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19)

혜원1008 | 2018.12.19 10:28:36 댓글: 15 조회: 2960 추천: 15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797122

나 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혜원

4 장 투쟁의 꽃

(3)

창휘는 평소보다 좀 더 일찍 출근길에 올랐다. 할 일이 많이 있기도 해서였지만 솔직히 날로 늘어가는 와이프의 잔소리를 피해서 서둘러서 나오기도 했었다. 사무실은 창휘네 집이랑 별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고 그날도 창휘는 생각없이 터벅터벅 사무실 계단을 올랐다. 이윽고 사무실 문 앞에 누군가 쭈그려 앉은채 무릎사이에 머리를 파묻고 자고 있는게 보였다. 창휘는 의아해하며 가까이 다가가 쭈그리고 있는 그 사람 어깨를 툭툭 쳐서 깨웠다. <이보세요. 누구신데 남의 사무실 앞에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고 있던 사람은 부시시 얼굴을 쳐들었고 창휘를 보고는 이내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변호사님~ 저 왔어요> 경숙이는 배시시 웃으면서 창휘한테 인사를 건넸다. 몇시간째 쪼그리고 있었는지 경숙이는 다리에 쥐가 나서 창휘의 부추김을 받아서야 사무실에 걸어들어갈수가 있었다. 경숙이 한테 자초지종을 들으면서 창휘는 화가나서 당장 인천으로 뛰어갈려고 하는걸 경숙이가 간신히 말렸다. 어차피 찾아간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그냥 참고 넘기려는 경숙이를 보면서 창휘는어디 그딴 새끼들이 있냐며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경숙이는 오히려 차분했다. 이미 습관이 된듯 웃으면서 별수없죠 머라고만 했다. 그런 경숙이가 너무 안스러워 창휘는 참을수가 없었다. (무슨 방도가 있을텐데....) 무언가를 해줘야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노력으로 끝내 우리 경숙이가 이혼도 성공적으로 하고 국적까지 취득했는데 그나마 그런 부분으로 창휘가 얼마나 많은 위안을 받고 얼마나 뿌듯했었는데....창휘는 명함첩을 뒤적이며 경숙이 문제를 어찌 해결할까 고민에 잠겼다. 한창 그렇게 뒤적이던 창휘는 갑자기 명함 한장에서 멈췄다. ‘ J& International 정혜란 대표라고 적혀있는 명함이였다. 창휘는 갑자기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경숙이를 쳐다보았다. <이분이면 도움되겠네..> 의아해 하는 경숙이를 제쳐두고 창휘는 서둘로 수화기를 들었다. 잠간뒤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는지 창휘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 누님~ 강창휘입니다. 오랫만이예요..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그렇게 한동안 인사에 안부를 묻고 나서 창휘는 바로 본론에 들어갔고 경숙이의 상황을 대충 설명하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누님이 책임지시라고 요구했다. <누님~ 언젠가 제가 부탁하면 꼭 들어주신다 그랬죠? 이 친구 참으로 부지런하고 똑부러진 그런 친구예요.. 네 네.. 당연히 한국말 잘 알아 듣구요 잘 하기도 합니다...네 네.. 그럼 오후에 데리고 함 찾아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누님만 믿겠습니다..... 들어가세요..> 이윽고 창휘는 전화를 끊고는 경숙이 한테 달려와서 하이파이브 까지 했다. 그리곤 어리둥절 하는 경숙이 한테 그제야 설명을 했다. 정혜란 대표는 오래전 창휘가 맡았던 한 사건의 의뢰인이였고 대기업 상대로 힘든 법정 싸움을 끝내고 결국은 승소 했고 그 인연으로 누나 동생 하는 사이가 된겄이였다. 승소판결을 받은 날 두사람은 술한잔 하면서 정대표가 약속을 했었단다. <강변, 아니 동생.. 내가 동생이라 불러도 되지? 나중에 동생이 내 도움이 필요하면 꼭 연락해. 내가 도울수 있는 일이면 필히 도와줄테니...> 그 약속을 강변이 오늘 써먹은 것이였다. 경숙이를 위해서 말이다.

