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히가시노 게이고 (1)

개미남 | 2019.06.21 15:04:06 댓글: 0 조회: 1658 추천: 0
분류추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3941369
용의자 X의 헌신/히가시노 게이고



1.
아침 7시 35분. 이시가미는 평소처럼 연립 주택을 나섰다. 3월로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바람이 꽤 차갑다. 머플러에 턱을 파묻고 걸었다. 큰길로 나서기 전에 자전거 거치대 쪽으로 힐끔 눈길을 주었다. 자전거가 몇 대 있었지만, 그 가운데 그가 찾는 녹색 자전거는 보이지 않는다.
남쪽으로 20미터 정도 걷자 넓은 도로가 나왔다. 신오하시 거리다. 이곳에서 왼쪽, 즉 동쪽으로 가면 에도가와구이고 서쪽으로 향하면 니혼바시가 나온다. 니혼바시 바로 앞에는 스미다강이 흐르고 그 강을 건너는 다리가 신오하시교다.
이시가미가 직장으로 가려면 이대로 곧장 남하하는 것이 최단 거리다. 몇백 미터만 걸어가면 '기요스미 정원'이라는 공원에 닿게 된다. 그 바로 앞에 있는 사립학교가 그의 직장이다. 그는 거기서 수학을 가르친다.
눈앞의 신호등이 빨강으로 바뀌는 것을 보며 이시가미는 오른쪽으로 굽어들어 신오하시교를 향해 걸었다. 맞바람에 코트가 펄럭였다. 그는 양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몸을 웅크린 채 발걸음을 옮겼다.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그 하늘빛이 비쳐 스미다강도 칙칙하게 가라앉았다. 작은 배 한 척이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시가미는 신오하시교를 건넜다.
다리를 건넌 그는 다리 끝자락에 나 있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다리 밑을 가로질러 스미다강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강 양쪽 기슭에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하지만 가족끼리, 또는 커플이 산책을 즐기는 곳은 저 앞 기요스바시 근처에서부터이고 이 신오하시교 근처는 휴일에도 찾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 이유는 이곳에 와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파란 비닐 시트로 뒤덮인 노숙자 주거가 죽 늘어서 있는 것이다. 그 바로 위를 고속도로가 지나가므로 비바람을 피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증거로, 강 반대편에는 파란 비닐 오두막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 집단을 형성하는 편이 살아가기에 더 좋다는 사정도 있을 것이다.
이시가미는 그 파란 비닐 오두막들 앞을 덤덤히 걸어갔다. 비닐 오두막은 커 봐야 겨우 사람 키만 한 높이고 개중에는 허리 높이밖에 안 되는 것도 있었다. 오두막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상자라고 부르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렇지만 잠만 자는 공간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오두막, 또는 상자 옆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빨랫줄이 매여 있어 그곳이 생활공간임을 말해주었다.
제방 끝 난간에 기대어 이를 닦는 남자가 있었다. 이시가미가 자주 보는 남자다. 60을 훌쩍 넘긴 나이에 백발 섞인 머리를 뒤로 묶었다. 아마 일할 마음이 없을 것이다. 육체노동이라도 할 생각이라면 이 시간에 이렇게 어슬렁거리지 않는다. 그런 일의 알선은 새벽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직업 안정소에 갈 계획도 없을 것이다. 가서 일자리를 소개받는다 한들 저런 봉두난발로 면접 자리에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저 나이에 일자리를 소개받을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겠지만.
자신의 보금자리 옆에 잔뜩 쌓인 캔을 찌부러뜨리고 있는 남자도 있다. 이시가미는 이 길을 오가면서 그런 광경을 여러 번 봤다. 그래서 혼잣속으로 그에게 '깡통남'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기도 했다. '깡통남'은 50세 전후로 보였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웬만큼 갖추었고 자전거도 있었다. 아마도 캔을 모을 때 자전거가 기동성을 발휘할 것이다. 이 집단 거주 지역의 맨 끝. 거기서도 좀 더 후미진 이곳이 여기서는 특등석일 텐데. 그런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보아 '깡통남'은 이 집단의 최고참일 것이라고 이시가미는 짐작했다.
