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17)

혜원1008 | 2018.12.17 08:41:52 댓글: 10 조회: 2671 추천: 1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3794506

나 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혜원

4 장 투쟁의 꽃

(1)

그 시절은 인권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도 잘 모를때였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고 사실 발전중의 중국보다는 이미 발전한 한국이 오히려 여성인권이 많이 낮다는 느낌들을 받았다. 우리 이 조선족들도 똑같이 말이다. 그건 오래전부터 습관처럼 이어온 전통이였고 당연한것이였으며 반드시지켜야하는 것이였다. ‘여자는 당연히...’ ‘여자니까...’ ‘여자라는게...’ ‘여자답지 못하게이런 말들을 우리는 아주 습관처럼 듣고 자랐다. 여자니까 밥을 잘해야 하고 여자니까 온순해야 하고 여자니까 애 낳아서 당연히 잘 키워야 하고 여자라서 남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않되는 소리들을 그때는 인생을 살아가는 지침서마냥 받들고 살아야 했던것이다.

경숙이 시어머니도 그 전통의 패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했다. 남편이 일찌감치 갔으니 망정이지 아마 철민이 아버지가 더 오래 살었더라면 경숙이 시어머니는 제명을 못살았을것이다. 아직도 젊어서 얻어맞았던 부분이 날만 차면 욱신거려 왔고 애써 거기에 파스를 붙이면서 입속으로 써글놈에 영감탱이라고 욕을 하기도 하지만 며느리를 그것도 자기보다 한창 밑에 나라에서(중국을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함) 온 경숙이한테는 자기 본인이 더 심하게 대하고 있는지를 결코 알지를 못했다. 결국 세상이 온전히 바뀔려면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하는것이고 그것은 곧 세월이 흘러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은 아주 당연히 생각하고 있는것들 그것들은 3040년 전엔 상상도 할수 없는 금기시 된것일수도 있다는 생각 다들 하고 사는가? 그냥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은 겪어가고 고쳐가면서 더 살만한세상을 만들기 위해 바꾸고 또 바꾸고 하는과정이었다. 그 누가 온전히 틀렸다고 혹은 백프로 맞다고 할수가 있겠는가? 그냥 그때는 그게 맞는줄 알고 그리 살았을뿐 결코 어느 한사람의 잘못은 아니였다. 그렇다고 우리의 경숙이네가 그 상황들이 다 바뀔정도의 세월이 흘러가기를 앉아서 기다릴수 있는 입장이 아니였고 법이던 인간관계던 닥치는대로 써먹어서라도 빨리 이 상황을 정리해야만 했었다. 그래야지 우리 경숙이의 쨍 하고 해뜰날빨리 찾아올것이 아닌가?!

철민이네가 어떤 계획을 하고 있던 우리한테는 똑똑한 강창휘 변호사가 있었고 그런부분을 이미 예측한 창휘는 기소장에 여러 증거들을 챙겨들고는 바로 철민이네 찾기전에 그 경찰소장한테부터 찾아가서 그것들을 그 경찰소장한테 딱 보여주면서 따졌다. 이런사실이 있는게 맞냐고? 엄연한 살인미수라고 볼수 있는 사건을 피의자가 당신의 조카라고 덮어줬던거 맞냐고 말이다. 경찰소장은 어버버 하면서 발뺌하기에 바빴고 잠간 눈치를 보던 창휘는 그런 소장에게 갑자기 부드러운 어투로 태도를 확 바꾸었다. <소장님~ 어우 저도 이 동네 사람이예요! 저도 같은 고향분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솔직히 지금 피해자가 소장님까지 고소할려고 하는데 제가 일단 그건 아니라고 막았지 머예요.> 창휘의 말이 떨어지자 소장은 창휘의 두손을 꼭 잡고는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 그도 그럴것이 일개 읍의 경찰소장이 서울에서 접수되는 고소장을 먼 힘으로 막는단 말인가... 거기다가 털어서 먼지 않나는 사람 없다고 혹여 감사팀이 내려와서 그동안 읍내에서 여기저기 뒷돈 받았던 내용까지 털리게 되는날이면 ... 어우 생각하기도 싫었다. (철민이 개자슥이 그 새끼 때문에 이게 먼꼴이야)라며 속으로는 조카를 엄청 욕하기도 했다. 다행이 눈앞엔 사리분별이 확실히 되는 변호사가 있엇고 이제 믿을구석은 이 같은 고향사람인 강변호사밖에 없다고 판단은 이미 끝냈었다.<그래서 말인데요 소장님~ 이렇게 하면 어떤가요? 조카분 설득해서 국적신청하는거 도움줘서 합의이혼하게 하고 빨리 끝내버리는걸.. 지금 솔직히 이게 진짜 법정까지 가면 조카분이 위자료도 톡톡히 줘야 하는 상황인데...> 소장은 급하게 답을 했다.<그래야지. 그래야지~빨리 끝내라고 할게요. 빨리 끝내고 그 머야 국적신청 해주고 빨리 그 여자 멀리 보내라고 해야지머...> 그렇게 말하면서 소장은 놀랐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머야~ 내가 큰일 날 판인데.. 그깟 외국색시야 또 사오던가.지들이 알아서 하라고해야지..내가 살고 봐야지.) 창휘는 소장님 눈치를 쓰윽 보고는 마지막으로 일침을 가했다. <만약 그렇게 원만하게 합의 본다고 하면 제가 피해자를 설뜩해서 위자료는 받지 말라고 할게요. 그럼 소장님만 믿고 가겠습니다.> 강창휘는 경찰소장의 배웅까지 받으며 경찰서에서 나왔다. 창휘가 저 멀리 걸어나갈때까지 경찰소장은 허리 굽혀 인사했다.

