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9. 감정

chillax | 2024.04.30 11:17:13 댓글: 0 조회: 86 추천: 0
분류교양서적 https://life.moyiza.kr/fiction/4565303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09



행복과 불행을

상상하지 마라
[감정]





“상상력은 아무 할 일 없이 기껏해야 즐거운 공중누각을 쌓아 올린다.”

우리나라처럼 공부를 중요시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드물다. 그런데 머리가 똑똑해 출세하여 성공할 수는 있겠지만, 지능은 행복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쇼펜하우어는 지능은 생존을 위한 도구로써 살려는 의지에 봉사하는 보조 역할을 할 뿐이라고 봤다. 지성은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좋은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해결되면 작동을 멈춘다. 오히려 행복은 그런 지성이 과도하게 작동하여 생겨나는 상상이나 기억을 제한해야 얻을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지능이 발달한 고등 동물일수록 인식이 분명해지면서 고통이 증가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 인간이 가장 고통을 많이 느끼며, 인간 가운데는 천재가 가장 고통을 많이 겪는다. 두뇌가 뛰어난 천재일수록 불행이 더할 수 있다. 정신적인 재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신경 기능이 무척 활발하여 고통을 느끼는 감수성이 예민하기 때문이다. 감정의 변화나 기복이 크기 때문에 불쾌감이 더 강할 수 있어서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없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천재는 단순히 지능이 좋은 사람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천재는 아이큐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창의적이며 독창적인 결과를 낳는 사람이다. 결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소수의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요즘 지능 검사에서 고득점을 받았다고 해서 천재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칼럼 <똑똑한 사람이 겪는 10가지 증상>>에는 다음과 같이 서술돼 있다.

“’더닝 크루거 효과에서 지적되듯, 더 잘 아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똑똑할수록 자신감이 낮아진다. 고지능자들은 다각도로 문제를 분석하기 때문에 부정 편향의 성향이 나타나 긍정적인 사실보다도 부정적인 사실에서 결론을 끌어낸다.”

또한 대체로 지능이 높을수록 사회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인간관계에서 흥미를 잘 느끼지 못해 자신만의 관심사에 몰입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고독을 선호하여 친구를 사귀지 않고 비연애, 비혼을 택하는 등 인간관계를 최소화하여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최근의 주장은 지능이 높을수록, 천재일수록 감수성이 높아서 더 불행할 수 있다는 쇼펜항우어의 이론을 뒷받침한다.



기억과 예견은

착각이다


지성과 이성의 역할을 깎아내리는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본질이 원래 비이성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행복에 대해서는 인간의 지성이 잘못된 환상을 많이 만들어 낸다. 인간은 쾌락을 바탕으로 행복이라는 큰 건물을 짓는다. 그것은 인간이 느끼는 대부분의 즐거움과 쾌락의 원천인 환영이다. 인간이 방대한 지식을 늘린다고 해도 고통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고, 오히려 과거에 대한 기억과 미래에 대한 예견으로 불행감을 더할 뿐이다. 쾌락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모든 행복이 환상처럼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성경 구약>> 도서118절이 쇼펜하우어의 생각을 잘 대변한다.


지식을 더하는 자는 근심을 더하느니라.”


죽음 자체보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고뇌의 더 큰 원인이 되듯이 인간이 겪는 고통의 대부분은 상상력, 회상과 예상이라는 지성 활동에서 비롯된다. 많이 알수록 불행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식은 쓸모가 없다. 행복은 지식에 비례하지 않는다. 인생살이에 무지한 젊은 사람이 역설적으로 인생의 많은 경험으로 욕망의 탐욕과 충족의 덧없음을 깨달은 늙은 사람보다 더 행복할 수도 있다.

인간이 지성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두뇌가 뛰어난 사람이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성과 정신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만, 쇼펜하우어에게 정신은 라는 신체 기관 일부분이 활성화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다. 쇼펜하우어는 형이상학과 논리학을 포함한 모든 지성적 활동을 의지의 차원으로 환원하여 설명했다.