파란 비닐 시트 주거 대열이 끝나는 곳에서 조금 더 가면 벤치에 앉아 있는 한 남자가 보인다. 원래 베이지색이었을 코트가 낡고 더러워져 회색에 가까워 보였다. 코트 밑에는 재킷을 입었고 그 속에는 와이셔츠다. 넥타이는 아마도 코트 주머니에 들었을 거라고 이시가미는 추측했다. 이시가미는 그에게 '기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어제 공업 계통의 잡지를 읽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짧게 자른 머리에 수염도 말끔히 깎았다. 그러니까 '기사'는 아직 재취업의 길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그가 일자리를 찾으려면 우선 자존심을 버려야 할 것이다. 이시가미가 '기사'를 처음 본 것은 열흘쯤 전이었다. '기사'는 아직 이곳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파란 비닐 시트 생활과는 선을 긋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도 노숙자로 살아가야 하는 모순된 현실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저런 곳에 있는 것이다.
이시가미는 스미다강을 따라 계속 걸었다. 기요스바시교 바로 앞에서 개 세 마리를 데리고 산책하는 노부인을 만났다. 개는 미니어처 닥스훈트로 각각 빨강, 파랑, 분홍 목줄을 매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이시가미를 알아보고 미소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도 고개를 숙여 답한 후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오늘 아침은 꽤 춥네요."
"정말 그렇군요."
그는 얼굴을 찡그려 보였다.
노부인 옆을 지나치려는데 "조심해서 다녀와요."라고 그녀가 덧붙인다. 예. 하고 그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이시가미는 그녀가 편의점 봉투를 든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봉투 속 내용물은 샌드위치 같았다. 아마도 아침 식사였을 것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여자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집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다. 전에 그녀가 샌들 신은 모습을 보았다. 샌들을 신고서는 차를 운전할 수 없다. 인생의 반려를 여의고 요 근처 아파트에서 개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을 것이다. 집이 꽤 넓지 않을까. 그렇지 않고서는 개를 세 마리나 기를 수 없을 테니까. 개 세 마리 때문에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할 수도 없다. 은행 융자금은 다 갚았을지 모르지만, 관리비가 많이 든다. 그래서 그녀는 절약해야 한다. 이 겨울, 그녀는 마침내 미장원에 발길을 끊었다. 염색도 하지 않는다.
기요스바시교 바로 앞에서 이시가미는 계단을 올랐다. 학교로 가려면 여기서 다리를 건너야 한다. 그러나 그는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
잠시 후 '벤텐테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조그만 도시락 가게다. 이시가미는 유리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아! 안녕하세요?"
카운터 안쪽에서 이시가미의 귀에 익은, 그리고 그의 기분을 늘 상쾌하게 해 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얀 모자를 쓴 하나오카 야스코가 웃고 있었다.
가게 안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 그것이 그를 가슴 두근거리게 했다.
"저, 오늘의 도시락을……."
"네. '오늘' 하나요. 감사합니다!"
그녀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이시가미도 모른다.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지갑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니 도시락 주문 말고 다른 이야기라도 꺼내 볼까 했지만, 도무지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돈을 지불할 때가 되어서야 겨우 "날이 춥네요."라고 말해보았다. 그러나 중얼거리는 듯한 그 소리는 다른 손님이 들어오면서 문을 닫는 소리에 묻혀버렸다. 야스코의 주의도 그쪽으로 쏠리고 말았다.
도시락을 손에 들고 이시가미는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기요스바시교 쪽으로 향했다. 그가 길을 멀리 돌아가는 것은 오로지 '벤텐테이" 때문이다.
