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이 11ㅡ찬겸이의 황당한연애

뉘썬2뉘썬2 | 2024.01.13 06:46:18 댓글: 6 조회: 380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0021

11


아무에게도 말하지못한건 때로 죽은 것이 주완이가 아니라 나일때도 잇다는것이엿다.그날개를 쫓
아간건 주완이가 아니라 나엿다.어깨가 뜨거워지는 느낌과함께 마지막으로 느낀건 미풍,삽끝,더러
운 흙맛.나는 발견되기도 하고 발견되지 않기도햇다.발견되지않은 경우 오래오래 땅밑에 잇엇다.
그느낌에 빠지면 삼일이고 사일이고 잣다.




아무도 나를 깨우려 하지않앗기 때문에 더더욱 죽엇다는 생각이 들엇다.그리고 죽지않은 주완이의
망상속에 내가잇기 때문에 이상한 잔영들이 남아잇는것만 같앗다.내가 주완이를 생각하는게 아니
.살이잇는 주완이가 죽은나를 헷갈려하고잇다.그래서 나까지 헷갈리는것이다.땅밑에서 혼란스
러워하는것이다.


여기를 쳐다보면서 내가 살아잇다고 말해줘.그렇게는 부탁하지 못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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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완이가 살아잇엇으면 좋아햇을 영화들의 포스터를 찍는다.극장에서 찍는경우가 가장많고 전철
역의 광고나 옥외광고도 적지않다.상영없이 바로 VOD로 직행한 수입영화들은 잡지에 실린것이나
소개화면을 찍는다.모두가 좋아하는 영화부터 마니악한 영화까지,예술영화부터 슈퍼히어로물을
거쳐 B급코미디까지,오리지널과 리메이크를 가리지않고 명작과 괴작을 가로질러 모은다.


아마 이포스터 수집은 영영끝나지 않을것이다.주완이가 이영화들을 사랑햇을지 사랑하지 않앗을
지 사실은 모른다.다만 멀리 대척되는것들 사이를 선으로 그엇을 때 매듭처럼 겹치는 부분위에 주
완이의 선택이 잇엇을거라고 믿을뿐이다.그토록 단순한 짐작이다.영화는 리메이크되고 리부트되
는데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영영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계속한다.

ㅡㅡ


우리가 다시 서로를 만나게 된 것은 더 이상 버스를 타지않게 되엿음에도 끊임없이 일부러 만나게
된 것은 두번의 죽음이 더잇고 나서엿다.


민웅이네 사촌형들중 한명이 이삿짐센터에서 알바를 하다가 어쩌다 그랫는지 레일사다리에서 떨
어졋다.칠층높이엿고 그날유난히 기분이 좋아보엿다고 한다.더운여름이여서 맥주를 마시지 않앗
을까 목격자들은 추측햇다.움직이는 사다리판위에서 춤을췃다는 이야기도 잇엇다.오후두시 수많
은 사람들이 보는데 떨어져버렷다.부주의한 사고라고 하기에도 말을아끼게 되는 일이엿다.


그후 형ㅈㅔ들의 모든게 달라졋다.가장 유쾌햇던 형이 그렇게 가자 나머지 형들은 점잖아져버렷
.그런게 가능한 집안인줄 몰랏다.얌전한 머리들을 하고 취직을햇다.파주 LCD공장에 들어갓고
서울에도 몇명갓고 수원창원 울산포항 대구를 옮겨다녓다.개성공단에도 들어갓다.



파주에 본가가잇는 많은 젊은이들은 개성공단에 다수향햇다.놀라울 정도로 가까운데다가 돈을
많이 줘서엿다.그쪽일이 완전히 어그러질때까지 순탄치않은 시기에도 조용히 버텻다.조용하다
는 말이 그오빠들을 설명하는데 쓰일줄은 몰랏다.


민웅이는 어느날부터인지 부상을 입은것처럼 움직엿다.달리는 모습을 보지못하게 되엿다.우리
몰래 숨어서 달리는지는 몰라도 늘 뛸수없는 사람처럼 움직엿다.몸에돌던 활기가 어느배수구론
지 흘러나가버렷다.달리지도 뛰여넘지도 기여오르지도 않게된 민웅이는 동네에 돌던 그형제들
의 전설을 끝내버렷다.


