 지붕 집’으로 초대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 한밤중까지 생각했고, 마침내 다시는 뒤집지 않을 결정을 내린 다음 잠이 들었다.
앤을 응접실로 맞아들인 캐서린의 하숙집 아주머니는 앤이 캐서린 브룩을 만나고 싶다고 하자 그 뚱뚱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셜리 선생님이 찾아왔다고 이야기야 전하겠지만 내려올지는 나도 모르겠네요. 지금 아주 뚱해 있거든요. 오늘 저녁 식사 때 내가 롤링스 부인이 한 이야기를 전했거든요. 그 부인은 캐서린 선생님에게 서머사이드 중등학교 선생이라는 사람이 옷차림이 그게 뭐냐고 그랬거든요. 그 말도 평상시와 조금도 다름없이 아주 꼿꼿한 태도로 듣던걸요.”
“캐서린 브룩 선생님한테 그런 말을 했다구요?”
앤이 책망하듯 말했다.
“난 캐서린 브룩 선생님도 그걸 알아두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데니스 부인은 좀 비꼬듯 말했다.
“하지만 교육위원회가 브룩 선생님이 동부 해안 여러 주에서 가장 우수한 교사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말한 것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아니, 부인께서는 그것도 모르고 계셨죠?”
앤이 물었다.
“오, 들었어요. 하지만 브룩 선생님은 그런 말로 더 부추기지 않아도 지금도 충분히 뻣뻣한걸요. 아무도 당할 수 없을 만큼 아주 자만심이 대단해요. 나로서는 그 사람이 뭐 그리 잘난 척할 게 있는지 당최 모르겠지만. 오늘 밤에는 화도 좀 났어요. 내가 개를 못 키우게 했거든요. 글쎄 무슨 생각이 들어서인지 개를 키우고 싶다고 하잖아요. 개가 먹는 밥값도 내고, 개 때문에 귀찮을 일은 없게 하겠대요. 하지만 브룩 선생님이 학교에가버리고 나면 그 개는 누가 돌봐요? 난 딱 거절했죠. 난 개를 하숙시킬 생각은 없다고요.”
“오, 데니스 부인, 개를 키우게 해주세요. 개를 키워도 많이 귀찮을 일은 없을 거예요. 브룩 선생님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은 지하실에 두면 되잖아요. 그리고 개가 있으면 밤에도 안심할 수 있고요. 제발 개를 키우게 해주세요, 네?”
앤 셜리가 ‘제발’이라고 사정할 때는 그 눈빛에 상대방이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데니스 부인은 그 뚱뚱한 어깨와 말 좋아하는 혀인데도 마음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다. 가끔씩 캐서린 브룩에게 가시 돋친 말을 하는 이유도 단순히 캐서린이 너무 불쾌하게 대하기 때문이었다.
“브룩 선생님이 개를 갖거나 말거나 셜리 선생님이 왜 상관인지 모르겠군요. 난 두 분이 그렇게 친한 사이인지 몰랐어요. 아니, 브룩 선생님에게 친구가 있는지도 몰랐구먼. 난 그렇게 붙임성 없는 사람은 보다보다 처음이니까.”
“바로 그래서 브룩 선생님이 개를 갖고 싶어 하는 거라고요, 데니스 부인. 사람은 누구나 무엇이 됐든 같이 나눌 친구가 필요하거든요.”
“글쎄, 그래도 브룩 선생님에게서 인간적인 면을 본 것이 이번이 처음 같기도 하고 내가 개를 아주 싫어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브룩 선생님이 그런 부탁을 하는데도 말을 곱지 않게 해서 화가 난 것뿐이었지. 글쎄, 아주 거만스럽게 ‘내가 개를 기르겠다고 해도 허락하지 않을 게 뻔하겠지요, 데니스 아주머니?’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나도 ‘그 말이 맞을 게 뻔하구먼요.’ 하고 똑같이 거만하게 대꾸해주었지요. 나는 내 말을 번복하기를 누구보다도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그 개가 응접실에다 실례하는 일만 없게 한다면 개를 키워도 좋다고 해도 돼요.”
데니스 부인이 말했다.
앤은 응접실을 한번 돌아보고 개가 실례를 한다 해도 방 상태가 더 나빠질 것도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 낡은 레이스 커튼이며 형편없이 더러운 보라색 장미꽃 무늬가 있는 카펫은 너무 보기 흉해 몸서리가 다 났다.
‘이런 하숙집에서 크리스마스를 지내야 하는 사람은 누가 됐든 정말 안됐어. 캐서린이 크리스마스란 말조차도 싫다고 한 것도 무리가 아니야. 이 응접실은 환기도 시키지 않는 모양인지 온갖 음식 냄새가 다 배어 있잖아. 캐서린은 월급을 꽤 많이 받으면서도 왜 이런 곳에서 하숙을 하는 걸까?’
앤은 생각했다.
“올라오라고 하는군요.”
데니스 부인이 돌아와 무뚝뚝하게 말을 전해주었다. 하지만 브룩이 또 언제 변덕을 부릴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도 사람을 멀리 하려는 듯했다. 볼 일이 없다면 누가 이 계단을 오르고 싶겠는가.
복도에 깔린 리놀륨29)도 낡아 다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복도를 거쳐 들어간 뒤편의 좁은 방은 응접실보다도 더 생기가 없었다. 조명도 갓도 없어 눈이 부신 가스등 하나가 전부였고 철제침대는 가운데가 푹 꺼졌다. 커튼도 제대로 걸리지 않은 좁은 창문으로는 양철통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뒤뜰이 내다 보였다. 하지만 그 너머로는 아름다운 하늘과 저 멀리 자줏빛 언덕을 배경으로 포플러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거리가 보였다.
“오, 브룩 선생, 저 석양을 좀 봐요.”
캐서린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가리킨 끽끽 소리가 나고 쿠션도 놓이지 않은 흔들의자에 앉으면서 앤이 밝게 말했다.
“저녁노을이라면 수도 없이 봐왔어요.”