아침 출근 시간이 지나자 "벤텐테이"도 한가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가게를 찾는 손님이 없다는 것일 뿐, 가게 안에서는 점심 준비에 들어간다. 계약을 맺고 있는 몇 개 회사에는 12시까지 도시락을 배달해야 한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야스코도 주방 일을 거든다.
"벤텐테이"에는 야스코를 포함해 4명이 일하고 있다. 요리를 만드는 사람은 경영자이기도 한 요네자와와 그의 아내 사요코다. 배달은 아르바이트 직원 가네코의 일이고, 도시락 판매는 야스코가 도맡아서 한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 야스코는 긴시초의 클럽에서 일했다. 요네자와는 가끔 그곳에 술을 마시러 오는 손님 중 하나였다. 그 클럽의 고용 마담인 사요코가 요네자와의 아내라는 사실을 야스코가 알게 된 것은 사요코가 가게를 그만두기 직전의 일이었다. 야스코는 그 말을 본인에게 직접 들었다.
"술집 마담에서 도시락 가게 주인으로 변신하다니, 인생이란 정말 모를 일이야."
손님들은 그렇게 쑤군거렸다. 그러나 사요코는 도시락 가게를 경영하는 것이 부부의 오랜 꿈이었으며 그녀가 술집에서 일하게 된 것도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고 털어놓았다.
"벤텐테이"가 문을 연 후 야스코는 가끔 짬을 내어 그곳에 놀러 가곤 했다. 가게 경영은 순조로워 보였다. 그녀가 일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은 것은 가게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모든 것을 부부 둘이서 하기에는 체력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무리가 있다고 했다.
"야스코도 언제까지나 물장사를 할 수야 없지 않겠어? 미사토 짱도 다 컸으니 엄마가 호스티스 일을 한다는 걸 부끄럽게 생각할지도 모르고."
사요코는 덧붙였다.
"주제넘은 참견일지 모르겠지만……."
미사토는 야스코의 하나뿐인 딸이다. 미사토 아빠와는 5년 전에 이혼했다. 꼭 사요코의 말이 아니더라도 야스코는 이대로 살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사토도 미사토지만, 자신의 나이를 생각할 때 과연 언제까지 클럽에서 자신을 써 줄지 의문스러웠다.
단 하루를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클럽에서도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잘됐네요."라고들 얘기해 주었다. 주변 사람들도 나이 든 호스티스의 말로를 염려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년 봄, 미사토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지금의 연립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지난번 살던 곳에서 "벤텐테이"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일이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6시에 일어나 6시 반에 자전거를 타고 연립 주택을 나선다. 녹색 자전거다.
"그 고등학교 선생. 오늘 아침에도 왔어?"
휴식 시간에 사요코가 물었다.
"왔다 갔어요. 매일 오잖아요."
야스코가 그렇게 대답하자 사요코는 남편과 얼굴을 마주 보며 빙그레 웃었다.
"뭐예요. 기분 나쁘게?"
"아냐. 별다른 뜻은 아니고. 다만 그 선생이 야스코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어제 우리 둘이 얘기했거든."
"네에?"
야스코가 찻잔을 손에 쥔 채 몸을 뒤로 젖혔다.
"어제는 야스코가 쉬는 날이었잖아. 그 선생도 안 왔었어. 매일 오다가 야스코가 없는 날만 안 오는 거, 이상하지 않아?"
"그야 우연이겠죠."
"그게 그렇지 않다 이 말이지. 안 그래요?"
사요코가 남편에게 동의를 구했다.
요네자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 말로는 지금까지 늘 그랬대. 야스코 짱이 쉬는 날에는 그 선생도 도시락을 사러 안 온다는 거야. 혹시나 했는데 어제 확신했어."
"말도 안 돼요. 저는 정기 휴일 외에는 쉬는 날이 멋대로인걸요. 요일도 일정하지 않고요."
"그러니까 더 이상하다는 거야. 그 선생. 옆집에 산다고 했지? 아마 야스코가 나가는 걸 보고 쉬는 날인지 아닌지 가늠할 거야."
