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해수욕장만화방15

제주소설가 | 2019.10.26 13:05:31 댓글: 3 조회: 461 추천: 2
분류연재소설 https://life.moyiza.com/fiction/4004773

해수욕장만화방15

오랜만에 티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의 아침이었다. 그것도 토요일.

해수욕장은 북적대며 주차장은 이미 차량들로 가득 채워졌다. 안개비 내리고 바람 불어 추워서 투덜대던 요 며칠이 새삼 그리워질 정도로 아침부터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윤마담에게 핀잔을 듣던 두 노인들도 이미 구멍가계 옆 처마 밑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일찍 나오셨네요?”

내가 지나가다가 인사를 했다.

오늘 같은 대목 장날에 늑장을 부릴 수야 없지.”

! 대목 장날이다마다.”

두 노인들은 이미 핸드폰을 들고 지나가는 아가씨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계속 그러시다가 감옥갈수도 있어요. 그것도 나쁜 죄거든요.”

내가 두 노인에게 주위를 주고 만화방으로 돌아왔지만 두 노인들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계속 지나가는 여성들의 옷차림에 정신을 팔고 있었다.

만화방에 돌아온 나는 부지런히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가장 내가 잘하는 요리. 된장찌개. 매운 풋고추를 길게 통으로 쪼개 넣고. 된장을 풀고 달래를 송송 썰어 넣고 팔팔 끓이다가 멸치 몇 마리 넣고 5분쯤 더 끓이다가 멸치는 건져내고. 마늘 찧은 것을 듬뿍 넣는 달래 마늘 된장찌개다.

두 번째는 감자를 갈아 물기를 짜고 감자전을 만든 다음 피망과 고구마 채를 썰어 얹고 삼겹살 구운 것을 잘게 썰어 얹은 다음 치즈를 뿌려 구워내는 감자삼겹살 피자.

세 번째는 쌀에 감자를 넣고 만든 감자밥.

이렇게 세 가지를 다 만들어 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만화방 문이 열리며 기다리던 녀석들이 왔다.

얼굴이 희멀건 녀석이 경찰 수사관을 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투덜대며 그만두고 탐정사무실을 낸 나의 친구 지 광복이다

곱상한 얼굴에 유난히 눈이 큰 남자 같은 복장을 한 녀석이 여자답지 않게 유도 부 골치 덩어리로 소문이 났던 나의 친구 안 혜련이다. 이 녀석도 광복이와 함께 탐정놀이에 푹 빠져있다.

야아! 광복아! 혜련아!”

이야! 성혁이 내가 왔다.”

성혁이 오랜만이다. 호호........”

두 녀석들과 난 서로 포옹을 하며 반가워했다.

성혁아 일거리가 뭐냐?”

광복이는 급한 성격이 늘 문제였다. 탐정을 한다는 녀석이 성격이 너무 급해서 잘 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역시 광복이는 성격이 급해. 뭐가 그리 급하냐? 우선 내가 만든 요리나 먹자. 너희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어 놨어.”

! 킁킁. 역시 내가 좋아하는 너의 특허 피자를 만들어 놨구나?”

혜련이는 늘 내가 만든 피자를 좋아했다. 광복이는 된장찌개를 좋아했다. 두 녀석을 위한 맞춤 요리를 했던 것이다.

녀석 된장찌개 냄새도 나는구나? 너의 4번 튀긴 핫도그도 맛있는데.”

광복이가 말했다.

일을 잘 하면 핫도그도 만들어주지.”

나도 성혁이 핫도그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더라. 역시 핫도그는 조금씩 여러 번 튀겨 완성해야 제 맛이야. 듬뿍 재료를 막대에 감아 한 번에 튀겨내면 맛이 없어. 그런 면에서 성혁이는 요리에도 천재야.”

혜련이가 뭐가 먹고 싶은 모양이군! 성혁이 비행기도 태워주고. 하하........”

광복이가 농담을 하며 제일 먼저 식탁에 앉았다.