정대표의 회사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꽤 잘나가는 무역회사 였다. 해마다 유럽,미국 등 지역에 엄청 많은 종류의 제품들을 수출을 하고 있었고 그런 회사에 경숙이가 취직이 되면 좀 안정적이지 않을까라고 창휘는 생각한 것이였다. 거기에 사장이 여자이니 경숙이가 더이상 원단공장에서 겪었던 일은 피할수 있지 않을가 라는 바램이였기도 했다. 물론 그런 이유를 창휘는 굳이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점심을 대충 먹고는 창휘는 곧장 경숙이 데리고 정대표 만나러 정대표 사무실로 향했다. 경숙이는 처음으로 정대표를 만났고 정대표 한테서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와 우아함에 놀랐다. 여자도 저렇게 멋있을수 있구나 라는걸 경숙이는 처음으로 느꼈다.

정혜란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한 기업가였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그는 한때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을 만나 그때 대부분 여성이 그랬듯이 평범한 주부로 애 낳고 키우면서 현모양처의 역할만 충실이 했다. 남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말이다. 남편이 세상 떠나고 남은건 아직 초등학교도 못 뗀 두 아들딸이였고 정대표는 그때부터 애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는 취직자리를 찾아 헤맸다. 다행이 그때 이화여대 졸업이면 꽤 높은 스팩이라 대형 상사에 취직할수 있었고 영어랑 스페인어를 잘 했던 덕에 회사에서도 잘 씌여 돈도 꽤 벌고 몇년뒤엔 독립해서 자기의 무역회사- J& International 을 만들어버렸다. 탄탄한 경영실력과 바이어들과의 그동안 쌓아온 믿음 덕분에 정대표는 성공적인 기업가가 되였고 돈도 많이 벌어 애들을 다 키워서 해외 유학까지 보내고 작년엔 수출실적을 장례하여 대통령포상까지 받았었다.

정대표는 차분하게 경숙이 상황을 듣고는 두말 않고 경숙이 한테 업무를 맡겼다. 결국 업무라고 해봤자 사무실 청소와 간단한 서류정리가 다였지만 말이다. 고졸도 못한 경숙이가 무역회사에서 할만한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나마 그런 일들을 만들어 준것도 창휘덕이라고 경숙이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하여 많이 고맙게 생각했다. 하지만 창휘는 한술 더 떳다. <누님~ 여기 숙소는 없나요? 얘 있을곳도 필요한데.. 어린 여자가 혼자 사는것도 안전하지도 않고...> 정대표는 의아한 눈빛으로 강변을 쳐다보았다. 대체 두사람이 무슨 관계길래 한낱 중국에서 온 아이를 이정도로 챙겨준다는 말인가? < 따로 숙소는 없는데... 우리집에 머 애들이 다 유학을 가서 경숙씨만 괜찮다면...>경숙이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저는 괜찮습니다. 사장님만 괜찮다면 저 사장님 댁에 청소랑 빨래랑 밥이랑 다 맡아서 하겠습니다.> 꽤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경숙이를 이번엔 창휘와 정대표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래도 집청소와 빨래는 좀 너무 했다 싶었지만 경숙이가 고집하는 바람에 창휘는 더 이상 말을 안했고 그렇게 경숙이의 새로운 일터에 숙소까지 확정이 되었다.

