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속의 공주

나단비 | 2024.01.28 14:57:09 댓글: 13 조회: 243 추천: 0
분류마음의 양식 https://life.moyiza.kr/freetalk/4543699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원제:들장미 공주)
 
옛날에 어떤 왕과 왕비가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매일같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기가 있었으면!”

하지만 아기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왕비가 목욕을 하러 밖으로 나갔더니 개구리 한 마리가 물가로 기어와서 말했습니다.

“소원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딸이 태어날 것입니다.”




개구리의 예언은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왕비는 예쁜 딸을 낳았습니다. 왕은 너무 기뻐서 잔치를 크게 벌였습니다. 친척과 친구와 친지는 물론 지혜로운 여인들도 초대했습니다. 딸에게 자상하고 친절하게 대해 줄 것이라는 기대에서였습니다. 그런데 나라 안에는 13명의 지혜로운 여인이 있었는데 이들에게 요리를 대접할 금접시는 12개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한 사람은 초대를 받지 못했습니다.

잔치는 성대하게 벌어졌습니다. 잔치가 끝나갈 무렵 지혜로운 여인들은 아기에게 기적의 선물을 주었습니다. 한 사람은 미덕을, 한 사람은 아름다움을, 또 한 사람은 재산을 … . 그래서 결국 아이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갖게 되었습니다. 열한 번째의 여인이 막 선물을 주고 났을 때 열세 번째의 여인이 나타났습니다. 초대를 받지 못한 것에 앙심을 품고 복수를 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그 여인은 인사를 하기는커녕 주위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냅다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열다섯 살이 되면 저 아이는 물레의 북바늘에 찔려 죽을 것이다!”
 



이 말만 던지고는 뒤돌아서서 궁전을 나갔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그러자 열두 번째 여인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아직 아기에게 줄 기적의 선물이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여인은 악마의 주문을 풀 힘은 없었지만 그것을 누그러뜨릴 수는 있었습니다.

“공주는 죽지 않고 그 대신 백 년 동안 깊은 잠에 빠질 것입니다.”

여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왕은 사랑하는 딸을 그런 재난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온 나라의 북바늘을 불태우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한편 지혜로운 여인들의 선물은 약속대로 이루어져서 공주는 아름답고 예절바르고 친절하고 현명하기 이를 데 없는 소녀로 자랐습니다. 누구라도 공주를 한 번 보면 반해 버렸습니다.

열다섯 살로 접어드는 날이었습니다. 그 날은 공교롭게도 왕과 왕비가 궁전에 없었습니다. 공주는 넓은 궁 안에 홀로 남게 되었습니다. 공주는 궁 안을 이러저리 돌아다니며 많은 방들을 마음껏 구경했습니다. 마침내 오래된 탑이 보였습니다. 공주는 꼬불꼬불 비좁은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작은 문이 나타났고 거기에는 녹슨 열쇠가 걸려 있었습니다. 열쇠를 돌리자 문이 열렸습니다. 작은 방 안에는 늙은 여자가 물레 앞에 앉아 북바늘로 부지런히 베를 짜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거기서 뭐 하시는거예요?”

“베를 짠다우.”

늙은 여자가 머리를 흔들며 말했습니다.

“거기 까딱까딱거리는 우스꽝스러운 물건은 뭐예요?”

공주는 이렇게 물으면서 북바늘을 집어 들어 돌려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북바늘을 만지는 순간 마법의 주문이 살아나 손가락을 찔렸습니다.




따끔 하는 순간 공주는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잠은 이내 온 궁전 안으로 퍼졌습니다. 왕과 왕비도 궁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궁 안의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구간의 말도 마당의 개도 지붕 위의 비둘기도 벽에 달라붙은 파리도 모두 잠이 들었습니다. 난로에서 타닥타닥 타오르던 불도 잠잠해졌습니다. 지글지글 볶이던 고기도,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막 심부름하는 아이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던 요리사도 맥없이 잠들었습니다. 드디어는 바람도 잦아져서 성 밖의 나무에서도 잎새 하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성 주위로 들장미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들장미는 해마다 쑥쑥 자랐습니다. 마침내는 온 성을 에워싸고 뒤덮어 아무도 성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붕 위의 깃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주는 잠자는 아름다운 들장미로 불려졌고 공주에 관한 이야기는 온 나라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이따금 왕자들이 와서 장미 울타리를 뚫고 성 안으로 들어가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면 장미가시가 마치 손이라도 달린 것처럼 억척스럽게 달라붙어서 젊은 왕자들은 오도가도 못하고 그 안에 갇혔습니다. 왕자들은 옴짝달싹 못한 채 그렇게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한 왕자가 이 나라에 왔다가 어떤 노인에게 들장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장미 울타리 속에는 성이 있고 그 성 안에는 들장미라는 아름다운 공주가 있으며 공주는 부모님과 신하들과 함께 벌써 백년째 잠들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노인은 또 자기 할아버지로부터 많은 왕자들이 왔다가 장미덩굴에 갇혀서 비참하게 죽어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난 두렵지 않습니다. 가서 아름다운 들장미를 보아야겠어요.”

