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향기 타오를즈음에

핸디맨남자 | 2019.03.22 20:38:22 댓글: 19 조회: 1833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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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일하다가 맞은편 북한산을 바라보니 멀리 산기슭에 살구나무꽃이 하얗게 피여오른것이 보인다.산도 어느샌가 살짝 파란색으로 물들어간다.봄이 오긴 왔구나.진짜 실감난다.

봄향기가 타오를즈음에 한국에 있던 처제는 지난주 중국가서 이혼수속을 밟았다.중국가기 한달전 처제한테서 전화가 왔다.
<형부,나 이번에 남편과 이혼하러 중국가요.>
마누라를 통해서 처제네 사정에 대해 요해하긴 했지만 이혼절차가 이렇게 빨리 진행될줄 생각도 못했다.
<음..잘 생각해봐라.인연이란 어디까지나 소중한거야.그래도 니 남편은 세상에서 널 제일 잘 요해하고 성격도 잘 맞춰줬잖아.다른 사람 찾으면 또 새롭게 시작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여유곡절을 겪어야 하겠으니...니 남편 비록 현재 기로에 들어섰다만 시간과 인내를 가지고 한번 생각해보는게 어떻겠니?>
<저도 이제는 나이가 삼십대중반인데 정상적 삶을 살고 싶단말이예요.일하고 돈도 벌고 애도 낳고 키우고 싶단말이예요.남편은 이미 마음을 굳혔어요.>
<넌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고 있잖아.>
<처음에는 많이 울었어요,지금은 현실적으로 생각할수밖에 없어요.이제는 내 말도 귀에 들어가지 않고 자기 고집만 주장하면서 내 전화도 안받아요.>
<음..일단 내가 한번 대화해볼게...>

수화기를 놓으면서 멍하니 벽을 쳐다봤다.처제와 남편은 사귀면서 결혼하기까지 진짜 짝꿍보다 더 좋은 환상커플이라 생각하던 나였다.몇년전까지만 해도 처제 남편은 제주도에서 석사를 졸업하고 박사공부를 하던차였고 처제는 제주 면세점에서 일하면서 둘은 재미나게 생활하고 있었다.문제의 발단은 처제가 성격이 급하고 시집의 이런저런 문제로 화병이 좀 있어서 불교를 믿으면서 시작되였다.처제의 친정아버지가 공장 한답시고 집을 저당하고 대출하여 경영부진으로 집을 날려버렸고,하나밖에 없는 아들보고 돈 달라고 하니 독립적인 가정경영을 꿈꾸는 처제가 화병이 날만하기도 했다.남편은 워낙 온순한 성격이고 여자를 잘 섬기는 스타일이라 훗날 둘은 같이 불교를 믿게 되였다.처제는 그냥 마음달래는 차원에서 불교를 믿었지만 공부스타일인 남편은 점점 그속에 매료되여 빠져들어갔다.지난해 둘은 중국에 가서 어느 절에서 봉사활동을 하였는데 거기에서 처제남편은 어떤 스님을 만났고 스님의 <가르침>으로 말미암아 남편의 생각이 돌변하고 말았다.

출가하겠단다...

처제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것을 깨닳고 남편을 데리고 제주도를 왔으나 날마다 일도 안하고 박사공부도 집어던지고 불경서적에만 골몰하고 있고 이상한 불교신념만 주입하려고 하여 처제도 그러한 환경에 참지못하고 서울로 빠져나왔다.자기를 선택하여 애를 낳고 평범하게 살거냐 아님 출가할거냐라는 선택문제에서 남편은 후자를 선택하였다.그것도 단호하게..

