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14)

혜원1008 | 2018.12.12 15:58:38 댓글: 8 조회: 2541 추천: 1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790883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전문 작가가 아니고 제 글속에 있는 주인공 경숙이도 아닙니다.
경숙이는 제가 아는 분이고 그분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이 글을 쓰게 된것입니다.
경숙이는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아직 이야기의 절반도 채 못 썼네요.
이야기를 듣고 글로써 옮기는것이고 또 20년전의 일이라 오차가 일부 있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수정 해가면서 쓰는 과정이고 이를 너그러이 양해해주셨으면합니다.
철자나 내용중 틀린부분이 있는데에 대해서는 지적해주시면 겸허이 받아들이고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에 일일이 답변을 못하는 점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요즘 업무가 갑자기 많아져 글 쓰는 시간도 사실 부족합니다.
아무튼 여러분들 응원을 등에 업고 끝까지 경숙이의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추운날 다들 건강하시고 행복한 연말 되세요!

아마추어 글쟁이 혜원이가...

나 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혜원

3 장 희망의 꽃


(3)

3월까지도 강원도의 날씨는 꽤 쌀쌀했다. 외벌로 된 운동복 하나 걸치긴 했지만 차가운 바람이 가슴속까지 파고 들었고 경숙이는 몸을 한껏 움츠린채 시외버스역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초봄추위에 여우도 눈물 흘린다고 할머니가 봄만 되면 옷 많이 챙겨입으라고 당부하던 말이 새삼 떠올랐다. 며칠전 통화했을때 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다고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 졌는지 걱정도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데는 일부는 할머니 탓이라고 경숙이는 항상 원망했었다. 할머니는 손주 손주 하면서 철용이만 싸고 돌았고 결국은 큰 손녀 팔아서 손주 잘 먹여살리려는것이였다고 경숙이는 가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어찌 할머니만의 잘못이겠는가. 할머니를 무턱대고 원망하기엔 경숙이한테 가족이라는 존재가 너무나도 소중했고 죽을만큼 힘든 폭력을 견뎌야 할때면 따스했던 가족의 품속이 너무 그리웠던 것이다. 원망을 하면서도 몸이 아플땐 할머니가 타주던 미숫가루 맛이 머리속에서 떠올랐고 항상 잔소리 하시던 주름 자글자글 한 얼굴 표정도 가끔은 아니 그것보다는 훨씬 더 많이 생각이 났었다. 그런데 며칠전에 통화에서 아프시다고 들은 뒤로는 경숙이 마음이 더 편치 않았다.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내 돈 많이 벌어 갈때까지 꼭. 이제 할머니 원망 않하니까 오래 사세요.) 할머니가 아픈게 자신의 원망때문인것처럼 경숙이는 많이 자책했다. 그리고 어디즘에 계신지도 모르는 신께 기도하고 또 했다.

