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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푸른뫼 | 2019.08.22 21:23:35 댓글: 19 조회: 2748 추천: 15
분류10대 공감 https://life.moyiza.kr/sympathy/3979568

아버지, 안녕하십니까?
태여나서 처음으로 아버지께 편지 합니다.
정작 편지쓰는 법을 아버지에게서 배웠으면서도 말입니다...

아버지 잘 지내십니까?
그쪽에서도 담배를 즐기십니까?
담배를 무척 즐기시는걸 알면서도 정작 한번도 담배를 사드리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원망만 했습니다... 술주정도 않하는 참 좋은 아버진데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아버지, 행복하십니까?
그때는 가난하다고, 아버지가 돈을 못벌어서 가난하다고 원망했는데, 이제야 압니다, 아버지가 얼마나 힘겨웠고 얼마나 애쓰셨는지를....
...얼마나 많은 산을 톺아오르고 얼마나 많은 골짜기들을 헤매였을지를....
얼마나 많은 날들을 찬밥으로 허기를 달래고 겨불내나는 목을 찬눈으로 추기셨을지를.....
그 추운 겨울에 새까만 새벽에 산으로 가시고, 온 낮을 산속을 헤매다가 밤이 깊어셔야 돌아오셨지요...
땀에 흠뻑 젖었다가 얼어서 꽛꽛해진 헌 솜옷을 입고, 무거운 배낭을 지고....

아버지 정말 죄송합니다...
그때는 너무도 몰랐습니다.
아버지가 얼마나 힘드신지를... 아버지가 얼마나 외로우셨는지를... 얼마나 참아오셨는지를....

그리고, 아버지, 정말로 잘못했습니다.
강도가 되겠다고 했던말...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남자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이제 와서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빌어야 용서받을수있을지...
아들놈이라고 참 대견해하셨을텐데...
이 못난놈은 이제와서야 통곡하며 잘못을 빕니다...

아버지, 하늘에 계시는 나의 아버지~
생전에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해드리지 못했는데,
대신 원망만 가득 했는데, 오늘은 렴치없게도 아버지가 너무나 그립습니다.
허연 머리칼로, 구부정한 허리로, 엉기적엉기적 마당에서 아무일도 마시고 그저 걸어다시는것만 보아도 참 좋겠습니다...
어머니와 다투어도 좋습니다, 가끔 심술을 부려도 좋습니다. 장가를 못간다도 욕해도 좋습니다!
그저 우리곁에 있어만 주면 되는데...
왜 아버지는 그렇게 가신후로 감감 종무소식입니까?
꿈에라도 종종 찾아주시지...

아버지, 아버지를 못본지 이젠 이십년이 다 되였습니다. 오늘저녘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머니 꿈에 글쎄 제가 아버지아버지 부르며 아버지 이불속으로 기여들더랍니다...

어머니의 꿈얘기가 있어서 오늘 이렇듯 참회하며 아버지께 편지올리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지만,
올해 들어 특히 아버지가 그립고 그 품에 의지하고 싶습니다...
아버지, 하늘에 계시는 나의 아버지 다 굽어보실줄로 믿습니다.
부디 이 아들이 만난 행운과 직면한 애로를 굽어살피시고 지혜롭고 완미하게 처리할수있도록 도와주십시요...

수많은 차가 달려지나가는 큰길가에서 이 편지를 올립니다.
아직 결심코 할일이 많고 많으니 데려가지는 마시고,
그저 오늘밤 꿈에는 아버지의 이불속에서 그 품에 안겨 시름없이 자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너무너무 존경합니다!
꼭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서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2019년 8월22일
조양천부근의 큰길에서 막내아들 올림
추천 (15) 선물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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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04.♡.130
lige72 (♡.104.♡.244) - 2019/08/22 21:34:44

좋은글입니다....

심풀땅콩 (♡.104.♡.218) - 2019/08/22 21:55:43

최선으로 행복하세요 아버님이 같이 희열을 느낄껍니다

연가99 (♡.157.♡.195) - 2019/08/22 22:00:26

이미 충분히 멋진 아들이십니다.
저도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반성하게 되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맘마미아110 (♡.197.♡.94) - 2019/08/22 22:00:30

父爱如山!
이글보니 아버지생각에 눈물이 나네요

인생만사새옹지마 (♡.50.♡.147) - 2019/08/22 22:16:30

내 자식있고나서 나이먹고나서 비로서 부모님의 마음을 알겠는데 안타깝게도 늘 자식이 먼저인 삶을 살고있네요~~ 부모님 살아생전에 좀 더 들여다바야 나중에 후회가 덜할것같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햄뽂 (♡.208.♡.150) - 2019/08/23 13:32:52

저번 꿈에 세상뜬 아버지 보았습니다.
큰길옆에서 방풍나물이라면서 뭘 뜯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아버지 큰길옆 나물은 먼지끼니까 나랑 같이 산에 가기쇼."
그랬더니 아버지가 언짢은 표정으로 말씀하시더군요.
"야 ㅡ 그냥 내 혼자가서 뜯어오므 안되겠니."...힝

