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쥐

나단비 | 2024.01.28 14:19:13 댓글: 8 조회: 199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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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쥐
 
어떤 고양이 한 마리가 쥐와 사귀게 되자 틈만 나면 자기가 그 쥐를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줄줄이 늘어놓았습니다. 고양이는 쥐에게 같이 살자고 졸랐습니다. 그리하여 고양이와 쥐는 한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가 말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니 겨울을 날 양식을 준비해야겠어. 안 그러면 굶어 죽을 거야. 그렇지만 너같이 작은 쥐는 함부로 밖에 나다니면 안 돼. 요즘 같은 때는 덫에 걸리기 십상이니까.”

쥐는 고양이가 하라는 대로 따랐고 그들은 요리용 굳기름(지방) 한 단지를 샀습니다. 그런데 그걸 어디에 두느냐 하는 게 문제였습니다. 오랫동안 궁리를 한 끝에 마침내 고양이가 말했습니다.

“교회보다 더 안전한 장소는 없을거야. 교회에서 감히 물건을 훔쳐 가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교회 제단 밑에 그걸 두자. 그리고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건드리지 말자구.”

그래서 단지를 교회 제단 밑에 안전하게 보관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는 그 굳기름이 너무나 먹고 싶어졌습니다. 고양이는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습니다.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쥐야. 내 사촌이 아들을 낳았지 뭐야. 갈색 반점들이 찍힌 하얀 놈을. 그런데 내 사촌이 나더러 대부가 되어 달라는 거야. 그러니 세례식에 참석해서 그 애를 내가 안고 있어야 해. 오늘 외출해도 괜찮겠니? 집안 일은 너 혼자 하고.”

쥐는 선선히 대답했습니다.

“물론 괜찮고 말고. 꼭 가봐야지. 내 생각이 나서 맛있는 걸 좀 가져다주고 싶은 마음이 들면 세례식 때 쓰는 달콤하고 향긋한 붉은 포도주를 좀 가져 왔으면 좋겠어.”





물론 고양이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고양이에게는 사촌도 없었고, 따라서 대부가 되어 달라고 부탁한 이도 없었습니다. 고양이는 곧바로 교회로 달려가 그 조그만 굳기름 단지가 있는 데로 기어들어갔습니다. 고양이는 할짝할짝 굳기름을 핥아먹기 시작했습니다. 단지 아가리 부분까지 꽉 차 있던 굳기름은 순식간에 안으로 쑥 들어갔습니다.

배불리 먹은 고양이는 마을의 이 집 저 집 지붕 위를 한가로이 산책하면서 앞으로 또 무슨 핑계를 대고 굳기름을 훔쳐 먹을까 궁리했습니다. 그는 햇빛이 잘 비치는 곳에서 네 활개를 쭉 뻗고 엎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굳기름 단지가 생각날 때마다 열심히 수염을 문질러 닦았습니다. 그는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고양이가 돌아오자 쥐가 말했습니다.

“이제 돌아왔군. 아주 근사한 하루를 보냈겠지?”

“그리 나쁘지 않았어.”

“그 아기 이름을 뭐라고 지었어?”

고양이는 태연하게 대답했습니다.

“위없다.”

쥐는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위없다라구? 그것 참 괴상하고 별난 이름이네. 너희 집안에서는 이름을 그렇게 이상하게 짓니?”
고양이가 대답했습니다.

“그게 어때서? 빵도둑이라는 너희 집안 아이 이름보다야 낫지.”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굳기름이 먹고 싶어 견딜 수 없게 된 고양이는 쥐에게 말했습니다.

“또 내 사정 좀 봐줘야겠어. 너 혼자 집안 일을 해야겠어. 또 대부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목에 하얀 띠가 있는 아기라 거절할 수가 없었어.”

마음 좋은 쥐는 선선히 그러라고 했습니다. 고양이는 마을을 둘러싼 성벽 뒤로 해서 교회로 가 굳기름 단지를 반쯤 비워 버렸습니다.

“혼자서 몰래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단 말이야.”

고양이는 아주 만족스런 기분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고양이가 집으로 돌아오자 쥐가 물었습니다.

“이번 아기에게는 어떤 이름을 붙여 주었대?”

“반쯤 없다.”

“반쯤 없다! 세상에! 이제까지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어. 그런 이름은 인명록에도 나오지 않을거야.”

며칠 가지 않아 그 맛좋은 먹이 생각 때문에 고양이의 입 속에는 침이 그득하게 고였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는 쥐에게 또 말했습니다.

“좋은 일은 세 차례씩 되풀이되게 마련인가봐. 또다시 대부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 뭐야. 이번 아기는 발들만 하얗고 나머지는 흰 터럭 하나 없이 온통 까맣대. 그런 아기는 몇 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해. 날 보내주지 않겠어?”

쥐는 대답했습니다.

“위없다! 반쯤 없다! 그건 정말 괴상한 이름들이야. 그 이름들 때문에 난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이것 봐. 넌 진회색 털외투를 걸치고 뒷머리를 아래로 길게 땋아 늘이고서 집안에 꼼짝없이 들어앉아 이런저런 공상이나 하고 있으라구. 낮 동안에는 외출하면 안 되니까 말이야.”

