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3. 과잉

chillax | 2024.04.23 13:09:56 댓글: 0 조회: 121 추천: 1
분류교양서적 https://life.moyiza.kr/fiction/4563425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03


인생은 고통과 권태를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

[과잉]




삶은 진자(진자: 振子 진동자의 준말로 고정된 한 축이나 점의 주위를 일정한 주기로 진동하는 추이다)처럼 고통과 무료함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데, 사실 이 두 가지가 삶의 궁극적인 요소다.”

쇼펜하우어는 불행의 두 가지 원인으로 고통과 권태를 꼽는다.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어서 고통에 시달린다면, 돈이 많은 사람은 넘쳐나는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서 삶에 권태를 느낀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는 두 가지 적수가 고통과 무료함인데, 우리의 인생이란 이 두 가지 사이를 오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적으로는 궁핍가 결핍이 고통을 낳는 반면 안전과 과잉은 무료함을 낳는다. 따라서 하충 계급 사람들은 궁핍의 고통과 끊임없이 싸우는 반면 부유하고 고상한 세계의 사람들은 무료함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다.”

행복과 불행은 객관적인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변덕스러운 감정에 달려 있다. 없으면 없다고 불평불만하고 많으면 많다고 지겨워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결핍은 고통이고 과잉은 무료함이다. 인간에게는 배고픔도 고통이지만 포만감 또한 불쾌다.

모든 의욕의 기초는 결핍, 부족, 즉 고통이다. 인간은 이미 근원적으로 또 그 본질로 인해 이미 고통의 수중에 들어 있다.”

욕망의 최대 만족과

최대 결핍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Stumbling on Happiness)>>의 저자인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대니얼 길버트 교수는 2,250명을 대상으로 언제 가장 행복한지 뇌의 상태를 촬영하여 발표했다. 그 결과 뇌가 집중할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반면 휴식할 때 불행하게 느낀다고 발표했다.

길버트 팀의 연구 결과, 열심히 일에 집중할 때, 운동할 때, 마음이 맞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높은 수치의 행복 호르몬이 나왔다. 반면 휴식을 취하거나 부정적인 생각, 미래에 대한 걱정, 불쾌한 경험을 기억할 때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다. 이 연구 결과는 이 세계의 본질이 끊임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의지이며, 의욕과 노력은 동물과 인간 전체의 본질이기 때문에 권태가 불행의 원인이라는 쇼펜하우어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욕망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의 인간이 불행한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의욕이 너무 쉽게 충족되어 욕망의 대상이 제거되면 인간은 무서우리만큼 공허와 무료감에 빠진다. 따분함은 감당하기 힘든짐이 된다. 고통과 권태라는 양자택일 앞에 놓여있는 인간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욕망의 최대 만족은 권태이고 욕망의 최대 결핍은 고통이다. 그런데 인간의 감정은 왕복 운동을 하는 시계추처럼 지속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다. 따라서 영원한 충족과 행복감은 없다.

우리가 뷔페에 가면 처음에는 그 식장의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 그러다 점점 허기를 채울수록 포만감이 생기고, 결국 마지막에 배가 꽉 차면 이곳의 생선은 맛이 별로네’, ‘고기에서 냄새가 난다는 말도 한다. 사람은 배가 고플 때와 배가 부를 때가 다르다.

고통과 무료함 사이에서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외로운 모태 솔로는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원하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 신선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며 좋아한다. 반대로 이성에게 너무나 인기가 많은 사람, 예를 들어 카사노바 같은 사람도 나름의 고통이 있다.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무료함과 따분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모태 솔로는 이성과 함께하길 원하지만 바람둥이는 어장 관리에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나침과

미치지 못함은 같다

이렇듯 욕망이 완전히 채워져서 행복의 가장 이상적인 상황에 있다고 해도 이 세상에는 셀 수 없는 고통이 남아 있고, 모든 어려움이 없어져도 권태는 결핌의 고통만큼 견디기 어렵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인간이 모든 고뇌와 고통을 지옥으로 보내 버린 천국에는 무료함밖에 남아 있지 않다.”

사람은 꿈을 이루고 성공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꿈을 이루고 성공할수록 권태에 빠져드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를 증명하듯이 크게 성공한 부자들 가운데 인생의 따분함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다. 이 법칙은 어떤 사람이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함에 따라 느끼는 주관적인 만족도 혹은 필요도가 점차 감소한다는 의미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질리는 것처럼 한계 효용은 반복할수록 점차 줄어든다. 따라서 돈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해도 반드시 액수에 비례하여 행복감이 증가하지 않는다.

일반 시민에게는 1,000만 원이나 1억 원이나 모두 큰돈이다. 하지만 돈을 써도 잔고의 앞자리가 바뀌지 않는 큰 부자들에게는 비슷한 느낌의 액수다. 진짜 부자는 자신이 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다. 그만큼 돈에 행복의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사실상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큰 노력 없이 경제적인 부를 가졌다면 풍요 속의 공허함은 견딜 수 없다.

내면의 공허감이 클수록 기분 전환을 위해 바깥의 일에 모든 것을 집중하여 외적인 자극을 갈망한다. 경제적인 자림을 이루고 나면 찾아오는 권태감, 지루함의 원인은 내면에 있다. 양극단의 불행감을 무한히 왔다 갔다 반복하는 인생에서 부자든 빈자든 불행을 피할 수 없다. 쇼펜하우어는 부자와 빈자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곤궁이 민중의 계속적인 재앙이듯이, 무료함은 사류 사회의 재앙이다.”

고통과 무료함은 한쪽이 멀어질수록 다른 쪽이 다가온다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길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것이 내면의 풍요와 정신의 풍요다. 풍부한 상상력, 두뇌 활동력이 뛰어난 사람은 전혀 무료함과 따분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정신이 풍요로워질수록 내면의 공허가 들어갈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욕구의 결핍과 욕구의 과잉을 피해야 한다. 양극단은 불행이다. 결핍과 과잉의 중간을 택해야 한다. 현명한 사람은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바깥에서만 차지 않고 자신의 안에서 찾는다. 자신의 고뇌를 객관적인 조건 탓으로 돌리지 않고 고뇌를 바라보는 자신의 관전을 바꾸려고 노력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무려함의 근원인 내면의 공허를 극복하기 위해 외적인 자극 대신 내적인 풍부함을 추구한다.

요즘 누구나 경제적인 자립을 원하며 성공과 행복을 꿈꾼다. 그러나 쇼펜하우어의 지적처럼 과잉 충족은 불행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너무 많은것을 갖기 위해서 자신의 전부를 쏟아붓기 전에 욕망의 양극단에는 불행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끊임없는 공부와 사색, 통찰로 욕망을 잘 다스려야 한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한 사람이란, 다른 사람에게 손 벌리지 않을 정도의 재산이 있고 여가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뛰어난 정신력을 지닌 자다. 우리도 행복을 위해서는 물질적인 결핍이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권태, 따분함, 지루함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뇌는 한쪽 원인에서 멀어질수록

다른 쪽의 원인과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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