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편풍 | 2019.09.11 00:03:14 댓글: 2 조회: 2903 추천: 6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3988343

교사절이 다가오면서 문뜩 선생님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이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은 부모형제보다도 더 클 수도 있다. 교육은 개인, 더 나아가서는 국가의 흥망성쇠와도 관계된다. 프로씨아가 강대해진 것도 비스마르크의 문맹퇴치운동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한다.

어릴적 나에게는 선생님이란 가장 존경스럽고 신성한 존재였다. 어쩌면 선생님들은 모르는 것도 없이 저렿게 박식할가 하고 우러러보고 나도 커서는 선생님이 되겠다고 속다짐 했었다.

내 나이 이젠 오십이 넘어 자식도 장가갈 나이 되고 보니 선생님이란 호칭을 다시 한번 정의하고 싶어졌다. 자신이 겪어보고 자식을 키우면서 겪어 보니 내가 바라보는 선생님의 형상이 이젠 나의 우상으로부터 다른 하나의 형상으로 바뀌였다.

그분들도 선생이란 탈을 벗으면 오리지날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고. 다르다면 오직 직업이 다를뿐이다. 松이 晓说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청화대학이라면 중국의 최고학부인데 청화대학 교사생태에도 일반백성과 다를바 없이 江湖가 있다고 한다. 有人的地方就有江湖라고 했던가. 시기, 질투, 부패, 타락, 사생련, 불련 扒灰라든가 하여튼 별의별 인간희비극이 거기에서도 맬맬 벌어진다고 한다.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것은 선생님도 탈을 벗으면 신성한 인간이 아니라 극히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이다. 직업적인 인간과 생활적인 인간을 갈라 보아야지 않겠는지?

그럼 먼저 나의 인생에서 얄미웠던 선생님부터 회억해 보자.

소학교 4학년 선생님

소학교4한년과 5학년때 나의 담임선생은 연변1사를 졸업한 남자샘이였는데 신경관능증이 있어 성질이 칼처럼 날카로왔다. 개구쟁인 나는 선생님의 매를 거의 매일이다싶이 맞았다. 교편으로 휙~후려갈기기도 하고 흑판지우개로 딱~딱 골을 치기도 하고 머리칼을 거머쥐고 쾅~쾅 벽에 박기도 하고 개처럼 질~질 끌고나가 두드려 패기도 했다. 어떨때는 골에 생채기가 몇개씩 생기기도 하였다. 오죽하면 한반에 다니는 사촌여동생이 엉~엉 울며 나를 불쌍해 했겠는가~ㅋㅋ 나중에 너무 힘들어 그 선생님을 피하느라고 한학년 재학하기도 했다.

몇년후 내가 중점고중에 붙어 고향에 갔을때 그 선생님과 딱 마주쳤다. 마지못해 인사를 드리니 선생님은 임마. 그때 내가 너를 잘 교육해 줘서 니가 사람이 돼서 출세하게 생겼다라고 계면쩍게 웃으면서 말씀하시였다. 선생님을 존경하는 입장에서 맞습니다라고 씩 웃어 넘겼지만 감격의 마음은 꼬물만큼도 없었다. 그 선생님때문에 1년을 낭비하였고 우울증도 올번했으니 나는 기실 피해자인 셈이다.

어찌보면 학생이란 군체는 의실할바 없이 약세군체이다. 사생간은 지위가 불평등하지만 인격적으로는 평등?해야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초중 교장선생님

82년 초중3학년, 고중입학시험 약 한달전이라고 할가, 우리 한마을의 여자아이가 자기네 숙사 전등이 고장나서 고쳐달라고 하였다. 딱친구와 함께 여숙사에 가서 전기를 수리해 주었다. 여자동창들이 고맙다고 과자며 술을 사왔다. 과자도 먹고 술도 얼냥 들어가니 흥이 나서 카세트녹음기를 틀어놓고 摇摆舞를 추느라 엉덩이를 흔들며 놀아댔다. 그런데 아뿔싸 그 장면이 지나가던 교장선생님께 들키고 말았다. 그때는 연애하거나 술담배를 피우거나 불건전한 摇摆舞를 추면 나쁜 학생 취급을 받았다.

교장선생님은 엄숙하게 우리를 훈계하고나서 오늘 일은 이렇게 너희들이 알고 나만 아는걸로 끝내자” (天知你知我知,到此为止) 라고 말씀하시였다. 잘못을 저지른 우리에게는 교장선생님이 그렇게도 흉금이 넓으시고 위대한 인간으로 덧보일 수 밖에 없었다. 교장의 高度가 다르긴 다르다고 느겼다. 한평생 감격할 일이였다.

그런데 맹랑하게도 그건 아름다운 착각일 뿐. 이튿날 나와 친구는 교무실로 불리워 갔고 교도주임과 반주임으로부터 피터지게 욕사발을 얻어 먹었다. 반성문도 썼고 철직은 물론 留校察看 처분도 받았다. 퇴학당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할가.

