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잔혹사

핸디맨남자 | 2019.05.12 15:56:01 댓글: 11 조회: 2446 추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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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집에서 <말죽거리잔혹사>란 오래된 한국영화를 다시 봤다.세월은 흘렀어도 잊지못할 추억들이 새록새록 재생되게 만드는 영화이다.

연변의 평강벌이라 불리우는 화룡 투도진, 평강벌의 젖줄로 해란강이 가로 지나는,항일전쟁으로 유서깊은 역사적 지역이다.난 그곳에서 중학교를 일년반 다녔다.자그마한 민둥산위에 항일영웅열사기념비가 우뚝 서있고 그 산기슭에 일본군이 지어놓은 건물이 있었는데 그 건물이 바로 유서깊은 화룡현투도진광흥중학교이다.

<너 옥상에 한번 올라와봐!>말죽거리잔혹사에서 학교의 짱들끼리 주먹치기 붙을때면 항상 옥상으로 올라와 붙자는 대사가 있다.공정공평하게 주먹으로 한번 붙는 대명사,내가 광흥중학교 다닐적에는 <딴꼬 붙자!>라고 했던거 같다.중학교 뒤산에 올라가면 공터가 하나 있는데 그때 그시절에는 싸움도 학교안에서 하기보다 질서있게 학교 뒤산 공터에서 붙는다.애들이 우르르 공터변두리에 쭈욱 몰려가서 구경을 하게 되고 주먹치기 하는 애들이 몇번의 접전끝에 누가 코피터지고 쓰러지면 게임이 끝난다. 게임에서의 승자는 당연히 소문을 탄 영웅취급이 되고 또다시 그 영광을 깨뜨릴 대상자가 나타나기까지만 어깨를 쭈욱 펴고 걸어다닐수 있었다.그시절은 주먹이 자존심이고 힘이 되였다.

난 화룡투도진아래 용문이란 곳에서도 한시간 떨어진 인삼재배농장 산골에서 소학교를 졸업하고 광흥중학교에 입학했다.7명이 한반인 산골소학교 태생이라 한학급에 400명 되는 광흥중학교에 갔었는데 일학년 첫 기중고시에 학년3등을 하였었다.나도 내 잠재력에 깜짝 놀랐고 반주임도 시골할교에서 온 나에 대해 깜짝 놀랐다.성적덕분에 급기야 난 조직위원에 발탁되였고 공부잘하고 점잖고 조용한 모범학생으로 자리매김했다.우리반에는 사회애들과 휩쓸려다니는 원룡이란 애가 있었다.훨칠하고 멋부리기 좋아하고 공부는 뒤전이였고 사회애들과 휩쓸려 논다는 배경때문에 우리반에서 짱이 될만큼 허세를 부렸다.걔가 앉는 자리가 공교롭게도 내가 앉는 자리 뒷자리였다.걔가 학교다니면서 여러번 날 지껄였는데 난 그래도 참을성있게 참았다.근데 참는거도 한도가 있다.어느날 상학시간에 걔가 툭 하고 뒤에서 내 머리를 쳐놨다.돌아보니 자기는 아니라는듯 모르쇠를 댄다.그래서 그만하거니 하고 다시 상학할려니까 또 머리를 쳐놨다.약간 화가 욱 치밀었지만 상학시간이라 뒤돌아보면서 <그러지마>하고 조용히 경고를 보냈다.세번째로 내 머리를 툭 치는 순간 폭팔해버렸다.
"x새끼 한번 해보개?"
원룡이는 너무 뜻밖이라 한참 어안이 벙벙해있더니 자존심이 상한듯 순간적으로 내뱉는다.
"쪼꼬만새끼 해보자면 해보자.누가 무서워할거 같냐"

일단 딴꼬를 치기로 약속이 성사된것이다.
싸움은 하기 싫지만 겁나지 않았다.왜냐하면 산골에서 소학교 다닐적에 중학교에 가면 애들한테 업심당할게 뻔할거니까 소학교5학년부터 마을뒷산에 나무들에 모래주머니를 달아매고 치고박고 하는 연습을 열심히 한터이니까.드디여 기다리던 점심하학종이 울렸다.어디서 낌새를 알아챗는지 남자애들이 집으로 갈념 안하고 꾸역꾸역 모여서 우리가 딴꼬를 어디서 칠지 눈치를 살피는 형국이 되여버렸다.화가 눅잦았지만 구경꾼들이 모여든턱에 장소를 빨리 정하고 결판을 내야 했다.딴꼬장소는 워낙 학교뒷산 공터였지만 점심시간이기에 선생님들도 없을터이니 학교 남학생공공변소뒤에서 해라고 누군가 부추켰다.
공공변소뒤에서 나와 원룡이는 서로를 째려보면서 욕질하다가 결국 원룡이가 먼저 주먹으로 공격이 들어왔다.걔 주먹이 내 머리를 내리치는 순간 내 주먹은 걔 면상으로 세방 날아갔다.싸움은 머리와 주먹의 속도로 하는거였다.머리를 맞으면 흔적이 나지 않지만 내 주먹은 걔 눈과 코를 향해 사정없이 갈겨댔다.걔가 얼굴을 감싸는 순간 난 걔 멱살을 잡고 사정없이 주먹으로 머리를 쳐댔다.극도로 흥분해서였는지 주먹이 아픈줄도 모르게 ,멈출줄도 모르게 쳐댔다.내 손에는 이미 걔가 흘린 코피로 얼룩져있었다.누가 고발했는지 반주임선생님이 소리치면서 달려왔다.싸움은 그렇게 종료됬고 난 얼굴이 멀쩡한 탓에 승자가 되고 말았다.

