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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수기_첫째 날(3)

desmond | 2019.11.18 19:07:40 댓글: 14 조회: 2928 추천: 8
분류타향수기 https://life.moyiza.kr/mywriting/4025047

<<반장이 또 바뀌었네~>> 가끔씩 여기에 파견되어 왔던 박인규 아저씨가 저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을 하였다. 나는 후에 알게 되었는데 이 작업실의 반장과 직원들은 자주 바뀐다고 하였다.

지게차를 능숙하게 운전하고 나오 셨던 반장님의 모습은 우람해 보였지만 차에서 내리는 순간 왜소한 모습이 숨김없이 폭로되어 버렸다. 또한 책임자로서의 무게를 잡으려고 굳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 표정 뒤의 박약한 심리상태를 쉽게 뚫어 볼 수 있었다. 착하게 살아 오셨고 수십 년간 별 능력 없이 꾸준히 공장 생활만 하시다가 나이 50세 넘어서 반장님이 된 신 것이 분명하였다.

<<자리들 찾고 일을 시작해요.>> 반장님의 첫 마디이었는데 이는 내가 온 종일 동안 들은 반장님의 유일한 말이었다.

인원들은 각자 나름대로 2세트의 작업대 주변으로 자리를 찾아 섰고 박 아저씨도 다른 사람이 막 차지하려고 했던 작업대 전자저울 뒤편에 못 박고 서있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인원들은 자리배치에 익숙해 있던 것이었다. 쉽사리 한 작업대 주변의 모든 위치에 인원들이 다 차게 되었는데 테이블 가장 앞자리에 2, 테이블 양 측에 각각 1, 테이프 자동 부착기를 지나 전자저울 앞면에 1, 전자저울 뒤편에 1명으로 총 6명에 한 세트에 배정되었다. 다른 작업대 주변의 위치 중 테이블 가장 앞자리 2개만 비워져 있었는데, 테이블 양 측에는 각각 서양인 1, 전자저울 앞면에는 회사 정식 직원 몸집에 뚱뚱한 젊은이, 그리고 전자저울 뒤편에 박 아저씨이었다.

나는 어쩔 수도 없을 뿐 만 아니라 무엇도 모르는 상황에서 비어 있는 테이블 가장 앞자리 위치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반장님을 제외한 모든 인원들이 모두 작업 위치에 배정되었지만 나의 옆에 한 위치는 비어 있었다.

이때서야 한 키가 훤칠한 젊은 사람이 흰 작업복을 장착하고 작업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와 실내를 잠시 살펴 본 후 누구와도 아무런 대화도 없이 나의 옆으로 왔다. 이 사람도 여기서 작업한 경험이 꼭 있었다.

드디어 작업이 시작되었다.

반장님이 지게차로 화물을 운반하여 테이블 앞면에 내려 놓으면 테이블 가장 앞자리의 인원이 그 화물을 한 개씩 테이블로 옮겨 놓고 화물을 덮어 싼 비닐 막에 붙어 있는 라벨을 띠어 내고 그 화물을 테이블 옆에 있는 인원이 즉시 조립한 종이 박스 안에 넣은 후 테이프 자동 부착기로 통과시키면 종이 박스는 테이프로 완전 밀봉이 되며 전자저울 앞에 있는 인원이 그 박스를 전자저울 위에 올려 중량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인쇄 출력한 라벨을 종이 박스에 부착하면 전자 저울 뒤편에 있는 인원이 그 박스를 화물 트레이 위에 쌓아 놓은 데 박스가 어느 정도 쌓이면 반장님이 지게차로 그 화물 트레이를 다시 운반해 간다.

내가 하게 된 일은 바로 그 화물을 트레이에서 들어 테이블에 옮긴 후 비닐 막에 있는 라벨을 제거 한 후 앞에 인원이 즉시 준비해 놓은 박스 안으로 화물을 넣은 것이었다. 그 화물을 아주 차갑고 무게가 있었는데 바로 12마리의 통닭을 함께 고정 크기의 네모 반듯한 틀에 넣고 냉동 한 것을 비닐 막으로 싸고 그 위에 냉동한 날자가 찍혀 있는 라벨을 붙여 놓은 것이었다. 통닭을 옮길 때 두 팔에 적지 않은 힘을 주어야 하였고 또한 반드시 장갑을 끼고 작업해야 하는데 라벨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았다.