그리고 송이의 승무원 동기가 살해되엿다.그건 우리만 겪은게 아니고 전국민이 다아는 사건이
엿다.성폭력 전과자가 모는 불법위장택시를 탓다가 변을당햇다.직접적으로 친햇다거나 같은 비
행팀이엿던건 아니지만 송이는 큰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엇다.한동안 유니폼을 입고 출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햇다.



늘 자랑스레 입던 유니폼이엿는데 갑자기 표적이 된것 같은 느낌에 괴로워졋다.그전까지 송이
는 그유니폼을 입고 안전과 친밀함속에 잇엇다.승객들이 내리면서 해주는 말이 좋앗다.덕분에
잘왓어요,웃는모습에 나까지 좋아요,정말 친절하세요..심지어는 유명한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비행이 끝날때쯤 기내면세점에서 초콜릿을 사서 송이에게 선물한적도 잇엇다.별다른 의도없는
순진한 선물이엿다.




비행기밖에서도 마찬가지라 어느도시에 가나 더밝은 인사를 받곤햇는데 누가 같은옷을입은 사
람을 해쳣다.송이와 다른면만큼이나 다르지않는 면을 많이 가지고 잇엇을 같은 나이의 여자를
바닥의 인간이 살해햇다.그렇게 가까운곳을 바닥의 범람물이 무도하게 침범한다는걸 깨달은
순간부터 악성승객들을 더흔히 만나게 되엿다고 송이는 말햇다.




그때부터 만낫다기보다는 그전엔 분명히 보지못햇던게 틀림없다.악의란 것은 평소엔 잘숨어잇
으니까.자세히봐야 괴물얼굴이 보이는 벽지무늬처럼.


그래서 우리는 다시모엿다.각자 그런일들도 일어난다는걸 통감하고 나서야 그런이야기를 하
기에 옛친구들이 제격인걸 깨달앗다고 할수잇겟다.


내생각에 인간은 잘못 설계된것같아.”

주연이가 말햇을 때 아무도 왜또?’하고 반문하지 않앗다.


소중한걸 끊임없이 잃을 수밖에 없는데 사랑햇던 사람들이 계속 죽어나갈수밖에 없는데 그걸
이겨내도록 설계되지 않앗어.”


우리는 그렇게 모여서 함께 망가지고 고장나고 그러다 한사람씩 사라질것을 예감햇으나 이른
포기의 달콤함같은 것이 깃들어잇어서 그리 무거워지진 않앗다.열개의 인디언 인형처럼 하나
씩 운이좋으면 길게 머물것이고 아니라면 순식간에 사라질것이다.순서를 기다리면서 담담하게
먹고마시고 생일파티를 하고 경조사를 챙겻다.살아진다는 어른들의 말에 진저리를 내면서도
살아졋다.


반복해서 가까워졋다가 멀어졋다가 떠낫다가 돌아왓다가 할것이다.다른친구들과 새로운 그룹
을 형성하고 낯선도시에서 살것이다.영원히 쿨한 갱은 존재하지 않는다.존재한다해도 어쨋건
나는 거기 소속이 아니다.그렇게 생각하면서 친구들을 만나는게 편안햇다.


서로의 결점에대해 너그러워졋다.민웅이의 무기력에 대해 찬겸이의 엘리트주의에 대해 주연이
의 쓰디쓴 부분에 대해 송이의 방랑벽에 대해..아마 친구들도 나의 어떤부분을 참아주고 잇을
것이다.일단 복합성 애도라해야 할지 뭐라해야할지 그시기를 참아준것만 해도 고맙다.변화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변화를 요구하지도 직언을 하지도 않앗다.서로의 얕은수와 비굴한 계
산까지도 웃음으로 넘겻다.



못나면 못난대로 살아잇어달라고 말하고 싶엇는지도 모른다.한껏 멀어졋다가 다시 가까워지고
나서 우리는 늘 서로의 안위를 걱정햇다.찬겸이는 무려 호신용 스프레이와 호신봉을 다섯세트
사와서 나눠주기까지 햇다.우리중에 가장건장한 민웅이는 약간 당황해햇다.