사실 경숙이는 다른 속셈이 있엇다. 정대표의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부터 처음 정대표 얼굴을 보면서 경숙이는 바로 결심을 했다. 사무실에 전시 되어 있는 각종 증서에 포상서류에 벽 한면을 꽉 채우고 있는 정대표와 외국바이어들과 찍은 사진에... 그 모든것들이 경숙이한테는 새로운 세상이였고 눈앞에 이 정대표라는 여자가 너무나 멋있어 보였다. 그리하여 결심했다. 나도 저런 여자가 되고 싶다고... 결코 이세상에 굴복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진정한 독립적인 여성... 손바닥만한 한국이 아니라 세계 곳곳을 누비며 진정한 사업을 하는 기업가가 되겠다고 말이다. 그 결심은 마음속에서 확고해져갔고 결코 누구한테 내비추지는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 누군가가 들으면 아마 소리내어 웃을게 뻔 하니 말이다. 한낱 고중도 채 졸업을 못한 돈받고 한국에 시집왔었던 식당에서 써빙이나 하던 중국여자가 한국에서 기업가가 된다는것은 신데렐라 이야기보다 훨씬 가능석이 적어보이니 말이다. 하지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던 경숙이는 상관이 없었다. 꿈은 내것이요 노력은 내 몫이니 말이다. 설사 노력에 노력을 가해서도 그렇게 않될수도 있다고치자. 그래도 결코 포기할수는 없다. 어차피 인생은 앞으로 가야 하는것이고 꿈이 없이 갈팡질팡 하는것 보다는 그래도 목표를 확고히 가지고 꿈을 좇아가는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것이니 말이다. 그럴려면 경숙이는 많이 배워야 했고 눈앞에 이 정대표가 좋은 본보기가 될수 있었다. 경숙이는 고생따윈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고생을 좀 하더라도 정대표의 삶을 성공한 사람의 삶을 엿보고 싶고 따라하고 싶었다. 그런 경숙이한테 집에 들어와서 살라는 정대표의 제안은 그야말로 거절할수도 거절할 이유도 없는 것이였다. 이제부터 경숙이의 성공에 관한 꿈은 꽤 구체적으로 계획되고 있었다.

정대표는 말수가 별로 없었다.회사에서도 딱 필요한 업무적인 말만 하였고 집에 돌아가서는 더군다나 말을 않했다. 경숙이는 그저 눈치껏 행동했다. 사무실 청소는 시도 때도 없이 이어졌고 직원들이 불편해 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먼지 한톨 없이 관리를 했다. 직원들은 그저 청소직원으로 들어온 경숙이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고 말없이 일만 하는 경숙이가 외국인인지를 (물론 이제 국적은 한국이지만) 몰랐고 정대표도 그것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을 하지도 않았다. 정대표는 좀 낡은 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었고 웬만해선 제시간에 퇴근하는걸 보기가 힘들었다. 때론 자정이 넘을때까지 사무실에서 기다리다가 미국 이나 유럽바이어랑 통화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경숙이는 꾿꾿이 그 옆을 지켰다. 공장에서 일할땐 그래도 잔업비가 있었는데 지금 상황에서 경숙이 한테 그런게 머가 중요하겠는가. 대신 정대표 집은 경숙이가 오고 난뒤 부터 꽤 사람사는집 같았다. 가끔이지만 집에서 오랫만에 밥냄새가 풍기기도 했고 (정대표는 혼자 사느니 만큼 밥을 대충 사먹고는 일에만 매진했었다.) 모든것은 한결 깔끔하게 정돈이 되었고 처음 서먹서먹 하던 두 사람 사이는 어느새 밥을 같이 먹으면서 스스럼 없이 지난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일 한지도 어느덧 한두달이 지나가고 경숙이는 생각지 못한 일에 맞닥드렸다.

