查拉图斯特拉如是说 3部 감람산에서

단밤이 | 2023.12.31 23:53:31 댓글: 0 조회: 165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36007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감람산44)에서

겨울이라는 고약한 손님이 우리 집에 앉아 있다. 그와 다정한 악수를 하면서 내 손은 파래졌다.
나는 이 고약한 손님을 존중하지만, 그를 혼자 앉혀 두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그에게서 달아나기를 좋아한다. 잘 달리는 자라야 그에게서 달아날 수 있다.
나는 따스한 발과 따스한 생각을 갖고 바람이 잔잔한 그곳, 나의 감람산의 양지바른 곳으로 달려간다.
그곳에서 나는 나의 엄격한 손님을 보고 웃지만, 그가 나의 집에서 파리와 수많은 작은 소음을 쫓아버렸기 때문에 그에게 다정하게 대한다.
그는 모기 한두 마리가 왱왱거리는 것도 견디지 못한다. 또한 그는 골목길을 적막하게 만들어 달빛마저 그곳의 밤을 두렵게 한다.
그는 까다로운 손님이다. 하지만 나는 그를 존중하고, 나약한 자들처럼 배가 볼룩한 불의 우상45)에게 기도하지는 않는다.
우상에게 기도하기보다는 오히려 약간 덜덜 떠는 게 낫다! 그것이 내 기질에 맞다. 나는 발정하여 후덥지근한 김을 뿜어내는 불의 우상을 특히 싫어한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자를 여름보다 겨울에 더 사랑한다. 나는 겨울이 나의 집에 앉아 있는 이후로 이제 나의 적을 더 잘, 더 통쾌하게 조롱한다.
내가 침대에 들어갈 때조차 참으로 통쾌하게 조롱한다. 나의 은밀한 행복도 그때 웃어대고 장난을 친다. 나의 거짓 꿈도 웃어댄다.
나는 기는 자인가? 나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힘 있는 자 앞에서 한 번도 긴 적이 없다. 만약 내가 거짓말을 했다면 그것은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나는 겨울 침대 속에서도 기쁨에 넘쳤다.
화려한 침대보다 초라한 침대가 나를 더 따뜻하게 만든다. 나는 나의 가난을 질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난은 겨울에 나에게 가장 충실하다.
나는 매일매일 악의로 시작하고, 냉수욕으로 겨울을 조롱한다. 그 때문에 나의 엄격한 집안의 벗은 투덜거린다.
나 또한 그를 밀초로 간질이는 것을 좋아한다. 겨울이 마침내 잿빛 어스름으로부터 하늘을 드러내도록.
나는 아침에 특히 악의에 차 있다. 우물가에서 두레박 소리가 덜거덕거리는 이른 아침에, 말들의 울음소리가 잿빛 골목에 따스하게 울려 퍼지는 이른 시각에.
그때 나는 밝은 하늘, 눈처럼 흰 수염의 겨울 하늘, 그 백발의 노인이 마침내 내 앞에 나타나기를 조바심하며 기다린다.
때때로 자신의 태양마저 숨겨 버리는 과묵한 겨울 하늘을!
내가 그에게서 오래되고 밝은 침묵을 배운 것일까? 아니면 그가 나에게서 배운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각자 이를 고안해 낸 것일까?
아름다운 만물의 근원은 천 겹으로 되어 있다. 아름답고 분방한 만물은 기쁨에 넘쳐 현존 속으로 뛰어든다. 이 사물들이 어떻게 단 한 번만 도약한단 말인가!
아름답고 자유분방한 오랜 침묵도 겨울 하늘과 마찬가지로 둥근 눈의 밝은 얼굴로 바라본다.
그것은 겨울 하늘처럼 자신의 태양과 굽히지 않는 태양의 의지를 숨긴다. 참으로 나는 이러한 기교와 겨울의 이러한 분방함을 제대로 배웠다!
나의 침묵이 침묵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는 것이 나의 가장 사랑스러운 악의이자 기교다.