"설마요. 제가 집을 나설 때 만난 적도 별로 없는데요."
"어디선가 지켜보는 거 아닐까? 창 너머로 슬쩍 본다든지."
"창으로는 안 보일 텐데……."
"아무러면 어때? 정말 마음이 있다면 언젠가 말을 할 거야. 우리로서는 야스코 짱 덕분에 단골이 하나 생겼으니 고마운 일이지. 뭐, 역시 긴시초에서 날리던 사람은 달라."
요네자와가 결론을 맺듯이 말했다.
야스코는 쓴웃음을 지으며 찻잔에 남은 차를 마셨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그 고등학교 선생을 떠올려 보았다.
성은 이시가미. 이사 온 날 밤에 인사하러 갔었다. 고등학교 선생이라는 사실은 그때 들었다. 둥글둥글한 몸집에 얼굴도 둥그렇고 컸다. 그렇지만 눈을 실처럼 가늘다. 숱이 적은 머리를 짧게 깎은 탓에 나이는 50에 가까워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젊을지 모른다. 차림새에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인 듯 늘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닌다. 이번 겨울에는 대체로 갈색 스웨터를 입고 다녔다. 그 위에 코트를 걸친 모습이 도시락을 사러 올 때의 복장이다. 그래도 세탁은 부지런히 하는지 작은 베란다에 세탁물이 자주 널려 있었다. 아마도 결혼 경험이 없을 거라고 야스코는 짐작했다.
그 선생이 자신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니. 상상도 못 했던 소리다. 야스코는 연립 주택의 벽에 간 금처럼, 그의 존재를 알면서도 특별히 의식한 적이 없고 또 의식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었고, 연립 주택의 관리 문제로 한 번 의논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야스코는 그 사람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수학 교사라는 것도 최근 들어 우연히 알게 되었다. 문 앞에 오래된 수학 참고서들이 끈으로 묶인 채 놓여 있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데이트 신청 같은 건 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야스코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혼자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 고지식하게 생긴 남자가 데이트 신청을 하면 대체 어떤 표정으로 거절해야 할까 상상하면서 말이다.
점심 전부터 다시 바빠지기 시작하더니 정오 즈음에는 피크에 달했다. 오후 1시가 지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평소의 패턴 그대로다.
야스코가 금전 등록기의 종이를 갈고 있을 때였다. 유리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인사하며 그녀는 고개를 들어 손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그만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눈이 화들짝 열리고 입도 벌어졌다.
"좋아 보이네."
남자가 웃었다. 그러나 그 눈빛은 거무칙칙하고 흐렸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뭘 그렇게 놀라나. 나도 마음만 먹으면 헤어진 마누라가 어디 있는지 정도는 알아낼 수 있다고."
남자는 감색 점퍼 호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뭔가를 가늠해 보는 듯한 눈길이다.
"인제 와서 무슨 용건이야?"
야스코는 날카롭게, 그러나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안에 있는 요네자와 부부가 눈치채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아주 눈에 쌍심지를 켰네. 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치레로라도 웃어야지. 안 그래?"
남자는 능글맞게 미소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볼일 없으면 돌아가."
"볼일이 있으니까 온 거야. 긴히 의논할 일이 있는데. 시간 좀 낼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일하고 있는 거 안 보여?"
그렇게 반문하고 나서 야스코는 후회했다. 일하는 중이 아니라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남자는 혀로 입술을 축이고 말했다.
"몇 시에 끝나는데?"
"당신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아. 제발 돌아가.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
"거참. 냉정하네."
"당연하잖아."
야스코는 가게 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손님이라도 오지 않나 했지만 들어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당신이 그렇게 냉정하게 대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쪽으로 가 보는 수밖에."
그러고는 남자는 목덜미를 천천히 문질렀다.
"그쪽이라니?"
야스코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마누라가 이야기를 안 들어주니 딸이라도 만나봐야지. 중학교가 이 근처라면서?"