그날도 퇴근시간 넘어서 직원들은 다 퇴근을 했고 정대표는 거래처 방문을 하고 차가 막혀서 사무실에 좀 늦게 도착한다고 연락을 해온 상태로 경숙이는 사무실에서 무역실무라는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엇다. 한동안 조용하던 사무실에 갑작스런 전화벨소리가 정적을 깻다. 경숙이는 재빨리 수화기를 잡고는 낮에 직원들이 했던것처럼 유창한 한국어로 안내를 했다. <안녕하세요~ 제이엔인터내셔널입니다.> 이윽고 잠간의 뜸과 함께 상대방의 말소리가 들렸다. <Hello~ This is Michael from the US. Can I talk to Linda Jung?>-(안녕하세요~ 저는 미국의 마이클입니다. 린다 정씨랑 통화가능한가요? ) 순간 경숙이는 놀래서 수화기를 떨어뜨릴번 했다. 얼마만에 듣는 영어인가? 그것도 미국사람이 직접 하는 영어라니... 경숙이는 애써 침착하게 차분히 단어 하나하나를 되풀이 해봤고 이내 상대방은 정대표를 찾고 있다는것을 알아챘다. 기억들 하시는가? 우리의 경숙이는 고등학교때 영어를 꽤 했었다는것을... 경숙이도 아마 그걸 잊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옛날 어른들이 말했었지... ‘공부는 해서 남주는게 아니라고얼떨결이지만 경숙이는 자연스럽게 대답을 이어나갔다. <She is outside for meeting. She will back in one or two hours. Can I take a message for her?>(그는 미팅때문에 밖에 나갔습니다. 한두시간안에 돌아올것입니다. 제가 메세지를 전달해 드려도 될까요?) 역시 이런 일상적인 대화는 경숙이 한테 식은죽 먹기였다. 물론 그때당시 그 마이클이라는분이 더 어려운 말들을 늘여놓왔으면 우리의 경숙이가 그자리에서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다행이 마이클은 구체적인 내용은 않고 그냥 정대표가 들어오면 자기 한테 전화한통 주라고만 하고 끊었다. 경숙이는 마이클의 이름 스펠링과 전화번호까지 메모를 해놓고 이 원어민과의 성공적인 토킹을 끝내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정대표는 예상대로 1시간 뒤에 도착했고 경숙이가 넘겨준 메모지를 받아들고는 한동안 말씀을 못했다.솔직히 정대표는 경숙이의 교육수준에 대하여 크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동안 별로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그냥 경숙이는 중국에서 시집온 애 였고 식당이나 공장에서 막일을 하던 꽤 부지런하고 좀 똘똘한 일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였다. 한동안 멍을 때리던 정대표가 이윽고 물어왔다. <공부는 어디까지 했나?> 경숙이는 약간 당황했지만 사실대로 답했다. <고등학교까지 공부는 다 했는데.. 한국에 시집 온다고 대학시험을 못쳤습니다. > <영어는 어디서 배웠는데? > 정대표는 재차 확인 했다. <중학교때부터 원래 학교에서 배워주고 중학교 3학년 고중 3학년 도합 6년동안 영어과대표를 하고 있었어요...>

가끔 기회라는것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훅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기회가 주어졌을때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래서 그 기회를 얼마나 유용하게 응용하여 성공으로 이끌어내는것인가 하는것이였다.

정대표는 더이상 말이 없었고 대신 책장을 쭉 훑다가 두껍다란 꽤 손때가 묻은 책 두권을 뽑아서 경숙이 한테 던져주었다. 묵직한 책을 품에 껴안은 경숙이는 책 표지를 읽었다. ‘무역업무영어,상 하였다. 의아해 하는 경숙이한테 정대표가 한마디 했다. <밥 않해도 되니 공부나 해. 고졸도 못해서 나중에 어찌 살라고...> 그렇게 시작이 됐다. 경숙이 인생의 역전은..

다음날부터 경숙이는 하는 업무가 더 늘었다. 낮에는 똑같이 청소에 정리에 정신이 없었고 사무실 직원들이 다 퇴근한 뒤에는 경숙이는 정대표가 마련해준 사무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익혀야 했었다. 물론 선생님은 두꺼운 책 뿐이였다. 정대표는 결코 여성스러운 성격은 못되었고 책한권에 낡은 컴퓨터 한대를 던져주고는 상관을 않했다. 가끔은 책에 나온대로 따라 해도 잘 않되는 부분이 많아서 경숙이는 애를 먹었다. 한국 책들은 글만 한국어지 단어들은 거의 다 영어를 한글화 해서 쓴것이라 그런 부분도 이해를 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모르는 부분을 경숙이는 노트에 차곡차곡 적어서는 시간 내서는 강변한테 뛰어가서 무슨 뜻인지 묻곤 했다. 그렇게 또 몇달이 지나고 경숙이가 막 컴퓨터를 기본적으로 다루기 시작했고 아주 기본적이지만 무역적인 간단한 서류도 처리하고 전화도 나름 잘 받기 시작했다. 정대표는 표시는 하지 않았지만 많이 흡족한 눈치였다.