왜 내것까지..”

남자도 살해당해.”

단호하게 찬겸이가 대답햇다.그런 찬겸이도 세계가 우리를 살해하기로 결심하면 어쩔수 없다
는걸 알고잇을것이다.


뉴스의 사상자명단.그파란 리본위로 이름이 지나가지 않는 것.그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여기
는 간결함위에 우리의 우정은 이어져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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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겸 자 심리테스트야.가장먼저 생각나는 고사성어 두개를 말해봐.너무오래 생각하지말고 바
.

주연 ㅡ절치부심,와신상담.

송이 ㅡ군계일학,설왕서래.

나 ㅡㅡ주마가편,다다익선.

민웅 ㅡ일장춘몽,감탄고토.

찬겸 ㅡ..첫번째가 인생관이고 두번째가 연애관이엿어.

민웅 ㅡ송이 설왕설래가 연애관이라니 야한데?

주연 ㅡ그보다 감탄고토는 민웅이한테 딱이다.

나 ㅡㅡ다다익선이라니.

찬겸 ㅡ주연이는 왜 그렇게 복수가 일관된 테마야?

주연 ㅡ넌 뭐엿어?

찬겸 ㅡ계륵,독야청청.

ㅡㅡ


독야청청한 찬겸이는 발치의 신이엿다.다른건 몰라도 발치만은 지지않는다며 자부심을 드러
냇는데 치과치료만은 꼭 귀국해서 받는 송이의 증언에 따르면 정말로 꽤잘 뽑는다고 한다.
이는 찬겸이에게 사랑니 두개를 맡겻다.더일찍 뽑은 두개는 뽑을때도 엄청아프고 염증도 오
래갓는데 찬겸이가 뽑은 두개는 이틀만에 아물엇다고 햇다.


힘으로 빨리뽑는게 중요한게 아니야.그렇게 뽑으면 덜 다칠거라고 착각들 하는데 사실 잇몸
이 흔들리지 않게 뽑는게 핵심이지


찬겸이는 주로 임플란트 전문치과 제안을 옮겨다니며 페이닥터로 일햇다.서울경기 지역일때
도 잇엇지만 대개는 지방이엿다.그전에 우리는 의사도 그렇게 뜀뛰기를 하며 살아야 한다는걸
알지못햇다.전문직은 살고싶은곳을 골라 한곳에서 오래 살수잇을줄 알앗던것이다.


찬겸이는 이사를 할때마다 집들이를 햇다.아무 연고도없는 지역들이엿다.개인주택 이층일때
도 잇엇고 조그만 아파트일때도 잇엇고 저수지가 보이는 식당꼭대기일때도 잇엇고 공터에 돌
연하게 들어선 건물의 원룸일때도 잇엇다.찬겸이는 팔도어디에서나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앗다.
논밭 한가운데 들어선 아파트에서 자랏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연고가 없다는데에서 오는 편안함이 잇다는걸 찬겸이를 통해 알게되엿다.아무도 아는사람이
없다는것.어떤풍경도 풍경이상의 심상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거기서 언제든 떠날수 잇다는
.그지역의 문제와 사건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



우리는 부지런히도 찬겸이네 집들이를 다니며 지역특산물을 먹고 찬겸이의 휑한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들여놓앗다.바쁠때면 갈수잇는 사람만 갓지만 아무라도 가기는 꼭갓다.송이와는 영
상통화를 햇다.이르거나 늦거나 많이먹거나 많이걷던 집들이들이엿다.


우리가가면 차겸이가 스케일링을 해주엇다.친구앞에서 입을 하마처럼 벌리려니 어색햇지만
그래도 이내 고분고분해졋다.스케일링에 보험이 적용되기 전이엿다.고맙고 미안햇다.


나중에 내가 병원차리면 다 돈받을거야 걱정마.”

