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3권 31~32

나단비 | 2024.03.28 16:30:29 댓글: 0 조회: 59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57070
31
앤이 필리파에게





앤 셜리가 필리파에게,

사랑하는 필, 너에게 해줄 말이 무척 많구나. 나는 여기 밸리 로드에서 다시 한 번 시골 학교 여선생님으로 일해. ‘길가 집’에서 하숙을 하고 있단다. 미스 재닛 스위트의 집이야. 재닛은 정말 다정한 사람이고 외모도 아주 보기 좋단다. 키가 크지만 너무 크지 않고 좀 튼튼해 보이는 편이야. 알뜰한 마음이 외모에서도 드러나는 분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살찌는 것조차 낭비하지 않으려고 적당히 찐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부드럽고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에 흰 머리도 한 가닥 섞여 있어. 환한 얼굴에 볼은 발그스레하고, 눈은 크고 사근사근해 보여서 파란 물망초 같기도 해. 게다가 즐거운 요리사이기도 한데, 요리도 옛날식으로 해서 먹으면 살찔 것 같은 음식들을 한 상 가득 차려낸단다. 소화를 시킬 수 있을지 없을지는 별로 신경도 안 쓰지.
난 재닛을 좋아하고 재닛도 날 좋아해. 그냥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 왜냐하면 재닛에게 어렸을 때 죽은 앤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동생이 있었다고 하거든.
내가 ‘길가 집’ 앞마당에 내리자마자 재닛은 나에게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하고 얼른 인사를 해주었단다.

“이런, 내가예상했던것처럼 아주 작은 꼬마는 아니네요. 난 선생님의 머리가 검은색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여동생 앤은 까만 머리였거든요. 그런데 선생님 머리는 빨간색이군요.”
난 내가 애초에 기대했던 것만큼 재닛을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어. 그러나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단다. 내 머리가 빨간색이라고 말했다는 것 하나로 그 사람에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된다고,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자고. 아마 ‘적갈색’이란 단어는 재닛의 사전에 없는가 보다 하고 말이야.
‘길가 집’은 정말 멋진 곳이야. 작고 하얀 집이지. 길에서 약간 떨어져 길 안쪽으로 예쁘게 들어앉았어. 큰 도로와 집 사이에는 과수원이랑 온갖 꽃들이 만발한 정원이 있단다. 현관 앞까지 이어지는 보도 가장자리로는 대합조개껍데기를깔았어. 재닛은 그걸 ‘대왕조개’껍데기라고 발음하더라. 현관 위로는 담쟁이 넝쿨이 타고 올라가고 지붕 위에는 이끼가 껴 있지. 내 방은 응접실 옆에 있는 작은 방이야. 침대와 내가 들어가면 딱 알맞을 크기지.
침대 머리맡 벽에는 로비 번스37)가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 묘지에 서 있는 사진이 걸려 있어. 무덤은 큰 버드나무가 흐느끼는 듯 가지를 길게 뻗어 그림자를 드리웠고, 로비의 얼굴도 어찌나 가련해 보이는지 내가 나쁜 꿈을 꾼 것도 당연해. 여기 도착한 첫날, 끔찍한 악몽을 꾸었단다.
응접실은 작지만 정갈해. 창문이 하나 있는데 큰 버드나무 그늘에 가려서 밝은 초록빛이 도는 동굴 같은 느낌이 나. 의자에는 예쁜 등 커버가 씌워져 있고, 바닥에도 예쁜 매트가 깔려 있어. 둥근 테이블 위에는 책과 카드가 가지런히 놓여 있지. 벽난로 위에는 마른 꽃이 꽂아진 꽃병들이 여러 개 놓였는데, 그 꽃병들 사이에는 관 뚜껑에 붙이는 명패들이 예쁘게 장식되어 있어. 모두 다섯 개야. 재닛의 아버지, 어머니, 오빠, 여동생 앤, 그리고 예전에 이 집에서 일하다 죽은 일꾼 한 명의 이름도 있단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정신이 이상해져 버리면, ‘이 편지에 따라’ 그 관 명패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알아줘.
하지만 난 여기가 아주 좋아. 내가 그렇다고 이미 말했지. 내가 이곳을 좋아하니까 재닛도 무척 좋아해. 에스더는 이곳이 너무 그늘이 져 건강에 좋지 않다고 했고, 또깃털 침대에서 잠자는 것도 거부해서 재닛은 에스더를 좋아하지 않았어. 하지만 난깃털 침대에서 자게 돼서 너무 영광이라고 생각해. 건강에 안 좋으면 안 좋을수록 그리고 깃털 침대라면 더더욱 내게는 영광스러워. 재닛은 내가 잘 먹어서 너무 다행이래. 에스더헤이든은 아침으로 과일과 뜨거운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대. 그리고 재닛이 기름진 음식을 만들지 못하게 하려고 애를 썼대. 에스더는 참 좋은 아가씨지만 음식은 좀 까다로웠나 봐. 문제는 상상력이 풍부하지 못하고 소화불량증이 좀 있었던 거지.
재닛은 젊은 남자가 놀러 오면 내가 응접실을 써도 좋다고 했어. 하지만 내가 부를 만한 남자가 있어야 말이지. 옆집에서 일하는 남자 아니면 여기 밸리 로드에서 아직 젊은 남자라곤 한 사람도 못 봤으니. 샘 톨리버라는 옆집에서 일하는 남자가 있는데, 키가 크고 마른 몸에 금발 머리를 가졌어. 며칠 전 저녁 무렵에 재닛과 내가 베란다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한 시간 동안이나 정원 울타리에 앉아 있었단다. 그동안 그 사람이 한 말이라곤 “아가씨들! 여기 박하 좀 먹어보우, 박하는 감기에 아주 좋다우.” 하는 말이랑 “오늘 밤에는 여기저기 뜀박질해 댕기는 메뚜기가 참 많구먼.”이란 말뿐이었어.
하지만 여기서도 연애사건은 일어나는 것 같아. 운명이 그런 것인지 나는 나이 많은 분들의 연애에 말려들게 돼. 어빙 부부는 언제나 내 덕분에 결혼할 수 있었다고 말하지. 카모디의 스티븐 클라크 부인은 내가 감사받아 마땅할 큰일을 했대. 그래도 내가 나서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이 나섰을 거라고 하더라. 하지만 난 내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루도빅 스피드와시어도라딕스 사이에 아직도 아무런 진전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
지금 진행되는 연애사건에선 난 그냥 수동적인 관찰자 입장이야. 한번 도와주려고 나서 봤는데 오히려 이상하게 얽히고 말았어. 그래서 다신 간섭하지 않으려고 해. 나중에 만나면 모든 걸 말해줄게.