위자료에 관련해서는 경숙이랑 이미 의논한바 있었다. 경숙이는 위자료는 한푼도 필요없다고 했다. 그냥 이혼하는거 국적 혹은 합법적으로 한국에 남아서 일을 할수 있는 비자가 나오게 해주는거 그게 다 였다. 더 이상 바라는게 없고 그렇게만 해주면 경숙이는 죽을때까지 철민이네를 미워하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창휘는 경찰서에서 나와서는 곧장 철민이네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창휘는 금방 경찰소장이랑 나누었던 이야기를 곱씹어 봤다. 이런 방법이 편법이라는거 잘 안다. 법조인으로서 결코 썩 내놓을만한 방법이 아니라는것도 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지난 몇년동안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 창휘가 배운 한가지 효과적인방법인건 맞았다. 변호사가 되기전까진 그저 법에따라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변호사가 되고나서야 변호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많은 타협을 해야 하는지를 얼마나 비정의적인 방법을 많이 써야 하는지를 깨닳았고 종종 이런 방법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것을 느꼈다. 하나를 내주고 하나를 받는거...그 전략은 장사꾼들만이 쓰는게 아니였다.

철민이네 집에 처음 들어설때까지만 해도 어릴적 동네 친구가 왔다고 철민이는 반색을 했다. 하지만 창휘가 서류가방에서 고소장에 이것저것 꺼내놓을때즘엔 철민이는 오만가지 쌍욕을 퍼부었고 급기야 손찌검까지 하려고 하는걸 철민이 엄마가 겨우 말렸다. 역시나 철민이 하고는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웠다. 철민이는 화가 나면 참지를 못하는 병적인 성격인게 확실했다. 지금 이 상황대로 법정 소송을 가게 되면 살인미수혐의를 적용받을수 있다고 하는데 철민이는 그딴거상관없다고 빨리 경숙이가 어디에 숨어있는가를 대라고 난리쳤다. 결국 창휘는 철민이를 눅잦히지 못한채 엄마네 집으로 피신할수 밖에 없었다. 밤새 철민이네 집에서는 무언가를 깨부스는 소리와 철민이 엄마가 말리는 소리를 들을수가 있었다. 창휘는 엄마 한테 그며칠 서울에서 있었던 일을 대충 설명해주었고 경숙이를 일단 돕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임할매는 잘했다고 잘 결정했다고 너무 불쌍 한 경숙이를 꼭 좀 도와줘라고 부탁을 했다. 하지만 대책없이 폭주하는 철민이를 저대로 두고 서울로 돌아갈수는 없었다. 창휘는 이튿날 아침 일찍 경찰소장한테 전화를 돌렸다. 내용인즉 조카분이 지금 마구 화나서 날뛰는데 이대로 무언가 폭력사태가 더 일어나면 법정에서 불리해질수밖에 없는데 오래된 이웃인데 너무 걱정이 된다고 말이다. 사실 다 거짓은 아니였다.창휘는 어슴프레 알수가 있었다. 매일 매일 술 마시고 엄마를 죽기직전까지 줘 패는 아버지 밑에서 그 모든것을 다 보고 견뎠을 어린 철민이 마음은 어땟을까?! 정상적인 인간심리로 성정하는게 더 이상한것이였다. 창휘는 철민이도 이제 마음에 좀 안정이 되어 갔으면 하고 바랬다.