한동안 벽을 보면서 멍때린후 난 제주도에 있는 동서(처네남편)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응.용이야,잘 지내니,내 형부다.>
<네.형부,오랜만입니다.어쩐일로?>
<그냥 너네일땜에 얘기하고 싶어 전화했어>
<네.ㅎㅎ 걱정말아요,우리일은 우리절로 알아서 하니까.>
<난 그래도 니보다 나이 많고 결혼생활도 훨씬 많이 했재야.내가 경험상 말하는거니까 그냥 들어봐.나도 이런저런 이유로 마누라하고 이혼도장 찍어러 민정국 세번씩 간 사람이야,근데도 이혼안하고 지금까지 살아보니까 그때 선택이 영 잘됬다고 생각된다.사람이 잘못을 저질러도 그때는 자기도 잘 모를때 있다.시간이 지나면 잘못된게 알릴거야.령이도 아직 널 사랑하고 있잖아.네가 가정의 가장으로서 사랑으로 많이 보다듬으면서 열심히 살면 안되겠니?>
<제가 불교를 접하면서 많이 깨닳았어요.래세에 태여나려면.....지옥.....그걸 위해서 ...>뭘 말하는지 한마디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난 니하고 불교에 대해 논쟁하고 싶지 않다. 난 불교의 교리도 모르지만 한가지는 짚고 넘어가고 싶다.현재 공부하는 서적과 듣고 있는 경전강의 같은거.. 혹시나 틀릴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적 있니?>
<난 내가 보고 듣는것이 100% 맞다고 장담합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겠지.근데 너는 사회생활도 제대로 안해봤재야.책만 봐서는 진리를 파악할수 없고 진가를 구분하기 힘들어.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세속에서 몸담가봐야 진리를 검증하면서 진수를 배울수 있을게다.>
<난 사회생활경력이 적어도 책을 많이 봤기에 내가 배우는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
<니가 맞다고 하는 기준이 뭐니?>
<불경에서 말하기를...그리고 또 사실적으로 ...증명되였죠.>
돌고 돌아서 또 기준은 불교로 돌아갔다. 불교지식이 없어서 대화를 할수 없어서 진짜 골때린다.
<...>
<마지막으로 딱 한가지 물어보자.왜서 가정때려치우고 출가하려 하니?>
<내 자신이 수행을 해서 덕을 쌓고 또한 부모를 위해 경을 읽으면서 래세에 다 잘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령이는?>
<령이는 물질세계에 대한 욕(欲)이 아직 남아있어서 같이 갈수가 없네요.언젠가는 깨닳을거라 생각됩니다.>
<난 종교인이 아니지만 한가지는 진짜 확신한다. 진정한 종교는 국긍적으로 하나로 연결되는데 바로 사랑이란거..니 말대로 하면 넌 자기자신의 래세를 위해서 안해도,부모한테도 고통을 주고 있잖아.이건 사랑이 아니잖아.글구 수행한다고 해서 꼭 절간에 가서 경을 읽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세속의 환경이 진정한 수행장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형부는 불교에 대해 잘 몰라서 그렇게 생각하는거 같습니다.제가 불교책 추천해드릴가요.한번 보세요.>
<됐고..아무튼 어떠한 선택을 하던지 후회하지 말기를 바란다.>
전화기를 끊는 순간 내 기억속의 동서모습도 지워져갔다...

그뒤 장인이 최후로 전화를 걸었다. 장인생각에는 처제 친정부모네 경제압력과 자신의 사회생활 적응력이 차해서 사회기피증으로 인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도와주려고 조건을 내걸었다.
처제네 생활하는 집 걱정하지 말라고,집한채 내주겠다고..
처제네 애낳으면 볼사람없는 걱정하지 말라고, 장인장모가 가서 애를 키워주겠다고..
장인은 막내딸을 위해 최후 희생도 감내하고 있었다. 허나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어담을수 없으니...

동서는 우리들의 모든 호의를 거절했고 자기엄마 아버지의 땅 꺼지는 한탄속에서 중국의 그 절간에 가기로 결심했다.한국에 아들 설복하러 온 부모도 막무가내로 돌아갈수밖에 없었다.

난 처제에게 말했다.
너네 인연은 여기까지다.넌 앞으로 더 멋있게 잘 살수 있을거다.
갈라지더라도 남편한테 감사하단 얘길 해라고.비록 갈라지지만 남편과의 단계적 인생사를 통해 성숙된 이미지로 인생의 업그레이드 단계에 진입할것이라고.