민웅이는 끌려가다시피해 치아미백까지 받앗다.찬겸이는 담배 때문에 변색된 민웅이의 이를
보고 견디지 못햇다.오래 툴툴거렷지만 민웅이도 그렇게 억지로 미백을 받은 다음부터는 담
배를 약간 줄인듯도하다.


지역 유지분들이 좋은 아가씨들을 꽤 소개해주려 햇는데 찬겸이는 참한여자 취향이 아니엿
.몇년새 외모에대한 기준이 높아지고 또 높아져서 일관되게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풍기는
엄청난 미녀들에게만 빠졋다.굳이 설명하자면 낮에는 유능한 직장인이지만 밤에는 어디서
누구와 뭘할지 잘 상상이 되지않는 그런 분위기잇는 여자들말이다.


시스루 불라우스도 좋고 뽀족한 손톱도좋아.생각나서 미치겟어.”

매번 단체채팅창에 실시간으로 푸념을 늘어놓는 찬겸이엿다.같은건물의 사무원이기도 햇고
거래은행의 행원이기도 햇다.찬겸이가 그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얼마나 말도안되는 방식으로
접근햇는지 들을때마다 황당햇다.시작이 황당한만큼 연애는 늘 오래가지 못햇고 그세세한
파탄의 과정은 친구들에게 큰 재미를 주엇다.


여자친구가 클럽을 너무 좋아해서 걱정이야.”

애초에 클럽에서 만난거잖아?”

응 하지만 거절을 잘못하는 성격이라 영 물가에 내놓은 애같아.”

거절을 못햇으니 너한테 넘어간거 아냐?”

나한테 넘어온건 좋지만 다른놈한테 넘어가는건 싫지.”

물가에 돌아다녀야 수영도배워.경험이 없으면 수영도못해.여자친구가 수영못하면 좋겟어?”

아 궤변으로 가고잇잖아.나는 심각하다고.그만놀려.”


대개는 놀림으로 끝낫고 귀엽던 분홍색 통통이가 헌팅남이 되여버린게 남동생의 방에서 발견
하지 말아야 할것들을 발견한듯한 기분이 들게하지만 우린모두 찬겸이의 행복을 바란다.찬겸
이가 돈을 많이벌고 원하는 상대랑 결혼해서 예쁘고 분홍색인 아이를 낳으면 좋겟다고 말이다.
설령 엄마쪽을 닮아 분홍색이 아니라도 귀여워해줄 심산이다.찬겸이의 삶이 순탄하기를 원한
.




어차피 나머지들은 순탄하기는 글러먹은 것 같아서 찬겸이가 우리를 대표해 순탄함의 아이콘
이엿으면 우리몫의 순탄함까지 모두 누렷으면 하는것이다.찬겸이는 열몇살 때 이렇게 살겟다,
정한대로 정말 살아가고잇다.아무것도 강탈당하지 않고 방해받지않고 아직 목적지에 닿지는
않앗지만 처음 설정한 그방향 그대로 순항하고잇다.




그럴수잇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될까.너무나 드물어서 그런사람이 잇다는걸 아는것만으로도
조금은 안전한 기분으로 살수잇을 것 같다.찬겸이가 우리틀니를 해줄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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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신화책을 읽으면서 주연이를 기다리고잇다.삽화의 아름다운 인도신들을 찍는다.


카페문이 열리고 주연이가 들어와서 이쪽테이블로 올때까지 녹화를 유지한다.책등을 보
더니 주연이가 흐흥 하고웃는다.


주연 ㅡ왜?이제 크리슈나 신한테 구해달라고하게?

나 ㅡㅡ(내래이션)나는어째서 친구들이 배우라도 되는것처럼 특정한 반응을 이끌어내려고
할까.

ㅡㅡ


미국인이 아닌데 미국인 학교에 다니는건 쉽지않앗어.나도 힘들엇지만 오빠는 더 힘들어
햇던 것 같아.처음 영어를 잘못할때는 대놓고 무시들을햇고 영어를 하게되고 나서는 은근
하게들 그랫지.나는 상대적으로 그렇게 심하게 당하지 않앗어.오빠는 말을 잘하게되고 나
서도 계속 심하게 당햇던것 같아.”