우리의 경찰소장님은 정말 부지런하게도 전화받은지 30분만에 철민이네 집에 달려왔다. 그 의도는 자기 자신이 조카한테 연루될까봐 걱정에서 온것인지 아님 단순히 누이에 조카 걱정때문인지는 알길이 없었으나 어쨋든 철민이가 소장님 앞에서만은 얌전해 졌다. 보통 저런 폭력성향의 특징중 하나가 자기보다 약한 사람한테만 주먹을 휘두르고 자기보다 쎄보이는 사람한테는 한없이 굴복하는것이니 말이다. 경찰 소장은 차분히 사촌누이부터 설뜩했다. 어쩔수가 없다고... 일이 더 커지면 거액의 위자료에 철민이 감방 갈수고 있다고.. ‘거액의 위자료라는 말은 전적으로 경찰소장이 지어낸 말이였으나 철민이 엄마 한테는 꽤 효과적이였다. 이미 중국사돈댁에 주고 온 돈은 둘째치고 또 돈이 나갈수도 있다는 말에 철민이 엄마는 그자리에 주저 앉아 애처럼 엉엉 울었다. <그니까 지금 이 강변호사가 이 사건을 맡았으니 망정이지 서울에 있는 다른 변호사였으면 어뜩할번 했어. 위자료 왕창 뜯어내서 변호사수수료를 챙길게 뻔한데. 지금도 그 아이 몸에 상처투성이여서 빼도 박도 못한대..> 우리의 경찰소장님 언제부터 언변이 저리 좋아졌을까? 저 정도면 변호사 해도 될듯 싶다고 강변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길고도 긴 설득이 겨우 끝나고 결국 철민이네는 두손 들었다. 강변 말대로 국적신청필요한 서류 다 도와줄테니 대신 합의이혼하고 위자료 요구하지 말라는 조건이였다. 그날 밤 창휘는 소주 몇병에 마른 안주를 사들고 철민이를 찾아갔다. 처음엔 싸늘하게 대하던 철민이도 술이 몇잔 들어가자 한숨을 쉬면서 자기 마음속 말들을 털어놨다. 자기는 그게 맞는줄 알았다고.. 경숙이한테 첫눈에 반하고 진심으로 좋아했었노라고 말이다. 그냥 경숙이가 자기를 떠날가봐 겁을 주려고 좀 쎄게나온것일 뿐이라고... 엄마도 평생 아버지 한테 맞으면서 결국 무서워서 못떠나고 살지 않았냐고 말이다. 창휘는 머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입만 다셨다. 지금 같으면 부부교실이네 부부 심리상담이네 정부지자체에서 무료로 상담도 많이 해주지만 그때는 그런것들을 상상도 못했다. 오히려 부부 사이의 일은 가까운 이웃한테라도 알려지는게 크나큰 수치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집안에서해결을 볼려고 하는 상황이였으니 말이다.

사람은 태어날때부터 온전히 백프로 준비가 되어서 태어나는게 아니다. 커가면서 배우고 다스리고 또 겪으면서 고쳐가면서 성장해서 진정한 사람이 되어가는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모가 주는 역할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불가이고 대부분 우리들은 엄마 아빠처럼 안살꺼예요라고 하면서도 결국은 부모처럼 변해가곤 했다. 결국 철민이도 엄마한테 구타를 가하던 그 짐승만도 못한 아버지를 원망하고 이를 갈면서 미워했으면서도 자기 자신이 그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만은 막지를 못했다. 이처럼 사람이 된다는게 힘든 노릇이였다. 그날 창휘와 철민이는 자정넘게 술잔을 기울이면서 옛날 이야기에 지금 이야기에 오랫만에 회포를 풀었다.