남자는 야스코가 가장 두려워하는 말을 입에 담았다.
"그만둬. 그 애는 건드리지 마!"
"그럼 당신이 어떻게 좀 해 보든지. 내가 어느 쪽을 택하면 좋을까?"
야스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이 남자를 쫓아내야 한다.
"일은 여섯 시까지야."
"아침 일찍부터 여섯 시까지라. 일을 너무 오래 시키는 거 아니야?"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야."
"그럼 여섯 시에 여기로 다시 올까?"
"아니야. 나가서 오른쪽으로 곧장 가면 큰 교차로가 나와. 그 바로 앞에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으니까 거기로 여섯 시까지 와."
"알았어. 꼭 와야 해. 만일 안 오면……."
"갈 거야. 그러니까 빨리 나가."
"알았어. 정말 매정하네."
남자는 다시 한번 가게 안을 둘러본 뒤 유리문을 거칠게 닫고 나갔다.
야스코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가벼운 두통이 일었다. 속도 메슥거렸다. 절망감이 천천히 그녀의 가슴속으로 번져나갔다.
도가시 신지와 결혼한 것은 8년 전이었다. 당시 야스코는 아카사카에서 호스티스 일을 하고 있었다. 도가시는 그 가게에 드나드는 손님 중 하나였다.
외제 차 세일즈맨이었던 그는 씀씀이가 좋았다. 비싼 물건을 선물하기도 하고, 고급 레스토랑에도 데려갔다. 그래서 그에게 프러포즈를 받았을 때는 마치 영화 '프리티 우먼'의 줄리아 로버츠라도 된 기분이었다. 당시 야스코는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뒤 일하면서 혼자 딸을 키우는 생활에 지쳐있었다.
결혼 초에는 행복했다. 도가시의 안정적인 수입 덕분에 야스코는 물장사에서 손을 씻을 수 있었다. 또한 도가시는 미사토를 무척 귀여워했다. 미사토도 그를 아버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파탄은 갑자기 찾아왔다. 도가시가 회사에서 잘린 것이다. 오랫동안 회사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그를 고소하지 않은 것은 관리를 잘못한 책임을 추궁당할까 두려웠던 상사들이 교묘하게 사태를 은폐한 덕분이었다. 그러니까 도가시는 바로 그 더러운 돈을 아카사카의 밤거리에 뿌리고 다녔던 것이다.
그 이후로 도가시는 사람이 변했다. 아니, 본성이 드러났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 모른다. 그는 일도 하지 않고 온종일 방바닥에서 뒹굴거나 아니면 노름을 하러 나갔다. 그런 일로 잔소리를 하면 폭력을 행사하였다. 그리고 늘 취한 채 흉포한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 당연한 귀결이지만, 야스코는 다시 일하러 나가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번 돈을 도가시는 폭력으로 빼앗아갔다. 그녀가 돈을 숨기기라도 하면 월급날 그녀보다 먼저 가게로 찾아와 제멋대로 돈을 받아가기까지 했다.
미사토는 의붓아버지를 두려워하게 됐다. 집에 도가시와 단둘이 있는 것이 무섭다며 야스코가 일하는 가게로 찾아오는 일도 있었다.
야스코는 도가시에게 이혼을 요구했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계속 요구하면 폭력을 행사하였다. 고민 끝에 그녀는 손님한테 소개받은 변호사에게 상담을 청했다. 그리고 그 변호사가 움직인 끝에 도가시는 마지못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게 되었다. 재판으로 가면 자신에게 승산이 없을뿐더러 위자료까지 물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이혼 후에도 도가시는 시시때때로 야스코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용건을 늘 정해져 있었다. 마음을 고쳐먹고 열심히 일할 테니 재결합하자는 것이었다. 야스코가 피하면 그는 미사토에게 접근했다.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일도 있었다.