인종차별?”

인종차별이기도 햇고 뭔가 남자들끼리의 문제이기도 햇을거야.어디나 똑같아.우월하고
선진적인 대단한 사회가 잇을거라는 기대는 안하는게 나은거같아.”

하주는 친구가 없엇어?”

잇어어.잇는게 문제엿어.”

?”

학교는 초록색 철망으로 둘러싸여 잇엇어.종종 인도학생들이 철망바깥에 기대서 시비를
붙이기도 햇거든.근데 어느날 오빠한테 쿠키를 내밀엇어.”

쿠키?”

이자르나기.아자르나기가 오빠한테 쿠키를 줫어.대마초 쿠키를.”

먹엇어?”

먹엇다고햇어.그리고 차를 타지않기 시작햇어.”

걸어서 다녓다고?그럼안돼?”

외국인은 차없이 다니면 위험해.집집마다 기사가딸린 차가잇엇어.어떤집은 가족수만큼.
특히 미성년자들은 꼭 차를타야해.납치도많고 납치보다 더한일도 많으니까.처음 반복해
서 배우는게 그거야.절대로 차에서 내리지말 것.”

절대로?”

절대로.큰길에서 벗어나지말 것.해가 지기전에 귀가할 것.오빠는 그규칙들을 하나도 지
키지않기 시작햇어.”

부모님이 걱정안하셧어?”

걱정하셧지만 그래도 친구가생긴게 다행이라고 여긴거지.이자르나기가 그지역 정치인의
아들인것도 마음에 들엇던 것 같아.유명한 집안의 아들이면 괜찮을거라고 덮어둔거야.”

안괜찮앗어?”

두사람은 인도에 존재하는 모든마약을 시험햇어.”

몰랏어?”

몰랏던거지 알고싶지 않앗던건지 모르겟어.”

그럼 언제알앗어?”

오빠가 병원에 실려갓을 때.오빠심장이 이분정도 멈췃을 때.’에이치 앤드시를 햇다고햇어.”

그게뭐야?”

헤로인이랑 코카인을 섞은거야.코카인은 심박수를 증가시키고 헤로인은 느리게해.두개를
섞으면 심장이 엉망이돼.”

그런일이 잇엇구나.”

오빠는 겨우 살아낫고 이자르나기는 오빠 옆침대에서 죽엇어.”

죽엇어?”

죽어버렷어.”

그저 학교 때문에 그러지는 않앗을거야 하주가.학교는 여기도 끔찍한걸?”

학교때문만은 아니엿어.솔직히 난 엄마아빠가 오빠를 대하는 방식이 싫엇어.”

어떤면에서?”

일부러 오빠를 끔찍한 사건들에 노출시켤달까.그런면에서 난 남자들도 굴절속에 잇다고
생각해.강철처럼 두드리면 더 단단한남자,그놈의 사나이가 될거라 강요하는데 강철인 남자
랑 세라믹한 남자랑은 다르니까.두드리면 깨지는 남자도 얼마든지 잇는거아냐?나약한게
아니라 아예 종류가 다른건데.”

하주는 세라믹이엿구나.”

오빤 세라믹이엿지.그건 남자냐 여자냐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거라고.차라리 나를 그런사
건들에 노출시켯으면 아무렇지 않앗을지도 몰라.”

어떤사건들?”

교민사회의 남자들은 교민이나 여행객이 실종되면 수색대가 되여야햇어.웬만큼만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대부분 사라지는건 여행객이엿어.낙천적인 걸음으로 위험한 지역에도 성큼
성큼 들어가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골치가 아팟어.깨달음을 얻겟다고 오는 부류가 제일그랫
ㅈㅣ.
인도가 아무리 문화적으로 풍부한 곳이라해도 인생과 우주의 진실이 곧바로 주어지리라 기
대한다면 그거 애들이 하는 오리엔탈리즘이라고.신비화해버리는걸 멍하게 따라하면 어떡
?꾸역꾸역들 여행을와서 꾸역꾸역들 사라졋지.”

그렇게흔히?”