작업을 시작하고 한참 지난 후 나는 비로써 한가지 비밀을 알게 되었다. 바로 2세트의 작업대에서 전자저울로 박스 무게를 측정하는 일이 가장 쉬웠는데 이 위치는 모두 회사 정식 직원이 차지 하였고, 전자저울 뒤편에서 포장된 박스를 들어서 트레이로 올려 놓은 일이 두 번째로 쉬었는데 이 위치를 박 아저씨와 흑인 정식 직원이 차지하였으며, 테이블 양측에서 즉시 종이 박스를 조립해야 하고 통닭을 거기에 넣어 테이프 부착기로 밀어 넣어 주는 일이 그 다음으로 쉬운 것으로 4명의 서양인들이 그 위치를 차지하였다. 가장 힘든 것이 바로 내가 하는 일로써 그 나머지 3개 위치는 서양인 2명과 나의 옆에 서 있는 키가 훤칠한 젊은이가 차지하였다.

<박 아저씨, 좀 너무 하시네. 자기만 쉬운 자리 고집하고. 나한테도 미리 알려 줄 것 이지~> 조금 원망스러운 느낌이 마음에 잠시 나타났지만 일당 용역 초보자인 나로썬 이 정도의 어려움은 당연히 감당하여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저씨가 그만한 힘이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쉬어 보이는 일이라도 처음 하게 되면 서툴기가 마련이다. 나의 옆에서 무표정으로 일하고 있는 키 꺽다리는 익숙하게 일을 하고 있었고 그의 서양인 파트너와도 손발이 잘 맞는 편이였다. 나도 그 애가 하는 것처럼 하려고 노력했으나 쉽게 되지 않았으며 나의 앞의 서양인과도 손발이 잘 맞지 않았다.

간신히 몇 박스를 채운 후 서양인도 나를 지도 하기 시작했다. 서로 간에 초면이라 각자 배경을 모르기 때문에 몸집과 손 움직임으로 나에게 모범을 보여주었다. 나는 허심하게 따라 했고 몇 번을 걸친 후 드디어 나름대로 일이 손에 잡혔으며 그 파트너와도 손발이 맞기 시작하였다.

우리 팀의 작업 흐림이 점차 순조로워지고 있는 중에 옆에 팀에서는 지속적인 말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내 귀에는 고음의 목소리만 들리는 것 같았다. 바로 그 흑인의 쉴새 없는 말이었다. 그 덕분에 우리가 일하는 장소는 완전 기계로만 돌아가는 생산라인과 구별되어 인간 분위기가 조금 있었지만 그 끊기지 고음의 목소리는 듣기 싫은 잡음과 별 차이가 없었다. 우리 팀의 서양인 두 명도 뒤질세라 대화를 시작하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으나 혀를 꼬는 악센트가 뚜렷하게 들려 왔다.

<<Are you Russian?(러시아 사람이예요?)>> 아주 오랫동안 하지 않은 영어를 한 단어씩 입에서 튕겨 내면서 나는 나의 잘 생긴 서양인에게 말을 걸었다. <나의 어슬픈 발음을 알아 들었을까?> 상대방이 못 알아 들으면 나의 자존심도 상할 뿐 더러 앞으로 외국인과 영어할 용기도 줄어 들 것 같았다.

<<Yes, Russian(, 러시아인)>> 잘 생긴 얼굴과 다르게 영어는 별로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나와 비슷한 수준이라 나는 용기를 얻어 한 마디 더 하였다.

<<Are you a country?(둘이 한 나라 사람이예요?)>> 나의 파트너와 그 맞은편 50대 중반의 빼가 뽈록 나온 서양인을 번갈아 지적하며 나는 물어 보았다.

<<Yes.()>> 아주 짧은 말로 더 이상 영어로 대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썩인 잘 생긴 파트너의 대답이었다.