정대표는 그런 사람이였다. 입에 발린 말을 일절 하지도 않았고 대부분 시간은 무뚝뚝한 기계사람처럼 굴었다. 그런 정대표가 요즘 제일 많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바로 경숙이였다. 외국에 간 딸네미또래 밖에 않되는 경숙이가 그 많은 고생을 하고 험난한 세월을 살아왔다는게 믿기지 않았고 정대표는 자기 자신이 엄청 많은 고생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눈앞에 경숙이와 비교하면 그건 정말 보잘것 없는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숙이는 자기보다 훨씬 더 강인하고 훨씬 더 씩씩했다. 그런 생각을 굳이 듣기좋은 말로 포장을 해서 입밖으로 표출을 하지는 않았다.그렇다고 우리의 정대표가 그냥 흡족하며 구경만 하는 사람으로 멈췄던건 아니였다. 매주마다 가는 서점에서 정대표는 자신이 읽을 책보다 경숙이가 보면 도움 될만한 책들을 더 많이 사왔고 일부러 바이어들과 오간 서신들도 굳이 필요는 없지만 경숙이 한테 번역을 해보라고 맏기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의 이 가냘프고 어린 외국에서 온 신 한국인이 조금이나마 나은 미래를 가지길 바랬다. 외국에 있는 자식들을 직접 챙겨주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이였다.

경숙이는 책을 읽고 또 읽었다.정대표가 무심코 던져주는 듯한 책들을 경숙이는 닥치는대로 읽었다. 그 과정에 경숙이는 한국에 검정고시라는 제도가 있다는걸 알았고 몇달 준비끝에 검정고시를 통과할수 있었고 이젠 고졸이라는 최초의 학력을 하지게 되었다. 거기서 경숙이는 멈추지 않았다. 고졸도 할수 있는데 그때 포기 했던 대학시험을 한번즘은 도전해보고 싶었다. 정대표는 말없이 수능관련 책들을 한보따리 안겨줬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정대표가 책값으로도 아마 만만찮은 돈을 썼겠구나 싶다.거기에 보답을 하듯이 경숙이는 밤새 공부를 했다. 솔직히 쓰는 단어들이 달라서 처음엔 많이 힘들었다. 중국에서 공부 할땐 대부분 직역이 된 중국식 단어들을 많이 썼지만 한국에선 그 모든것들이 외래어였다. 경숙이는 남들보다 훨씬 더 힘겹게 공부를 했어야 했다. 거기에 역사과목같은 부분은 거의 초등학교교재부터 배워야 했었다. 단군신화부터 말이다. 근현대사에 와서는 사실 중국에서 배웠던 역사와 좀 다른 부분도 있었다. 각 나라들은 자신의 이점에 맞게 역사를 만드는구나 라는걸 새롭게 느끼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렇게 경숙이는 근1년동안 책속에 뭍혀 살았다.

경숙이 아버지는 결국 회사에서 구조조정 당했다. 일자리를 잃었다는 연락을 받고 경숙이는 바로 친척초청 절차에 들어갔다. 마음같아서는 절때 아버지가 한국와서 고생하게끔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견결히 고집을 굳히신 아버지를 말릴수도 없었고 또한 지금 대학수능 준비를 시작해 예전만큼 벌어들이지 못하는 수입 때문에 아버지가 오면 어느정도 숨통이 트이지 않을가 생각도 들기는 했다.

3년전 그때 경숙이는 꿈이고 머고 다 포기 했었다. 대학시험도 미래도 가족을 위해서 다 버렸더랬다. 하지만 이 두번째 기회만은 포기할수가 없었다. 이번 기회까지 포기하면 경숙이는 영영 꽃다운 미래를 만들지 못할거 같았기 때문이다. 찬물에 손담궈 하루종일 그릇을 씻는것도 모자라 술취한 아저씨들이 찝적대는 그런 인생이 너무 싫었고 해외라곤 대마도조차도 못가본 주제에 중국을 알지도 못하면서 드럽다고 못산다고 떠드는 그런 인간들과 머리 맞대고 공장에서 씨름하기도 싫었다. 이번 기회를 경숙이는 누가 머래도 잡아야 했었다. 이제 경숙이 한테 쨍하고 해뜰날이 멀지 않았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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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설탕 (♡.40.♡.51) - 2018/12/19 11:07:32

