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ㅡ 울새가 알려준 길

단밤이 | 2024.01.06 00:34:10 댓글: 5 조회: 626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37703
The Secret Garden

(비밀의 화원)


울새가 알려준 길
메리는 열쇠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러저리 돌려보면서 한참을 생각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메리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허락을 구해야 한다거나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과 의논을 하라고 배운 적이 없는 아이였다. 열쇠를 보자 메리의 머릿속에는 이것이 잠긴 정원의 열쇠가 맞는지, 그렇다면 문이 있는 곳을 알아내고 열어서 담장 안에 무엇이 있으며 늙은 장미나무들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너무나 오랜 세월 잠겨 있었기 때문에 메리는 그곳이 꼭 보고 싶었다. 다른 정원들과는 분명 다른 풍경일 테고, 그 10년 동안 기묘한 일이 일어났을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 정원이 마음에 들면 매일 그곳에 가서 문을 닫아두고 놀 거리를 만들어 혼자 실컷 놀 수도 있었다. 아무도 메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테고, 그 문은 여전히 잠긴 채 열쇠는 땅에 묻혀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메리는 몹시 즐거워졌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잠긴 방이 백 개나 되는 저택에서 재미있는 일 하나 없이 혼자 지내다 보니, 어느새 둔해진 뇌가 활동을 시작하고 정말로 상상력이 눈을 뜨게 되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의심의 여지 없이 황무지에서 불어 온 신선하고 건강하고 깨끗한 공기가 큰 역할을 했다. 그 공기가 메리에게 식욕을 선물해주었듯, 바람과 싸우는 일은 피를 뒤섞었고, 그런 변화가 마음과 생각까지 뒤흔든 것이다. 인도에서 메리는 늘 너무 더위에 지치고 나른한 데다 몸까지 허약해, 주위에 신경을 쓸 기력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새로운 일에 관심이 싹트고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졌다. 메리 자신도 영문을 몰랐지만, '고집불통' 처럼 굴고 싶은 기분도 줄었다.
메리는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그 산책로를 따라 왔다갔다했다. 그곳에 오는 사람은 메리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느릿느릿 걸으면서 담장을, 더 정확히 말해서 담장에 자라는 담쟁이덩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담쟁이덩굴은 어처구니없는 식물이었다. 아무리 주의 깊게 살펴보아도 빽빽하게 담을 뒤덮은 반질반질한 짙은 녹색 잎사귀밖에 보이지 않았다. 몹시 실망스러웠다. 그 길을 걷다가, 고개를 들어 담장 안쪽에서 꼭대기만 보이는 나무들을 보니 고집불통 기분이 슬며시 되돌아왔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니 바보 같다고 메리는 혼잣말을 했다. 결국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발길을 돌리며, 밖으로 나올 때마다 항상 열쇠를 챙겨 나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 숨겨진 문을 찾았을 때 언제라도 들어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메들록 부인이 집에서 자고 와도 좋다고 말했기 때문에, 마사는 다음 날 아침, 전보다 더 발그레한 볼을 하고 최고로 유쾌한 기분으로 저택에 돌아왔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났어요." 마사가 말했다. "네네! 해가 뜰 무렵 새들이 일어나구 토끼들이 뛰어다니구 그러는 황무진 정말 예뻐요. 여기까지 걸어오지는 않았어요. 어떤 남자가 수레에 태워줬거든요. 정말 즐거웠어요."
쉬는 날 있었던 즐거운 일들로 마사의 이야기보따리가 빵빵했다. 마사의 어머니는 딸이 오자 몹시 반가워했다. 두 사람은 빵도 굽고 빨래도 다 해치웠다. 마사는 갈색 설탕을 조금 넣은 반죽으로 동생들에게 빵을 하나씩 구워주었다.
"황무지에서 놀다가 온 동생들한테 갓 구워 뜨거운 빵을 하나씩 줬어요. 집에서 맛있구 따끈따끈한 빵 굽는 냄새가 났구, 불두 활활 땠어요. 그랬더니 동생들이 좋아서 소릴 질렀죠. 디콘은 임금님이 살아두 될 정도로 우리 집이 좋다구너스레를 떨지 뭐여요."