나는 그 두 사람에게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뜻을 전해 주고 속으로 <그럼 그렇지. 러시아 사람이니 한국에서 일당 하겠지. 선진국 사람이라면 이럴 수가 없겠지~>라며 생각되면서 어깨가 저절로 펴지게 되었다.

작업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었고 나는 한 트레이 위에 냉동 통닭덩이가 모두 49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반장님이 이미 10회 넘게 화물 트레이를 운반해 왔고 포장 완료된 박스 트레이를 운반해 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하는 일이 점차 능숙해지고 있었지만 옆의 꺽다리와 비교하면 여전히 많이 늦은 편이였다. 또한 시간이 많이 지나 다리가 저리기 시작하였으며 두 팔은 거의 마비된 상태에서 중복된 절차를 계속 하고 있었다.

드디어 반장님이 화물 트레이를 운반해오지 않았다. 현재 우리 앞에 남아 있는 통닭덩이는 몇 개 되지 않았는데 이것만 포장하면 쉬게 된다고 나 스스로 생각하였다. 끝이 보이니 힘도 더 생겨 남은 일에 더 박차를 가하였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우리 팀의 모든 통닭덩이는 포장되었고 옆의 팀의 일도 거의 끝났다.

11시 넘어 통닭 포장 작업은 완료 되었고 모든 인원들은 누구의 지시도 없이 각자 휴식 시간을 가졌으며 대 부분은 작업실을 떠나 밖으로 나아가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신선한 공기보다 더 중요한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나도 밖으로 나와 담배 피우고 있는 아저씨 옆에서 다리와 팔을 굽혔다 폈다 하며 마비된 몸을 풀어 주고 있었다.

<<좀 있다 차에 물건 실을 께~>> 아저씨의 힘 없는 목소리가 오래 만에 다시 조용히 내 귀에 들려 왔지만 그때 쪽 팔리는 일이 나한테 곧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다음에 이야기가 계속 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도 거의 날마다 일당 다니고 있어 시간 여유가 별로 없어 이야기 갱신이 늦어 지고 있는 점 많은 양해바랍니다. 계속 관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추천 (8) 선물 (0명)
IP: ♡.142.♡.49
8호선 (♡.50.♡.114) - 2019/11/18 20:13:21

보귀한 시간 짜내서 글 올려주셔 잘 읽고잇어요

한국에서의 노가다현장을 생동하게 잘 그려주셧네요

다음집도 기대할게요 수고하세요

desmond (♡.38.♡.33) - 2019/11/27 11:19:59

감사합니다. 되도록 경험하고 느끼는데로 적고 있습니다. 지속 관심바랍니다.

인생만사새옹지마 (♡.136.♡.169) - 2019/11/18 22:00:06

예전 한국에서의 일들이 떠오르네요.
몸 챙기시면서 일하세요~~
다음집도 가대할게요.

desmond (♡.38.♡.33) - 2019/11/27 11:21:58

감사합니다. 후속 올려 놓았습니다.

김만국2000 (♡.245.♡.204) - 2019/11/19 07:51:54

수고많 으셧습니다.

desmond (♡.38.♡.33) - 2019/11/27 11:22:30

관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나이텅빈가슴 (♡.202.♡.1) - 2019/11/20 16:39:22

잘 보고 갑니다~!

desmond (♡.38.♡.33) - 2019/11/27 11:23:16

후속 올려 놓았습니다. 지속 관심 부탁드립니다.

행복한희야 (♡.17.♡.254) - 2019/11/22 14:58:30

다음 이야기 기대되요 ...

desmond (♡.38.♡.33) - 2019/11/27 11:24:31

다음 집 올려 놓았습니다. 즐거운 독서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푸른샘 (♡.80.♡.51) - 2019/11/22 16:45:33

이번집도 잘봤습니다. 다음집도 기대합니다!

desmond (♡.38.♡.33) - 2019/11/27 11:25:05

감사합니다. 갱신하였습니다.

은뷰티 (♡.3.♡.241) - 2019/11/23 11:59:46

잘보구 감니다

desmond (♡.38.♡.33) - 2019/11/27 11:25:40

감사합니다. 지속 관심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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