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4-태항산록-(수필)극단예술

더좋은래일 | 2024.05.04 14:49:33 댓글: 0 조회: 76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6159


수필


극단예술


지금으로부터 33년전에 연변문련(당시는 작가협회가 아직 성립되지 않았었음)에서는 내가 소설 한편을 합평할 일이 있었다. 문련이라야 호랑이 담배 먹을적이였으므로 전원 6명 밖에 안되였지만 그래도 합평은 합평대로 하였었다.

그 소설의 제목이 무엇이였던지는 강산이 서너번씩 변하는통에 까먹어서 생각이 나지 않으나 하여튼 합평의 결과는 아주 맥살이 나는것이였다. 임효원(임호), 최현숙, 김동구, 차창준 등 여러 동업자들이 일치하게 부정적반응을 보인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작자는 동떨어진 수법 즉 초특급랑만주의적수법으로 작품을 처리하였었기때문이다. 왕가물이 든 농촌을 지원하려고 시내사람들이 일떠나 각 집의 물 자아먹는 뽐프를 뽑아들고 농촌으로 달려나오는 기발한 화폭을 펼쳐놓았던것이다.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간혹 그 초특급랑만주의적수법으로 처리하였던 작품에 생각이 미치면 나는 부끄러워서 겨드랑이밑에 식은땀이 내돋군 한다.

그런데 매우 불행하게도 우리 민족에게는 <<세살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더욱 불행한것은 그 속담이 왕왕 명사수의 명중탄처럼 잘 들어맞는것이다.

유감천만한 일이기는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 속담은 들어맞는 모양이다. 젊은 시절의 그 초특급랑만주의가 환진갑이 다 지난 지금도 가끔 들먹들먹하여서 사람을 당혹하게 만드니까 말이다.

요즘 일부 자전거방들에서 <<바람 한번 넣는데 3전>>이란 패찰을 내붙인것을 보고 나의 소설가환상은 또 훨훨 나래쳤다.

그전에는 다 자전거방에를 가면 바람은 거저 즉 무료로 넣기 마련이다. 해방후 북경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떤 자전거방에서 밤에 빈지를 들인 뒤에는-자는데 바람 넣을 사람이 와서 문을 두드릴가봐 그런지-뽐프를 쇠사슬에 매여서 밖에 내놓고 잘 보이라고 파란색의 전구를 낀 장명등까지 켜놓는것을 나는 보았다.

그러므로 그 <<한번에 3전>>이라는 극단적돈벌이주의의 상징도 안 같은 패찰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자연 직업적본능으로 머리속에 구상이 떠오를 밖에.

어떤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뒤바퀴에 바람이 빠져서 탈수 없게 된다. 자전거방에 들려서 바람을 넣으려 하니 3전을 내라고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사람은 잊어먹고 지갑을 집에다 두고 왔다. 사정을 말하니 자전거방주인은 들어주지 않는다. 할수없이 그 사람은 바람 빠진 자전거를 밀고 터벅터벅 걸어간다...

상상은 더 엉뚱한 비약을 한다-

엄동설한, 눈에 덮힌 무연한 벌판, 어떤 사람이 거의 얼어죽게 되여서 천신만고로 삭정이는 긁어모았으나 성냥이 없어서 불을 피울수가 없다. 이때 사람 하나가 지나간다. 얼어죽게 된 사람이 지옥에서 부처를 만난것 같이 반가와하며 성냥을 좀 빌자고 하니 그 사람은 성냥값부터 내라고 한다. 귀한 몰건은 비싼것이 상품판매시장의 법칙이므로 10원을 내라고 한다. 그러나 얼어죽게 된 사람은 10원은 고사하고 단돈 10전도 몸에 지닌것이 없다.

<<그렇다면 할수 없지.>>

성냥임자는 이렇게 한마디를 훌 뿌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갈길을 가버린다...

춘삼월 눈이 녹을 때 사람들은 얼어죽은 시체 한구와 삭정이 한무더기를 그곳에서 발견한다.

<<세살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전통적인 원리에 따라 나의 구상은 손오공처럼 거침새없이 비약한다.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서 랭혈동물이 되여버린 <<돈벌이 극단예술가>>의 형상을 상상의 영사막에다 이와 같이 그려본다. 이것은 물론 작품창작령역에서의 극단예술이 낳은 산물이다.

50년전에 즉 본 세기 30년대에 상해에 있을 때, 나는 상해 명소의 하나인 대세계(상해말로는 따스까)유락장에를 몇번 드나들어보았다. 10전 내고 입장권 한장만 사면 하루종일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들어가 놀고 구경하고 할수 있었다. 영화건 연극이건 재담이건 가무건 마술이건 무엇이나 다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관람하게 되여있었다. 웃음거울 같은건 더 말할것도 없는 일이다. 무엇을 사먹는외에는 모든 관람료가 다 포함되여있다는 이야기가 되는것이다.

그런데 우리 이곳 공원에서는 입장료외에 웃음거울관람표라는것을 따로 받는다. 이것이 넓은 세상을 보아온 내 마음에 들리 없다. 그러니 자연히 또 직업적본능으로 구상의 날개를 펼치는데 이번에는 역시 묵은 버릇으로 극단예술적표현방법이 채용된다.

공원책임자에게 한 <<돈벌이 극단예술가>>가 헌책 즉 계책을 드린다.

<<...아니 그럴것 없이 원숭이를 보는데두 표를 사라고 합시다. 사자, 곰, 호랑이, 오소리, 여우... 그리구 독수리, 공작, 물오리, 고니, 원앙, 사슴, 노루, 락타, 미국돼지... 다 따루따루 표를 사라구 합시다. 꽃이나 금붕어를 보는것두 표를 따루 사야 하구 그리구 장의자에 앉는것두 한시간에 30전씩 세를 받기루 합시다. 이렇게 하면 불과 몇달안으로 우리는 돈더미우에 올라앉게 될겁니다. 어떻습니까? 묘안이이죠... 그래 이게 신통한 고안이 아니구 뭡니까? 히히...>>

유감스럽게도 나의 천재적구상은 때 아닌 방문객-길림신문사 기자량반의 래방으로 형체없이 깨여지고 말았다. 젠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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