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4-태항산록-괴상한 휴가

더좋은래일 | 2024.04.24 14:04:32 댓글: 2 조회: 85 추천: 3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3668


소설


괴상한 휴가


저명한 소설가 차순기선생이 그의 력작 <<반지>>를 발표하고 수많은 독자들의 찬양을 받던 지지난해 봄의 일이다.

그의 공전의 성공이 제 일 같이 기뻐서 충심으로 축하를 하러간 나에게 차순기선생은 말없이 쓴웃음을 웃으며 설레설레 머리를 저을뿐이였다. 그의 성품이 본시 겸손하고 또 과묵한것을 잘아는터이므로 나는 그것을 그의 성공을 거두고서도 드놀지 않는 겸허한 태도로 해석하고 존경의 념을 더한층 가하였다.

한데 주지하는바와 같이 지난해 가을 그는 문제의 중편 <<서리>>를 세상에 내놓고 일부 평론가들의 비난을 받았다. 새 시대의 인물들의 형상이 그의 작품가운데서 엄중히 외곡이 되였다는것이였다. 그리고 일부 평론가들은 그의 세계관문제까지 들추면서 이왕의 성적까지를 사정없이 내리깎았다.

그때 나는 그의 심사가 우울할것을 헤아리고 위안을 하려고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하나 그의 집 일각대문안에 한발을 들여놓은 나는 예기하지 못한 광경에 부닥쳐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되였다. 그는 네살짜리 막내둥이를 목에다 방울을 단 염소등에 올려태우고 부자가 함께 손벽을 치며 좋아하고있었던것이다. 그에게서는 고민이나 우울 따위는 그림자조차 찾아볼 길이 없었다. 당자의 마음이 그렇게 태평한데 옆에서 위안을 한다는것은 열적은 짓이겠기에 나는 그를 방문한 원래의 의도는 파의를 하고 한시간 좋이 곁다리로 휩쓸려들어서 웃으며 지껄이며 놀다가 돌아왔다. 그때부터 나는 더욱더 그를 존경하게 되였다. 그의 큰 인물다운 도량에 감복을 해서였다. 나도 수양을 쌓아서 그처럼 통이 큰 인물로 되여보리라 심중으로 다짐을 하였다.

한데 자고로 인간의 세상이란 엎치락뒤치락인 모양이였다. 지난여름, 차순기선생의 중편 <<서리>>를 혹평한 평론가들의 오유가 시정이 되면서 그 소설의 진가가 드러났다. <<서리>>는 <<반지>> 이상의 성공을 거둔 우수한 작품이라는게 판명이 된것이다.

<<그러면 그렇겠지!>>

장기간 출장을 갔다가 돌아와서 뒤늦게야 그것을 알게 된 나는 이렇게 소리치며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 춤이라도 출듯이 기뻐나서 5월의 맑은 하늘 같이 명랑한 기분으로 차순기선생에게로 달려갔다.

한데 이게 웬 일이냐, 의당 남보다 몇배 더 기뻐할줄로 안 당자가-차순기선생이-내 치하를 받고는 구슬픈 얼굴로 쓴웃음을 웃으니.

<<아니 왜 그러십니까? 뭐가 또 잘못되기라도 했습니까?>>

내가 의아해서 이렇게 물었더니 그는 밭은 한숨 한번을 쉬고나서 우울한 눈으로 나를 보며

<<내게는 진정한 의미에서 독자가 없습니다...>>

하고는 한손을 들어서 책상우에 수북이 쌓인 우편물을 가리켜보이며 하소연하듯 말하는것이였다.

<<저걸 좀 보십시오. 저게 요 며칠사이에 온 독자들의 편지와 읽어보고 간행물에 소개를 해달라는 원고들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정력이란 유한한것인데 어떻게 나 혼자의 힘으로 저 많은 편지에 답장을 일일이 쓰며 또 저 많은 원고를 다 매 사람의 비위에 맞도록 처리를 할수 있겠습니까. <반지>때도 그러했고 또 이번에도 그렇고... 아무튼 <좋다> 소리만 나면 언제나 이 모양입니다. 그러기에 작품이 두들겨맞을 때가 도리여 내게는 즐거운 휴가로 된단 말입니다. -뭐가 좀<나쁘다> 소리만 나면 독자의 편지란 죽을병에 살라먹을 부적으로 쓸래도 없으니까...>>

차순기선생의 말은 여기서 갑자기 중둥무이가 되였다. 밖에서 젊은 남자의

<<편지... 도장...>>하고 소리가 나서였다. 그리고 잇달아 중년녀자의

<<웬 편지가 또 이렇게 뭉텡이로...>>

하고 놀라는 소리가 나서였다.


1955년 연길

추천 (3) 선물 (0명)
IP: ♡.245.♡.77
타니201310 (♡.163.♡.118) - 2024/04/27 16:16:51

<<내게는 진정한 의미에서 독자가 없습니다...>>


잘 읽구~
감사합니다.

더좋은래일 (♡.208.♡.247) - 2024/04/27 18:47:44

응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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