그날 저녁 마사의 가족은 불가에 모두 둘러앉았다. 마사와 어머니는 옷이 찢어진 곳에 천을 덧대어 깁고 양말들을 수선했다. 마사는 자기가 '까만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평생 시중을 받기만 해서 혼자서는 양말도 신지 못하는, 인도에서 살다 온 여자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이구! 아가씨 이야기를 듣구 동생들이 얼마나 좋아했게요." 마사가 말했다. "동생들은 까만 이들이며 아가씨가 타구 온 배에 대해서두 궁금해하였어요. 하지만 저는 제대루 이야길 못해줬죠."
메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음 휴가 날까지 내가 실컷 이야기해줄게." 메리가 말했다. "그러면 들려줄 이야기들이 더 생길거야. 그 애들은 분명 코끼리와 낙타 등에 타고 다니는 일이며, 호랑이 사냥을 떠나는 장교들에 대해서도 듣고 싶어할 거야."
"맙소사!" 마사가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 동생들은 기뻐서 날뛸 거여요. 정말 그 이야길 해주실거여요, 아가씨? 예전에 요크에서 야생동물 쇼가 열렸다구 하던데 그런 이야기하구 비슷하겠구만요."
"인도는 요크셔와 완전히 달라." 메리가 그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보듯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 다콘과 네 어머니는 내 이야기를 듣고 좋아했어?"
"좋아하였지요. 우리 디콘은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왕방울 눈이 되었지 뭐여요." 마사가 대답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가씨가 내내 혼자 있어야 될 것 같다구 속상해하셨어요. '크레이븐 씨는 그 아기씰 위해서 가정교사두 유모두 데려오지 않었니?' 이렇게 말씀하셔서 제가 대답하였어요. '네, 안 그러셨어요. 메들록 부인 말론 그럴 생각 있음 그렇게 하실거래요. 하지만 메들록 부인은 주인어른이 2,3 년은 그럴 생각을 못 하실 거라구 하시던데요.'"
"가정교사는 필요 없어." 메리가 쌀쌀맞게 말했다.
"하지만 어머닌 아가씨 나이면 이제 책으루다가 공부를 허구 아가씨를 돌봐줄 여자가 곁에 있어야 헌다구 하셔요. 그러구 이렇게 말하셨어요. '얘, 마사. 그런 커다란 집에 어미니두 없이 내내 혼자서 돌아다니면 네 기분이 어떻겠냐. 최선을 다해서 아가씨 기분을 북돋아드려.' 물론 꼭 그러겠다구 대답하였죠."
메리는 한참이나 마사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너는 지금도 내 기분을 북돋아주고 있어." 메리가 말했다. "네 이야기를 듣는 게 좋거든."
그러자 마사가 방을 나갔다가 앞치마 아래로 뭔가를 들고 금방 들어왔다.
"이게 뭐게요?" 마사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한테 선물을 가져왔지요!"
"선물이라고!" 메리 아가씨가 놀라서 소리쳤다. 배고픈 사람 열네 명으로 복작거리는 집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할 수 있을까!
"황무지를 돌며 행상을 하는 상인이 있어요." 마사가 설명했다. "그 사람 수레가 마침 우리 집에 왔데요. 그 사람은 냄비구 솥이구 온갖 잡다한 물건을 팔지만, 어머니는 뭘 살 돈이 없었어요. 그 상인이 막 가려는데, 우리 엘리자베스 엘런이 소리를 치더라구요. '어머니, 아저씨가 빨갛고 파란 손잡이 달린 줄넘길 팔아요.' 그러자 어머니가 갑자기 큰 소리로 상인을 부르지 않겠어요. '여기 보시오, 잠깐 보시오, 이봐요, 아저씨! 그 줄넘기 얼마요?' 상인이 대답했죠. '2펜스요.' 그랬더니 어머니가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말씀하셨어요. '마사, 너는 착한 딸이라 네 월급을 나한테 다 가져왔지. 네 돈을 몽땅 넷으로 나눠서 모아두지 않았겠냐. 하지만 모아놓은 돈에서 2펜스를 꺼내서 그 아이에게 줄넘기를 사줘야겠구나.' 그러시구는 이걸 사셨어요. 자, 여기 있어요."
마사는 앞치마 아래에서 선물을 꺼내 의기양양하게 보여주었다. 그 선물은 양쪽 끝에 붉은색과 파란색 손잡이가 달린 튼튼하고 가는 밧줄이었다. 그런데 메리 레녹스는 지금까지 줄넘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메리는 이상야릇한 표정으로 선물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게 뭐 하는 거야?" 메리가 호기심에 물어보았다.
"뭐 하는 거냐구요?" 마사가 소리쳤다. "설마 인도 사람들은 코끼리하구 호랑이하구 낙타를 타구 놀아서 줄넘기를 하며 놀지 않는다는 뜻이여요? 그 사람들 피부가 까만 게 전혀 놀랍지 않네요. 이건 이렇게 하는 거여요. 잘 보셔요."
