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번에

whocares | 2023.09.02 20:41:57 댓글: 6 조회: 955 추천: 5
분류30대 공감 https://life.moyiza.kr/sympathy/4500007
우리는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하나 있다.

"다음번에." 다음번에 만나 밥을 먹자, 다음번에 사줄게,

다음번에 어디 가자 등등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과연 우리한테는 얼마나 많은 "다음번에"가 있을가?


약 3개월전 미국에 도착하여 시차 적응도 할겸 엘에이에서 사는 가족만큼 친한 친구집에 일주일 묵었다.

신랑도 흑룡강 조선족이라 허물이 없어서 그 집에서 먹고 자고, 친구 차 운전하고 다니고, 냉장고 두져서 혼자

밥 해 먹고 내 집처럼 자연스럽게 지냈다. 친구가 키우는 강아지가 모두 세마리가 있었는데 그 중에

"배리"라는 불독이 있었다. 학대 받은 흔적이 있는 배리를 친구 신랑이 길에서 주어서 데려다 키우고 있었다.

나는 어릴때 살차서 집에 담장을 넘어 집마당에 들어가다가 우리가 키우던 강아지한테 물려서 개주사를 맞은

기억이 있다...개를 싫어하지 않는데 좋아하지는 않는다. 첫날 강아지들과 만나서 별탈 없이 지내고

친구네 부부가 출근을 하면 나는 뒷마당에서 햇빛 쪼임을 하면서 쉬였는데 배리가 유난히 앉아있는

나한테 와서 두발을 조심스레 올리고 머리를 내 다리위에 기대며 있는다. 너무 귀여워서 만져주면 좋아서

난리였다. 웬지 사랑이 필요하고 외로워 보였다. 그래서 유난히 배리를 내가 더 이뻐했던 것 같다.

산책 나갈때도 데리고 나가고 공원에서 둘이 같이 뛰기도 했었다. 그때 시차적응을 잘 못해서 집에서

자기만 해서 많이 같이 놀아는 못줬던 것 같다. 네시간반 비행기를 타고 지금 사는 도시에 와서

시간이 조금 지나서도 배리 생각이 났다. 음, 배리는 잘 있을가 해서 친구한테 전화를 해봤더니

"넌 내 보구싶은게 아니라 배리가 보구 싶니?" 해서 한참 서로 웃었다.

며칠전에 가만히 누워있다가 외로워 보이고 사랑이 필요해 보이던 배리 생각이 나서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다.

"야, 배리 잘있니? 내 배리 보구싶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너네집에 놀러갔을때 배리랑 잘 놀아줘야 겠다."

했더니 친구가 "야, 내 너무 바빠서 너랑 말을 못했구나.. 배리 하늘나라로 갔다.

뒤마당에서 산으로 뛰쳐나갔다가 발이 다쳐서 왔는데 낫지 않고 심해지고 가능성이

없어서 안락사를 시켰다"..이건 뭔 청천병력같은 소리인지..

그날은 하루종일 컨디션이 안 좋았다. 그 배리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고 좀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었는데 그렇게 하늘나라로 가다니..


2016년에 신혼여행을 내가 대학교를 다니던 캘리포니아로 갔었다. 국경절 연휴시기라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아서

이곳저곳 다니다가 마지막날 저녁에 해변가 레스토랑에 갔었다가 그 옆에 딱 세계대전에 사용되었던 군함 박물관과

실제 사용되었던 잠수함이 있었는데..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저게 군함이고 잠수함은 저 옆에 있다고 하니 신랑이 엄청

서운해 하였다. "지금 저녁이라 문을 닫았고 내일이면 귀국하는데 이재 이런데를 데리고 오면 어떡하니..나는 저런데 가보고

싶었는데"..나는 별 생각없이, "이제 미국에도 자주 놀러오겠는데 다음번에 같이 오기쇼, 쏘리" 하고 답했는데

귀국해서도 항상 그곳에 안데리고 갔다고 생각날때마다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안타깝게도 그 "다음번에"는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삶에 치여서 생각을 할 시간이 많지 않다. 그리고는 평생 살 것처럼 아득바득 산다.