강원도 시골 깡촌에서 서울까지 가기란 결코 쉽지는 않았다. 그때는 교통편이 많이 불편할때라 경숙이는 읍내에서 버스 타고 인제군까지 와서 몇시간 기다리다 인제군에서 하루 두번밖에 없는 서울가는 버스를 간신히 타곤 이내 버스에서 골아떨어졌다. 몇시간을 잤을까... 경숙이가 눈을 떳을땐 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딱 봐도 창밖은 번쩍번쩍 하는 도시적인 분위기였다. <다음역은 종착역 서울역입니다. 내리실 준비해 주세요.> 버스 기사가 친철히 안내했고 사람들은 주섬주섬 짐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경숙이는 품에 안고 있는 보따리가 다인지라 따로 챙길건 없었고 사람들 따라서 서울역에 내렸다. 도시는 도시인가 보다. 서울역엔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고 어느쪽으로 가야될지 몰라서 잠깐 머뭇거리다가 일단은 인파를 헤집고 밖으로 나왔다. 역에 있는 시계는 저녁 8시를 훌쩍 넘긴 상태였고 이 시간에 변호사님을 찾아갈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경숙이는 일단 어딘가 숙소를 잡고 하룻밤 자기로 결정하고 역에서 나와 여관같은것이 있음직한 골목길쪽으로 접어들었다. 번쩍번쩍 하는 네온등이 즐비한 그 거리에는 가게마다 MOTEL 이라고 써붙였다. 고등학교때 영어소설 읽으면서 경숙한테 이 MOTEL 이라는 단어는 크게 생소하지 않았다. 그때 중국 사전에는 그것이 汽(자동차여관)이라고 해석이 되어 있었다. 호텔보다 좀 작고 싸며 편하게 이용할수 있는 숙박업소라고 경숙이는 이해했고 그 중에서 제일 덜 비싸 보이는 곳을 선택해 조심스래 문열고 들어갔다. 좁은 복도 옆엔 관리실같은 방이 있었고 복도쪽으로 아주 작은 창문이 있었다. 인기척이 나자 누군가 그 작은 창문을 열었다. 그래봤자 창문이 너무 작아서 그 안 상황이나 그 안에 있는 사람 얼굴도 보이지는 않았다. <... 방 하나..>경숙이가 말도 꺼내기 전에 그 조그마한 창을 통해 사람 말소리가 들렸다. <쉬다갈꺼예요? 아님..> 경숙이는 이내 <. 쉬다 갈거예요> 머 하루밤 쉬고 갈거니까... 그때까지 경숙이는 서울에서는 숙박을 이런 식으로 우아하게 표현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5000> 여전히 같은 목소리가 대답을 해 왔고 경숙이는 주머니에서 서둘로 5000원 꺼내주고는 키를 받아가지고 계단을 올랐다. 키에 적혀 진대로 3층까지 올라가니 복도 양켠으로 방들이 쭉 늘어져 있었다. 경숙이는 해당번호의 방을 찾아 들어갔고 스위치를 켜고는 눈앞의 정경에 한동안 멍 하니 서있엇다. 머리털이 나고 호텔이라는데서 잠을 자본적도 없었고 미국식모텔은 더군다나 들어가볼 기회도 없었는지라 방안이 온통 빨간색으로 장식되어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던것이다. 침대시트도 빨강, 커텐도 빨강, 전등까지도 온통 빨간색이였다. <~~> 경숙이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역시 서울은 서울이였다. 경숙이는 대충 씻고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하루종일 먹은거라곤 인제버스역에서 삶은계란 두개 사먹은게 다여서 배에서는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요동쳤지만 지금은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이 없었다.그냥 이대로 잠이 들면 일주일은 잘수 있을듯 싶었다. 악마의 소굴에서 멀리 멀리 벗어났다는 그 자유로운 느낌이 온 몸 세포마다에 퍼져나가 2년가까이 곤두세웠던 신경을 서서히 잠재웠다. 그렇게 몇시간... 경숙이는 꿈속에서 훨훨 날아서 연길가는 꿈을 꾸었다.

갑자기 쾅쾅쾅 하는 소리에 경숙이는 순간 잠에서 깨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지? 경숙이는 혹여 철민이네가 쫓아온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고 아주 순간이였지만 그 생각은 너무너무 무서워 자기도 모르게 그 자리에 굳어서는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봐요 아가씨..이봐요. 쉬다간대메요..몇시간째인데...> 쾅쾅 소리와 함께 밖에선 아까 들었던 그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 다음날이 된건가? )경숙이는 벽에 걸린 벽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12시를 막 가리키고 있었다. 창밖은 네온등으로 환하긴 했으나 밤 12시인건 분명했다. 경숙이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아직 밤인데 왜...> 경숙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주인장아줌마는 소리부터 질렀다. <아니 쉬다간다메요. 대실 아니고 숙박이라고 말을 했어야죠. 어우 참..별사람 다 보겠네.. 그냥 자고 갈거면 5000원 더 내요> 아줌마는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며 손을 척 내 밀었다. 경숙이는 어떨결에 바지 주머니의 돈을 꺼냈고 아줌마는 천원짜리 다섯장을 뺏어가듯 확 낚아채고는 궁시렁 궁시렁 하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아줌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경숙이는 철민이네가 쫓아온게 아니라는 안도함과 동시에 서울이라는 이 동네가 참으로 무서운 동네구나라고 느꼈다. <거기는 대낮에도 여차하면 코베이는 곳이요>라고 했던 황태공장에서 같이 일을 했던 서울다녀온적이 있는 언니의 말을 떠올렸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숙박업소에서 밤에 한번 꺾어서 2중으로 돈을 받는건 참으로 너무한 일이 아닌가... 경숙이는 오늘 있었던 일을 이따가 변호사님한테 꼭 이야기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예곡절 경숙이의 서울상경은 그나마 순조로운 편이였다. 다행이 심술궂은 주인 아줌마는 두번다시 방문을 두드리지 않았고 경숙이는 아침 8시까지 통잠을 잘수가 있었다. 푹쉬고 개운하게 샤워까지 하고 경숙이는 어제 입었던 그 옷이지만 먼지를 탈탈 털어서는 정갈하게 차려입었다. 하지만 거울속에서 경숙이는 2년사이에 부쩍 마른 얼굴이 푸석푸석한 시골아낙네를 보았다. 어느쪽을 보나 너무 초라하고 이 번화한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몰골이였다. <서울 가면 남대문 시장 꼭 가봐라. 물건도 싸고 없는게 없단다.> 경숙이는 은희 언니 말을 떠올렸다. 그래.. 변호사님을 만나러 가는데 이 몰골은 좀 너무 했다 싶었다. 경숙이는 그길로 남대문시장 가는 버스를 탔다. 모텔주인장한테 어느 버스를 타면 되는지 묻고 싶었지만 어젯밤의 그 싸늘한 말투가 생각이나 차마 말을 못꺼내고 결국은 모텔앞을 지나가던 한 나이 지극한 할아버지 한테 물었다. 다행이 그 분은 아주 차근차근 어찌가서 몇번 버스를 타야 한다고 잘 가르쳐주셨다.