마사는 방 한가운데로 쪼르르 달려가 양손에 손잡이를 하나씩 잡더니 뛰고, 뛰고, 뛰기 시작했다. 어느새 메리는 마사를 보려고 앉은 자리에서 몸을 돌렸다. 벽에 걸린 오래된 초상화의 얼굴들도 마사를 뚫어져라 보며, 별볼일 없는 시골 아가씨가 무슨 배짱으로 자신들 코앞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마사는 초상화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메리 아가씨가 보이는 흥미와 호기심에 기쁠뿐이었다. 그래서 멈추지 않고 개수를 세면서 백 개까지 줄을 넘었다.
"이것보다두 더 많이 뛸 수두 있어요." 마사가 줄넘기를 멈추고 말했다. "열두 살 땐 500번이나 뛰었어요. 하지만 그땐 지금처럼 살이 찌지두 않았구 계속 연습을 했으니깐요."
메리는 점점 줄넘기를 해보고 싶어져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재미있겠어." 메리가 말했다. "네 어머니는 친절한 분이셔. 나도 그렇게 뛸 수 있을까?"
"한번 해보세요." 마사가 줄넘기를 건네며 격려했다. "첨부터 백 개를 뛸 순 없어요. 하지만 연습을 허시다 보면 개수두 늘어날 거여요.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셨어요. 이렇게요. '줄넘기만큼 그 아가씨 건강에 이로운 것두 없을 거구만. 아이한테 줄넘기를 허며 놀게 해. 줄넘기를 허면 두 다리두 두 팔두 쭉쭉 펴지구 팔다리에 힘이 솟지 않겠냐.'"
난생처음 줄넘기를 해보니, 확실히 메리 아가씨의 팔다리에는 힘이 별로 없었다. 잘하지는 못해도 너무 재미있어서, 메리는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든든하게 입구 밖에 나가서 달리기두 하구 줄넘기두 해보셔요." 마사가 말했다. "될 수 있는 대로 밖에 나가서 놀게 하라구 어머니가 말하셨어요. 비가 좀 오더라두 따뜻하게 입구 나가면 된다구요."
메리는 코트를 입고 모자를 쓰고, 줄넘기를 팔에 걸었다. 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나서 천천히 돌아섰다.
"마사." 메리가 말했다. "그 돈은 네 월급이었어. 그러니까 네 2펜스였던 거야. 고마워." 메리는 조금 퉁명스럽게 말했다. 남에게 고마움을 전하거나 남들에게 받은 호의를 알아차리는 데 서툴렀기 때문이다. "고마워." 메리는 이렇게 말하며 달리 뭘 해야 할지 몰라 한 손을 내밀었다.
마사도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긋, 그 손을 잡고 어색하게 짧은 악수를 했다. 그러더니 깔깔 웃었다.
"에구! 아가씨는 괴상한 할머니 같애요." 마사가 말했다. "우리 엘리자베스 엘런이었다면, 저한테 뽀뽀를 해줬을거여요."
메리가 그 어느 때보다 뚱해 보였다.
"입을 맞춰주면 좋겠니?"
마사가 다시 웃었다.
"아뇨, 아니여요." 마사가 대답했다. "아가씨가 딴 사람이었다면, 아가씨가 먼저 그러구 싶으셨겠죠. 하지만 아가씨는 그렇지 않잖아요. 이제 밖으로 나가서 줄넘기를 하구 노셔요."
방을 나서는 메리 아가씨는 약간 머쓱했다. 요크셔 사람들은 이상한 것 같았다. 메리에게 마사는 늘 퍼즐 같았다. 처음에는 마사가 몹시 싫었지만, 이제 그렇지 않았다.
줄넘기는 근사한 물건이었다. 메리는 개수를 세며 뛰고, 뛰면서 개수를 세었다. 어느새 두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는데, 태어나서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이 없었다. 태양은 빛났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거센 바람이 아니라 기분 좋게 몸을 식혀줄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땅을 새로 파헤쳐서 나는 신선한 흙냄새도 전해주었다. 메리는 줄넘기를 하며 분수 정원의 둘레를 돌고, 깡충깡충 뛰며 좁은 길을 이쪽저쪽으로 왔다갔다했다. 줄넘기를 하며 마침내 채마밭으로 들어가니, 벤 웨더스태프가 땅을 파며 울새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울새는 노인 주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메리는 줄넘기를 뛰며 노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정원사가 고개를 들어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메리는 노인이 아는 척을 할지 궁금했다. 메리는 자신이 줄넘기를 하는 모습을 노인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노인이 소리쳤다. "역시 그랬구려. 아가씨는 어린아이가 맞구려. 그 핏줄에 시큼한 버터우유 대신 아이의 피가 흐르구 있는 게지. 내 이름이 벤 웨더스태프인 게 사실인 만큼, 아가씨 두 볼이 발갛게 된 건 줄넘기 때문이겠구려. 아가씨가 줄넘기를 할수 있을 줄을 꿈에두 몰랐다오."
"오늘 줄넘기를 처음 해봤어." 메리가 말했다. "이제 막 배웠거든. 아직 한 번에 스무 개밖에 못 뛰어."