항상 옆에 같이 있어주는 사람은 평생 그 자리에 있을것 같아 무심 할때도 많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여유가 없어서 "다음번"으로 미루고, 하지만 우리 자신이나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과연 얼마나

많은 "다음번"이 있을가? 있을 때 잘해주자는 말은 예전에 머리로는 이해가 잘 되었지만 직접 많은 일들을

겪어보니 "다음번"으로 미루어야 할 일이 있고 미루지 말고 꼭 해야 하는 일은 분명 있는것 같다.

p.s. Rest In Peace, 배리! 그곳에서는 외롭지 않길...

음악: End Of A Journey_Secret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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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박 (♡.39.♡.172) - 2023/09/03 13:00:21

너무 많이 공감가는 글이네요..다음번이 없는건 아닌데 못해준게 항상 마음에 걸리죠?
저도 먼가를 자꾸 미루는 습관이 좀 잇어요..사람일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데..후회가 되는 일도 많고요..
저도 엄마가 가디건을 그렇게나 좋아하시는데 여러벌 잇는데도 이쁜 칼라를 보면 그렇게나 좋아하시더라구요..엄마..다음에 또 사드릴게 그랫는데 갑자기 가시는 바람에 못 사드린게 십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가디건만 보면 엄마 생각이 나요..ㅠㅠ
오늘은 웬지 음악이 슬프네요..글이 슬퍼서 그런지..

whocares (♡.191.♡.145) - 2023/09/03 20:21:59

그런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조금 많이 바뀌었어요. 상황에 따라 더 후회가 안 남는 쪽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해요. 가디건을 좋아하시던 엄마..참 마음이 아프네요. 저의 엄마도 가디건을 엄청 좋아하셔요, 저번에 같은 가디건 두가지 컬러 두벌씩 제가 사드렸답니다, 다 입으신다고 하세요 ㅋㅋㅋ 저는 미니멀리스트 삶을 추구하는데 저의 엄마는 맥시멀리스트셔요.
그찮아도 음악이 좀 다운 되긴 하네요. 그래도 인생에 대해 조금 느낄수 있는 음악이라 추가해 봤어요.

진달래8 (♡.121.♡.216) - 2023/09/04 12:46:48

"다음번에"라는 말에 항상 후회와 아쉬움이 많이 남죠.
저번에 본 책에서 말하기를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네요.
내일이 되면 내일은 오늘이 되는거래요.
그래서 저는 오늘 만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오늘의 나에게 최선을 다하면서 살기로 했어요.

whocares (♡.88.♡.151) - 2023/09/04 21:33:26

진달래8님은 보면 삶의 도리를 다 깨달으시고
직접 실천하시는 분 같아서 멋진것 같아요.
이런분을 모이자에서 알게되다니 너무 기쁘네요.
자신을 아끼면서 오늘도 잘 지내시길 바랄게요.

뉘썬2뉘썬2 (♡.169.♡.51) - 2023/09/05 06:12:48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 톨스토이는 죽음의 체험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세살때 어머니를 여의고 열살때 아버지를 여의엿다.35살때
는 아주 좋아하던 형을 여의엿다.

모순어법이지만 죽음을 기억하는만큼 더욱 소중해지는 현재와오늘.
톨스토이는 죽음을 미워하고 분노하는 대신 죽음을 기억하는데서
답을찾앗다.

그는 인생의길에서 다음과같이 말한다.

오늘밤까지 살라.동시에 영원히 살라.

바로 오늘 죽을수도 잇다는 그사실을 기억하라는 뜻이다.그는 유
한한 삶에 최선을 다할것을 조언한다.이때 영원히란 말은 끝없이
늘어지는 시간.양의개념이 아닌 충만된시간.풍요로운 시간으로 받
아들일수 잇다.

죽음을 기억하는 삶이란 변화를 수용하는 삶.시간과 더불어 사는
삶이다.상대방한테서 변함없는 사랑을 기대하지만 사랑은 반드시
변하게 돼잇다.

시간은 모든것을 집어삼키는 가차없는 어떤것이 아니라 상처를 치
유하는 힘이자 신의선물이다.

이 모든것을 받아들이고 변화에 순응하면 인간은 성장하는것이다.
성장은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을준다.이 기쁨은 일시적인 것이아니
라 지속되는 기쁨이다.

whocares (♡.191.♡.166) - 2023/09/05 10:04:33

소중한 오늘 하루 잘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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