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해수욕장만화방14

제주소설가 | 2019.10.21 16:16:03 댓글: 4 조회: 451 추천: 3
분류연재소설 https://life.moyiza.com/fiction/4002887

해수욕장만화방 14

하얀 안개가 마치 뱀처럼 비양도를 감고 흐르는 아침

부슬부슬 안개비가 내리고 있는 해안도로를 나 혼자 조깅을 하고 있었다. 아직 민희는 꿈속이다. 어젯밤 늦게까지 혼자 소주 4병을 홀짝 홀짝 마시더니 새벽에 잠들었다. 민희 주량이 그렇게 센 줄 몰랐다.

....... ........

나의 체력이 꽤 괜찮은 줄 알았는데 1km 조금 넘어서부터 숨이 차기 시작했다.

..............

누군가 빠른 속도로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남자의 자존심인가 나는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나보다 앞서간 그 사람을 추월하려고 열심히 달렸다. 드디어 추월하려는데. 그 사람이 뒤를 돌아본다.

.......!”

그 사람과 나는 동시에 얼굴을 마주쳤다. 멀대같은 키에 홍윤철 그 친구였다.

넌 윤철이.”

! 넌 성혁이 아냐? 여긴 어쩐 일이야. ! 제주도에 이사 왔다는 말은 들었지.”

윤철이와 난 뛰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윤철이 넌 예나 지금이나 열심히 운동을 하는구나.”

중독이지 뭐. 운동도 중독되더라. 하루라도 쉬면 온 몸이 쑤시고 아파. 괜히 조바심이 나고. 우울해지고. 그게 다 운동중독이래.”

뭐든 적당한 것이 최고야. 과하면 해롭지.”

하하........ 맞는 말이다. 성혁이 넌 과한 것이 하나 있잖아. 아주 큰 문제. 너만 모르는 하하.........”

? 내가 뭐가 과하다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만 모른다고. 하하........”

윤철이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넌 부모를 잘 만나서 돈이 과하게 많다는 것이야. 너만 모르지만. 그것 때문에 나사 빠진 여자 애들이 줄을 서서 너를 바라보는 것이고.”

? 네가 그런 소문을 냈다며? 윤마담에게도?”

맞아. 내가 말했지. 윤마담이 너에 대해서 묻기에 내가 주절주절 다 이야기 해버렸어. 술에 취해서 말이야. 미안.”

윤마담에게 만이 아니지? 다른 사람에게도 했을 것 같은데?”

! 맞다! 민희도 이미 알고 묻기에 이야기했지. 아마도 몇 천억은 너의 재산이 있을 거라고.”

멍청하긴 나처럼 한량이 그 돈을 아직 안 썼겠어? 이미 다 탕진했지. 그러니까 만화방이나 하고 있잖아.”

나는 입이 가벼운 윤철이를 통해 내가 돈이 없다는 것처럼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런 내 의도를 모르는 윤철이가 덥석 미끼를 물었다.

? 거짓말 아니냐? 그 많은 돈을 다 날렸다고?”

그래. 한 순간이더라. 주식에 투자했다가 하루아침에 거지가 됐어.”

이런 병신! 그렇게 날리기 전에 이 친구에게 몇 억이라도 나눠주지 그랬어? 그럼 네가 이렇게 어렵게 됐을 때 내가 좀 도와줄 수 있을 것 아니냐? 어쩌다가 그 많던 재산을 쯧. .......”

윤철이는 안됐다는 듯이 혀를 차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비치고 있었다. 내심 고소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마도 내일쯤이면 윤철이가 다 떠들고 다닐 것이다. 그럼 윤마담도. 민희도. 내가 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 나는 그렇게 윤철이가 소문을 낸 것을 다시 돌리려고 윤철이를 이용했지만. 조깅을 마치고 헤어진 윤철이는 영영 다시 나타나지 못했다.

봄에는 고사리 장마라고 했던가.

한 여름에 안개비가 벌써 3일째 계속되고 있었다.

자기가 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역시 내 스타일은 아니었어.”

안개비가 부슬 부슬 내리던 그날 민희는 그렇게 내 곁에서 떠나갔다.

그리고 그 안개비 속에 윤철이는 옆 동네 바닷가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경찰들은 자살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우울한 마음에 맥주 한 캔을 혼자 마시고 만화방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갑자기 메시지 알림 소리에 핸드폰을 열어보니 지영이한태서 메시지가 왔다.

내일 놀러 갈게요.”

메시지는 간단했다. 아마도 내일 식당이 쉬는 날인가 보다.

그래 몇 시에 오려고?”

오전 10시에 갈게요.”