좋은 글 꾸준히 올려줘서 감사합니다

이쁜아짐 (♡.131.♡.162) - 2018/12/19 11:37:55

경숙이 지난 처절했던 삶을 보면서

너무 기가막히고 참담해서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눈물은 안났었는데

오늘은 오히려 자꾸 코끝이 찡해서

눈물울 참을수가 없었네요

혜웤님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해브꿋타임 (♡.109.♡.246) - 2018/12/19 11:45:10

좋은 글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기계사람 (♡.244.♡.181) - 2018/12/19 12:10:06

휴, 드뎌, 인생역적이 슬슬 되기 시작하네요...
한국에 책들 무쟈게 비싼데, 참 고마운 좋은 사람 만나 팔자 고치게 됬네요....
이제부터는 좋은일들만 남았겟죠...
작가님 수고많았습니다.

(♡.36.♡.111) - 2018/12/19 12:16:14

아름답죠

해피투투 (♡.197.♡.192) - 2018/12/19 12:25:43

경숙이가 역시 야무집니다!

해피아이디어 (♡.14.♡.100) - 2018/12/19 12:34:40

금은 어디에 두나 빛을 뿜네요.
경숙이 인생이 성공인의 궤도에 들어선걸 축하합니다.
아마 지금쯤 경숙이는 더 많은 사람들을 돕고 계시겠죠?
좋은 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chunyup88 (♡.173.♡.198) - 2018/12/19 13:25:53

경숙이만큼 작가님도 열심히 글을 넘 잘 올리시네요.. 화아팅 ..

louis777 (♡.236.♡.236) - 2018/12/19 13:57:21

나도 초중때 영어과 대표 했었는데...

핑핑엄마 (♡.194.♡.121) - 2018/12/19 14:59:58

중국어 ,한국어 다 잘 하는 경숙이가 대학입시에 성공하면 영문학과 택할거 같네요. 그야말로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같은 인생이네요. 혜원님, 글을 어쩜 이렇게 잘 쓰세요 .전 요즘 모래사장에서 진주를 발견한듯한 느낌입니다. 깊이있는 글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내일도 올리시는 거 맞죠? 응원합니다.

잘살아보세839 (♡.164.♡.104) - 2018/12/19 15:21:23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경숙이를 하늘도 드디여.도와주시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강변의 은혜를 두고두고 갚아야 할것.같습니다.이번 글은 맘 따뜻하게 잘 봤습니다.

보라빛추억 (♡.6.♡.74) - 2018/12/19 16:25:22

역시 보고 배운게 없는 무지한 사람들보다는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더 문명하고 선량한거 같아요.
강변호사 정대표 등등.
오늘도 재미있는 글을 잘 읽고 갑니다. 근데 어쩐지 글이 얼마 남지 않은거 같아서 서운하네요.

뷰티불미너 (♡.90.♡.158) - 2018/12/19 16:38:14

上帝给你关掉一扇门,同时又为你打开一扇窗이란 말이 생각나네요. 가난으로 인해 팔려나가 온갖 수모를 겪었지만 따뜻한 이웃할머니를 그에게 주셨고 그의 아들을 통해 삶의 희망과 무제한의 가능성을 열어주셨으니. 물론 이 모든건 운명에 불복하는 우리 대단한 경숙이의 정신력이 전제였겠죠. 비록 팔려갔지만 만일 착한 신랑과 시어머니였다면 착한 경숙이 성격에 이런 선택을 할리 없었으니말입니다. 경숙이한테 힘을 얻고 가네요.동시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신짱 (♡.228.♡.82) - 2018/12/19 17:02:41

기회는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지네요.
요새는 아무리 바뻐도 꼭 한번 들리게 되네요.
작가님 글에 중독되네요. 다음회 기대합니다.

형단 (♡.189.♡.90) - 2018/12/19 22:59:22

고생끝에 좋은분들 만나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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