인간의 지성은 단지 생존에 기여하는 도구일뿐 세계를 인식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예를 들어 플라톤은 인간이 이성으로 이 세계의 본질인 이데아를 인식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쇼펜하우어에게 지성은 이 세계가 무엇으로 돼 있는지, 이 세계의 목적이 무엇인지 아는 데 이르지 못한다. 지성은 마야의 베일에 싸여 있어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눈과 같다.

쇼펜하우어가 사용한 마야의 베일은 브라만 사상에서 등장하는 용어다. 커튼을 내리면 사물이 가려져 희미하게 보이는 것처럼 마야의 베일 때문에 브라만의 빛이 은폐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베일에 의해 인간은 사물 그 자체를 보지 못하고 인과 법칙(근거율), 공간과 시간 등으로 잘못 식별하게 된다. 이처럼 쇼펜하우어에게 지성은 이 세계의 본질인 의지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성은 의지가 객관화되는 단계에서 생존을 위한 도구로 형성된 것에 불과하며, 인간 행위의 동기를 결정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살려는 의지다. 쇼펜하우어의 생각은 욕망의 어두운 그림자에 주목한 융이나 프로이트의 이론과 결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지성 활동에 의존하다 보면 우리는 행복을 현실이 아닌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소망에서 찾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돌아보지 말고

내다보지 마라


인간은 행복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많은 사람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 속에서 살아가는 일이 많다. 인간의 삶이 동물의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인간의 인식 능력 때문이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의 행복이나 불행과 관련한 모든 일에 대한 상상력을 억제해야 한다. 지나친 상상력과 추측, 기억은 불행의 씨앗이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피해 행복을 미래에 두지 말고, 과거의 고통에 너무 집착하면 안 된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무엇보다 공중누각을 쌓아서는 안 된다. 쌓아올리자마자 한숨을 쉬면서 다시 허물어뜨리면 그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단순히 일어날지도 모르는 재난을 눈앞에 떠올리며 미리 불안해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지나간 일과 다가올 일을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일이 크게 증폭되어 나타나는 바람에 걱정이나 두려움, 희망이 실제의 쾌락이나 고통보다 훨씬 커진다. 한편 인간은 반성과 거기에 따르는 심리 작용 때문에 동물도 갖는 쾌락이나 고통에서 발전한 행복과 불행이라는 격상된 느낌을 갖는다. 그 결과 순간적인 환희나 때로는 심지어 죽을 것 같은 환희에 사로잡힐 수도 있고 절망에 빠져 자살을 감행할 수도 있다.

작은 것에 만족하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해 쾌락과 고통을 바탕으로 행복과 불행이라는 커다란 환상의 건물을 지었다. 인간에게는 고통의 양이 쾌락의 양보다 훨씬 늘어나고, 인간은 실제로 죽음을 알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고통의 양이 특별히 더 증가한다. 이로 말미암아 인간의 마음은 극심한 감정 변화, 격정, 동요를 겪어 그 흔적의 지속적인 특징을 얼굴에서 읽을 수 있다.

회상에 근거한 불행감을 갖지 마라. 우리는 즐거운 생활을 할 때는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다가, 좋지 않은 시기가 닥쳐야 비로소 옛 시절이 돌아왔으면하고 바란다. 명랑하고 즐거운 순간이 얼마든지 있었지만 언짢은 얼굴을 하고 제대로 즐기지 못한 채 보내 놓고, 우울한 시간이 찾아오면 좋았던 옛날을 헛되이 그리워하며 탄식을 내뱉는 것이다.


그때가 좋았는데…”

앞으로 잘돼야 할 텐데…”

우리는 습관적으로 불행의 씨앗을 뿌린다.

지금 행복해야 한다.


괜한 상상으로 예전에 자신이 당한 불의, 손해, 손실, 명예 훼손, 냉대, 모욕 등을 다시 생생히 떠올리거나 마음속에 그리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불쾌한 일은 오히려 될 수 있는 한 가볍게 넘겨 버릴 수 있도록 담담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좋다. 분노는 제어해야 한다. 그런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부와 권력이 있다 해도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과거의 행복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에 행복을 미루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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