말과 주사위로 요란한 소리를 내서 나는 엄숙한 감시자로부터 몰래 달아나야 한다.
나의 깊이와 최후의 의지를 아무도 내려다보지 못하도록 나는 길고 밝은 침묵을 생각해 냈다.
나는 영리한 자를 많이 보았다. 그들은 아무도 자신의 얼굴을 꿰뚫어 보거나 내려다보지 못하도록 자신의 얼굴을 베일로 가렸고, 자신의 물을 흐리게 하였다.
하지만 바로 그들에게 영리하고 의심 많은 자와 호두 까는 자가 찾아와 그들이 꽁꽁 숨겨 둔 물고기를 즉시 낚아채 갔다!
가장 영리하게 침묵하는 자는 그러한 자가 아니라 밝고 정직하며 투명한 자들이다. 그들의 바닥은 너무 깊어서 가장 맑은 물도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대 눈처럼 수염이 흰 겨울 하늘이여, 그대 내 머리 위의 둥근 눈을 가진 백발의 하늘이여! 아, 그대 내 영혼과 그 분방한 영혼에 대한 천상의 비유여!
그런데 사람들이 나의 영혼을 찢어발기지 못하도록 나는 금을 삼킨 자처럼 자신을 숨겨야만 하는가?
내 주위의 이렇듯 시샘하고 비방하는 모든 자들은 나의 긴다리를 보지 못하게 죽마를 타야만 하는가?
자욱한 연기에 답답함을 느끼며, 빈둥거리고, 닳아 해진 데다가 빛까지 바랜, 슬픔에 잠긴 영혼들, 그들의 질투가 나의 행복을 어찌 견뎌낼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그들에게 나의 꼭대기에 있는 얼음과 겨울만 보여 줄 뿐, 나의 산이 온통 태양의 띠를 두르고 있음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은 내 겨울의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소리만 들을 뿐, 정열적이며 강렬하고 뜨거운 남풍처럼 따뜻한 바다를 건너가는 내 소리는 듣지 못한다.
그들이 어찌 나의 행복을 견딜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재난이며 겨울의 곤궁이며 백곰의 털모자며 눈 내리는 하늘의 외투로 나의 행복을 두르지 않는다면!
내가 그들 앞에서 탄식하고 혹한에 떨며, 참을성 있게 그들의 동정 속에 감싸이지 않는다면!
내 영혼이 그 겨울과 혹한의 폭풍우를 숨기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내 영혼의 지혜로운 분방함이자 호의이다. 내 영혼은 동상도 숨기지 않는다.
어떤 자의 고독은 병자의 도피이고, 또 어떤 자의 고독은 병자로부터의 도피이다.
나는 그들이, 내 주위의 이 모든 가련한 사팔뜨기 녀석들이 내가 겨울의 추위에 덜덜 떨고 탄식하는 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나는 이처럼 덜덜 떨고 탄식하면서도 그들이 데워놓은 방에서 달아난다.
내가 동상에 걸린 것에 대해 그들이 함께 동정하고 함께 탄식하게 하라. 그들은 이렇게 탄식한다. "그는 얼음처럼 차가운 인식으로 우리마저 얼어붙게 한다!"
그사이에 나는 따뜻한 발로 나의 감람산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내 감람산의 양지바른 곳에서 나는 노래하며 온갖 동정을 비웃는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노래한다.
44) 키드론 계곡을 경계로 서쪽으로 옛 예루살렘과 이웃하고 있는 산으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성서에서는 [사무엘 하] 15장 '감람산 비탈' 에서 처음 언급되며, 세상의 종말을 예언하는 대목에서도 나온다. 올리브 산이라고도 하는 감람산은 예수가 생애의 마지막 주 첫날 예루살렘으로 들어갈 때 거쳐 간 길목으로, 예루살렘의 묵시적 멸망을 예언한 곳이고, 예수가 승천한 곳으로 손꼽힌다.
45) 난로를 의미하며, 비유적으로는 기독교적 도덕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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