우리의 변호사님의고향걸음은 꽤 성공적이였다. 그리 어렵지 않게 철민이네 호적등본에 인감도장까지 받아왔으니 이제부터는 경숙이의 귀화신청만 진행하고 이혼협의서 제출하면 되었다. 창휘는 마음속으로 부터 뿌듯함을 느꼈다. 오랫만에 느끼는 뿌듯함이였다. 처음 변호사자격증을 손에 받아들고는 어렵고 힘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많이 도와주겠노라고 자기자신과 약속을 했었다.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건 현실이였다. 로펌에 들어가서부터 남을 도와주긴 커녕 24시간을 48시간처럼 보내면서 끝이 없는 서류와 싸움을 하고 밑도끝도 없는 담당사건들을 진행을 하면서 그놈에 승율을 맞출라고 말도 않되는 나쁜놈들인걸 알면서도 그 편에 서서 오히려 착한 사람들을 법이라는 무기로 짓밟기까지 했던것이다. 변호사로서의 경력이랑 좋은 성적이 쌓아가면서 오히려 마음의 짐은 점점 더 커져만 갔고 그렇게 원칙이고 양심이고를 다 버리고 싸워도 은 이길수 없는게 바로 현실이였다. 제대로 된 잠도 못 이루고 가끔 꿈속에서까지 자기때문에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쳐들어와서는 목을 짓누르는 괴롭힘을 당하는건 덤이였다. 그래서 다리라도 쭈욱 뻗고 살고 싶어서 로펌에서 나와 독립을 했는데 결국 그 다음부턴 현실중에서도 가장 무섭다는 이 문제가 되었다. <남들은 변호사 사무실을 따로 차리면 돈을 트럭으로 끌어온다는데 당신은 왜 그것밖에 못 벌어와? 연아네는 미국으로 조기유학간다는데 우리 민우는 어뜩할건데? 나중에 민우네 친구들 다 영어를 줄줄 내 뱉을땐 우리 민우는 벙어리로 살아야겠네....> 와이프가 거의 매일이다싶이 읊어대는 구절이라 잊고 싶어도 잊을수가 없다. 한국사람이 한국어만 잘하면 되지 무슨 영어를 못하면 벙어리가 되는듯이 아줌마들은 난리브루스를 춰댔다. 조기유학이라... 애랑 애엄마 미국으로 보낼려면 얼마나 더 벌어야 되지? 여기까지 생각하면 항상 머리가 아파왔다. 창휘는 두눈을 지긋이 감고 머리가 아픈 일들로 생각을 바꿀려고 노력을 했다.

경숙이가 설렁탕집에 들어가서 일한지가 벌써 한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경숙이의 국적 문제는 우리의 변호사님이 완벽하리 만큼 진행을 전담 해주고 있었다. 며칠전에 경숙이는 변호사님의 배동하에 정식으로 국적귀화신청서를 접수 하였고 서류통과되고 나면 면접과정이 있고 그것까지 통과되면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고 출입국사무소 직원은 친절히 안내해주었다. 이제 면접까지만 통과하고 나면 경숙이는 이혼서류접수를 할수 있었다. 그 기간은 길어봤자 한달에서 석달이라고 했다. 지긋지긋하던 지난 2년이라는 지옥생활이 드디어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이였다.

경숙이는 설렁탕집에서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 나이가 어린데다가 눈치또한 빨라서 사장님은 당연히 그런 경숙이를 엄청 이뻐했다. 그냥 찾은 일자리도 아니고 강변이 소개해준 일자리다 보니 경숙이는 황태공장에서보다도 더 열심히 일을했고 남들 쉬는 시간에는 바닥청소도 하고 테이블도 한번 더 닦고 일하는 내내 앉아 쉬는 꼴을 볼수가 없을만큼 팽이처럼 돌았다. 그런 경숙이를 바라보는 눈들은 다 따스하기만 한건 아니였다. 거기는 꽤 큰 설렁탕집이였고 주방에 일하는 사람까지 다 세면 20명 가까이 되었다. 그 중엔 대부분이 아줌마들이였고 처음엔 그래도 경숙이를 막내라고 거기다가 중국에서 시집온 외국인이라고 많이 신기해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친절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이익이 침해를 받지 않는 선까지 였고 어느 순간부턴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시도때도 없이 일을 하고 너무나 열심히인 우리의 경숙이를 싫어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다들 같이 쉬는 시간에 유독 경숙이만 바닥을 쓸고 닦고 하기 시작하면 쉬는 사람들도 눈치가 보였고 물론 사장은 그런 경숙이만을 칭찬하고 이뻐하니 이 보잘것없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우리의 막내는 결국 같이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질투와 시기를 한몸에 받았고 서서히 왕따가 되기 시작해서부터는 대놓고 한번 봐줄려고 아줌마들은 벼르기 시작했다.

