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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아버지의하얀운동화

묘산 | 2019.01.22 21:28:41 댓글: 1 조회: 1496 추천: 2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3830411





아버지의 하얀 운동화.
평생을 혼자 걷지 못하고
목발에만 의지해야 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힘든 걸음을 연습하기
시작 했던 건 맏이인 내가
결혼 이야기를 꺼낼 즈음이었다.
사람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의족을
끼우시더니 그날부터 줄 곧 앞마당에
나가 걷는 연습을 하셨다. 한 걸음
한 걸음 내 디딜 때마다
얼마나 힘 겨워 보이는지...
땀으로 범벅이 된 아버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넘어지곤 하셨다.
"아빠. 그렇게 무리하면 큰일나요,"
엄마랑 내가 아무리 모시고 들어갈려 해도
아버지는 진땀을 흘리시며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얘야, 그래도 니 결혼식 날 이 애비가
니 손이라도 잡고 들어가려면 다른 건 몰라도
걸을 순 있어야제..."
난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그냥
큰 아버지나 삼촌이 그 일을 대신 해 주기를
은근히 바랬다.
정원씨(신랑)나 시 부모님. 그리고 친척들.
친구들에게 의족을 끼고 절룩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버지의 힘 겨운 걸음마 연습이
계속 되면서 결혼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왔다.
난 조금씩 두려워졌다. 정작 결혼식 날
아버지가 넘어지지는 않을까,
한숨 속에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제일 먼저 현관에
하얀 운동화가 눈에 띄었다.
누구의 신발인지 경황이 없어서 그냥 지나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결혼식장에서 만난 아버지는 걱정했던 대로
아침에 현관에 놓인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계셨다.
난. 가슴이 뜨끔했다,
'아무리 힘이 든다 해도 잠깐인데
구두를 신지 안으시구선....'
당신의 힘이 모자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떠나는 내가 힘을 내라는 건지 아버지는 내 손을
꼭 잡으셨다.
하객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절룩절룩 걸어야 했던
그 길이 아버지에겐 얼마나 멀고 고통스러웠을까..
진땀을 흘리시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하지만 난 결혼식 내내 아버지의
하얀 운동화만 떠올랐다.
도데체 누가 그런 운동화를 신으라고 했는지
어머니일까? 왜 구두는 안 사시고..
누구에겐지 모를 원망에 두 볼이
화끈 거렸고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무안한 듯한 표정도
뿌듯해 하시던 미소도 미쳐 보지 못하고
그렇게 결혼식은 끝이났다.
그 후에도 난 화려한 웨딩 드레스를 입은 내 손을
잡고 아버지가 걸음을 떼어 놓는 장면이
담긴 결혼식 사진을 절때로 펴 보지 않았다.
사진 속 아버지의 하얀 운동화만 봐도
마음이 안 좋아 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 아버지가 위독해
병원으로 달려 갔을 때
비로서 그 하얀 운동화를 선물 한
주인공을 알 수가 있었다.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내손을 꼭 잡으시고
천천히 말을 이으셨다..
"아가야, 너의 남편에게 잘 하거라.
니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사실 난 네 손을 잡고 식장으로 걸어 들어갈
자신이 없었단다.
그런대 니 남편이 매일같이 날 찿아와
용기를 주었고 걸음 연습도 도와주더구나.
결혼식 전 날에도 행여 내가 넘어질까봐
푹신한 고무가 대어진 하얀 운동화도 사다주고
조심해서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얼마나 당부를 하던지...
난 그 때 알았다.
우리 딸이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나도 이젠 알아요,
참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걸요...
세월이 더하기를 할수록 삶은 빼기를 하고 욕심은 더하기를 할수록
행복은 자꾸 빼기를 합니다
추천 (2) 선물 (0명)
IP: ♡.104.♡.177
화이트블루 (♡.71.♡.161) - 2019/01/24 12:41:24

잘읽었어요. 소중함을 깨닫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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