응 잊을만하면 그다음 누군가가 비슷한 패턴으로.인구에비해 경찰력이 모자라고 행정이
잘 돌아가지 않으면 실종자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줄알아?”

몰라.”

조직폭력배들에게 부탁해야해.우리나라도 예전엔 사람찾는데 조폭들이 나섯다며?”

주완이가 찾으러다닌건 누구엿어?”

큰시험에 붙엇다 그랫는지 큰회사에 들어갓다 햇는지 하여간 큰일을앞둔 청년이엿어.
계의 작동방식을 똑바로 보겟다는 마음으로 배낭여행을 온거지.그사람 매일매일 집으로
전화를 햇는데 어느날 뚝끊긴거야.부모가 대사관에 연락을 하다가 별수없으니까 현지에
서 움직여줄 사람을 구하다가 아빠에게까지 연결이 닿앗어.아빠는 또 일하다 알게된 조폭
에게 찾아가서..그보다 이상하지않아?어떻게하면 일하다 조폭을 알게되지?윗세대들의 일
하는 방식이란.”

그래서?”

그래서 어느 지역에서 사라졋는지는 대충알게 되엿어.함피에서 다음 행선지로 가는도중
에 사라졋다고.”

거기 하주가 간거야?”

오빠를 포함해 교민남자들은 다갓어.서넛씩 조를짜고 사람을 더고용해서 수색작업에 들
어갓는데.”

찾앗어?”

일부만.하필이면 오빠가 찾앗어.죽인건 사람이엿겟지만 훼손한건 야생동물들이엿을거야.”

.”

게다가 유족들에게 인계할때까지 마땅한 시설이 없어서 소금에 절여야햇어.유족들이 그몸
받아들고 어땟을지 생각하고 싶지도않아.그리고 오빠도 그런일에 계속 노출되여선 안되
사람이엿는데 어느순간 고장이낫던걸거야.”

맬펑션..”

오빠가 그랫어?”

나는 모를거라고 그랫어. 얘기들이엿을까?”

말하지말걸 그랫나.나도 화가나서 그랫나봐.아빠는 그랫거든.내가 파주에서 돼지잡는
몽둥이에 맞고자란 사람이다,그래서 이만큼 성공햇다,자수성가하려면 험한것도 보고 자라
야한다.그리고 엄마는 말들로부터 오빨 지켜주지 않앗고.”

지켜야 되는지 모르셧을거야.”

나도 결국 엄마와 마찬가지엿어.이젠각자의 한계라는게 잇다는걸 알지만 한동안은 화가낫
엇어.화가나서 견딜수가 없엇어.항상 화가나잇는 사람은 싫잖아.”

파주로 돌아온건 어째서엿어?”

할아버지 땅이 남아잇엇고 오ㅃㅏ가 차를 못타니까.후유증 때문이엿는지 차에타야 한다
강요받앗던것 때문인지 여섯시간씩 내려주지 않는 인도의 버스때문이엿는지 웬만해서
차를 못타게 되여버렷으니까.승용차든 버스든 여기는 차없이 살수없는 동네고 걸어서
수잇는데에 유흥가고 뭐고 아무것도 없으니까 오빠를 가두기 좋다고 생각한거지.”

그리고 부모님은 인도네시아로 가신거고.”

그렇게 바로말이야.친척들이 말이 많앗을거야.인도네시아에도 한번더 가야할텐데.”

거긴어때?”

인도네시아도 흥미로운 나라야.섬들로 되여잇어서 비행기는 잘만드는데 자동차는 잘못만들
.”

그렇구나.”

자식이 한번 죽엇다 살아나면 소중해지는 경우도잇고 눈도 못마주치고 견딜수가 없어서
망치는 경우도잇어.그럴수 잇다고 생각해.더이상 화가 나진않아.”

내가 모를거라 그랫던 부분들은 이게다일까?”


언제나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잇는 주연이조차 대답하지 못햇다.그렇구나.나는 모르는 상태
영원히 놓여잇을것이다.주완이 말이맞앗다.


0037.MPEG


송이가 가방안에서 조그만 양철캔을 사람수대로 꺼낸다.캔뚜껑에는 작은꽃무늬들이 그려져잇
.