"계속하시구려." 벤이 말했다. "아가씨는 이교도들하구 살았던 것 치구 체격이 좋으니깐. 울새가 아가씨를 어떻게 지켜보는지 한번 보시오." 노인이 울새를 향해 고갯짓을 했다. "어제 녀석이 아가씨 뒤를 졸졸 따라다닙디다. 오늘두 아가씨를 따라다닐 거라오. 줄넘기가 뭔지 꼭 알아내고 싶을테니깐. 녀석은 줄넘기를 한 번두 못 보았으니 말이오. 어이구!" 노인이 새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이 녀석, 그렇게 멍하구 있으면 언젠가는 호기심 때문에 세상 하직할 거구만."
메리는 몇 분마다 쉬면서, 줄넘기를 뛰며 정원을 돌고 과수원을 돌았다. 마침내 자신의 특별한 산책로에 도착한 메리는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줄넘기를 하며 갈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로 했다. 줄넘기로 가기엔 산책로가 길어서 천천히 시작했지만, 결국 반도 못 가서 너무 열이 나고 숨이 차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속이 상하지 않았다. 벌써 쉬지 않고 30번까지 뛰었기 때문이다. 메리는 기쁨에 겨워, 살짝 웃으며 멈춰 섰다. 세상에, 바로 그곳에 길게 늘어진 담쟁이덩굴에 울새가 앉아 흔들거리고 있었다. 울새는 메리를 따라오면서 지저귀며, 알은체를 했다. 메리도 울새를 향해 줄넘기를 하며 다가가는데, 뛸 때마다 주머니에 든 묵직한 것이 몸에 부딪혔다. 그러자 메리는 울새를 보며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너, 어제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줬잖아." 메리가 말했다. "그러니까 오늘은 문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줘야 해. 네가 알 것 같지는 않지만!"
울새가 출렁거리는 덩굴에서 포르르 날아올라 담장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단지 뽐을 내기 위해 부리를 벌리고 아름다운 노래를 큰 소리로 불렀다. 뽐을 내는 울새만큼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건 이 세상에 없다. 그리고 울새는 늘 그렇게 행동하는 법이다.
메리 레녹스는 아야가 이야기를 해줄 때 마법에 대해 수도 없이 들었는데, 훗날 그 순간 일어난 일은 마법이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산책로를 따라 휙 불어왔다. 이 바람은 다른 바람보다 더 거셌다. 나뭇가지들을 흔들 정도로 강하고, 손질하지 않아 담장에 축 늘어져 있던 덩굴손들을 흔들 만큼 강했다. 메리가 울새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였다. 느닷없이 불어온 센 바람이 축 늘어진 덩굴을 옆으로 휙 날렸다. 그 순간 메리가 득달같이 뛰어올라 덩굴을 움켜쥐었다. 덩굴들 아래에서 뭔가를 본 듯했기 때문이다. 위로 늘어진 잎들에 가려진 둥근 손잡이였다. 그것은 문의 손잡이였다.
메리는 무성한 잎사귀 아래로 두 손을 넣어 잡아뜯고 옆으로 헤치기 시작했다. 덩굴이 두껍게 담장을 뒤덮기는 했어도, 대체로 축 늘어져 흔들거리는 커튼 같았다. 물론 일부는 나무와 쇠에 들러붙어 있었다. 메리는 너무 기쁘고 흥분이 되어, 심장이 쿵쿵 뛰고 손까지 살짝 떨렸다. 울새는 여전히 재잘거리듯 노래를 부르고, 메리만큼 흥분이 된다는 듯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거렸다. 여자아이가 손대고 있는, 쇠로 된 저 네모난 것은 무엇이고, 여자아이 손가락들이 저 안에서 찾아낸 구멍은 뭘까?
그것은 10년 동안 닫혀 있던 문의 열쇠 구멍이었다. 메리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열쇠를 꺼냈다. 열쇠를 살펴보니 구멍에 딱 맞을 게 분명했다. 메리는 열쇠를 구멍에 끼우고 돌렸다. 양손으로 해야 할 정도로 버거웠지만, 열쇠는 잘 돌아갔다.
마침내 메리는 숨을 깊게 쉬고, 고개를 돌려 혹시 누가 오지 않는지 깊게 뻗은 산책로를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메리는 다시 숨을 길게 쉬었다.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메리는 커튼처럼 치렁거리는 덩굴을 잡아서 옆으로 치우고, 문을 밀어 천천히 열었다. 아주 천천히.
잠시 후 메리는 문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문을 꼭 닫았다. 그리고 문에 기대 서서 흥분과 경이로움과 환희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메리는 비밀 정원 '안'에 들어와 있었다.
​​
추천 (2) 선물 (0명)
IP: ♡.252.♡.103
뉘썬2뉘썬2 (♡.169.♡.51) - 2024/01/13 07:42:04

