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감자채 먹다가

핑핑엄마 | 2019.09.10 11:49:11 댓글: 10 조회: 2569 추천: 9
분류생활잡담 https://life.moyiza.kr/lifejob/3988112
어제 퇴근해 마트 들려 장보고 집 문턱에 들어서는 순간....
와! 맛있는 냄새가 나더라고요.
슬러퍼만 갈아 신으면 바로 밥 먹을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붕붕

남편이 일찍 퇴근해서 밥 다 해서 상 차려놓고 저와 아들을 기다리는 중
내가 좋아하는 尖椒土豆丝 했네 ㅎㅎ
화장실 가서 손 금방 씻고 식탁앞에 앉아 윤기도는 따뜻한 입쌀밥부터 냠냠
밥 한술 떠 먹고 저가락으로 감자채를 집어 먹는 순간
가슴이 울컥 눈물날뻔

어렸을 때 우리 아버지가 저한테 해줬던 尖椒土豆丝 맛이랑 완전 똑같아서
친정 아버지가 우리 집에 온 줄 착각하고 조건반사처럼 집안을 두리번 살폈습니다.
결혼해서 남편은 짼죠투또우쓰 요리를 몇십번도 넘게 했는데 딱 어제 그 한번이 어쩜 우리 아버지한거랑 붕어빵 맛인지.

밥 먹으면서 아버지가 무지 그립고 보고 싶었습니다.
어릴 적에 아버지가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 아궁이에 재 치내고 밥 하고 점심 도시락까지 싸주고
아버지가 한 짼죠투또우쓰가 그렇게나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물고기도 엄청 맛있게 잘 하십니다. 얼큰하게...그 국물에 밥 한그릇 뚝딱
가난했던 그 시절, 겨울에 먹을거라면 그냥 절인 짠지, 무, 감자, 고구마, 까만 뚱리, 뻥뽀미화 삥탕후루 이런 거였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겨울철 저한테 배추김치 삼겹살 볶음을 자주 해 주셨는데 밖에 떵떵 얼군 돼지고기가 아까워서 쬐금 두고
너무 먹어 질려서 아버지한테 음식 타발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 해보니 아버지한테 너무 미안하고도 미안한 마음
그리고 울 아버지는 아침잠이 없어서 노쭝처럼 매일 새벽 5시반이면 저절로 깨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이 추석이네요.
엄마, 아버지 ,동생, 저를 이뻐해준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멀리 떠나온 고향도 사무치게 그러워납니다.

개구리 울음소리, 타작기소리, 강물소리, 바람소리, 추운 겨울 눈보라 윙윙 몰아치는 소리, 빨래 방망이소리, 구수한 경상도 고향 사투리 , 웃음소리 , . 동네 장사꾼들의 뚜퍼 뚜퍼, 삥탕후루러이 , 쇄꼬쇄꼬, 머잰또우 ...... 울 할매 말 소리 (아이고. 내 죽기전에 내 고향 한국 대구 한번 가 봤으면 좋겠구만...무슨놈의 한국비자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나,지 고향도 지맘대로 못 가고 어휴...)

울 집 앞에 엄마가 심은 코스모스 향기, 오이,가지, 고추,당콩이 열린 채소밭 싱싱한 냄새,서리 맞으면 따 먹는 빨간 꽈리 냄새, 가마솥 향긋한 밥 냄새, 구수한 누룽지 냄새, 울 할매 담근 코 끝 찌르는 된장,썩장 냄새 , 뒤밭 움에 저장해둔 배추김치 냄새 , 고구마 탄 냄새, 옥수수 삶은 냄새, 여름이면 울 큰 엄마가 마당에 불 피워서 끓여먹는 미꾸라지 국 냄새 ,비 오는 날이면 울 할매가 정제서 만들어 주셨던 맛있는 정구지 부침냄새(전 지금도 정구지 부침만 보면 울 할매 생각이 나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그리고 정겨운 고향사람들 냄새......

每逢佳节倍思亲!
无论我走到哪里永远都会思念生我养我的故乡吉林!

모이자 여러분, 즐거운 추석 되세요!













추천 (9) 선물 (0명)
IP: ♡.214.♡.138
화이트블루 (♡.71.♡.63) - 2019/09/10 16:17:56

잘봤어요
뭉클한 감동을 받았슴다~

추석잘보내숑

핑핑엄마 (♡.237.♡.162) - 2019/09/10 16:38:03

가족 생각 고향 생각 많이 나시죠?
화블님도 추석 잘 보내세요!

깜찍여우 (♡.254.♡.101) - 2019/09/10 18:13:23

미꾸라지국 추어탕 우리 길림말 ㅎㅎㅎ
암튼 잼있게 잘봤어요
기분 업 되서 좋내요 존 저녘 되세요

핑핑엄마 (♡.237.♡.162) - 2019/09/11 08:58:03

길림 사람이시군요 .반가워요.
전 여기 살면서 고향 말투 들으면 되게 반갑구 그래요 .
기분 업 되었다니 저두 같이 흐뭇해지네요.

lige72 (♡.136.♡.119) - 2019/09/11 07:24:29

감자채 멋잇지...

핑핑엄마 (♡.237.♡.162) - 2019/09/11 08:59:01

그 시절 먹을거 없어서 그런지 감자채가 참 맛있었어요.
지금도 맛있구요.

인생만사새옹지마 (♡.136.♡.85) - 2019/09/11 12:48:18

누구나 없이 살던 그시절은 다 비슷비슷했네요.
고향과 동년시절은 우리들의 기억속에만 있어서 더 애틋한게 아닐가요? 어젯날 그 고향이건만 그 옛모습은 오간데없다는...
추석 잘 보내세요~~~~

핑핑엄마 (♡.214.♡.138) - 2019/09/11 14:11:46

90년대 후반부터던가 다들 논밭, 터밭 버리고 자기 살길 찾아 고향 떠나 타국타지에 살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맞아요. 그 옛 모습은 온데간데 찾아 볼수 없고요...
추석만 되면 고향 생각 무지나고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들이 그리워집니다.
이맘때면 울 할매가 송편 만들던 생각나요.우리 조선족들의 정서...

올롱볼롱 (♡.203.♡.169) - 2019/09/11 18:30:42

요즘은 생활이 좀 낳아졌지만 옛날이 왠지 더 그립다는...

핑핑엄마 (♡.214.♡.138) - 2019/09/12 09:53:35

명절만 되면 더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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