37. 로버트 번스(Robert Burns, 1759~1796), 로비 번스라고도 하며, 스코틀랜드의 대표적인 시인. 저서로는 《스코틀랜드 방언 시집(Poems, Chiefly in the Scottish Dialect)》(1786), 《그리운 옛날(Auld Lang Syne)》(1788) 등이 있다.



32
더글러스 부인





밸리 로드에 처음 온 목요일 밤, 재닛은 앤에게 기도 모임에 같이 가자고 했다. 기도회에 나서는 재닛의 모습은 장미꽃처럼 활짝 피어나 있었다. 팬지꽃이 점점이 박힌 옅은 파란색의 모슬린 드레스를 입었는데, 다른 사람이라면 옷에 단 주름 장식도 아껴 달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재닛 자신은 그것도 많다고 죄책감을 느꼈다. 모자도 분홍 장미와 타조 깃털 세 개가 꽂혀 있는 하얀색 밀짚모자를 썼다. 앤은 재닛의 그런 모습에 의아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왜 재닛이 그래야만 했는지 그 까닭을 알게 되었다. 그 사연인즉 에덴동산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만큼이나 오래된 것이었다.
밸리 로드의 기도 모임에 참석한 사람은 거의 모두가 여자였다. 서른두 명이 여자였고 목사를 제외하면 남자라곤 아직 채 어른이 되지도 못한 젊은이 둘과 독신 남자 한 명뿐이었다. 앤은 이 남자를 면밀히 관찰했다. 잘생기지도, 젊지도 않았고, 고고한 기품이 느껴지는 남자도 아니었다. 쓸데없이 다리만 길어 의자에 편하게 앉으려면 의자 밑에서 다리를 꼬아야 했다. 큰 손에 어깨는 굽었고 머리는 이발을 해야 할 것 같고 수염도 좀 다듬었으면 싶었다. 하지만 앤은 왠지 이 남자에게 호감이 느껴졌다. 그 사람에게서 친절하고 정직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풍겼다. 하여간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매력이 있는 남자였다. 결국 앤은 이 남자가 오랫동안 병으로 고생했으며 이제 다 나아 건강해진 사람일 거라고 혼자서 결론지었다. 얼굴에 그런 흔적이 명백히 나타나 있었으니까. 그의 말투와 몸동작에는 인내심 같은 게 배어 있었다. 유머러스한 참을성 같은 것도 보였다.때가 되면 죽을힘을 다해 싸우겠지만 몸을 서서히 움직여야 할 때가 되기 전까진 그저 편안하고 즐겁게만 보이고 싶다는 그런 표현인 것 같았다.
기도 모임이 끝나자 이 남자가 재닛에게 와서 말했다.
“집까지 바래다줄까, 재닛?”
재닛은 남자의 팔에 팔짱을 끼었다.
“그 모습이 남자의 에스코트를 난생처음 받아보는 것처럼 다소곳하고 수줍어 보였어. 마치 열여섯 살 소녀처럼.”
나중에‘패티네 집’식구들에게 앤은 그렇게 얘기해주었다.
“미스 셜리, 이분은 더글러스 씨예요.”
존 더글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도회에서 보았어요, 미스 셜리. 정말 보기 좋은 아가씨라고 생각했지요.”
앤이 그런 말을 들으면 백 명 중 아흔아홉명에게는 씁쓸한 기분을 남기는 말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더글러스 입에서 나온 그 말은 진심이 담긴 칭찬의 말이었다. 앤은 고마움으로 미소를 지으며 달빛이 비치는 길을따라나섰다.
재닛에게 연인이 있었다니! 앤은 기뻤다. 재닛은 정말 훌륭한 아내가 될 것이다. 명랑하고, 검소하며, 인내심도 강하고 요리의 여왕인 아내가 되리라. 재닛이 영원히 독신으로 늙는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최악의 낭비이다.