역시 몰래 혼자노는게 재밋군요.드뎌 비밀의 화원 판도라의 상자가 열렷네요.
메리는 줄뛰기를 통해 팔에 힘이생기고 두볼이 발갛게 상기되엿네요.운동은 건
강을찾는 지름길이네요.

단밤이 (♡.252.♡.103) - 2024/01/13 07:52:08

운동 좋아요. 저는 어제 가볍게 등산 했는데 기분이 좋았어요.

뉘썬2뉘썬2 (♡.169.♡.51) - 2024/01/13 07:57:40

나는 만티하느라구 반죽 치댓어요.ㅋㅋ 그외에 출퇴근할때 동네골목을
걷는게 운동이예요.

단밤이 (♡.252.♡.103) - 2024/01/13 08:01:02

반죽하는 것도 체력이 들어요. 운동이죠. 걷는 것도 좋아요.

뉘썬2뉘썬2 (♡.169.♡.51) - 2024/01/13 08:11:25

양손잡이라서 다행이예요.한손만 쓴다면 힘들걸요.

23,512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나단비
2024-02-10
1
192
나단비
2024-02-10
1
270
나단비
2024-02-10
0
115
나단비
2024-02-09
0
104
나단비
2024-02-09
0
107
나단비
2024-02-09
0
117
나단비
2024-02-09
0
93
나단비
2024-02-09
0
117
나단비
2024-02-08
1
119
나단비
2024-02-08
1
101
나단비
2024-02-08
0
133
나단비
2024-02-08
0
99
나단비
2024-02-08
0
101
나단비
2024-02-07
0
121
나단비
2024-02-07
0
125
나단비
2024-02-07
0
95
나단비
2024-02-07
0
105
나단비
2024-02-07
1
131
나단비
2024-02-06
3
549
나단비
2024-02-06
2
188
나단비
2024-02-06
2
169
나단비
2024-02-06
2
138
나단비
2024-02-06
2
143
나단비
2024-02-05
2
105
나단비
2024-02-05
2
101
나단비
2024-02-05
2
143
나단비
2024-02-04
2
116
나단비
2024-02-04
1
151
나단비
2024-02-04
2
136
나단비
2024-02-04
2
209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