송이 ㅡ부피큰건 못사왓어.고체향수야.

각자뚜껑을 열고 조금씩 발라본다.다같이 손목을 킁킁거리고 잇다.

ㅡㅡ(내레이션)내건 라일락이엿다.하나도 가공되지않은 잇는그대로의 꽃냄새반,풀냄새반
이엿고 한동안 손목에서 그향이낫다.

ㅡㅡ


송이는 혼자 돌아올때도 잇엇고 필립과함께 돌아올때도 잇엇다.필립은 송이가 한국에 데리고
들어온 유일한 남자친구엿다.뉴욕에사는 폴란드사람 필립.폴란드,필립.외우기 좋앗다.


얼굴이 작은데 앞니는 크고 복슬복슬한 필립은 외모만봐도 즐거워보엿다.외모 그대로의 성격
이라 항상우리를 위해 새로운 농담을 준비해왓는데 시와농담은 원래 문화권을 벗어나면
달이 되지않고 그의 유럽식영어도 우리에겐 듣기평가 같앗다.


영어가 편한 주연이는 사교성이 없고 사교성이 좋은 민웅이는 영어를 못하니..통탄할 일이야.”

찬겸이말이 맞앗다.그래도 민웅이는 재밋는 유튜브 동영상이라도 보여주며 필립에게 호응햇
.찬겸이는 버섯볶음을 진균류요리라고 잘못표현한 다음부터는 말수가 급격히 적어졋다.


영어학원을 그렇게 오래다녓는데 머시룸도 바로 안떠올라.”

주연이는 중구난방인 대화를 잘듣고잇다가 오류를잡고 부연설명을 해주는 편이엿다.자리가
끝날때쯤 되면 이야기를 하는건 주로 필립이엿다.필립은 특히나를 위해 뉴욕의 미술관들이
지금 무슨전시를 하고잇네,첼시캘러리들 어디가 요즘핫하네,미술가 누가뜨네,열심히 설명
해줫다.그럴때면 어째선지 중요한일은 거기에서만 일어나고 여기에선 아무일도 일어나지
는것같이 느껴졋다.필립의 잘못은 아니엿다.


송이와 필립의 아파트에 머물며 뉴욕을 걸어다녓을때에도 늘그런 느낌이들엇다.모든일들이
여기서 일어나고 그에비하면 세계의 나머지는 공백비슷한거구나.서울은 한국은 멀리서보면
세계의 파주비슷한 곳일지도 모르겟다.빛나는 도시에 가까우면서도 어찌해도 메인무대는
아닌 어정쩡한 땅말이다.유럽의 몇도시,미국의 몇도시에 사는 사람들만이 그들이 사는곳이
메인무대라고 여기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밖의 곳에서는 어떤사람이나 어떤 것이 유난히 뛰여나고 특별하면 그런도시들로 진출
야한다.떠나고 옮겨서 거기서다시 인정받아야한다.그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특혜임이 틀림없엇다.




지지난세기,지난세기에 세계가 한쪽으로 편입되여버렷기 때문에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도시
들은 아무리 매력적이여도 복사본이나 분점이다.국수고명처럼 색깔을 맞추기위해 가끔 포함
된다.새삼 분한건 아니고 세계가 세계를 삼키면 그렇게 되는거구나 싶을뿐이다.


나도 비슷한 기분이엿어.미드타운의 알짜배기 노른자땅에 잇는 사십층짜리 출판사 건물들
봣을때 특히 우리나라 출판사들은 이제 서울에 몇남지도 않앗는데 비교되더라.사실 그빌
딩의 한층이나 반층정도는 우리가 지어줫을거야.수출과 수입의 불균등을 생각하면.”

나보다먼저 송이를 만나러 다녀온 주연이가 말햇다.

주연이는 따로 숙소를잡아 지냇는데 송이가 나에겐 자기집에서 지내야 한다고 강권에
까운 고집을 부렷다.꺾을수 없엇다.송이는 맘만먹으면 도무지 꺾이지않는 여자니까 말이다.
주연이는 몰라도 나라면 뉴욕이 꿀꺽 삼켜버릴거라고 여기는듯햇다.마음속으로 베이비,베이
,잇츠어 와일드 월드,하며 노래를 불럿는지도 모른다.