철직당하고 처분받은 것에 대하여 나는 의견이 없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의 표리부동한 처리방식(양면파 작법)이 이해가지 않았다. 또한 도무지 용서할수도 없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 한 시내에서 드문드문 그분을 만나기도 하였지만 나는 못본체하고 그냥 지나쳐버렸다. 나의 三观으로는 그분의 面一套背后一套의 처리방식이 얍삽해보였고 야비해 보였고 인간으로서 당당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것도 교장이란 분인데

대학 보도원 선생님

대학졸업 후 몇년 출근하니 입당하게 되었다. 입당하자면 학교에서 내주는 89학생운동때의 政材料가 필요하여 보도원선생에게 요청드렸다. 근데 그 선생님이 不是我说你在都什年代了?在不拿라고 하는 것이였다. 그 순간 나는 할말을 잊고 말았다. 인정사정을 모르는 것 같아 무안하고 자신이 유치해보이고 부끄러웠다.

후에 나절로 학교 조직부에 연계하여 政材料를 발급받았고 지금은 그 선생님과 완전히 연계를 끊고 산다. 사실 그때 나도 사회적으로 金至上의 관념이 의식형태에 골수 깊이 침입됐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대학까지 그럴줄은 정말 몰랐다. 내 맘속의 最后的土도 오염되어 있었으니 그지없이 맹랑했고 실망됐다.그때로부터 라이라크 향기 넘치던 교정이 더는 다정해 보이지 않았고 낯설어 보이기만 했다. 나는 지금 이 순간도 비록 금전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인간으로서 정의감과 직업적 底线이 없으면 그 인생도 불쌍하고 암담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부질없는 인생이라고 하지만 뭔가를 지키지 않으면 그 인생은 의미없고 무미건조하지 않을가?

초중 1학년 수학선생님

초중에 진학하면서 부끄럽게도 나의 수학성적은 꼴찌였다. 기말성적이 39, 반급에서 거꾸로 1. ㅎㅎ 소학교때 이미 한학년 묵은 상황이라 묵은 돼지라는 말을 듣기 싫어 낯이 가려운대로 2학년에 진급하였다.

개학 첫날 수학시간이 되자 수학선생이 출석을 부르셨다. 내 이름을 불러 라고 답하자, 선생인은 화난 얼굴로 “xx, 너 그 따위 수학성적으로 2학년에 올라 왔니? 내 같으면 부끄러워서 반급에 발도 들여놓지 못할것인데…”라고 꾸짖으였다. 그날 수학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른다. 너무 창피했다. 할말도 없었다. 승벽심이 생겨서 맘속으로 승복할 수 없었다. 이튿날 나는 스스로 1학년에 발을 들여놓았다. 다행이 1학년이여서 수학기초를 다시 닦을수 있었고 그 덕으로 무난히 대학까지 갈 수 있었다.

선생님의 격장법이 내 인생을 바꿔 놓은 셈이다. 그 선생님이 아니였더면 나는 아마 초중이나 졸업하고 아름다운 고향땅에서 만원호 꿈이나 꾸면서 살았을 것이다. 이렇게 선생님의 한마디가 한 학생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초중 3학년 교도주임 선생님

수리화는 나의 악몽이라고 할가. 초중 3학년 고중입시에 물리성적이 29(총점 60)을 맞아 중점고중 점수선과 2점 차이가 나서 유감스럽게도 중점고중에 붙지 못하였다. 울며겨자먹기로 보통고중이라도 가려고 준비를 했고 보통고중 입학통지서도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교도주임선생님이 30리밖에서 우리 산골마을로 뻐스타고 가정방문 오셨다. 선생님은 어머니에게 애가 지금 보통고중으로 가면 대학가기 힘드니 1년을 재학할 것을 권고하셨다. 선생님의 덕분에 나는 1년 재학하였고 이듬해에 중점고중선을 79점 초과하여 월등한 성적으로 중점고중에 붙었다.

지금도 어머니를 설복하느라 마을뻐스를 놓쳐 10리길을 걸어 윗마을에 가서 뻐스를 타고 학교에 돌아가신 선생님을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고 너무 고맙다. 마음이 따스해 난다. 벌써40년이 다가온다. 세월이 흘러도 은정은 잊혀지지 않는다.

시골로 말하면 내가 소위 출세할 수 있은 것은 시골의 소박한 선생님들의 고상한 사덕 덕분이 아닐가? 국가간의 경쟁은 과학의 경쟁이고 과학의 경쟁은 인재의 경쟁이고 인재의 경쟁은 교육의 경쟁이다. 그래서 “再也不能穷教育”라는 말이 있지 않을가?

선생님, 고맙습니다 ^^

추천 (6) 선물 (0명)
가야만 하는 길은 가야 한다.
IP: ♡.89.♡.83
kim제니하루 (♡.34.♡.209) - 2019/09/16 09:59:33

동감 있늠 글 잘 읽었습니다

편풍 (♡.89.♡.83) - 2019/09/17 16:35:25

감사합니다. 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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