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4-태항산록-(수필)나의 양력설

더좋은래일 | 2024.05.07 14:47:21 댓글: 0 조회: 110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6767


수필


나의 양력설


나는 11살이 되여서야 비로소 이 세상에 양력설이라는것이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전에는 세배돈으로 딱총을 사다 터뜨리고 그리고 떡국을 먹는 설-음력설만이 유일한 설인줄 알고있었다.

내가 <<우편>>과 인연을 맺게 된것도 바로 그때의 일이였다. 나의 <<처녀우편>>은 심상찮게도 년하장으로 시작되였다. 당시는 엽서 한장이 1전5리-닭알 한알 값이였으므로 3전-닭알 2알 값을 주고 2장을 사다가,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는 <<근하신년>> 넉자를 한문자로 그려서 우체통에 갖다넣었다. 단짝친구 셋이서 서로 년하장을 내자고 한 약속을 리행한것이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내가 양력설날 받은 년하장은 2장이 아니고 4장이였다. 의아쩍게 여기며 찬찬히 살펴보니 2장은 분명히 단짝들에게서 온것이였다. 그러나 나머지 2장은-하나님 맙소서-내가 <<손수>> 써서 <<친히>> 우체통에 갖다넣은것들이였다.

(이게 대체 어찌된 놈의 감투끈이가?)

정신을 수습해가지고 사고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본즉-또 한번 하느님 맙소서-수신인과 발신인의 주소성명을 바꾸어적지 않았는가.

(그러니 되돌아올수 밖에!)

나의 첫 양력설, 첫 우편은 이렇게 유쾌하게 유명짜하게 시작이 되였다.

중학생이 된 뒤에는 해마다 양력설에 대단한 결심을 내렸다.

(새해부터는 꼭 일기를 써야지.)

그래서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 또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따위 격언들이 찍혀있는 그럴듯한 일기장을 사다 놓고 양력설이 와주기만을 고대하였다. 그러나 해마다 그 식이 장식으로 단 두주일도 일기를 제대로 적어본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1년 365일에서 약 350일은 언제나 공백으로 남았다는 말이다.

(정월 초하루날부터는 꼭 랭수마찰을 해야지.)

그러나 이것도 해마다 그 상이 장상으로 단 사흘도 견지해본적은 없었다. 심지어 어떤 해는 첫날 하루 하고 고만둔 일까지 있었다. 그러니까 무려 364일이-윤년이면 365일이-공백으로 된다는 말이 되는것이다.

이와 같이 나는 항심이 없는, 식은 조밥덩이 같이 푸실푸실한 소년 내지 청년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형편이 전연 다르다. 1년 365일을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공원막바지에 가서 체조를 하니까 말이다. 령하 30도의 추위도 나를 막지 못한다. 나의 이렇듯 강인한 의지력은 가렬한 전쟁판과 감옥살이의 간난속에서 단련이 된것이다.

나는 해마다 년말에는 이듬해의 사업계획을 세운다. 물론 그 계획이 100페센트로 다 완성이 되기는 어렵다. 왜냐면 계획과 실천 사이에는 언제나 일정한 거리가 있기때문이다.


희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갈보다
그녀는 누구에게나 추파를 던진다, 금시 모든것을 다 내맡길듯이
하지만 그대가 가장 귀중한것을-청춘을-다 바치고나면
그녀는 그대를 툭 차던지고 돌아보지도 않는다


이것이 웽그리아의 애국시인 뻬데피 싼도의 <<희망의 노래>>중의 몇구절이다. 그러나 시인은 또 잇달아 웨친다-


하지만 절망이란 허망한것, 희망처럼 허망한것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절망을 하는것은 어리석다는 뜻일것이다.

매독의 특효약 살바르산을 속칭 <<606호>>라고 하는것은 그것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605번 실패하고 606번만에 비로소 성공을 하였다고 해서이다. 피눈물나는 실패를 605번을 거듭해보라, 어떤가?

이 세상에 손쉽게 이루어지는 성과란, 거저먹기로 이루어지는 성과란 존재하지 않는다. 백절불굴하는 정신이야말로 성공의 어머니다.

어느 과학자가 실험을 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큰 어항에 꼬치고기를 잡아다넣고 판유리로 간살을 지른다. 그런 연후에 간살너머에다 먹이를 넣어준다. 꼬치고기는 곧 먹이를 먹으로 가다가 판유리에 코를 부딪친다. 몇번 해보았으나 매번 다 코만 부딪치고마니까 나중에는 아주 먹으러 갈것을 단념한다. 이때 간살 지른 판유리를 살그머니 들어낸다. 그래도 꼬치고기는 여러번 골탕을 먹은 까닭에 다시는 그 먹이를-거침새가 없는데도-먹으러 가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런 꼬치고기적인간이 되지 말아야 할것이다.

인생의 가치란 그가 또는 그녀가 사회에 얼마나 기여를 하였는가로 평가된다. 사회에 얼마나 이바지하였는가로 값쳐진단 말이다. 일신의 안락만을 추구하는 인간은 개짐승값에도 못 간다.

인류사회의 진보를 위하여 전력을 다하는 인생은 보람찬 인생이고 자랑찬 인생이다.

뻐스를 놓치지 않겠다고 줄달음질치는 사람들을 볼적마다 나는 약동하는 삶의 률동을 느낀다. 그러나 뻐스는 한번 놓쳐도 또 다음것을 바랄수가 있다. 시간은 그렇지가 못하다. 시간은 한번 놓치면 영원히 사라져버린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이 술을 마시고 트럼프놀이로 밤새움하는것을 보면 나는 조급증이 나다 못하여 장탄식이 나온다. 남송(南宋)의 철학가이며 교육가인 주희(朱熹)의 글이 생각나서이다.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学难成),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阴不可轻), 미각지당춘초몽(未觉池塘春草梦), 계전오엽이추성(阶前梧叶已秋声).


소년이 늙기는 쉬우나 학문을 닦기는 어려우니 일분의 시간도 헛되이 하지 말라. 못가의 봄꿈을 깨기도전에 뜰앞 오동나무잎에는 벌써 가을바람이 분다는 뜻이다.

시대의 락오자가 되지 않으려면-아는것이 힘이니까-지식을 넓혀야 한다. 지식을 넓히려면 독서를 해야 한다.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흐리멍텅하게 일생을 보내지 않으려거든 아까운 시간을 살려야 한다. 바싹 다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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