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11. 삶에의 의지

chillax | 2024.05.07 10:36:33 댓글: 0 조회: 96 추천: 0
분류교양서적 https://life.moyiza.kr/fiction/4566718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11



모든 인생사는
수난의 역사다
[삶에의 의지]






“도피가 용기라면 자살을 결심한 사람만큼 용감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철학자로서 자살을 찬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영웅과 현인이 자발적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마감하지 않았던가.”

분별을 할 줄 알고 솔직하다면 인생을 다시 한번 되풀이하기를 바라기보다 완전히 존재하지 않기를 선택할지 모른다.”

인생의 무의미에 대해 고민했던 쇼펜하우어가 남긴 말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죽음을 두려워했으며 자살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인간의 정신이 삶에의 의지 자체를 부정하는 일은 어렵다. 얼핏 자살은 생존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정신적 고통이 육체적 고통을 느끼지 못할 만큼 극심해서다. 실제로는 자발적 죽음이 삶에 대한 강한 집착과 열망을 보여 주는 행동이다.

자살은 삶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희망을 보여 주는 점에서 삶에 대한 긍정이다. 자살은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보여 준다는 것이 쇼펜하우어의 생각이다. 너무나 인생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 절망감에 자살로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자신의 상태가 너무 비참해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는 햄릿처럼 용기 있는 마무리로 볼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누구나 내일이 오지 않길 한 번 이상은 원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쇼펜하우어처럼 신세를 한탄해 봤을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그런 투정 때문에 삶은 가장 좋은 것이 된다.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그래서 이 세계를 가능한 세계 중 최상의 세계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그만큼 살고 싶다는 뜻이다.


죽도록 잘 살고 싶어서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삶의 긍정이라는

삶의 부정


쇼펜하우어는 자살을 삶의 부정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삶의 긍정이라고 본다. 자살은 삶의 의지에 따른 고통을 부정하는 것일 뿐 살려는 의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삶을 부정하기 어려운 것은 지성이 의지를 부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일부분인 뇌는 인간의 의지가 객관화된 신체 전체를 부정하기가 쉽지않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신이 자살을 시도할 때도 우리의 심장은 뛰고, 손은 죽지 않으려고 하며, 죽은 이후 3일은 머리카락이 자라난다. 그만큼 살려는 의지는 너무나 질기고 강한 것이다. 정신은 빨리 죽지만 신체는 그렇게 빨리 죽지 않는다.

자살과 해탈을 포함한 많은 형태의 삶의 부정은 역설적으로 삶의 의지를 긍정하는 현상이다. 자살도 생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에 따른 고토을 부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삶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혐오와 후회 때문에 삶의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영원히 살기를 원하면서 신체의 욕망을 채우려고 하지만 이런저런 상황이 꼬여 삶에 고통이 생긴다. 자살자는 멋지게 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자신이 처한 삶의 조건에 불만족할 뿐이다. 자살자는 그런 삶의 의욕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그만 사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자면 분명한 점은 자살은 무지개의 물방울, 바다의 파도처럼 이 세상에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자살은 멍청한 짓이다.

쇼펜하우어는 삶에의 의지를 부정함으로써 그 결과인 욕망과 번뇌를 없애려고 했지, 삶 그 자체를 없애려고 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식탐이 많으면 살이 찌고 건강이 나빠져서 다이어트를 할수는 있지만 금식을 권장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먹으려는 욕망 자체는 난쁜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죽음은 삶에 따른 고통을 줄이려고 할 뿐 생존 의지 자체를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삶의 형식은 끝없는 현재다. 시간은 쉬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물과 같으며 인간은 그 물결에 휩쓸려 사라지는 존재다. 그 영원한 시간 속에서 인간이 살고 죽는 것은 덧없는 꿈과 같다. 이런 점에서 세상을 부정하는 자살은 무익하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리석은 행위다.



존재하지 않고

행복할 수 없다


자살은 관심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에게 S.O.S를 보내는 것이다. 좌절은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알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살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OECD 국가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자살의 이유는 다양하다. 삶에 지쳤거나 희망이 없거나 또는 불치병에 걸린 경우도 있지만, 어쩌면 더 좋은 삶에 대한 강한 희망이 좌절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자살률 세계 1위인 국가가 의미하는 바는 그만큼 우리나라에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자살은 세상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영원히 떠나고 싶다는 뜻이다.

그러나 죽고 싶다는 사람은 그만큼 살고 싶다는 반대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어떠면 삶에 대한 애착이 너무 컸기 때문에 그것에 따른 실망과 고통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욕심 없이 사는 사람은 실패의 고통도 없어서 자살할 이유도 없다. 자살하는 사람은 그만큼 삶에 대한 희망, 애착, 기대가 컸다고 볼 수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자살한 사람은 돈이 충분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잘 살았더라면

더 건강했더라면

‘빚이 없었더라면


삶이 괴롭지 않았다면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소망이 남아 있다. 따라서 주위에 죽음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얼마나 절박하게 살려고 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것은 살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생겨난 고통이지, 살려는 의지 그 자체는 아니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살려는 의지 자체를 절대로 부정할 수 없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우리 인생의 장면들은 거친 모자이크와 같다. 가까이서 보면 제대로 알아볼 수 없고 멀리서 봐야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쇼펜하우어 말처럼 개인의 삶을 일반적으로 보면 슬픈 일이 많지만 자세히 보면 우스꽝스럽다. 인간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소망과 두려움에 휩싸이는데 그것이 우연에 의한 사건이므로 희극에 가깝다. 그러나 개인의 소망이 성취되지 않고, 노력과 희망이 무의미하게 될 때 끝내 죽음에 이르는 것은 비극이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비극적인 인물의 역할을 맡지만 자세히 보면 하루하루 끊임없는 걱정거리로 살아가며 불안해하는 유치한 희극적 배우라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너무 단편적으로 보지 않도록 균형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인생은 어떻게든 끝마쳐야 하는 과제와 같다.

그러므로 견뎌 내는 것은 그 자체로 멋지다.




[Epilogue]

누구나 내일이 오지 않길 한 번 이상은 원했다.”
우리가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그만큼 살고 싶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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