캐서린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기껏 저녁노을로 나한테 생색을 내려는 거야. 캐서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오늘저녁 저 저녁노을은 못 봤잖아요. 저녁노을도 다 달라요. 여기로 와서 한번 봐요. 저 저녁노을 속에 한번 빠져보자구요.”
앤은 입으로 이렇게 말하면서 속으로는 ‘뭐 좀 즐겁게 말을 하면 어디가 덧나나?’ 하고 생각했다.
“유치한 소리는 좀 그만둘래요?”
캐서린이 말했다.
세상에, 어쩌면 저렇게 모욕적인 말을! 캐서린 특유의 가시 돋친 경멸에 찬 말투까지 보태져서 기분이 더 상했다. 앤은 그만 저녁노을을 바라보던 눈을 거두고 캐서린을 바라보았다. 거의 일어나서 나가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캐서린의 눈이 좀 이상했다. 울고 있는 것일까? 그럴 리 없다. 캐서린 브룩이 울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찾아와서 폐가 된 것 같네요.”
앤은 겨우 말을 했다.
“나는 말솜씨가 좋지 못해요. 선생님은 마치 여왕처럼 행동하는 것이 능숙하지만 나에겐 그런 재주가 없어요. 어떤 사람하고도 적당하게 대화를 나눌 줄 모르죠. 그래요, 선생님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방에서 누구를 어떻게 환영해주겠어요?”
캐서린은 조소에 찬 몸짓으로 빛바랜 벽, 낡고 헌 의자, 초라한 모슬린 덮개가 덮인 화장대 등을 가리켰다.