무릎까지 꿇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연극이란 것을 알면서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부부 사이였으니 일말의 정이 남아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야스코는 그에게 돈을 주어 보냈다. 그것이 잘못이었다. 맛을 들인 도가시는 더욱 자주 찾아왔다. 그의 태도는 비굴하면서도 점점 뻔뻔스러워져 갔다.
야스코는 가게를 옮기고 주소를 바꿨다. 그리고 미사토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학교도 전학시켰다. 그리하여 긴시초에 있는 클럽에서 일하게 된 후로는 도가시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후 다시 한 번 이사하고 '벤텐테이'에서 일하게 된 것이 어느새 1년이 되어 간다. 더는 그 악마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없을 거라고 믿고 있던 터였다.
요네자와 부부에게는 절대로 폐를 끼칠 수 없다. 미사토에게 들켜서도 안 된다. 어떻게든 나 혼자서 이 남자가 두 번 다시 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벽시계를 바라보며 야스코는 결의를 굳혔다.
약속 시각이 되자 야스코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도가시는 창가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커피 컵이 놓여 있는 걸 본 야스코는 자리에 앉으면서 종업원에게 코코아를 주문했다. 스픗드링크를 주문하면 무료로 리필도 해주지만 오래 앉아 있을 생각이 없었다.
"용건이 뭐야?"
도가시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서두를 거 없잖아."
"나도 바쁜 몸이야. 빨리 용건이나 말해."
"야스코."
도가시가 손을 뻗었다. 테이블에 놓인 그녀의 손을 잡으려는 것 같았다. 그것을 눈치채고 그녀가 황급히 손을 끌어당기자 그가 입술을 비틀었다.
"이거 기분 나쁜걸."
"당연하잖아. 대체 무슨 용건으로 내 뒤를 따라다니는 거야?"
"그런 식으로 말하면 섭섭하지. 이래 봬도 나는 진지한데 말이야."
"뭐가 진지하다는 거야?"
그때 종업원이 코코아를 가져왔다. 야스코는 재빨리 컵을 쥐었다. 얼른 마시고 일어서려는 생각이었다.
"당신. 아직 혼자지?"
도가시가 눈을 치뜨며 물었다.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
"여자 혼자 자식을 키우자니 얼마나 힘들겠어. 앞으로 돈도 점점 많이 들 텐데 말이지. 그런 도시락 가게에서 일하는 거로는 막막하지 않겠어? 그래서 말인데. 다시 잘 생각해 봐. 나도 옛날과는 달라."
"다르다고? 그럼 하나 물어보겠는데. 일이나 하는 거야?"
"물론이지. 일자리는 이미 알아 놨어."
"그럼 지금은 일하지 않는다는 말이잖아."
"허 참. 일자리가 있다니까 그러네. 다음 달부터 일하기로 했어. 새로 생긴 회사인데, 일단 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당신도 고생 끝이라고."
"됐어. 그만큼 벌면 다른 상대를 찾으면 되잖아. 제발 부탁이니까 나 좀 내버려 둬."
"야스코. 나는 당신이 필요해."
도가시가 다시 손을 뻗어 컵을 쥐고 있는 야스코의 손을 잡으려 했다.
"만지지 마."
그녀가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 바람에 컵 속 코코아가 넘쳐 도가시의 손에 쏟아졌다.
앗. 뜨거워!"
도가시가 화들짝 손을 끌어당겼다. 다음 순간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 증오의 빛이 어렸다.
"그런 번지르르한 말에 내가 속을 것 같아?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나는 당신 곁으로 돌아갈 생각 눈곱만큼도 없으니까 인제 그만 포기해. 알았어?"
야스코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도가시가 말없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 눈길을 무시한 채 그녀는 자신의 찻값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출입문으로 향했다.
레스토랑을 나선 그녀는 가게 앞에 세워 둔 자전거에 올라타고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우물쭈물하다가 도가시가 뒤따라오기라도 하면 귀찮아진다고 생각했다. 기요시바시로를 직진해 다리를 건넌 후 좌회전했다.