남대문 시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시장이였다. 연길에 있는 서시장의 한 열배 아니 그것보다도 더 큰 규모의 정말로 없는게 없는 그런 시장이였다. 경숙이는 한창 신기해서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시장통 안쪽에 있는 가게에서 잔치국수 한그릇으로 아침을 떼우고는 본격적인 쇼핑에 들어갔다. 때는 춘3월이라 봄이라고 가게들엔 하늘하늘 하는 봄옷들이 잔뜩했다. 이것저것 다 욕심 났지만 주머니 사정은 뻔한것인지라 경숙이는 하늘거리는 노란색 블라우스에 회색정장바지에 바바리코트하나를 사입었다. 만오천원이라는 거금을 주고말이다. 검정색바람막이를 바바리코트라 부르면서 가게주인은 나이도 어린 경숙이 한테 언니 언니 하면서 대단한 명품을 걸쳐주는듯 생색까지 냈다. <언니니까 이가격에 이옷을 주는거예요. 남들은 어림도 없어.. 이것봐 이것봐 딱 언니 옷이야> 하면서 말이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야 알았다. 바바리코트라는게 어떤 명품브랜드라는것을..결코 남대문시장통에서 단돈 만원으로 살수 있는 따이위에 옷이 아니라는것을 말이다. 암튼 그날만은 경숙이는 명품을 입었어야 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첫날이니까 당연히 그정도는 입어줘야지 않겠는가....