“정말 좋은 방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 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왜 이 방에 사는 거예요?”
“오, 왜요, 왜냐고요? 선생님은 이해하지 못해요. 아무래도 좋아요. 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상관하지 않아요. 어쩐 일로 날 찾아왔죠? 그저 저녁노을에 빠져보자고 찾아오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나와 같이 ‘초록 지붕 집’으로 가 크리스마스 방학을 보내자고 청하러 왔어요.”
(이제 또 엄청난 조롱의 말이 쏟아지겠지. 적어도 앉아서나 해주길. 꼭 내가 가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왜 거기 서 있기만 하는 거야. 앤은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이윽고 캐서린은 천천히 말했다.
“어째서 내게 같이 가자는 거죠? 나를 좋아해서가 아니잖아요. 나를 좋아하는 척도 할 수 없을 텐데.”
“어떤 사람도 이런 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앤은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비아냥거리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오, 알겠어요. 그러니까 자선의 계절을 맞아 자비를 베풀어보시겠다고요, 하지만 셜리 선생님, 난 그 대상이 아니에요, 아직은요.”
앤은 벌떡 일어섰다. 이렇게 비뚤어지고 다른 사람에겐 관심조차 없는 피조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방을 걸어 나오면서 캐서린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캐서린 브룩, 본인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모르겠지만 흠씬 좀 두들겨 맞아야겠어요.”
잠시 동안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말하고 나니까 속이 좀 시원해요?”
캐서린은 그렇게 말했지만 모욕적인 말투는 사라졌다. 희미한 미소가 피어 입꼬리가 살짝 비틀어져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네요. 전부터 그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난 자선을 베풀자고 캐서린을 ‘초록 지붕 집’에 초대하려는 게 아니에요. 캐서린도 잘 알잖아요. 난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한 거예요. 누구도 이런 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 안 돼요. 이건 절대로 할 만한 일이 못 돼요.”
앤이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안됐다고생각해서 날 ‘초록 지붕 집’에 초대하려는 거잖아요.”
“네, 안됐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혼자만 갇혀 지내니까요. 그러니까 이제는 삶이 캐서린을 외면하잖아요. 그러지 말아요, 캐서린. 삶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어요. 삶이 캐서린에게 다가오도록 해요.”
“앤 셜리식 진부한 문구군요. ‘웃는 얼굴로 거울을 봐야 웃는 얼굴이 반겨준다.’”
캐서린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모든 진부한 말이 그렇듯이 이 말도 진실이에요. 나와 함께 ‘초록 지붕 집’에 갈 거예요, 가지 않을 거예요?”
“내가 가겠다고 한다면 어쩔 건대요?”

“그럼 캐서린에게서 처음으로 상식적인 면을 보았다고 생각하겠죠.”
앤이 되받아쳤다.
캐서린이 웃었다. 놀랍게도, 아주 놀랍게도. 그러더니 창가로 걸어가더니 몸을 획 돌리고는 남아 있는 경멸을 모두 짜낸 듯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좋아요, 가지요. 이제 내가 가겠다고 하니 너무 기쁘다, 우리는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거다 하는 말을 늘어놓아 보시죠.”
“난 정말로 기뻐요. 하지만 난 캐서린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어요. 모두 캐서린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니까요.”
“나도 예의 바르게 행동하겠어요. 아마 깜짝 놀랄걸요. 유쾌한 손님까지는 못 되더라도 식사 예절을 지키지 않는다거나 남이 내게 말을 걸어오면 비웃어준다거나 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하죠. 솔직히 말하면 내가 가겠다고 한 이유는 나 혼자 여기 있기 싫어서예요. 데니스 아주머니는 샬럿타운 딸네 집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가요. 내 손으로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것도 끔찍해요. 난 요리를 못 하거든요. 그러니 물질적인 문제가 정신적인 문제를 누르고 승리를 거둔 거지요. 그리고 내게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는 말아주세요. 난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즐겁게 지내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까.”
“그러지요. 하지만 쌍둥이가 어찌할지는 나도 약속할 수 없어요.”
“여기 앉으라고 못 하겠어요. 너무 추워서. 하지만 선생님이 좋아하는 석양 너머로 아주 아름다운 달이 떠올랐는데 내가 같이 집까지 바래다 드리면서 달에 관한 찬가를 읊는 걸 도와드리지요.”
“좋아요. 하지만 에이번리에 가면 훨씬 더 아름다운 달을 보게 될 거라는 것 한 가지만은 말씀드리고 싶네요.”

“정말로 그 브룩 선생이 가는 거예요? 그런데 내게 마호메트 교도가 되라고 꼬드길 생각일랑 말아요. 미스 셜리에게 걸리면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 고양이 놈은 어디 갔을까? 또 온 서머사이드를 다 헤집고 다니는 게 틀림없어. 기온이 영하 18도도 더 내려갔는데.”
레베카 듀가 앤에게 뜨거운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새 온도계로는 아니에요. 그리고더스티 밀러는 흔들의자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기분 좋게 코까지 골며 자고 있는데요.”
“그럼 다행이네요. 아, 이런 밤에는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따뜻하게 보낼 집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레베카 듀가 몸을 떨며 부엌문을 닫았다.

28. 인도네시아 몰루카 제도 원산. 높이 약 20미터이다. 열매는 핵과(核果)로서 길이 4∼6센티미터이다.
29. 마루의 깔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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