할 말은 했지만, 그걸로 도가시가 포기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얼마 안 가서 다시 가게에 나타나 야스코에게 들러붙다가 마침내는 가게에 폐를 끼치는 사태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미사토가 다니는 학교에도 나타날지 모른다. 그 남자는 야스코가 항복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은 두 손 들고 돈을 내놓으리라는 확신이 있는 것이다.
야스코는 집으로 돌아와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준비라고 해야 가게에서 남은 반찬 가져온 것을 데우는 정도다. 그런데도 야스코의 손은 자주 움직임을 멈췄다. 불길한 상상이 부풀어 올라 문득문득 얼이 빠져 버리기 때문이다.
어느덧 미사토가 돌아올 시간이었다. 배드민턴부에 들어간 미사토는 연습이 끝나면 부원들과 잡담을 나누며 놀다가 들어온다. 그래서 귀가 시간이 대체로 7시 이후였다.
그때 현관 벨이 울렸다. 야스코는 의아해하며 현관으로 나갔다. 미사토라면 열쇠를 가지고 있을 터였다.
"네."
일단 그렇게 대답한 후 현관문에 다가가서 다시 물었다.
"누구세요?"
약간의 틈이 있고 난 뒤 대답이 들렸다.
"나야."
야스코는 눈앞이 캄캄했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도가시는 이미 이 연립 주택의 위치도 알아낸 것이다. 보나 마나 '벤텐테이'에서 집까지 그녀의 뒤를 밟은 적이 있을 것이다.
야스코가 대답하지 않자 도가시는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봐!"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자물쇠를 풀었다. 그러나 도어 체인은 벗기지 않은 상태였다.
문을 10센티미터 남짓 열자 도가시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야스코를 본 그가 히죽 웃으며 누런 이를 드러냈다.
"돌아가. 왜 여기까지 찾아오고 그래!"
"내 얘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당신은 여전히 성미가 급하군."
"인제 그만 쫓아다녔으면 좋겠어."
"얘기 정도는 들어 줄 수 있잖아. 일단 안으로 좀 들어가야겠어."
"안 돼. 돌아가!"
"안 들여놓겠다면 여기서 기다리지. 뭐, 슬슬 미사토가 돌아올 시간일 텐데 말이야. 당신이 내 얘기를 안 들어 주니 그 녀석이랑 해야겠어."
"그 아이는 내버려 둬!"
"그럼 들여놓든가."
"경찰을 부르겠어."
"마음대로 해. 헤어진 아내를 만나러 온 게 뭐가 나쁘다고. 경찰도 내 편을 들어 줄걸. 이봐요 부인. 집에 들여놓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하고 말이야."
야스코는 입술을 깨물었다. 애석하게도 도가시의 말이 맞았다. 전에도 경찰을 부른 적이 있었지만, 그들이 야스코를 도와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편으로 이곳에서 소동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마음도 있었다. 보증인 없이 세를 든 만큼 조금이라도 이상한 소문이 퍼지면 쫓겨나고 만다.
"그럼 금방 돌아가야 해."
"알았어. 알았다니까."
도가시가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도어 체인을 벗기고 문을 열었다. 도가시는 힐끔힐끔 집 안을 살펴보면서 구두를 벗었다. 방이 두 개뿐인 집이다. 들어서면 바로 3평짜리 다다미방이고, 그 오른편에 자그만 싱크대가 달려 있다. 더 안쪽에는 2평짜리 다다미방이 있고 그 앞은 베란다다.
"낡고 좁긴 하지만 그런대로 살 만하네."
도가시는 뻔뻔스럽게도 방 한가운데에 놓인 고타쓰 안에 발을 집어넣고 앉았다.
"뭐야. 안 켜져 있잖아!"
그는 제멋대로 고타쓰의 전원 스위치를 켰다.
"당신 속셈이 뭔지 알아."
야스코는 선 채로 도가시를 내려다보았다.