본인은 새벽까지 활보하면서 나는왜 자기 보호아래 잇어야 한다는거지 이해도 안되고 자존
심이 상햇지만 결국졋다.송이가 혼자 사는것도 아니고 필립과 함께사는 아파트에 그렇게
여들엇다.여행경비가 빠듯하기도햇다.


거기서도 나는 오래오래 잣다.사이렌소리에도 깨지않앗다.종종잠에서 깰때는 송이와 필립이
굽는 폴란드식 애플파이 냄새가낫다.솔직히 다른 애플파이와 뭐가 그렇게 다른지 파악하
못한채 한조각씩 얻어먹엇다.먹고잇으면 필립은 주워온 동물에게 밥을먹일때의 흡족함으
나를 쳐다봣다.대체 송이가 뭐라고 해둔건지 궁금햇지만 물어보지 못햇다.


주연이가 내가 어디어디를 가야할지 미리계획해 서른두장짜리 가이드북으로 만들어줫기
문에 매일그대로 따라다녓다.리스트엔 온갖 미술관들이 들어잇엇다.영화미술을 하고잇다
해서 모든종류의 미술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닌데 나는 친구들의 선입견에 대해
지적하길 포기햇다.



보다보니 즐겁기도 햇다.통하긴 통하니까.대체 통하지않는 분야가 잇긴잇는것일까 싶기도하
.그렇게 보고돌아온 전시들에 관해 한국의 미술관련 잡지와 관련없는 잡지들이 일년내내
다다루는 것을 읽고나서 내가 뭘보고온건지 알앗다.


나는 떠나지 않앗을까.이를 테면 할리우드를 향해.송이에겐 가능햇던 일이 나에게는
가능할까.건강성,생명성이라 해야할지 재생성이라 해야할지 그런 것이 송이에겐 잇고 나한테
없어서인것같다.송이와 나사이엔 어떤분명한 종적차이가 잇엇다.


그차이에 대해 결국분명히 알지못한채 뉴욕에서 돌아왓다.

추천 (2) 선물 (0명)
이젠 너의뒤에서 널 안아주고싶어
너의모든걸 내가 지켜줄께

넌 혼자가아냐. 내손을잡아
함께잇을께
IP: ♡.169.♡.51
단밤이 (♡.252.♡.103) - 2024/01/13 07:50:58

이번화는 좀 많이 슬프네요.

뉘썬2뉘썬2 (♡.169.♡.51) - 2024/01/13 08:18:03

잇따른 죽음이예요.내가처음 지인의 죽음을 겪엇던건 우리아빠 친구엿어요.졸업후 동창애가
죽엇다는 소식을 들엇을때도 충격이엿어요..최근에는 할머니의 사망과 작년 동창모임 갓을때
동창마누라의 죽음..

죽음도 많이겪으니 좀 무덤덤해져요.

단밤이 (♡.252.♡.103) - 2024/01/13 08:23:48

어릴때는 죽음이 뭔지도 모른 상태에서 여러번 접할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나중에 알게 된후에 겪은 첫 죽음이 저는 많이 충격적이었어요..

뉘썬2뉘썬2 (♡.169.♡.51) - 2024/01/13 08:28:06

생명의탄생도 신비로워요.난 아직도 내 배에서 어떻게 저런인간이 나왓는지 실감이
안나요.지금도 신기해요.우리딸~

내배가 이토록 신비로운 공장이엿다니.

단밤이 (♡.252.♡.103) - 2024/01/13 08:30:52

생명의 신비. 두근두근 뛰는 심장도 대견하고 사람이 신기해요.

뉘썬2뉘썬2 (♡.169.♡.51) - 2024/01/13 08:34:51

우리사장딸은 힘들게 출산햇어요.혈압이 떨어져서 수혈하고 죽다살앗지요.다행히
애기는 건강하고 똘똘한데 산모가 몸이 안좋아서 응급실에 잇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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