글고 제일 중요한 한마디...자기만을 생각하는 自私한 사람은 약이 없다! 니 남편은 自私하고 책임감없다고.그래서 갈라지는것이 맞다고...말하면서 왠지 마음한켠으로는 옛날의 싱싱한 커플이였던 두얼굴이 생각나서 마음한구석이 아련히 아파온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작년 10월 한국에 금방 왔을때 외국인등록증이 없어서 제주도에 가서 걔네들 살던 텅빈 집에서 한동안 생활하던 기억이 되살아난다.이젠 적막하지만 시원한 파도소리 들리는 제주도의 처제네집에 못가게 된다니 한켠으로는 씁쓸하다. 봄향기 가득한 서울동네에서 처제가 좋은 사람 다시 만나 잘 살았으면 좋겠다.

추천 (3) 선물 (0명)
IP: ♡.110.♡.223
nilaiya (♡.155.♡.86) - 2019/03/22 21:16:14

갈려고 하는 사람은 꼭 가게 돼 있다 는 도리군여

핸디맨남자 (♡.36.♡.57) - 2019/03/23 11:01:12

운명적일수도 있고 인생의 괴제 해결의 과정일수도 있는거 같습니다.

자부대기전문I (♡.162.♡.132) - 2019/03/22 21:17:42

행복은 같이 하는거고

후회는 혼자 하는거지머

득도해서 잘 산다면 그것도 옳은 길이고~

핸디맨남자 (♡.36.♡.57) - 2019/03/23 11:02:44

맨 나중에 무엇이 진정 소중한것인지 알고 후회할가바..

계곡으로 (♡.93.♡.227) - 2019/03/22 23:23:14

상대적으로 사회경험이 적고 공부에만 몰두하던분이라서 그어떤 종교든간에 깊이 파고들어가는 경향이 있어서 쉽게 빠져들어가기 쉬울지도요.

불교와의 인연, 아마 첨엔 처제로부터 믿게 돼면서 우연인거같지만, 어쩜 필연의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좋아하는 李叔同,弘一法师도 민국4대공자중의 한분이였고, 참으로 다재다능한 분이셨죠, 문학 미술 서법은 물론 戏剧에 관해서도 아주 조예가 깊으셨지만, 결국 불교에서 마음의 안정감과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다하네요. 그분이 쓴시도 인생의 지혜와 계시를 주는 유명한 시들이 아주 많아요.

동서인 그분도 어쩜 여태까지 고민했던 부분들을 아마 불교를 통해서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지않았을까요.
종교는 또 그만큼 막대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가정의 힘으로는 막아내기힘듭니다.

그러니 동서인 그분의 인간속세와의 인연은 인젠 끝이라 생각하시고, 어쩌면 그분의 타고난 사명감도 있을수있으니, 그분 선택을 존중해주는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아쉬운건 중년의 나이에 와서 자신의 귀속을 알게돼였다는거, 가족들에게 고통만 안겨주고 혼자절로 떠난다는거, 삶의 방식이 참으로 말로 형언하기어렵네요.

핸디맨남자 (♡.36.♡.57) - 2019/03/23 11:05:33

인생의 무게를 견뎌나야 불교의 참뜻을 알거 같은데 말입니다.

알면서범하는인생 (♡.39.♡.172) - 2019/03/23 01:57:10

난 처제랑 소소하오. 아직은 처가편에 야자하는 사람이 없소. ㅋㅋㅋㅋ 처제남편과는 야자하지. 남자끼리 벌수도 형이고...이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데. 말려서 되는 문제가 아닌데 그래도 말려는 보는 건 잘한거요. 내 처제도 이혼했소. 동서랑은 친했지만 도박한다드만... 도박은 약이 없소.

핸디맨남자 (♡.36.♡.57) - 2019/03/23 11:04:00

내 약혼할때 처제 한창 중학교 다녀서 습관됫소.