고양이가 나간 뒤 쥐는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리해 놓았습니다. 그동안 탐욕스런 고양이는 단지 속에 남아 있는 굳기름을 모조리 먹어 치웠습니다.

고양이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먹을 게 완전히 바닥이 나니 마음이 편하군.”

고양이는 밤이 이슥해서야 벙벙하게 부푼 배를 쓰다듬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쥐는 먼저 세 번째 아기에게는 어떤 이름을 붙여 주었느냐고 물었습니다.

“넌 이번 이름도 좋아하지 않을거야. 그 아기이름은 하나도 없다거든.”

쥐는 놀라서 소리쳤습니다.

“하나도 없다라구? 그 이름 정말 이상하군. 난 그런 이름은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 하나도 없다! 그건 뭘 뜻하는걸까?”

쥐는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하다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는 고양이한테 대부가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닥쳐와 밖에서 먹을 것을 전혀 구할 수가 없게 되자 쥐는 교회 제단 밑에 저장해 둔 굳기름이 생각나서 고양이에게 말했습니다.

“고양이야, 우리가 저장해 둔 단지가 있는 데로 가자. 맛이 아주 근사할 거야.”

고양이가 말했습니다.

“맞아. 네가 그 예민한 혀를 내밀어 싹싹 핥는다면 그 맛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거야.”

그들은 길을 나섰습니다. 그들이 교회에 도착해 보니 단지는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쥐가 말했습니다.

“오 이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았다! 아주 분명해졌어. 넌 아주 좋은 친구로구나! 대부가 된다고 나갔을 때 모조리 먹어 치우셨군. 처음에는 윗부분을, 다음에는 반을, 그 다음에는 … .”

고양이는 소리쳤습니다.

“아가리 닥치고 있는 게 좋을 거야! 한 마디만 더 했다간 너를 잡아먹어 버릴 테니까!”

그러나 이미 쥐는 ‘모조리’라는 말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쥐가 그 말을 하자마자 고양이는 쥐에게 달려들어 쥐를 덥썩 움켜잡은 뒤 통째로 꿀꺽 삼켜 버렸습니다.

여러분, 바로 이게 이 세상의 법칙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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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aro (♡.136.♡.15) - 2024/01/28 14:21:17

이번에껀 첨 보는 내용이라 한 세번? 아니...한...6번 꺾어서 읽어야 할듯....
크하.난독증 독해력 약체의 비애 크....

나단비 (♡.252.♡.103) - 2024/01/28 14:24:46

이솝우화는 짧은데 그림형제 동화는 좀 기네요 ㅋㅋ

Figaro (♡.136.♡.15) - 2024/01/28 14:26:27

그림형제 동화는 아마 책으로 출간되었을꺼에요.물론 이솝우화도 책으로 전해졌겠지만.근데 이솝우화 역시 길수도 있다고 봐요.근데 그때는 필사 위주였을수 잇겠고요.추측인데요.그림동화는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인쇄술이 발명 된 이후인것으로.
하지만 제가 기억이 좋지 못해서 틀렸을수도 있고 그래요 ㅋ

나단비 (♡.252.♡.103) - 2024/01/28 14:31:04

긴글도 좀 읽어줘야죠 ㅋㅋ

Figaro (♡.136.♡.15) - 2024/01/28 14:35:41

다 읽었음.가독성이 좋은데.뜻을 잘 모르겠,,,,,
음......

음,,,,

이야기가 패턴반복을 하고 있고.
하나도 없다와 모조리.


공을기의 많을소냐 적을도다가 풉~ㅎㅎ

고양이가 쥐를 사랑하는건 쥐를 잡아 먹기 위해서이고.
쥐를 잡아 먹지 않은건 굳기름이 있으니까.

근데 굳기름은 굳은 기름?버터?
굳기름이 버터가 맞을까?

나단비 (♡.252.♡.103) - 2024/01/28 14:37:59

고양이가 쥐를 사랑한다는 것은 쥐를 이용하기 위한 거짓말이겠죠.
이용가치가 떨어지니 먹어치우고요.
쥐 = 살아있는 도시락

Figaro (♡.136.♡.15) - 2024/01/28 14:41:30

아하 그래요?고양이가..쥐가 맛있으니까 쥐를 자신이 사랑한다고 생각했겠죠?
마치 감자를 사랑하거나 귤을 사랑하듯이?ㅋ

그러게요.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가차없이 나락행이네요.

근데 이용가치가 있을수 있죠
이 소설은 .그림형제가.. ㅋ

그냥 쓰다가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고 더이상 쓰고 싶지 않아서 쥐라는 캐릭터를 죽인것일지도.ㅋ
마치 피노키오가~ 그 작가가 신문사에서 고료를 주지 않자 이야기속에 첨에는 결말에서 죽는결말을 만든것처럼 ㅋ

물론 복잡하게 생각않고
액면의 의미에서는 나단비님의 말씀이 옳습니다.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나단비 (♡.252.♡.103) - 2024/01/28 14:43:10

쥐가 입쌀을 사랑하듯이 고양이도 쥐를 사랑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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