"어쩌고저쩌고해도 결국 돈이겠지."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도가시는 점퍼 주머니에서 세븐스타 담뱃갑을 꺼냈다. 그리고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인 다음 주위를 둘러보더니 재떨이가 없다는 것을 알자 손을 뻗어 재활용품 배출 봉지에 든 캔을 하나 꺼내 거기에 재를 떨었다.
"내게서 돈을 뜯어내려는 거 아니야. 요는 그런 거잖아."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면 그러든지."
"돈은 한 푼도 못 내놔."
"흥. 그러셔?"
"그래. 그러니까 돌아가.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
야스코가 거친 말투로 내뱉는데 현관문이 활짝 열리더니 교복 차림의 미사토가 들어섰다. 손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일단 그 자리에 멈춰 선 미사토는 손님의 정체를 알아차리자 두려움과 실망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와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배드민턴 라켓이 바닥에 떨어졌다.
"미사토. 오랜만이구나. 많이 컸네."
도가시가 능청스러운 소리로 말을 건넸다.
미사토는 야스코를 흘끗 한 번 보고는 운동화를 벗더니 말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대로 안쪽 방으로 가서 칸막이 문을 닫아 버렸다.
도가시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그저 우리 관계를 회복하고 싶을 뿐이야. 그 말을 하러 온 게 그렇게 나쁜가?"
"난 그럴 생각 없다고 했잖아. 당신도 내가 받아들이지 않을 걸 뻔히 알 테고.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건, 내게 달라붙으려는 구실에 불과할 뿐이야!"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그러나 도가시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은 채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 흐르고 있었다.
야스코는 한숨을 한 번 길게 내쉬고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싱크대 서랍을 열어 지갑을 꺼낸 다음 만 엔짜리 지폐를 두 장 빼 들었다.
"자."
그녀는 돈을 고타쓰 위에 올려놓았다.
"뭐야. 이건. 돈은 한 푼도 못 준다면서?"
"이게 마지막이야."
"필요 없어. 이딴 거."
"빈손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을 텐데. 더 뜯어 가고 싶겠지만. 나도 사는 게 힘들어."
도가시는 2만 엔과 야스코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할 수 없군. 그럼 돌아가야지. 말해 두겠는데. 난 분명히 돈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했어. 이건 어디까지나 당신이 억지로 집어 준 거란 말이지."
도가시는 지폐를 점퍼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담배꽁초를 빈 캔 안에 집어넣은 후 고타쓰를 빠져나왔다. 그러나 곧바로 현관으로 향하지 않고 안쪽 방으로 다가가더니 칸막이 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미사토가 놀란 소리를 질렀다.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야스코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허공을 갈랐다.
"아무리 의붓딸이지만 인사는 해야지."
"지금은 딸도 그 무엇도 아니잖아."
"그렇다고 인사도 못 하나? 그럼 미사토. 다음에 보자."
도가시가 방 안쪽을 향해 말했다. 미사토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야스코에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야 도가시는 현관으로 향했다.
"저 녀석. 꽤 괜찮은 여자가 되겠어. 내가 보장하지."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야!"
"쓸데없는 소리가 아니야. 앞으로 3년만 있어 봐. 돈 좀 벌어 올걸? 앞다투어 저 녀석을 쓰려고들 할 거야."
"헛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돌아가."
"갈 거야.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다시는 오지 마."
"글쎄. 그게 그렇게 될지 잘 모르겠네."
"당신……."
"내 말 해 두겠는데. 당신은 절대로 내 손에서 못 벗어나. 포기할 사람은 당신이란 말이야."
그러고서 도가시는 나지막이 웃었다. 그리고 구두를 신으려고 허리를 굽혔다.
그때였다. 야스코의 등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어느새 교복 차림의 미사토가 바로 옆에 와 있었다. 다음 순간 미사토가 뭔가를 번쩍 치켜들었다.
말릴 틈도, 소리를 지를 새도 없었다. 미사토가 도가시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도가시가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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