행운아8131 (♡.129.♡.177) - 2019/03/23 08:55:34

인생의 가치관이 다르면 함께 갈수가 없지요. 처제네 두 부부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봐요. 힘들겠지만 아픔을 딛고 새출발해야겠네요. 주인장님 처제, 사람이 종교에 빠지면 저럴수도 있다는거 첨 느낍니다. 뭐든지 넘치면 안좋은가봐요. ㅠ
마음이 많이 아프겠네요. 담에는 처제가 새로운 인연을 만나 잘산다는 소식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핸디맨남자 (♡.36.♡.57) - 2019/03/23 11:07:02

항상 댓글 따뜻하게 달아줘서 훈훈해납니다.좋을거라 믿고 있습니다.

해무리 (♡.49.♡.108) - 2019/03/23 09:18:29

불교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 못하면 저렇게 나옵니다.
안타깝지만 방법이 없네요...

핸디맨남자 (♡.36.♡.57) - 2019/03/23 11:08:19

타인을 개변시킬수 없다는거을 다시한번 느껴봅니다

독산 (♡.241.♡.6) - 2019/03/23 09:25:08

불교에 色即是空이란 말 있는데 집착하지 말란 말입지요. 헌데 집착하니 자체모순에 빠졌군요. 그 모순을 이혼으로 해결하는게 현명한 처사가 못되는군요. 정말 집착의 덧에 완전히 포로됐다면 별 방법 없습니다 놓아줄수 밖에.

핸디맨남자 (♡.36.♡.57) - 2019/03/23 10:59:16

진짜는 형체가 없기에 형태를 따르는건 어찌보면 진짜가 아닐수도...즉색시공의 오묘함이 그기에 있는거 같군요

강우석 (♡.38.♡.46) - 2019/03/23 11:05:02

돈땜에 뻐덕거리지않고 사회생활땜에 스트레스 안 받고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있으니 중으로 사는것도 괜찮다고 생각됨다..
저희 회사에 공기정화기 파는 사람이 왓댓는데 산에서 사는 사람이 오래 사는 이유는 공기좋고 유기농 먹어서 장수하는것뿐만 아니라 욕구가 없어서 랍니다..여름에는 채소밭 가꾸고 겨울에는 장작하러 다니고 대인관계가 없으니 돈에 대한 욕구가 없다는거죠.. ...
물론 절에들가서 먹고 노는건 아니지만 절에도 대인관계 존재하고 노동하고 공부도 해야지만 어차피 이래도 한세상,저래도 한세상인데 그냥 스트레스 안 받고 아무 궁리없이 편안하게 살다 가는것도 어찌보면 맞는 일일지도 몰라요 ..
가족들한테야 하늘이 무너질 일같고 이기적인 처사로 생각되지만
나는 집식구가 절로 들가서 편안히 살겟다면 그렇게 하라고 할거예요..
사람마다 사회생활 견디는 한계가 잇어서 심지어 우울증에 자살까지 하는 사람도 잇는데 뇌세포 썩이지않고 스트레스 받지않고 건강하게만 살수 잇다면 출가하는걸 막지 않을거예요...
근데 요즘 중들은 결혼도 가능하다고 들엇는데 정말이예요?

핸디맨남자 (♡.36.♡.57) - 2019/03/23 11:10:14

극단으로 나가는거보다는 낫겟네요.한계의 존재도 실감나네요

8호선 (♡.214.♡.46) - 2019/03/23 14:44:24

교를 믿으면서 이혼지경에까지 이르럿네요 참 안타깝겟어요

그땐Grsyo (♡.208.♡.128) - 2019/03/23 15:15:26

쇼크군요.처제와의 인연이 거기까지니 방법은 없어요.편한대로 살래기~입니다

초봄이오면 (♡.36.♡.62) - 2019/03/24 08:27:53

글보니,여자나 남자나 집안은 괜찮아 보이는데, 않됏소...
근데 이게 본인이 직접 겪어본 처제의 일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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