그 날도 우리의 설렁탕집은 점심 피크타임을 맞았고 주변사무실들에서 점심먹을려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경숙이는 열심히 설렁탕을 나르고 손님이 일어나면 재빨리 테이블을 정리하여 새로운 손님들이 앉을수 있게 하였다. 모든것은 그렇게 평범하게 바쁜 하루가 되어가고 있는듯이 보여졌지만 그 뒤엔 사실 주방찬모가 주도한 어떤 은밀한 계획이 도사리고 있다는것을 경숙이는 눈치채지 못했다. 평소와 다를바 없는 설렁탕을 주문 받은 경숙이는 생각없이 주방에서 갓 내어준 설렁탕 세그릇을 트레이에 올리고는 손님쪽으로 향했다. 순간 경숙이는 발밑이 미끌 하는 느낌을 받았고 가까스로 중심을 잡으려는 경숙이 발에 턱 하고 먼가가 걸렸다. 갸냘픈 경숙이는 결국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손에 들었던 설렁탕은 대책없이 손님 다리에 부어졌고 경숙이가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손님은 뜨거운 국물에 데인 다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레 신음하고 있고 바닥엔 깨어진 그릇과 업질러진 설렁탕으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사장은 급하게 찬물로 손님 다리에 붓고 급기야는 병원 응급실로 뛰어갔다. 국물에 데인 손님을 부축하고 나오면서 경숙이는 씨익 웃고 있는 한달동안 홀에서 같이 동고동락했던 언니의 표정을 보고 말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경숙이는 그저 잘못본거라고 생각했다.급하게 병원에 도착하여 응급조치를 받은 손님은 다행이 큰 화상은 아니여서 그저 일반 연고 몇개를 처방받고 설렁탕 사장님의 소액의 보상금을 받고는 집으로 돌아갔고 오는 길 내내 경숙이는 미안해서 어쩔바를 몰라했다. <머 다행이지 이정도이길.. 앞으로 일할때 좀 조심조심해요.> 사장님은 딱 그 한마디만 하고는 더 이상 말씀없었고 경숙이는 이제 월급 나오면 손님한테 준 보상금 만큼은 사장님께 돌려주리라 생각했다.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 되어가는줄 알았고 경숙이는 그때 자신의 발에 걸린게 무언가를 테이블 밑에서 찾고 또 찾았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못찾았다.그때까지도 경숙이는 알지 못했다. 그건 그냥 신고식이라는것을...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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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48.♡.5
해피투투 (♡.37.♡.93) - 2018/12/17 09:19:48

흠~~ 사회는 결코 순탄치 않네요.
过了一山又一山~~~
그래도 경숙이가 씩씩하게 잘 적응할것이라고 믿어요!

kim제니하루 (♡.34.♡.209) - 2018/12/17 09:38:21

나이를 뒤로 먹는 사람이 이세상에 한둘이 아니깐 더 강하게 나갈수 밖에

악마의향기악마의향기 (♡.117.♡.23) - 2018/12/17 09:44:01

휴 어디 가나 꼭 저런 사람들이 잇는거 같아요~그래도 손님이 많이 다친게 아니라서 다행이네요~더 큰 사고가 기다리고 잇을거 같네요 ㅜㅜ

이쁜아짐 (♡.131.♡.162) - 2018/12/17 11:06:18

그래도 순조롭게 이혼하는것만으로도

안심이되네요

세상살이 참 만만치 않네요

ㅠㅠ

기계사람 (♡.219.♡.187) - 2018/12/17 12:07:17

휴. 이혼만 해도 다행이죠..
식당에서 고생좀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라고 하고 싶네요.....
지옥을 탈퇴하고, 인간세상 밑바닥에서 고생은 해도 목숨 잃을 정도는 아니니깐요....ㅎㅎ

heanzu (♡.26.♡.235) - 2018/12/17 12:47:08

희망이 보이고 이젠 꽃길만 걷나 싶었는데 또 시련이 오네요.매회마다 감명깊게 잘보고 있습니다.

잘살아보세839 (♡.164.♡.104) - 2018/12/17 13:15:29

경숙이는 한국땅에서 참 많은 시련을 겪네요.서울까지 성공적으로 탈출해서 기뻤는데 또 식당동료들게서 왕따를 당하네요.ㅠㅠ

신짱 (♡.228.♡.82) - 2018/12/17 15:22:16

그나마 악마같은 소굴에서 나올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니 다행이네요,
다음회 기대 합니다.

해피아이디어 (♡.14.♡.100) - 2018/12/17 17:13:09

산을 넘었다고 생각하면 또 하나의 산. 경숙이가 가야하는길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네요.
하지만 음식점에서의 사연은 거의 모든 외국로동자들이 한번쯤 경험해봤을 일이라서
깡촌에 있을때 학대받은 일에 비해 조금 마음이 놓입니다.
글에 인생철학도 담겨져있어 글이 한결 빛을 뿜네요.
년말이라서 바쁘실텐데 새로운 글 자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자연 (♡.241.♡.97) - 2018/12/17 18:52:40

생각보다 이혼 절차 쉽게 끝내는 같아서 다행이네요..다음회에 또 더큰 사건이 생기겟죠.고비 잘 넘겻으면 좋겟네요.원래 사회생활 쉽잖은데 여자들 많은곳에서 잘 버텨내기란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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