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정 오는 정

무학소사 | 2018.09.09 20:32:44 댓글: 2 조회: 2096 추천: 4
분류단편 https://life.moyiza.kr/mywriting/3716264

가는 오는


금년 정월 초하루부터 나는 우리 민족이 가장 꺼려하고 가장 싫어하고 가장 회피하려는 아홉고개에 본의 아니게 올라섰다.그것도 청춘의 아홉고개도 아니고 중년의 아홉고개도 아닌 쉰아홉이란 로년의 아홉고개에 세월의 피박에 의해 마지못해 올라섰다.누구는 아홉고개에 이렇게 다치고 저렇게 다쳐 량패를 보았고 누구는 아홉고개를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온통 슬픔과 비애로 가득 아홉고개에 대한 이야기를 자라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많이 들어왔다.그래서 나는 년초부터 은근히 마음이 쓰여 모든 행동에 조심성을 기하였다.혹시나 나한테 그런 불상사가 생기지야 않겠지 라는 락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냈다.내가 외출할때면 안해도 왕년보다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많이 하는걸 보면 나의 아홉고개를 상당히 근심하고 경계하는것 같았다.

매년 오월은 연변에서 산나물 채집이 제일 왕성한 계절이다.오월 초순의 주일에 나는 신선한 산나물을 먹으려고 지인과 함께 깊은 산으로 갔다.드릅을 채집하며 이동하다가 한번 몸이 오른쪽으로 기우뚱하더니 오른쪽 종아리뼈가 맥없이 끊어지고 말았다.앞으로 꼬꾸라 진것도 아니고 뒤로 벌렁 넘어진것도 아닌데 발목뼈가 맥없이 끊어지다니 나의 뼈는 모두 퇴화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지경이였다.오전 10시좌우에 다리뼈가 끊어지고 지인이 부랴부랴 응급처치를 하고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산를 내려서 현립병원으로 오는데 3시간이 소요되였고 수술전의 모든 절차를 마치고 3시간좌우의 수술을 받고 병실에 돌아오니 저녁 6시가 되였다.의사의 요구대로 수술후 6시간동안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 한다기에 병상에 꼼짝없이 누워 점적주사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맞노라니 만감이 교체되면서 이젠 한물 갔구나 하는 실망감이 들었다.

이번 입원으로 나는 몇개의 <<처음>> 깨뜨렸다.이순(耳顺) 나이에 난생처음 병원에 입원하였고 난생처음 환자복을 입어보았고 난생처음 수술대에 올라 수술을 받았고 난생처음 병원의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처음이 있으면 두번째가 있는것이 자연의 리치라 오늘 내가 처음을 깨뜨렸으니 앞으로 병원출입이 잦아질거란 조금 슬픈 예감이 들기도 하였다.

부부는 살아가면서 얼굴모양이 닮아간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직접 그러한 부부들도 적지 않게 보았다.우리 부부는 30 세월을 함께 살았왔지만 얼굴모양이 닮지 않아 우에서 말한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는것 같았다.그런데 내가 입원하고 보니 우리 부부는 얼굴이 닮아가는것이 아니라 다리가 닮아가고 있었다.내가 시골소학교에서 교원노릇을 하던 17년전 늦여름의 어느 하루 안해는 송이버섯 채집하러 산에 갔다가 몸의 중심이 왼쪽으로 기우뚱하면서 왼쪽 종아리뼈가 끊어졌었다.나는 그때 소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장모님에게 맡겨놓고 안해를 데리고 타현에 가서 용하다는 타현의 골과병원에 입원시켜 놓았다.수술을 받고 병상에 누워있는 안해를10여일 돌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안해의 병시중을 들면서 15 길을 매일 왕복하며 출퇴근 하였는데 젊어서인지 별로 힘든줄을 몰랐다.소학교에 다니던 아들에게 심부름을 많이 시켰는데 두말없이 따라주어서 고마웠고 대견하였다.

우리 부부가 궁합이 좋아서인지 금술이 좋아서인지 끊어진 다리를 보면 나는 오른쪽 다리,안해는 왼쪽 다리 이렇게 짝이 맞았고 성한 다리를 보면 나는 왼쪽 다리,안해는 오른쪽 다리 그렇게 짝이 맞았다.어쩌면 요렇게 묘하게 짝을 맞추면서 자연의 섭리대로 닮아가는지 나의 옅은 지식으로서는 해석하기가 어려웠다.십여년전 내가 안해를 돌봐준 보상이랄가 이번에는 안해가 나를 간호해주고 있다.때마침 한국에 가있던 아들이 반달전에 집에 와서 안해와 륜번으로 나를 간해주어 나는 마음이 든든하였고 안해도 어깨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졌다.병상에 누워있는 나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안해와 아들을 보면서 항상 서툴었던 오는 정에 조금씩 익숙해 가고 있다.날따라 익어가는 가족사랑에 어떠한 곤난도 이겨낼수 있다는 신심과 용기가 생기면서 마음이 뿌듯해졌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60 세월을 살아오면서 특히 30년동안 병원문을 몇번이나 노크했는지 셀수가 없다.병상에 누워있는 친척 혹은 동사자 혹은 친우를 위로하고 신심과 용기를 주려고 쉼없이 다니던 주는 일에 익숙해져 정작 정을 받는 일에는 서툴어져 있었다.그런데 요즘 미루었던 정을 한꺼번에 받는것같다.친척,친우,동사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을 주려고 나의 병실을 찾아오니 기분이 너무 좋아 상처가 저절로 낳을것 같고 래일이라도 자리를 차고 일어나 성큼성큼 걸을수도 있을것 같다.

삭막하고 숨가뿐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는 오는 >>이란 낱말처럼 우리 인간들이 정을 주고 정을 받는 행위가 일상화 되였기 때문에 함께하는 세상에 인간미가 넘치고 살맛이 나는것 같다.

추천 (4) 선물 (0명)
IP: ♡.245.♡.47
nilaiya (♡.155.♡.114) - 2018/09/09 23:17:37

감명깊게 잘 봤습니다.

해무리 (♡.245.♡.119) - 2018/09/10 11:12:24

좋은 부인에 좋은 아들에...다 자기가 만든거죠.
인생 잘 살아오셨다는 증거들이죠.
얼릉 쾌차하시고 더 행복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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