하하........ 우선 식사부터 하자. 일거리는 먹으면서 천천히 이야기 하지.”

아니야. 나중에 차 마시며 이야기해. 먹을 땐 맛을 의미하기도 바쁘거든. 성혁이 요리 오랜만에 먹어 보는데. 먹는데 집중하고 싶어.”

혜련이가 자리에 앉아 포크를 집어 들며 말했다.

! 이거 괜히 질투가 나기 시작하네. 혜련이 눈엔 성혁이 밖에 안보이지?”

광복이가 농담을 하며 입술을 삐쭉 내민다.

호호......... 광복이 삐치는 것 봐줄 여유가 없네. 맛있는 것 앞이라. 호호........ 어서 먹어.”

혜련이가 이미 피자를 한 조각 들고 먹기 시작했다.

도대체 성혁이 감자 피자가 얼마나 맛있기에.”

광복이가 피자 한 조각을 집어 들고 입으로 가져갔다.

! 내 피자. 넌 된장찌개나 먹어.”

혜련이 손이 광복이 손에 들린 피자를 잽싸게 빼앗아 버렸다.

. 맛을 볼 수가 없네. ! 성혁이 너는 피자를 만들려면 두 개는 만들어야지 달랑 하나가 뭐야? ?”

광복이가 맛보려던 피자를 빼앗기고 나에게 화풀이다.

하하....... 음식물 남기면 쓰레기잖아. 뭐든 적당히 만들어 다 먹어야지.”

! 앞으로는 두 개 만들어 내가 하나는 다 먹을게.”

정말이지? 그럼 다음엔 정말 두 개를 만든다?”

하하......... 농담이야. 난 피자는 정말 무슨 맛으로 막는지 모르겠더라. 내 입맛은 아니야.”

광복이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말했다. 광복이는 정말 양식 종류는 싫어했다. 촌놈이라서 그런 가 오직 한식만 좋아했고. 가끔 자장면이나 짬뽕도 먹긴 했지만 외국 음식은 못 먹는 촌놈이다.

강원도가 고향이라 가장 좋아하는 것이 띄운 비지찌개다. 퀴퀴한 냄새나는 감자떡도 좋아했다. 같은 강원도 출신이지만 나는 수수부꾸미. 메밀 전. 감자옹심이를 좋아한다. ! 그러고 보니 혜련이 부모님도 강원도 출신이라 혜련이는 자신도 강원도 출신이라고 우기며 나와 친구가 됐던 것이다. 물론 어쩌다 보니 오늘 모인 친구들이 다 강원도 출신이지만 내 친구는 전국에 흩어져 골고루 있다. 아니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 거쳐 친구들이 있다. 동창생들도 있고. 인터넷 카페 친구들도 있고. 여행하며 만난 친구들도 있었다.

! 이제 우리가 할 일이 뭐야? 말해봐.”

언제 피자 한판을 다 먹었는지 혜련이가 주스 한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윤철이가 죽음의 의문을 풀어봐. 수상한 곳이 있어서 말이야.”

! 들어서 알고는 있지. 성혁이 네 동창이라며?”

광복이가 밥을 먹으며 물었다.

. 동창생이지. 혜련이 동창생이기도 하고. 아참 같은 유도 부였지.”

호호......... 맞아. 나는 또라이. 윤철이는 더 또라이. 그게 별명이야. 호호....... 윤철이는 정말 운동에 미친 애였어. 하루에 보통 5~7시간은 운동에 묻혀 살아. 쉴 줄도 모르고. 그런 녀석이 왜?”

혜련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래! 나도 믿을 수 없어. 그 녀석이 자살이라니. 절대 그럴 리 없어. 그러니 너희들이 좀 알아봐.”

알았어. 이미 네가 그 일을 우리에게 맡길 줄 알고 숙소도 마련해 뒀지.”

광복이가 말했다.

숙소를? ?”

왜긴. 여기서 자면서 그 조사를 하면 우리가 노출될 것 아니야. 그럼 어려워질 수도 있지.”