후배 지영이가 온다는 메시지를 받고 나는 기분이 살짝 업 되었는가. 다시 일어나 만화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지루한 하루가 지나고 다시 아침이 왔다 날씨도 쾌청하여 맑고 파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었다. 요즘 그녀도 보이지 않았고. 갑자기 내게 안겨왔던 민희도 내 곁을 떠난 허전한 마음에 밝고 귀엽고 씩씩한 후배 지영이가 찾아온다는 마음에 기분이라도 들뜬 모양이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밥부터 챙겨먹고 모래사장을 열심히 뛰며 맑고 깨끗한 파란 하늘을 처다 보며 맑은 공기를 들이 마시고 있었다.

“.........!”

맞은 편 백사장에서 윤마담이 산책을 하다가 나를 발견한 모양이다. 나도 윤마담을 발견하고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 윤마담은 잠시 망설이는 행동을 보이더니 뒤돌아서서 빠른 걸음으로 내게서 멀어져갔다.

! 윤마담도 내가 돈이 많다니까 아는 척 했나. 그럴 리가 없는데 택시에서 처음 만났는데. 하긴 민희도 비행기에서 처음 만났지. ....... ....... 그것 참.”

난 간사한 인간의 마음에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백사장 한 쪽에 조그만 갯바위에 앉아 지영이가 오는 길목만 바라보고 앉아 마치 석상이 돼버린 내 모습은 그렇게 오랜 시간을 움직이지 않았다. 오전이 다 지나고 오후가 돼도 지영이는 오지 않고. 전화도 없었다.

하하....... 지영이도 내게 돈이 없다는 소식을 들은 모양이군. 너까지 그랬단 말이지. 그럼 난 뭐지? 돈이 없으면 사람도 아닌 것인가? 세상 참. 이런 시골에서까지.”

나는 살아오면서 늘 당해왔던 일들이라 그리 새롭지는 않았지만 항상 돈과 연관된 나의 주변 사람들 태도에 늘 암울한 생활이었다.

그래! 뭐 새로운 것도 아닌데. 그녀만 있으면 돼. 그녀는 그렇지 않겠지. ! 그녀는 절대 그렇지 않을 거야.”

나는 그녀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있었다. 마지막 희망을 갖고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헌데.......

한 번 울리면 전화를 자르듯 끊어 버린다. 한번 두 번. 세 번.

희숙이 너까지? 설마 그럴 리가.”

세 번이나 전화를 바로 끊어 버리니 혹시 전화를 받을 수 없는 곳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다려 봤지만 메시지나 전화도 없었다.

설마. 희숙이 너도? 아니지. 아마 아닐 거야.”

혼자 미친놈처럼 중얼거리며 비틀비틀 만화방으로 돌아 온 나는 냉장고 문을 열고 민희가 마시다가 남긴 소주 반병을 입에 털어 넣고 방으로 들어가 벌떡 누웠다. 마실 줄 모르는 술을 마신 나는 바로 깊은 잠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다시 아침이 왔다.

마음의 무장을 단단히 한 나는 바로 조깅을 시작했고. 아침을 먹고 만화방 문을 잠그고 검은 옷으로 차려입은 나는 윤철이 장례식에 참석을 하러 한림 장례식장으로 갔다.

윤철이 부모님도 처음 뵙기 때문에 나를 알 리 없었고. 장례식에 온 사람들 대부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몇몇 동네 사람들이 그나마 안면이 있을 정도였다. 헌데 사람들이 수근 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윤철이를 깡패들이 죽인 것 같다고?”

그렇다니깐. 입을 잘못 놀렸다면서 끌려가는 것을 봤다니깐.”

집적 봤다고? 집적 듣고?”

아니야. 월림 마을 새댁 허씨가 봤대. 그 해녀 말이야.”

! 3대째 해녀를 하는 새댁 말이지?”

그렇다니깐. 새벽에 물질 나가다 봤다는 거야.”

.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조용히.”

설마? 윤철이가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한다고. 그깟 깡패들에게 당하겠어? 윤철이도 한 가닥 하는데?”

사람들이 수근 거리는 소리는 대충 그랬다. 그 소리를 들은 나는 내가 윤철이에게 못할 짓을 했구나 하는 자책감에 빠졌다. 내 생각이 맞다면 민희가 윤철이 거짓말에 나와 동거를 시작했고. 그것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고 윤철이를 죽인 것이라면. 그 모든 것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 되는 것이다. 윤철이 장례식장을 나온 나는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거리 줄게. 제주도로 날아와.”

나의 전화는 그렇게 간단하게 끝났다. 전화를 마친 나는 곧바로 근처 부동산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60대 부동산 주인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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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99 (♡.157.♡.195) - 2019/10/21 20:57:51

오늘도 올려주신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점점 흥미진진 해지는데요.
좀더 많이 빠르게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ㅎㅎ 고생하세요 ~

사나이텅빈가슴 (♡.203.♡.1) - 2019/10/22 15:43:10

잘 보고 있습니다~!

서초 (♡.2.♡.162) - 2019/10/23 16:26:14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만국2000 (♡.50.♡.209) - 2019/11/14 07:48:53

참재밌네요 다음것을봐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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