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比目鱼)의 삶

로컬푸드 | 2024.04.19 17:37:14 댓글: 0 조회: 343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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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의 삶

      얼마 전에 경단(경력단절) 된 친구를 우리회사에 소개했다. 나의 원칙은 친척의 회사에서 취직 안 하는 것과 친한 친구 랑 같은 회사 안 다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이 친구 때문에 그 원칙을 깨고 말았다. 중국에서 대학 나오고, 일본유학도 다년 온 친구라 집에서 애만 붙잡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친구였다. 입사초기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많이 서투른 건 사실이다. 그 사이 Microsoft 버전도 여러 번 바꿨고, 직장내 근무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점심은 가끔씩 상사가 사주던 것도 옛말, 각자 “더치페이”다. 게다가 밥값은 얼마나 비산지! 김치찌개도 만원시대다.    

      어렵게 취직한만큼 친구는 열심히 하고 있지만 문서처리가 많이 미숙하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확인도 안하고 빨리 상사에게 넘기면 다시 백(back)되어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영수증을 첨부할 때 A4에 일자로 줄을 맞춰서 잘 붙여야 하지만 거북이 등처럼 덕지덕지 붙여서 재무가 짜증을 낸다. 보다 못해 몰래 도와주다가 자리를 자주 비운다는 이유로 나도 우리 부장한테 한 소리 들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 들었다. 나라가 발전하면서 처음에는 간단한 부품을 팔다가 반제품을 만들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완제품을 팔며, 그러다가 더 성숙되면 핵심부품을 판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로 대리급일 때에는 나름 열심히 해도 상급 과장에게 드린 문서는 미숙하여 손을 봐야 하지만 과장급은 대리 때 훈련이 잘 됐으므로 격식에 맞게 잘 다룬다. 그렇게 그 상급에 전달되면 부장은 문서들의 핵심만 뽑아서 사장에게 보고한다. 사장은 그런 핵심적인 부분들만 보면서 방향을 정하겠지. 

      가끔은 신입들이 총대를 메고 자기의 능력을 보여주고자 윗선을 다 무시하고 다이렉트로 사장님께 보고하는 건 너무도 무모한 시도이다. 그저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기에 이른다. 상황파악도 업무능력의 연장선에 있다. 열정, 열심히 한다고 사장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말단 직원부터 천천히 다지고, 실력을 쌓으며, 똑 같은 일을 할지라도 상사가 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업무능력이다. 정말 서류 하나 헛되이 보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문제는 낙하산으로 와서 광어가 되어버린 상사들이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여기에 말뚝을 박으려 한다. 나이도 많고 짬 밥도 무척 길지만 업무능력이 없다. 그저 높은 자리에서 주는 월급 받아가는 것이 목표이다. 마치 광어 마냥…… 아래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해 놓으면 화려한 문구로 사장에게 보고하고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위장한다. 그리고 시비에 말리지 않고 일을 키우지도 않고 조용히 숨어서 지낸다. 흙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것도 사장님 몫이지만 요즘 광어들은 납죽 업 드려서 오히려 자기한테 위협이 되는, 일 잘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그만두도록 처낸다. 광어가 되기까지 수단, 방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조용히 숨 죽이고 산다고 하지만 파도도 오고, 천적도 만난다. 그러면서도 행복한 광어의 삶을 이어간다는 건 무시못할 수단이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때문에 광어를 조심해야 한다. 회사가 『藍海』를 정복하려면 다양한 어종이 공존해야 하는데 여기는 횟집의 어항 마냥 광어밖에 없다. 

    나와 내 친구는 어떤 회사 생활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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