“존 더글러스의 어머니가 미스 셜리를 보고 싶어 하세요.”
다음 날 재닛이 말했다.
“더글러스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만 지내셨어요. 그래서 집 밖으로 나오신 적이 없죠. 하지만 좋은 말동무가 되어주실 거예요. 우리 집에서 하숙하는 분들을 모두 만나고 싶어 하신답니다. 오늘 오후에 같이 가주실래요?”
앤은 그러마고 했다. 하지만 그날 오후 더글러스가 들러서 토요일 오후에 방문해달라는 어머니의 말을 대신 전하고 돌아갔다.
“왜 예쁜 팬지꽃 드레스를 안 입으세요?”
집을 나서면서 앤이 재닛에게 물었다.
날은 더웠다. 재닛은 산 채로 불에 구워진 얼굴로 더글러스를 방문한다는 흥분감과 캐시미어 드레스의 불편함 사이에 꽉 끼어버린 것 같았다.
“더글러스 부인은 그 드레스가 너무 경망스럽고 격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물론 존은 그 드레스를 좋아하지만요.”
말투로 봐서는 재닛도 그 드레스를 입고 싶은 듯했다.
오래된 더글러스 집은 ‘길가 집’에서 600미터쯤 떨어진, 바람이 많이 부는언덕마루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집은 넓고 안락해 보였으며 고택의 품격이 느껴졌다. 집은 단풍나무 숲과 과수원으로 둘러싸였고 집 뒤로는 크고 잘정돈된 헛간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이 집안이 잘사는 집이라는 걸 말해주었다. 더글러스의 얼굴에 보이는 꿋꿋한 인내심이 무엇을 뜻하든, 적어도 빚이나 빚 독촉장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 거라고 앤은 생각했다.
존 더글러스는 현관에서 둘을 맞아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을 어머니가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거실로 안내했다.
앤은 더글러스 부인이 크고 마른 사람일 거라고 짐작했다. 존의 모습이 그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존의 어머니는 작은 몸집에 볼은 부드러운 분홍빛이었고, 눈은 은은한 푸른색이며 어린아이 같은 입을 가지고 있었다. 유행에 맞게 검은색 실크로 만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하얀 털이 보송보송한 숄을 걸치고 있었다. 눈처럼 하얀 머리 위에 우아한 레이스 모자를 쓴 모습이 꼭 할머니 인형 같았다.
“잘 지냈지, 재닛? 너를 보니 너무 기쁘다.”
더글러스 부인이 부드럽게 말하면서 재닛의 키스를 받으려고 늙은 볼을 쭉 내밀었다.
“새로 오신 선생님이군요. 우리 아들이 선생님 말을 하도 많이 해서 나도 반쯤은 샘이 났지 뭐예요, 아마 재닛도 그랬을걸요.”
가여운 재닛의 볼이 달아올랐다. 앤은 예의 바르게 대답했고, 세 사람은 모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말하는 데별다른 어려움 없어 보이는 늙은 더글러스 부인만 빼고는 모두들 이 자리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앤조차 거기앉아 있는게 힘들었다. 더글러스 부인은 재닛을 옆에 앉혀두고 시시때때로 손을 어루만졌다. 재닛은 가만히 앉아서 웃고 있었지만 끔찍한 드레스를 입고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불편해 보였다. 더글러스는 아무 말 없이 웃고만 있었다.