젊은 왕자가 말했습니다.




선량한 노인은 왕자를 만류하려고 갖은 애를 썼지만 왕자는 자기의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백 년이 지나고 들장미가 다시 눈을 뜨게 될 날이 왔습니다. 왕자가 장미 울타리로 다가서자 아름다운 꽃들이 저절로 길을 터주었다가 왕자가 들어서자 다시 문을 닫았습니다. 마당에서 왕자는 말과 사냥개가 그대로 잠들어 있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지붕 위에 둥지를 튼 비둘기들은 날개 깊숙이 머리를 처박고 있었습니다.
 
궁전으로 들어서 보니 파리는 벽에 달라붙은 채 잠들어 있고, 요리사는 심부름하는 아이를 움켜 잡으려는 듯이 손을 뻗고 있고, 하녀는 막 깃털을 뽑으려는 듯 검은 닭을 들고 있었습니다. 온 궁전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왕과 왕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사방이 너무나도 조용해서 왕자의 귀에는 자신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였습니다.

드디어 왕자는 탑으로 가서 작은 방에 달린 문을 열었습니다. 들장미는 그 곳에 누워 있었습니다. 왕자는 공주의 아름다움에 반해 눈길을 다른 데로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왕자는 허리를 숙여 공주에게 입맞춤했습니다. 왕자의 입술이 닿자 들장미는 눈을 뜨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그윽한 눈길로 왕자를 바라보았습니다. 두 사람은 탑 아래로 함께 내려갔습니다.

바로 그 때 왕과 왕비는 물론 온 궁전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사람들은 서로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마당의 말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푸르르 몸을 떨었습니다. 사냥개도 껑충껑충 뛰어다니면서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지붕 위의 비둘기는 날갯죽지에 파묻었던 머리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더니 들판으로 날아갔습니다. 벽에 붙은 파리도 꼬물꼬물 기어다녔습니다. 부엌의 장작불도 활활 타올랐고 요리사는 고기를 구웠습니다. 요리사가 따귀를 때리자 심부름하는 아이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하녀는 열심히 닭털을 뽑았습니다.

들장미와 왕자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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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52.♡.103
Figaro (♡.136.♡.15) - 2024/01/28 14:58:19

아하 여기서는 열다섯살인가요 전 여태 열여섯살로 기억했었는데 크하 ㅎㅎ
마녀의 저주가 이 이야기의 서막인거 같네요 ㅎㅎ

나단비 (♡.252.♡.103) - 2024/01/28 15:00:36

빨리도 읽으셨네요 ㅋㅋ

Figaro (♡.136.♡.15) - 2024/01/28 15:04:54

저 댓글은 읽지 않고 단거네요.
글을 다 읽고 댓을 다니까.줄바꿈을 많이 하면서 댓을 달게 되는 특징이 생기는거 같네요 ㅋ

나단비 (♡.252.♡.103) - 2024/01/28 15:06:52

아 그래요 ㅋㅋ

Figaro (♡.136.♡.15) - 2024/01/28 15:04:11

아 ~!!이야기의 서막에 12번째 마녀가 한마디 더하는것으로 시작되네요

들장미라는것이 등장하나
공주의 이름과 왕자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게 아쉽네요.

잠들었을때 장면과

모두들 깨었을때 장면이 조화를 이루네요 크하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었답니다 해피앤딩이네요 ㅋㅋㅋ

나단비 (♡.252.♡.103) - 2024/01/28 15:06:40

이름은 붙이면 되죠 ㅋㅋ

Figaro (♡.136.♡.15) - 2024/01/28 15:10:23

아하 그렇군요.

나단비 (♡.252.♡.103) - 2024/01/28 15:11:14

공주는 수연이라고 지을게요 ㅋㅋ

Figaro (♡.136.♡.15) - 2024/01/28 15:19:45

그래요?급 유럽에서 한국에 온거 같네요 ㅋㅋㅋ

나단비 (♡.252.♡.103) - 2024/01/28 15:23:35

왕자는 성현이라고 지을게요 ㅋㅋ

Figaro (♡.136.♡.15) - 2024/01/28 15:24:11

아이고 급 인도유럽어권에서 한자문화권이 된거 같네요 ㅎㅎ

나단비 (♡.252.♡.103) - 2024/01/28 15:26:58

주인공들을 다국적으로 하죠 ㅋㅋ

Figaro (♡.136.♡.15) - 2024/01/28 15:45:12

다국적 좋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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