혜련이가 대답했다.

그렇군. 맞는 말이야. 아무튼 조심해. 뭔가 위험한 일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천천히 조심조심 움직여.”

야아! 위험 줄 알면서 우릴 끌어들여? 친구란 녀석이 말이야.”

광복이가 괜히 화난 척 한다. 저 녀석이 저런 표정을 지으며 장난을 하는 것은 일에 자신이 있을 때 보이는 행동이다. 하긴 광복이 인맥도 만만치 않다. 뭐 수사관 출신 형사 출신 모임이 있다던가. 그 모임에 회장이 광복이다.

혜련이는 또 어떻고. 이름도 웃긴 똘모 회원이다. 똘모는 그냥 또라이들 모임이란다. 웃긴 이름의 모임회원 수가 몇 백 명이라던가. 아무튼 둘 다 웃기는 녀석들이다. 그리고 부러운 녀석들이다. 나는 그런 모임도 없다. 말이 친구지 1년에 한 번 안부 전화나 메시지 보내는 녀석도 몇 명 안 된다. 내가 보내야 겨우 단 답으로 마무리 하는 친구들 천지다.

광복이와 혜련이가 만화방을 떠나 자신들 숙소로 가고. 또 다시 나 혼자 남았다. 벌써 며칠째. 그녀에게선 연락도 없다. 지영이도 그 후 단 한 번도 연락이 없고. 윤마담도. 민희도 내 눈에 띄지 않았다.

감자기 제주도 섬에 와서 홀로 떨어진 느낌이 들며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그 우울함을 알고 찾아 온 것인가. 오후 늦게 두 노인이 만화방을 찾아 왔다.

히히........ ! 제자야! 오늘이 장날 이라고 안했냐. 벌건 대낮에 가슴을 다 내놓고 다니는 처자를 찍었단다. 자 봐라. 다 보이지.”

고씨 노인이 내 앞에 핸드폰 사진을 보이며 히죽 웃는다.

이건 옷이 그렇게 생긴 겁니다. 취향이 독특해 이런 옷을 입는 여성들이 있답니다.”

뭐라는 거냐? 제자가 이게 옷을 입은 것이라 이 말이냐?”

그래! 방금 그렇게 말했다. 우리 다시 가서 확인해보자. 그 처자 아직 근처에 있다.”

두 노인은 쪼르르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이런 산골에 나체로 보이는 옷을 입고 오는 여인이 있어서 노인들이 저 난리를 치게 만드나 싶어. 나는 쓴 웃음을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는데 아직 해수욕장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워낙 많은 사람들 중에 자신들이 찾는 여인이 안보이나 두 노인은 두리번거리며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저기요.”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비키니를 입은 소녀들 3명이 나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 무슨 일로?”

사진 좀 찍어 주실래요?”

한 소녀가 핸드폰을 내밀며 말했다. 흔한 일이지만 세 소녀가 모두 모델처럼 긴 다리를 가지고 있어서 호기심이 생겼지만 핸드폰을 받아 사진을 여러 장 찍어줬다.

와아........!”

내게서 핸드폰을 받은 소녀들이 인파속으로 걸어가자 몇몇 사람들이 소녀들을 알아보고 함성을 지르며 사인을 받으려고 하는 모습이 연예인인 모양이다.

나는 요즘 연예인도 잘 모르는 은둔자처럼 살아온 내가 새삼 한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터벅터벅 걸어서 다시 만화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

헌데 만화방에서 나를 기다리는 여인이 있었다. 긴 머리의 뒷모습만 보였다.

누굴까? 나는 그 여인 뒤에서 가만히 서서 그 여인이 뒤돌아서기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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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2.♡.162) - 2019/10/26 16:01:46

잘 봤습니다.다음집 기대합니다.

못난님 (♡.82.♡.6) - 2019/10/29 09:38:02

너무 잼있어요.,

김만국2000 (♡.50.♡.209) - 2019/11/14 08:02:30

참재밋네요 다음집봐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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