식탁에 앉아 더글러스 부인은 재닛에게 차를 따르라고 품위 있게 부탁했고 재닛은 얼굴을 붉혔지만 더글러스 부인의 말을 따랐다. 앤은 스텔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날 식사 이야기를 했다.

‘차가운 혀 요리, 닭고기, 딸기 절임을 먹었고, 레몬 파이랑, 초콜릿 케이크, 건포도 쿠키를 먹었어. 파운드케이크와 과일 케이크도 먹었고, 거기에 파이도 더 먹고 다른 것도 몇 가지 더 먹은 것 같아. 캐러멜 파이도 있었어. 평소보다 두 배쯤은 더 먹은 것 같아. 그런데도 더글러스 부인은 한숨을 내쉬며 내가 식욕이 없는 모양이라고 걱정하는 소리를 했어.’

“재닛이 미스 셜리의 입맛을 버려놓은 모양이에요. 물론 밸리 로드에서는 아무도 재닛의 음식 솜씨와 경쟁하려 들지 않죠. 파이 한 조각 더 먹겠어요? 도무지 아무것도 안 먹는 것 같네요.”

‘스텔라, 난 혀 요리 1인분을 먹고 닭고기도 한 조각 먹었어. 비스킷 세 개에 딸기 절임도 많이 먹었고, 파이 한 조각, 초콜릿 케이크도 먹었다고!’

차를 마신 후 더글러스 부인은 너그럽게 미소 지으며 존에게 재닛을 정원으로 데리고 나가 장미를 좀 꺾어주도록 했다.
“미스 셜리는 그동안 남아서 내 친구가 되어줄거죠, 그렇죠?”

부인은 무심히 물었다. 더글러스 부인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안락의자에 깊숙이 앉았다.
“나는 병약한 노인이에요, 미스 셜리. 거의 20년을 고통받아 왔어요. 20년 동안 이렇게 조금씩 죽어가고 있지요.”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앤이 말했다. 더글러스 부인의 기분을 헤아려보려 했지만 자꾸 자기가 바보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사람들이 내가 동틀 때까지 살아 있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몇 번이나 있었어요.”
더글러스 부인은 심각하게 얘기를 계속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몰라요. 오직 나만 알지요. 하지만 그렇게 오래 계속되진 않을 거예요. 이제 나의 병약한 순례도 거의 끝에 다다른 것 같으니. 존이 어미가 떠나고 나서도 자기를 돌봐줄 좋은아내감을 찾아 마음이 좀 놓여요. 아주 큰 위안이죠.”
“재닛은 정말 사랑스러운 분이세요.”
앤도 따뜻하게 위로했다.
“정말 다정해요! 참 좋은 성품이지.”
더글러스 부인도 동의했다.
“그리고 완벽한 주부가 될 거예요. 난 절대 그렇지 못했지만. 내 건강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어요. 난 존이 정말 현명한 선택을 해주길 바라지요. 내 아들이니까요. 내 마음속엔 항상 아들의 행복뿐이죠.”

“물론 그러시겠죠.”
앤은 그렇게만 대꾸했다. 난생처음으로 앤은 자기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이렇게 다정하고 천사처럼 웃는, 다정하게 자기 손을 다독여주는 부인에게 다른 말은 할 수 없었다.
“곧 다시 나를 만나러 와다오, 재닛.”
두 사람이 떠날 때 더글러스 부인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원하는 반만큼도 와주지 않는구나. 하지만 이제 곧 더글러스가 너를 이리 데려와서 영원히 살게 할 거라고 믿는다.”
어머니의 그 말을 듣는 존 더글러스에게 어쩌다 앤의 눈길이 멈추었다. 순간 앤은 그의 표정에 절망이 역력한 것을 알아보았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한 고문을 당하고 있는 듯 괴로운 얼굴이었다. 존이 아픈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앤은 얼굴을 붉히고 있는 가여운 재닛을 서둘러 밖으로 끌고 나왔다.
“더글러스 부인은 정말로 다정한 분이 아닌가요?”
재닛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앤에게 물었다.
“네.”
앤은 멍하니 대답하면서 왜 존 더글러스의 얼굴이 그렇게 보였는지 궁금했다.
“지금까지 병에 너무 시달리고 계세요. 끔찍한 병이에요. 그러니 존은 항상 걱정이 많죠. 어머니가 갑자기 악화되었을 때 하녀 말고는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을까 봐 집을 비우지도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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