광란의쇼핑을 마치고 (어쨋든 그 당시 경숙이 한텐 그건 거금을 들인 오늘날 우리가 샤넬백 하나정도 지른거나 마찬가지인 대담한 쇼핑인것은 맞았다.) 경숙이는 또 물어 물어 명함에 있는 주소를 찾기 시작했다. ‘세종대로14130 법인타운 201.’ 버스는 이내 도착했고 경숙이는 거의 2층까지 달음박질 쳐 올라갔다. 이윽고 201호 앞에 선 경숙이는 잠시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머리도 단정히 한뒤 으리으리한 사무실 문에 대고 노크했다. 사무실에 들어선 경숙이 화려한 사무실의 인테리어에 기가 한풀 꺾여서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물었다. <여기 강창휘변호사님 계시나요? > 사무실 안에 있는 여직원은 고개를 갸우뚱 하였고 안쪽에 있는 남자 직원한테 도리여 질문 하였다. <강창휘변호사님 찾으신다는데.. 우리 로펌에 그런 분 있나요? > 나이 지긋한 남자직원은 잠간 생각하다가 이내 생각났다는듯이 대답했다.<..~ 그 강변호사님..> 경숙이는 이제 곧 변호사님 만날 생각에 날아갈듯이 기뻤다. <그분 관둔지가 1년 되는데...> <예전에 계시던 변호사님이시네요..> 여자직원이 경숙이 쪽을 보면서 대답을 했고 경숙이는 그자리에 주저 앉을번했다. 출발전에 전화로 연락을 했었어야 했다. 이제 와서 어뜩하지? 서울에 아는 사람이라곤 강변호사밖에 없는데 그것조차도 안다고 할수나 있겠는가...하지만 경숙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수가 없었다.지금으로서는 그 주소가 유일한 단서이니 거기를 포기하면 영영 변호사님을 못찾을것만 같았다. 경숙이는 처음보는 그 남자 직원에게 통사정을 했다. 어디로 가셨는지 제발 알아봐주라고... 남자 직원은 많이 난처해하셨지만 눈물까지 보이면서 애걸하는 경숙이를 그냥 돌려보낼순 없었다. 전후 사정을 알수는 없으나 얼마나 간절하면 저렇게 사정을 할까... 남자직원은 이윽고 사무실 안쪽에 들어가서 이분 저분 변호사들하고 강창휘변호사의 연락처를 묻기 시작했다. 하지만 변호사 대부분은 그 사람하고는 연락이 없다고 하는가 아니면 그런 사람이 이 로펌에 있었었는지조차도 몰랐다. 막 포기하려던 차에 운 좋게도 마지막에 여쭤본 김변호사(인제 로펌에 들어온지 몇달 않되어서 기대도 않했던 사람인데) 가 안다고 동작구 쪽에 작은 변호사사무소에 계신다고 했다. <~ 김변호사님 강변호사 아세요?> <~ 네 우리 사법연수원때 선배님이라서 안면이 있는데 저번에 여의도쪽 갔다가 길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가만있자 그날 저한테 명함도 주셨는데..부동산거래 법율상담 전문 해준다고 하면서 손님 소개해달라고 하셨는데...> 잠간 명함집안을 뒤적거리던 김변호사는 이윽고 명함한장을 빼주었다.명함에는 강창휘 법무법인 부동산전문 변호사라는 글들이 적혀 있었다. 경숙이는 명함을 건네 받고는 애처럼 방방 뛰었다.그런 경숙이를 보면서 착한 남직원도 덩달아 흐믓해 하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강변호사님 꼭 만나셔서 잘 해결 보세요.> 경숙이가 사무실을 나설땐 그런 덕담까지 해주셨다. 경숙이는 눈뜨고 코 베이는험악한서울에도 마음따뜻한 사람 참 많구나 라고 생각했다.