공부만 하면서 조용히 살려했는데 세상은 날 가만두지 않았다.하지만 그번 일로 인하여 난 짱을 이긴 영광을 안게 되였고 교내에서 날 업신여기는 애들이 없어졌다.때론 주위에 동학들이 나한테 누가 날 때릴러 온다고 위협적인 소식들을 전했지만 내가 투도진을 떠날때까지 난 다시 싸움을 해보지 못하고 평화를 누릴수 있었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면 70세대들의 낙후했던 동년과 청춘시절을 보는거 같다.주먹도 ,사랑도...
내가 후에 반장으로 승진한후 우리반에 허련화라는 생활위원 여자애가 있었다. 단발머리에 가지색 잠버를 입고 있었는데 깜찍하고 귀엽게 생겼는데 항상 날 힐끔힐끔 바라보는 그모습 잊을수 없다.나도 그애와 눈길이 간혹 마주칠때면 전기에 닿인듯 화들짝 놀라서 다시 모른체할때가 여러번 있었으니까..여자에 대한 나의 첫사랑도 그때 싹텃는지 모르겠다.중학교 2학년 하반기에 전학을 가면서 내인생의 말죽거리잔혹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말죽거리잔혹사는 흘러간 청춘의 추억을 담고 있다.주먹으로 장난쳤던 시절,투도진 논밭에서 논물 뺄때면 미꾸라지 한통씩 채발로 잡아서 투도 장마당에 가서 수박을 바꿔가지고 아동저수지로 얼빠(28)자전거 타고 신나게 들놀이를 갔던 기억,여름에는 하학후 해란강에서 수영하고,애들과 같이 반디를 가지고 들에 나가서 반두로 고기잡아 끓여먹던 추억...
세상에 눈을 뜨지 못한채 무식하게 그속에서 뒹구던때가 지금 보면 많이 행복했던거 같다.생활이 편리해진 지금,어쩌면 물질문명의 발전은 되려 지금 자라나는 애들의 소중한 추억을 앗아갈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마음이 씁쓸해난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주인공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지낼려나? 거리에서 봐도 알아보지 못할 ,잊지못할 동년을 공유한 광흥중학교 학우들...

추천 (7) 선물 (0명)
IP: ♡.42.♡.162
길에 (♡.208.♡.62) - 2019/05/12 16:19:05

글도 잘쓰시겠다 주먹도 하시겠다-
못하는게 무엇인지요 ㅎㅎ
부러울뿐임니다

핸디맨남자 (♡.36.♡.83) - 2019/05/12 18:01:47

캬..쓰다보니 어떡케 자기자랑이 되버렸네요.부끄부끄.ㅎ

길에 (♡.208.♡.121) - 2019/05/12 18:48:57

글쓰는 재능은 부럽습니다

레몬나무 (♡.239.♡.50) - 2019/05/12 22:30:37

딴꼬는 하지말고 딴따합시다 ㅎㅎ

핸디맨남자 (♡.36.♡.83) - 2019/05/13 09:06:38

딴따는 배드민톤 칠줄밖에 몰라요.ㅎ

피시골드 (♡.75.♡.129) - 2019/05/13 09:13:34

우리 70후 세대 일상을 눈앞에 보는것 처럼 표현햇네요.

핸디맨남자 (♡.36.♡.83) - 2019/05/13 10:59:32

70후 그래도 재미난 추억거리 많죠.우리 70후들 화이팅 합시다.

참행운 (♡.214.♡.97) - 2019/05/13 10:52:16

핸디동무 투도진인사구만.ㅎㅎ 투도에 인재가 많소,연변 티비 김춘희아나운서도 투도사람이라던데.음식은 투도온면이 유명하고.투도에 마다매식당이 유명하던데.

핸디맨남자 (♡.36.♡.83) - 2019/05/13 11:00:41

백종원땜에 그집 온면 가서 먹었다니까.ㅋ

벨리베리 (♡.40.♡.212) - 2019/05/13 11:35:15

역쉬!핵교때부터 짱 멋있엇던 친구였네요.
지역은 틀리지만 우리학교시절 그데로적었네요.
보는내네 눈이 즐거웟고 잠간 중학교시절로 타임머신타고갔다온기분 ㅎㅎ

막돼먹은아이 (♡.39.♡.119) - 2019/05/14 17:15:07

투도라
온면 먹고 싶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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