깨끗한빗자루 (♡.92.♡.79) - 2019/08/23 16:35:09

꼭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서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않으시길

푸른뫼 (♡.136.♡.148) - 2019/08/24 11:48:34

참여하여주신분들과 응원해주시는 분들, 그리고 묵묵히 추천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와서야 아버지에게 미안하고 사무치게 그리운것은 어쩌면 모든 우리의 아버지들이 겪는 섭섭함이 아닐가 생각듭니다.
그리고 또 이것은 남자로 태여나서 살아나간다는게 저 아래분의 얘기처럼 참 간단치가 않다는것이겠지요.
세상에 마음놓고 터놓을수도 없는 것들때문에 유난히도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ZGWS (♡.238.♡.240) - 2019/08/25 01:51:08

인간은 참으로 간사합니다.
아버지가 몹시 그리운건 자신이 외로워서...
사랑하는 가족이 세상을 떠나면 모든 사람이 이렇게 울더군요. 아이고~ (..) 먼저 죽으면 우린 어떻게 살아~
이것역시 결국 죽은사람이 안타까워서 우는것이 아니라 결국 본인이 살아갈려니 외로움에 두려움부터 하소연 하는것이고 인간은 그렇게 간사하고 자기밖에 모르지요...
세상에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부모님 계실때 좋은 추억 많이 쌓고 기쁨을 드리고 효도하고 돌아가신날 전 후회없이 하늘나라 잘 가시라고 손 흔들며 미소지으면서 이별 할겁니다. 생사는 크게 다를것 없으니(生死无别) 돌고돌아서 또 만날테니깐요 ~ 웃으면서 보내드릴겁니다.

막걸리귀신 (♡.38.♡.227) - 2019/08/25 17:16:02

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힘들때면 자꾸 생각이 납니다. 살아있었을때 진정 잘해주지 못했는지~~~후회합니다...힘내세요!!

우에 사람글은 무시하는걸로.. 사회생활하면서 간사한 사람만 만났나? ~~

예쁜달님 (♡.163.♡.131) - 2019/08/25 18:30:43

눈물나네여. 아버지라..

푸른뫼 (♡.234.♡.204) - 2019/08/26 12:57:35

그때는 아버지가 죽으면 어찌사나 하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아프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죽지않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난 잘해드린게 하나도 없는데... 아버지도 아팠고 아버지도 슬펐고 아버지도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문득 가버렸습니다. 땀내나는 헌옷을 걸치고 고생만 하다가.

그리고 아버지는 외로웠을 겁니다.우리는 보통 밥이 엄마의 손으로 만든것만 알았지,
그 밥을 짓는 쌀과 그 밥을 짓는데 쓰는 땔나무가 아버지의 피땀으로 이루어진것을 모릅니다.
아버지들은 그렇게 자기편도 없이(리해해주는 사람없이) 묵묵히 살아왔습니다.
아직 부모님이 다 생전이라면 가끔은 아버지편도 해주시기를 ...

공허한인생 (♡.220.♡.143) - 2019/08/26 13:52:54

흐뭇하네요 님 정말 멋쟁이 입니다

한자연 (♡.27.♡.96) - 2019/08/27 11:59:18

잘 읽엇습니다.님 글을 보노라니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나네요.

그레이 빛 (♡.81.♡.234) - 2019/08/29 10:31:23

아버지는 항상 말수가 적으시고 적적한 뒷모습인거 같아요 .
아직도 저는 아버지한테 사랑한다고 말을 자주 못합니다.
아버지랑은 아무말 안하고 눈만 맞대도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 표현을 잘 못하겠어요.
이 세상의 아버지들은 가정의 중임을 떠메고 사시느라
외로워도 힘들어도 말 못하시는 분들 많으실겁니다.
년세 드시면서 남자들이 더 외로워하고 갱년기도 온다고 합니다.
오늘부터라도 아버지께 전화 더 자주 드리고 메세지도 보내고 해야겠어요.
님 아버지도 이해하실겁니다. 가끔 돌아가신분을 생각하면서 속으로
예기하고 나면 꿈에 보이기도 하더군요.
아버지는 돌아가셔서 어쩔수 없지만 그마음을 어머니께 더 잘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묘산 (♡.187.♡.164) - 2019/08/29 23:54:41

감사합니다 읽는내내 마음이 뭉클하네요

하늘에계신아버지 생각도 많이나고요

그때는 왜몰랐을까요 아버지존재가 그렇게중요한것을

Nezotago (♡.62.♡.83) - 2019/08/31 11:37:03

좋은글이네요 잘읽엇습니다 울컥하네여 나도 아버지 일찍돌아갓는데 ㅠㅠ

착한K사랑 (♡.38.♡.116) - 2019/08/31 13:20:05

보고있는데 눈물이 나네요 ㅠㅠ
百善孝为先 감사해요 잘배우고갑니다
멋있으세요

qkenrl (♡.244.♡.6) - 2019/09/07 15:44:09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많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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