경숙이는 남직원이 알려준 방법대로 버스 두번 갈아타고 오후4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명함속의 주소에 도착할수 있었다. 퇴근전에 도착하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면서 경숙이는 그 동작구라는 곳이 너무 멀지많은 않기를 기도하고 또 했다. 버스역에서 내려서 경숙이는 또 한 20분을 걸었다. 물어물어 한 작고 낡은 건물을 겨우 찾아냈고 계단을 올라 4층 사무실 입구에 겨우 도착했다. 사무실문 옆엔 자그마한 간판이 걸려져 있었고 법무법인 변호사 강창휘라고 적혀져 있었다. 경숙이는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문앞에 서서 경숙이는 한창동안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이제 다 와간다.. 이제 그 끝에 다달았다. 지난 모든것은 경숙이가 이 문을 열어재끼는 순간 다 끝날것이니라... 이제 이 사무실에만 들어서면 철민이고 시어머니고 그 어떤 악마도 경숙이를 건드릴수가 없으리라... 여기가 곧 끝이요 여기가 곧 새로운 시작이였다. 경숙이는 숨한번 깊이 들어쉰뒤 노크하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사무실 안에 자그마한 테이블이 두개 마주보게 놓여져 있었고 오른쪽에 한 나이 지긋한 여자분이 앉아계셨고 자리에서 바삐 일어서며 경숙이한테 인사를 건넸다. <어떻게 오셨나요?> 경숙이는 손에 있는 명함을 보여주며 강창휘 변호사님을 찾아왔다고 했다. <~ 변호사님. 손님이 찾아오셨는데요.> 여자분은 안쪽 사무실에 대고 전달을 하면서 사무실 문을 열었고 경숙이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 시키며 강변호사 앞에 섰다. 강변호사를 만난지 정확히 1년하고도1달더되었다. 테이블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던 강변호사는 이내 고개를 들어 경숙이 쪽을 보아왔고 그 모습은 1년전 하고 별반 다른점이 없었다. <~ 어떻게 오셨나요?> 변호사는 떨떠름해 하며 질문을 해왔고 경숙이는 이내 자기가 누구라고 밝혔다. <저예요~ 박경숙. 작년에... 강원도에서 보았던 박경숙이예요..> 잠간의 정적이 흐로고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는듯이 강변은 반갑게 인사했다. <~ 엄마 집에서 보았던.어우 경숙씨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경숙이는 자신을 알아보는 강변을 보고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혹시나 못알아보면 기억을 못하면 어뜩하나 오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 했었다. <실장님.. 마실거 한잔 주세요> 이윽고 그 실장님이라는 분은 쥬스한잔을 가져다 주곤 두분 말씀나누시라면서 문을 닫고 나갔다. 강변은 경숙이 맞은편에 자리해 앉고는 서울까지 어떻게 왔는지 물어왔다. 경숙이는 숨 한번 크게 들이 쉬고는 1년전 강변을 만나고 나서의 일들 자초지종을 줄줄 이야기 했다. (이제 다 해결될것이라..이제 악몽은 끝이야...) 경숙이는 마음속으로 이 말만 되뇌이면서 단숨에 상황설명을 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강변의 마음이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챌새도 없었고 그냥 당연히.. 아니 .. 필히.. 그냥 반드시 도와줄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믿음엔 아무런 근거도 없었다.

간혹 사람들은 자기만의 생각에 갇힐때가 많다. 그래서 싸우면서 자주 하는말이 입장바꿔놓고 생각해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너무 힘든 상황에 오래 놓여있다보면 남의 입장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을때가 더 많다. 남의 입장까지 생각해주기엔 우리들의 입장이 너무 힘들고 숨가쁘니까 말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어디까지나 이라는 또다른 인간 개체였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생각이 있고 사정이 있는것이였다. ‘가 힘들다고 내 주변의 그 많은 들이 다 발벗고 도와줄 의무 따윈 없는것이였다. 강변에 대한 경숙이의 믿음과 마음은 오로지 경숙이 혼자 키워왔던것이였고 강변은 그 어떤 약속도 그어떤 믿음도 주려고 한적이 없었다. 단지 오랫만에 보는 시골에 계신 불쌍한 엄마가 부탁을 해오니 돈 않받고 가벼운상담을 한번 해준게 다였다.사람들사이 생각차이는 그많큼 멀고도 달랐다. 경숙이는 그걸 채 알지 못했다. 적어도 그땐 그걸 알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믿을구석이 없었으니까......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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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제니하루 (♡.34.♡.209) - 2018/12/12 16:51:41

그 어린 나이에 샤회 경험도 없으니 착한 마음으로 사람만 믿으니 ㅠㅠ

monica (♡.104.♡.12) - 2018/12/12 17:02:24

감명깊게 매일 매일 잘 읽고 잇습니다. 이글로 몇년만에 모이자에 다시 등록 하네요.

기계사람 (♡.126.♡.94) - 2018/12/12 18:45:22

소설가 도전해도 되겠습니다,
훌륭하게 잘 썼습니다.

잘살아보세839 (♡.25.♡.56) - 2018/12/12 19:15:48

경숙이는 횡태공장장님이 소개해주신 회사로 가는걸까요? 담집 기대합니다.

해피투투 (♡.60.♡.134) - 2018/12/12 20:34:21

마지막 단락이 너무 맘에 확 닿네요.

지금 경숙이가 잘 지내고 있으시다고 하시니 다행입니다. 부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이쁜아짐 (♡.147.♡.242) - 2018/12/12 22:26:44

바쁘신 와중에도 글을 거의 매일 자주

올려주시네요

일단 악마의굴에서 벗어난것만으로 안심되네요

란초향기 (♡.200.♡.158) - 2018/12/12 22:34:15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다음집 기대합니다.

독신남자 (♡.111.♡.133) - 2018/12/13 11:59:44

읽다가 잠들겟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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